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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프랑스의 알베르빌 동계 올림픽에서의 발레 스키 여자 부문 경기 - 이처럼 아름다운 발레 스키가 왜 올림픽 종목이 되지 못 했는지 참 아쉬운 일입니다.

 

알베르빌 올림픽 경기가 행해진 장소가 띤느(Tignes) 스키장인데 몇 년 전에 거기 가서 직접 보니까 이 경기가 행해진 곳이 3000m가 넘는 고지여서 깜짝 놀랐지요. 거기서 이런 격렬한 스킹(발레 스키가 보기엔 피겨 스케이팅처럼 보이고 쉬워보이는데 엄청나게 힘들고 땀나는 운동입니다.ㅋ)을 한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그것도 아래 동영상은 여자 부문인데...

 

 

c1.png

 

원래 1970-80년대엔 프리스타일 선수 하나가 이 발레와 모글, 그리고 에어리얼의 3종목 경기를 다 치르고 그걸 통합점수로 합산해서 등위를 결정했었습니다. 정말 엄청나게 힘든 일이었겠지요.(2000년대 초반에 한국을 방문해서 모글 강습을 한 마사히토 쯔노까이 씨에게 그 때의 프리스타일 월드컵 투어 경기에 참가한 얘기를 들었었는데, 일단 그 3종목에 사용할 스키 장비를 운반하는 것 자체가 큰 일이었었다고 하더군요.)

 

1988년에 3종목이 모두 시범종목이 되었고,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에서 모글과 에어리얼이 정식 종목이 되었지요. 그 때 모글에서 우승한 사람이 바로 전설적인 모글리스트 쟝 뤽 브라사드(Jean Luc Brassard/캐나다 퀘벡)입니다. 에어리얼은 관심 밖이어서 누가 우승자인지도 모르겠고...-_-

그런데 1992년에도 이 발레 스키는 시범종목이었다가 그 후에 올림픽에서 사라진 것이지요. 사실 에어리얼은 일반 스키어들은 시도조차 해 볼 수 없는 것이지요. 모글도 전엔 일반 스키어들은 엄두조차 못 냈던 것이고요. 특히 에어리얼은 쿼터 파이프(quarter pipes)처럼 생긴 엄청난 키커(kicker/점프대)에서 거의 아크로바틱한 묘기를 보여야하는 것이어서 체조 전공자들이 아니면 시도조차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모글은 범프 코스와 키커를 따로 만들어야만한다는 부담이 있고요.

 

그에 비해서 발레 종목은 보기에도 현란하고, 경기장에 관중석을 마련하고 흥겨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스키어를 보며 응원할 수 있는 흔치 않은, 매우 수익성 높은 유료 종목이 될 수도 있었는데 왜 그걸 뺐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위의 1988 캘거리 동계 올림픽에서의 금메달리스트인 헤르만 라이트베르게르(Hermann Reitberger)의 경기 모습을 보면 이게 정말 예술의 경지에 이른 스킹임을 알 수 있지요.^^

 

 

1992년 금메달리스트인 파블리스 벡커(Fabrice Becker)의 경기 장면도 예술적입니다. 1988의 라이트 베르게르가 예술성 위주의 스킹을 했다면 벡커는 예술성과 기술성의 두 가지 면에서 잘 융합이 된 모습이지요.

 

이런 프리스타일 발레 스킹은 1970년대에 존 이브스(John Eaves)와 미스 챕스틱 수지 채피(Suzy Chaffee)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보그너(Bogner) 스키복 회사에서 만든 유료 영화에 이런 장면이 삽입되어 있습니다. 꿈꾸는 듯한 스킹 모습에서 Old school ballet skiing의 진수를 봅니다.

 

 

하여간 이런 우아한 스키 종목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은 아쉬운 일입니다.^^;

 

-------

 

아래는 위의 존 이브스/수지 채피의 동영상을 찾다가 덤으로 찾은 빌리 키드와 수지 채피의 동영상으로서 1978년에 이란의 디진 스키장을 홍보하기 위한 것. 당시에 이란의 왕인 샤한샤(Shah han Shah/King of King의 의미)는 이란에서 동계올림픽을 열기 위해 이런 좋은 스키장을 만들었었지요.

 

빌리 키드와 수지 채피는 둘 다 미국의 알파인 국가대표를 역임한 선수들입니다. 다운힐러 빌리 키드는 나중에 스팀보트스키장의 스키학교장을 역임했는데, 특히 수지는 아주 예쁘고도 발랄한 여성이라서 가장 유명한 스포츠용 립스틱인 챱스틱의 모델이기도 했었고, 본느빌 화장품의 모델을 하기도 한 특별한 스키어입니다.

 

 

♥ 이 글을 추천한 회원 ♥
  장혜인     한밤     반나절스키어  
Comment '4'
  • ?
    나도 2018.01.16 18:29

    스타힐에도 있죠.
    B라인에서 하시는분 멋져요.
    제  생각에는 그분이 통합라인에서 주말에 매주 오전 오후 몇 번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능재부 식으로...
    어린학생 중에는 배우려하는 학생도 있을 것 같습니다.

  • profile
    Dr.Spark 2018.01.16 19:03 Files첨부 (1)

    스타힐의 발레 스키어는 제 친동생 박순관입니다. 1971년부터 스키를 탄...

    페이스북 박순백 칼럼의 동영상 아래 댓글에 제가 같은 답을 했었죠.ㅋ

     

    화면 캡쳐1.png

     

     

  • ?
    반나절스키어 2018.01.16 19:01

    발레스키라는 것이 있다는 것만 알았는데 올림픽 수준의 경기를 실제로 보니 놀랍네요.

    '방금 몸을 어떻게 한 거지?' 

    보는 동안 깜짝 놀랐습니다.ㅎㅎ

  • profile
    Dr.Spark 2018.01.16 19:09
    발레 스키 장비가 따로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것은 하트 사의 Acro 스키인데, 그게 지금도 출시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길이는 140cm 이하의 것을 사용합니다.
    폴도 시나노의 130-140cm 정도되는 굵직하고, 폴의 그립도 전혀 다른(그립 위가 평평하게 짚고 몸을 띄울 수 있게 만든, 그리고 그립에 끈이 없는...) 것이고, 파이프는 2중으로 된 강한 폴입니다.
    스키는 바인딩 자체가 자동 탈출의 스텝인 바인딩이 아니고, 스노우보드 같은 베일 바인딩입니다. 손으로 스냅을 주어 강하게 결속 시키고, 이탈이 안 되는...
    그런 장비 때문에 저런 기술이 가능하다?
    그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처음에 배울 때는 폴이 길고, 스키가 짧아야 합니다만,
    일단 익숙해 지면 일반 스키로도 거의 대부분의 기술을 구사할 수 있습니다.
    동생은 가끔 스키를 타다가 그 뵐클 회전 스키와 일반 폴로 그런 기술을 구사하는 것입니다.
    발레 스키어로서 훈련을 한 경우가 아니면 그런 시도는 즉각 부상에 연결될 수 있는 위험한 동작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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