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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의 13/14 시즌용 스키입니다. 지난 주 스타힐 리조트에서 시승을...


제가 13/14 시즌에 선택한 스키는 노르디카입니다. 월드컵(WC) 회전 스키이고, 길이는 165cm입니다. 저는 지난 몇 년간 엘란, 노르디카, 블리자드 등으로 제작사는 다르지만 계속 WC 회전 스키를 같은 길이로 타 왔습니다. 물론 각사마다 고유의 전통이 있어서 스키마다 타는 느낌이 많이 달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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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디카 도벨만 SL WC는 아래와 같은 모양으로 생긴 스키입니다. 스키의 이름은 도벨만.(아직도 희한합니다. 왜 스키 이름을 그렇게 지은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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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이 스키를 사용하는 스키어의 스킬 레벨은 상급에서 전문가(선수 포함)에 이릅니다. 절대 초중급자용은 아니지요. 스키가 많이 뻣뻣하고도 강해서 웬간한 체력과 기술을 가지지 않고서는 다루기 힘든 스키입니다만 전 도전하는 기분으로 항상 WC 스키를 선택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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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이 스키를 타면서 곧바로 이 스키의 성격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게 예전의 노르디카 스키들과는 다른 스키라는 걸 한두 번의 런(run)을 통해서 바로 알 수 있었지요.(대개의 스키어들은 하루종일 혹은 며칠 타 봐야 스키의 성격이 파악된다지만 전 그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치는 않습니다.^^) 역시 소문에서 들은 대로였습니다.


그 소문이란? 이 노르디카 스키를 만든 회사가 캐슬레(Kastle) 사가 아니고, 블리자드(Blizzard) 사라는 것 말입니다. 스키 부츠로 유명한 노르디카 사는 직접 스키를 자사의 공장에서 제작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노르디카 스키는 오스트리아의 캐슬레 공장에서 제작되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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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은 전년도와 달라졌지만, 크게 달라지지는 않아서 누구라도 쉽게 이 스키가 노르디카의 제품임을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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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스키 선단의 디플렉터(플라스틱 프로텍터) 모양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자세히 보니 제가 12/13에 탔던 블리자드 제품과 똑같습니다. 그 선단의 모양만 같은 것인지는 더 살펴 봐야...


- 12/13의 블리자드 레이싱 SL 월드컵(마그네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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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모양도...



- 왠지 두 스키가 로고와 그래픽만 달라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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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단 디플렉터만 같다고 하여 두 스키가 한 공장에서 나왔다고 추측하는 건 좀 과하지요. 서로 다른 스키에 같은 모양의 디플렉터만 사용할 수도 있겠으니까요. 하지만 다행히(?)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다른 제원들까지도 모두 살펴봤는데, 두 스키는 똑같다고 할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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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키의 테일 부위에서 제원을 찾아 봅니다. 요샌 대개 이 부위를 보면 스키의 제원들이 다 나와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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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여긴 165cm란 길이만 나오고 다른 제원이 안 쓰여있군요. 이탈리아에서 디자인되고 오스트리아에서 만들어졌다는 내용은 쓰여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머리-허리-꼬리의 제원을 직접 측정했습니다. 이상하게도 이탈리아의 노르디카 HQ 홈페이지를 살펴봐도 이 제원이 없고, 노르디카 제품의 카달로그에도 이 제원이 안 나옵니다. 홈페이지에는 길이와 회전반경만 나오고, 그것은 각각, 165cm와 13m입니다. 중요한 머리-허리-꼬리의 비례가 안 보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측정을 해 봤습니다. 측정된 수치는 114-66.5-102mm로 나왔고, 무게도 재 봤는데 6.9kg(바인딩 무게 포함, 한 쌍의 무게)이 나왔습니다. 

이건 아주 재미난 일입니다. 제가 지난 시즌인 12/13 시즌용의 블리자드 WC 회전 스키의 리뷰( http://goo.gl/jX31Tu )를 한 일이 있는데, 거기서 측정한 것과 완전히 동일한 스펙입니다. 이 무게는 원래 노르디카의 양판 회전경기용 스키와 비슷한 무게입니다.(세 시즌 전의 엘란 양판 회전경기용 스키의 무게도 현재의 노르디카 WC 회전 스키와 같은 6.9kg이었습니다. 그에 비해 블리자드의 양판 회전경기용 스키는 5.5kg으로 그보다 1kg 이상이 덜 나갔었지요.) 기존의 노르디카 WC 스키는 이번 스키보다 1kg 정도가 더 무거웠었거든요. 그러니 13/14의 노르디카 WC 회전경기용 스키는 대단히 가벼운 셈입니다.

