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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2929 좋아요 13 댓글 9
인상깊은 일이 있어서 한말씀 끄적.

지난주 온화한 기온탓에 스키장 설질은 엉망이었습니다.
용평도 예외가 아니었구요.
야간이라 해도, 토요일은 실망스럽더군요.
낮에 녹아있던 눈의 표면이 얼어붙으면서, 오히려 얼음알갱이 투성이었고, 눈의 바닥은 얇고 무르고...
삼월초 이른 아침에 만날만한 그런 설질.
성긴 빙수.
이런 눈에서는 흥이 안날뿐만 아니라, 혹시 스킹에 지장있을까 불안해지기도 하죠.
초심자들에게는 더욱 힘들 것이 자명하고, 자칫하면 부상이나 사고를 야기할 수 도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사고 하나를 목격했습니다.
늦은 토요일 오후에 도착한 우리가족은, 조심스레 야간이나 타자하며, 일찍 저녁해 먹고 레드에서 놀고 있었는데,
한 숏스키어가 정상에서부터 내리 직활강하더니, 3부능선 즈음에서 어린 스키어를 쳤습니다.
원래 그런 모험적인 스킹을 즐기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냥 낙하하듯 직진.
우선 생각보다는 큰 사고가 아닌 것으로 보여서 다행스러웠지만,
그래도 직활강하신 분은 발목부상과 안면찰과상은 깊어 보였고,
중학생 피해자는 심적으로 많이 놀라서 우왕좌왕하고 있었습니다.

저희가족은 현장에서 멀지 않은 상단부에 있었기에, 급히 내려가서 사고처리에 도움을 주고자 했으나 머뭇머뭇한 수준이었습니다.
이미 한분이 사고현장 바로 위에서 더 이상의 추돌이 없도록 통제하고 있었고,
저는 부상자에게 이래저래 의식존재 여부, 상황에 대한 이해 등을 물으면서, 중학생을 안도시키는 노력을 했지만,
사실 부상자의 체온유지랄지 손상부위보호, 이러저러한 긴급조치에 대해서는 머리속만 어지러울 뿐이었습니다.
이때 등장한 준수한 용모의 천마산리스트 젊은이가 참으로 차분하게 부상자에 대한 구호조치를 취하더군요.
천리동인 것은 와펫으로 알 수 있었고, 용모준수여부는 초기조치가 노련하다 싶어 제가 가까이 얼굴보며 대화해 봤기 때문에 확실.
소문으로만 천리동의 명성을 들어왔던 저는, 그예 한편으로는 반가움까지 들었습니다.
워낙 이런 상황을 수습하는 것에 능력도 책임의식도 큰 것으로 확인되어, 저희 가족은 당부반 칭찬반 남기며 현장을 철수했었습니다.
사고상황이 매우 우악스러워서, 저희는 바로 스키를 접었습니다만...

요는 군복스타일 천마산리조트 와펫붙인 젊은 친구, 그를 칭찬합니다~
*다치신 분도 어서 쾌차하시길 빌고, 놀란 학생도 '십년감수'했겠지만 살아갈 날이 훠월씬 많으니 감사하는 마음 가지세요~~~
*Level test에도 구호조치 등 넣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 한켠에, 훌륭한 동호회는 이런 것 이미 교육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도 들었습니다.
*모두 즐겁고 안전한 스킹을 하세요~ 즐거워야 합니다. 즐거우려면 안전하게 타야 하고, 안전하려면 제대로 타야합니다. "즐/안/제" : 제가 아들에게 주입하는 구호!
Comment '9'
  • ?
    이준오 2013.02.04 16:11
    [ junoli@hanmail.net ]

    천리카페에 퍼가도 될까요? ^^
  • ?
    박순백 2013.02.04 18:33 Files첨부 (1)

    [ spark@dreamwiz.com ]

    누굴까?ㅋ
    준수한 청년이...


     

    나중에 아래 있는 댓글을 통해서 그 준수한 청년이 클럽 천마산리스트의 신용주 준강사라는 걸 알게 되었죠. 그리고 준수한 모습인가는 아래 사진을 보시면 아실 수 있을 듯합니다.^^

     

    002.jpg

     

  • ?
    조민 2013.02.04 19:15
    [ madskier@드림위즈.컴 ]

    그 당시 저와함께 스킹을 하고 있던 신용수 준강사입니다.
    저와 대화도중에 그 사고를 목격하였고. 저는 미리 내려간 와이프를 찾아 레드리프트로 그 친구는 사고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패트롤이 오기전까지 자신의 자켓을 벗어서 덮어주고 패트롤에게 자신이 목격한 모든 상황을 전달하고.
    추후에 의무실까지 가서 사고상황을 확인까지 했습니다. 직활강을 하던 가해자가 부상이 심했고 피해자가 안 다친게 다행이랄까요.
    정강이뼈 골절이었다고 합니다.
    용평스키스쿨에서 강사까지 했던 친구입니다. 한때 여기서 솜털이라 불리웠던.
  • ?
    이정환 2013.02.04 21:34
    [ ds2pep@lycos.co.kr ]

    그런데 그 숏스키어는 무슨 생각으로 정상부터 직활강으로 내리 꽂았을까요?

    사람 피할 실력도 못 되면서....

    누구 귀한 자식, 가족 다치게 하려고...
  • ?
    조민 2013.02.04 22:17
    [ madskier@드림위즈. 컴 ]

    안타깝게도 사고나기 전까지 계속 그런식으로 타더라구요.
    저와 원정강도 그 사람을 피해다녀야 할 정도였어요.
    정말로 위험하게 타시는 분들 참 많죠. 남의 폴라인으로 갑자기 템포바꿔서 들어오는 사람도 있구요.
    사고나면 큰일 난다는 것을 잘 모르는거 같아요.
  • ?
    신용수 2013.02.05 14:10
    [ melody3090@naver.com ]

    마침 그 스키어의 움직임을 처음부터 보고 있었던 터라 구호가 가능했습니다.
    해준거라곤 자켓 벗어 덮어준거랑 부상부위 확인, 소지품 챙겨주기, 지인 연락시키기, 사고정황 설명 뿐입니다.
    칭찬 받을 일은 아닌것 같은데;;쑥스럽네요.
    용모 준수하다고 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언제 얼굴까지 보고 가셨네요^^;
  • ?
    신재영 2013.02.05 18:40
    [ valuejoy@gmail.com ]

    오늘이 화요일이니 만 이틀만에 미담 주인공과 간접 대화가 되네요. ㅎ
    참 대단한 세상, 대단한 블로그.
    좋은 일 전파뿐 아니라, 나쁜 일도 쉬 해결할 수 있겠네요. ㅎ
    또 놀라운 거는, 레드는 모니터링된다는 거! 고수들에게...
    그리하야, 레드에서는 여러모로 조심조심.
    다른 모든 슬로프에서는 그저 조심조심...
    날이 다시 추워지고 눈도 내리니, 모두 다시 스킹을 열망하리라.... ㅎ


  • ?
    알보칠마을촌장 2013.09.08 02:22

    저도 자리에 있었네요.

  • profile
    Dr.Spark 2013.09.08 11:24
    아, 김정혁 선생님도 함께 사고 처리를 하신 분이군요.^^ 제가 잘 기억해 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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