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 강사를 할 것도 아닌데... 왜 강사 자격증을 취득 하지?
'스키 강사를 할 것도 아닌데... 왜 강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지?' 하고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요? 강사 자격증을 취득하고자 하던, 자격증에 관심이 없던 이런 고민을 한 번이라도 해보셨다면 당신은 시리어스 스키어임이 분명합니다.
그 이유는 한국에서 소위 상급자라면 강사 자격증 레벨 1, 레벨 2 혹은 티칭 1, 티칭 2를 가지고 있어야 타인으로부터 인정 받는 분위기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자격증 취득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현실적인 상황이 이렇다보니 상급자들에겐 여간 신경쓰이는 것이 아닙니다.
본인이 A라는 스키어보다 잘 탄다고 생각할지라도 A가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면 왠지 꿀리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러다 주변의 누군가로부터
"와~ A는 이번에 레벨 2 땄다고 하던데... 대단하네."
"와~ 그 친구 겨울 내내 강습받더니 정말 고수가 되었나 봐. 이제 A에게 배워야 겠는데..."
이런 말을 듣기라도 하면 바로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뜨거운 것이 올라 옵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에잇~ 스키 강사 할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남들에게 인정 받으려면 나도 자격증 하나는 가지고 있어야 하는거 아냐?...'
이런 생각이 떠오르는 걸 막을 길이 없습니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이런 스스로의 검증과 타인의 인정을 받고자 하는 심리때문에 자격증 시험에 도전합니다. 타인과의 비교 평가를 중시하는 한국 사회의 특성이 스키 문화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비교 평가의 문화가 가지는 긍정성과 부정성을 논하기에 앞서 우리의 현실이 그러하다면 차라리 긍정성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이 단순히 자신의 스키실력을 검증받고 타인에게 인정받는 데에 그치지 않고, 실제적으로 자신의 스키향상에 도움이 되고, 자신의 자녀들이나 친구들을 제대로 안전하게 가르칠 수 있어야 합니다.
캐나다의 스키 강사 자격 시험은 이러한 자격증 제도가 가지는 긍정성을 제대로 보여 줍니다. CSIA 레벨 1 의 경우 3일간, CSIA 레벨 2의 경우 5일간 감독관으로부터 철저하게 스키의 기본기를 배우고 강습 방법을 교육 받습니다. 이러한 교육은 감독관이 알아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매 년 시즌 초에 이루어지는 시험감독관 보수교육을 통해 교육 내용이 정리되고 철저하게 매뉴얼에 따라 집행됩니다. 어떤 감독관에게 배우던 교육의 내용이 같을 수 밖에 없습니다.
스키 기술을 배우는 과정에서 이론 교육과 비디오 교육을 병행하므로 스키의 원리를 이해하게 되고, 자신과 타인을 가르치는 감독관의 강습 방법을 직접 보고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초보자를 어떻게 강습하는지에 관한 시범과 교육을 통해 강습생의 신체적, 심리적 준비 상태에 따른 강습 방법을 배웁니다.
이렇게 스키 기술의 원리와 강습법에 대한 교육을 받은 뒤엔, 코스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직접 강습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직접 강습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감독관은 적절히 가이드 라인을 제공하고 피드백을 주어서 질 높은 강습이 이루어지도록 이끌어 냅니다. 이러한 모의 강습을 직접 실시하므로써 코스 참가자들에게는 엄청난 발전이 이루어집니다. 그러한 발전의 근거는 미국의 NTL에서 발표한 [학습 피라미드]를 보시면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CSIA 레벨 테스트 과정에선 아무리 스키를 잘 타도 티칭능력이 없으면 탈락합니다. 스킹과 티칭이라는 두 가지 관문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티칭 시험은 다른 스키어들의 스킹을 보면서 평가하여야 합니다. 상급자들의 시각에서 초보자나 중급자들의 스킹은 헛점투성이 입니다. 아마 수십가지가 바로 눈에 띄일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저런 지적을 하게 되지만 아무리 옳은 지적을 해도 감독관은 고개를 갸우뚱 거릴 것입니다. 수 십 가지가 눈에 보여도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기술 하나를 지적하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평가의 기준은 개인적인 의견이 아니라 철저히 CSIA 매뉴얼에 따라야 합니다.) 강습생에게 여러 가지 과제를 지적하는 것은 강사 자신의 잘난 척 밖에는 안됩니다. 강습생은 곧 과부하가 걸려 이것도 저것도 안되어 스트레스만 받게 됩니다.
스키어의 스킹에 대한 평가를 근거로 하여 어떻게 발전 시킬지에 대한 강습 내용이 정해집니다. 역시 마찬가지로 CSIA 매뉴얼에 따라 발전전략을 정해야 합니다. 강습생의 의도와 신체적, 심리적 준비 상태를 고려하여 강습의 내용이 만들어져야만 합니다.
또한 아무리 스킹 평가와 발전 전략을 제대로 만들어 내더라도 고객서비스(People Skill)에 대한 강사의 자질이 갖춰져야 합니다.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과 인내하는 태도, 친절하면서도 지도력이 담긴 말투 등을 갖춰야 합니다. 이러한 자질이 없다면 아무리 스키를 잘 타도 절대 자격증을 취득할 수 없습니다.
이제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죠.
왜 자격증을 취득할까요? 자격증 취득의 과정에서 스키의 원리와 기술을 이해하게 되므로 당연히 스키어 자신의 스키 실력이 향상 됩니다. 또한 티칭을 배우는 과정에서 스킹분석, 발전방법 제시, 제대로 된 시연 등을 통해 강사에게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과정은 다시 스키어 본인의 스키 실력의 향상으로 이어집니다.
자신의 스키실력 검증과 타인의 인정이라는 일차적 이유뿐만아니라
스키 기술 이해와 스키 실력 향상, 제대로 스키어를 가르치는 방법까지 배울 수 있다면
스키 강사 자격증 취득이 단순한 자기 과시용으로 끝나진 않을 것입니다.
한국의 스키강사 자격증 시험이 CSIA와 같이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발전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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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네요...ㅎ
그 누구도는 아니고 .....최초 질문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최소 저희팀들이 그렀습니다.그런 내용의 글도 쓴적이 있구요.
저는 오래전부터 강사 할 사람은 전문적으로 티칭 위주의 강사 준비를 하고
자기 실력검증이나 최고수가 되고 싶으면 레이싱의 길로 가는게 좋타고 주장...ㅎㅎ
하지만 스키 타다보면 누구라도 가르칠 기회가 오기마련이니 가르치는 능력을 갖추는건
아주 좋은 일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티칭 위주의 캐나다식 강사 프로 그램 국내 도입
아주 잘 된 일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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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신재영 선생님처럼 받아들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스키계의 발전에 힘이 되었으면 좋겠지만 소 귀에 경 읽기라면 공염불에 그치겠지요. 그런 결과나 소외를 염려하지 않고 언제나 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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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선 선생님, 선생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조만간 한번 의기투합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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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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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뜨거운 것이 막 올라오네요^^
(감히) 한가지 꼬투리(ㅋ), 잡아 보자면...
제가 아는 선에서, 그 누구도, 선생님의 '최초 질문'처럼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오히려...
탈락한 후에, "에효. 강사할 것도 아닌데 뭐... 제길. 어휴. 히잉 ㅠㅠ" 이렇게 할 듯합니다.
저는 그랬었습니다^^ 에효...
*CSIA L4 정 선생님 뜻의 실현, 실상 어떤 면에서는 스키계의 다복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