제가 블리자드 WC 회전경기용 스키를 리뷰하면서 "스키가 가벼우면 조종성이 좋아지고, 피로감이 적어지기 때문에 편할 수밖에 없습니다.(당연히 들고 다니기도 편합니다.) 실은 피로감이 적으면 자신이 가진 힘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기술보다도 더 중요한 체력“이라는 면에서의 이점이 있고, 그래서 스키를 더 잘 조종할 수 있는 것이라 하겠습니다."라고 쓴 바 있습니다. 결국 이번 노르디카 WC 회전경기용 스키에 대해서도 똑같은 얘기를 할 수 있겠지요.

이 스키는 한 시즌 전의 블리자드 스키와 정확히 같은 것일 가능성이 많아진 것이지요. 마치 세 시즌 전에 나온 로시뇰 모글(Mogul) 스키가 두 시즌 전에 나온 다이나스타의 모글 스키인 Sixth Sense와 그래픽만 다르고 동일한 스키였던 것처럼 말입니다.(이건 다이나스타를 자회사로 둔 로시뇰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하겠습니다만...) 이건 길이, 머리-허리-꼬리의 비례, 회전반경, 그리고 무게까지 같으니 완전히 같은 스키라고 해야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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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traditional camber is also referred to as a "full camber" or a "positive camber." A traditional camber puts spring and pop into a pair of skis, allowing for easy handling, powerful carving, and great grip on icy or hard packed snow.

이 스키에 대한 노르디카 홈페이지의 설명을 보면 이 스키는 대개의 WC 스키들이 그렇듯이 "캠버 100%/락커 0%"의 스키입니다. 락커 스키처럼 스키판 좌우의 설면 접촉 길이가 다르고, 바깥쪽 에지가 배가 나온 것처럼 말려있는 디자인과는 다른 기존 월드컵 스키 제작 방식으로 만들어진 샌드위치 방식의 제품입니다. 이런 방식은 경기용 스키에서 요구되는 속도와 힘에 강한 리바운드와 정확도를 기하기 위한 제작 방식이지요. 그리고 두 개의 스키는 내부 구조까지도 같습니다.  

SPECS

SIDECUT:  R&D(이건 정확한 수치를 표시하지 않고 R&D라고만 표시)
FIRST SIZE: 165cm
CONSTRUCTION:  ENERGY 2 TITANIUM


그 구조는 아래와 같습니다.



_ENERGY_2_titanium.png

상판은 폴리아미드 탑 시트(top sheet), 카본 프리프레그 시트, 알루미늄 패널(타이태널 합금), 애쉬 및 포플라의 우드코어, 다시 프리프레그(카본/에폭시 함침) 시트, 또 한 층의 알루미늄 패널, 신터드 폴리에틸렌 베이스, 그리고 옆벽은 ABS로 되어 있습니다. 아, 딱 한 가지 차이가 있군요. 블리자드는 알루미늄 시트가 타이태늄 합금이 아니고 마그네슘 합금인 것이 다릅니다.(대개는 마그네슘 합금이 무게가 덜 나간다고 하는데...)


ENERGY 2 TITAN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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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의 타이태늄 패널 덕분에 이 스키는 경기용 스키가 요구하는 딱딱하고도 견고한 스키로서 비틀림에도 강하고 에너제틱한 선수들이 스키에 가하는 압력을 정확하게 잘 전달할 수 있는 것입니다. 대개는 월드컵 스키에만 알루미늄 합금 패널이 우드 코어를 아래 위로 감싸는 방식으로 만들어 집니다.


Offers the highest level of performance with a full wood core from tip to tail and two layers of Titanium extending over the edges. This construction comes directly from the World Cup and provides the most precise flex curve as well as maximum power transmission, torsion resistance, and rebound in all conditions.


근데 이 제품이 바인딩까지도 블리자드의 것과 같군요. 마커 사의 레이스 16 EPS를 장착하고 있으며, 바인딩이 장착된 EPS/피스톤 플레이트(더비)까지 같습니다.(피스톤을 감싼 플라스틱 부품의 모양만 좀 다릅니다.)

SPECS

BINDING: RACE 16 EPS
SYSTEM: PISTON PLATE


DSC00006.JPG
- DIN 6~16 Race bi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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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실들이 재미있어서 노르디카의 홈페이지를 더 뒤져봤더니만 "Nordica Race Skis were hand built in Mittersill Austria since 1945."란 구절이 나옵니다. 노르디카 사는 1945년에 스키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이 스키는 Mittersill이란 지역에 있는 스키 회사(공장)에서 만들어진 것이란 얘기지요. 그런데 이 Mittersill이란 지명은 바로 블리자드 사가 위치한 곳입니다. 위키피디아에서 블리자드 스키에 관해서 검색해 보세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Blizzard Sport GmbH is an Austrian alpine ski manufacturer based in Mittersill.

이제는 더 의문의 여지가 없어진 것이지요. 그러고 보니 13/14의 노르디카 WC 회전경기용 스키의 길이도 여자용이 155cm가 아닌 156cm입니다. 역시 블리자드가 선택한 여자용 FIS 회전 스키의 길이이지요.(참고: 세계스키연맹/FIS 월드컵 알파인 스키 장비 관련 규정들 --> FIS-Alpine-Ski-Equipment-Rules-2013-2014.pdf )

 

156cm - 13m: Women's FIS
165cm - 13m: Men's FIS


바인딩의 딘 게이지가 6-16에 이르고, EPS 피스톤 플레이트를 사용하고 있는 점에서 노르디카는 기존의 블리자드 WC 회전 스키와 실제적으로 같은 바인딩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그 모양이 서로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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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르디카의 RACE 16 EPS 피스톤 플레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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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스톤 플레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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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르디카의 플레이트는 앞뒤가 밋밋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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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에 비하여 블리자드는 Power S 바가 앞으로 튀어 나와 있습니다.

제작 연도는 다르지만 두 스키의 제작 개념은 같습니다. 실제로 타이태늄 패널인지 마그네슘 패널인지의 구조적인 차이와 바인딩 플레이트 시스템만 약간 다른 두 개의 스키는 거의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실제로 제가 타 보니 노르디카 스키는 왠지 강하고 딱딱해서 둔탁한 느낌이 있어서 예전부터 저와 잘 안 맞는 감이 있었는데, 이번 스키는 많이 달랐습니다. 전처럼 '다루기 힘들다. 나완 안 맞는다.'는 느낌보다는 '전과 달리 다루기가 좀 편해졌다. 나와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노르디카 스키를 블리자드와 함께 스키장에 가지고 가서 비교를 해 봤습니다. 그런데 둘이 달랐습니다. 무게가 같은데도 불구하고, 노르디카는 블리자드에 비하여 좀 딱딱했고, 다루기는 블리자드가 훨씬 더 편했습니다. 실제로 재본 무게는 같았지만, 블리자드가 훨씬 더 가벼운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이게 선입견 때문일 거야.'란 생각에 몇 번을 비교 시험해 봤는데, 역시 결과는 같았습니다. 제겐 블리자드가 더 편했습니다.


이번 13/14 노르디카 WC 회전경기용 스키는 제가 예전에 이 회사 제품과 친하지 못 했었기 때문에 도전정신을 가지고 선택해 본 것이었습니다. 블리자드 스키가 제게 잘 어울린다는 걸 알면서도 일부러 노르디카를 선택해 본 것이었지요. 노르디카 스키를 블리자드 사에서 만들었다는 소문도 확인할 겸.


결과는 위에 기술한 대로 절반의 성공이었습니다.^^ 둘이 같은 듯 다른 스키이고, 노르디카는 전에 비해서는 훨씬 다루기 편한 스키가 되어 있었습니다만, 제겐 역시 블리자드 스키가 잘 맞는다는 걸 확인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구조재의 특성이 다른 것과 바인딩이 설치된 플레이트의 변화가 미치는 영향도 꽤 크다는 걸 알게 되었고요.


이 결과를 주변 스키어들에게 얘기하니 저의 차후 선택에 대한 조언 역시 반반입니다. "잘 맞는 걸로 택하라."는 것이 반절 정도, "스키는 도전하는 가운데 타는 게 실력을 늘이는 일이니 노르디카가 좋겠다."는 것이 나머지 반 정도였던 것입니다.^^


다음 시즌엔 뭘 선택해야 할 지 고민입니다.^^ 행복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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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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