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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땅에 헤딩으로 만든 놀랍도록 좋은 스키"라고 표현하면 딱 맞을 것 같다. 이름도 낯선 러스티(LUSTi)란 브랜드의 스키를 처음 대했을 때는 '체코제 스키??? 체코에서 스키를 다 만들어???'에 이어 '그래도 수제 스키라고 하니까 하찮게 만든 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스키 실물을 보면서 왠지 그게 생각 이상의 스키일 것 같다는 것으로 바뀌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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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스키 상판 전체가 브랜드 네임이 적힌 스키이다. 뭔가 거기서 느꺼지는 자신감 같은 게 있다. 

 

가장 커다란 이유는 스키의 생김 때문이었다. 스키의 레벨로 치면 이것이 FIS WC급 스키(월드컵 출전 선수에게만 그 선수용으로 커스토마이즈해서 따로 제작하고, 지급되는...) 바로 아래의 양판 경기용 스키에 해당하는 것이니 이 회사의 기함급 스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은데, 이 스키가 가진 카리스마가 대단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그건 이 스키의 외관에서 받은 인상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로는 스키의 만듦새와 마무리를 보니 큰 정성이 깃들어 있었는 게 분명했기에... 

 

러스키의 주변 개관

LUSTi라고 아주 큰 볼드체로 스키 상판을 꽉 채울 정도로 써놓은 로고타입을 보면서 그 강렬한 어필에 왠지 내 마음이 동하게 했다. 동구권에서는 "경공업의 유고슬라비아, 중공업의 체코슬로바키아"로 대변되던 시절이 있었다. 전자는 예전부터 유명한 스키가 있었다. 바로 엘란(Elan)이다. 엘란은 지금까지도 월드컵 최다 우승자로 꼽히고 있는 스웨덴의 잉게(에)마르 스텐마(르)크가 사용하던 스키이기도 했다. 이 스키는 유고 연방이 분리된 후에 슬로베니아에 속한 채로 계속 생산되고 있다. 하지만 체코는 그같은 스키의 전통이 없는 나라이다. 체코는 현재 프리스타일 모글 부문에서 월드컵 2인자로 등장한 니콜라 수도바(Nikola Sudova)나 역시 스노우바이크 세계 2인자인 파벨 치하섹(Pavel Cihacek)로밖에는 기억되지 못 하고 있다. 물론 FIS 월드컵에서 시상대에 오르곤 하는 슬로바키아의 페트라 블호바(Petra Vlhová)도 그들은 자국 선수처럼 대접하는 경향이 있기는 한데...(체코슬로바키아는 연방에서 1993년에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평화롭게 분리되었다.) 모글과 스노우바이크 부문의 두 체코 선수가 모두 러스티(Lusti)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다른 분들이 아래 사진에서 이 스키의 모양으로부터 받는 인상이 나와 같을 지는 모르겠다. LUSTi란 로고타입에서 맨 마지막 글자를 소문자 "i"로 하고 위쪽의 점을 빨간색으로 칠한 건 꽤 멋져보인다. 근데 그게 상당히 의도적인 듯하다. 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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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에 보이는 로고타입에서 마지막 두 글자는 Ti이다. 이것은 원래는 타이태늄(티타늄)의 원소 기호인데, 그렇다고 진짜 티타늄이 사용된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 "i" 자 위의 빨간점은 그 아래쪽 바인딩 앞에 있는 빨간색 삼각형 속의 Titanium이란 글자와 연결된다. 사용자들에 대한 소구 포인트가 뭔가를 아는 회사이다. 왠지 만만해 보이지 않는 마케팅 기믹(gimmick)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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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스키가 왠지 강해보이는 이유 중의 하나가 그 볼드체의 로고타입이기도 하지만, 사용하는 플레이트/더비와 바인딩이 비스트(Vist) 제품인 것도 한 몫하는 것 같다. 비스트 플레이트 위의 RC는 레이스(RaCe)를 의미한다. 

 

러스티란 이름의 기원

 

근데 도대체 LUSTi란 이름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난 원래 이런 일에도 관심이 많다. 그래서 뒤지다 보니 그게 이 회사를 창업한 사람의 이름과 관련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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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창업자의 이름 밀란 러스티의 스펠 중 일부(내가 핑크색 언더라인을 한)가 바로 러스티이다. 대개의 브랜드들이 사람 이름인 것은 동서양이 다 비슷한 것 같다. 이 사람은 스키어이고, 딸 둘이 알파인 스키 선수이다. 이 회사의 스키는 딸들을 위해 만든 것이기도 하다.

 

왜 수제 스키일까? 수제 스키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럼 왜 내가 이 글의 서두에서 러스티를 "맨땅에 헤딩으로 만든 놀랍도록 좋은 스키"라고 표현했을까? 그건 이런 이유가 있다. 원래 창업자 러스티넥은 스키어였다. 하지만 호기심이 뛰어난 이 사람은 스노우보드 시대가 왔을 때 그걸 해보고 싶었으나 체코에서는 스노우보드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뛰어난 손재주를 가진 광산 기계공인 러스티넥은 스키나 스노우보드를 만드는 과정에 대해 아는 바도 없고, 관련 공장을 구경조차 못 해 봤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스스로 만들어보겠다고 생각하고 그걸 실천에 옮겼다. 그는 마치 체코의 비유로 "물만으로 요리를 만들어내듯" 혹은 우리 표현으로 맨땅에 헤딩하듯 1992년에 첫 번째 스노우보드를 만들어 냈던 것이다. 이를 만들기 위한 모든 기계는 그가 쇳덩이를 용접을 하거나 두드려 가며 직접 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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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스노우보드 제품이 완벽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수준이 이미 상당한 경지에 올라있는 것이었기에 주변 사람들이 그에게 스노우보드나 스키의 제작을 의뢰하게 되었다. 당연히 모든 제품들은 그의 단독적인 수작업으로만 이루어졌다.(그가 만든 수공 기계들은 아직까지도 그의 공장에서 사용된다. 단지 이제는 러스티텍 한 사람이 만들지 않고 많은 종업원들이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만 달라졌을 뿐이다.) 이 회사의 창립년도는 1993년인데 이는 그가 최초의 스노우보드를 만든 이듬해이다. 이 해에 그는 한 오스트리아의 회사로부터 스노우보드의 대량(무려 100대) 주문을 받게 된다. 그로부터 몇 년간에 걸쳐서 러스티 사는 그 오스트리아 회사에 스노우보드를 납품하면서 기술력을 쌓아가게 된다.(실은 당시엔 러스티란 회사 이름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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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스티의 제품들이 수제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위에서 기술된 대로 맨땅에 헤딩으로 error and trial을 통해서 축적된 기술과 전근대적(이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첨단 스키 제작 공법인) 샌드위치 구조의 스키를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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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드코어와 카본, 하니컴 구조재, 그리고 티타날(Titanal®) 패널(WC 스키엔 2개의 패널), 트라이액시얼 카본 시트, 신터드 베이스(P-Tex) 등이 샌드위치 형태로 조합된 러스티 스키. 사이드월이 페놀릭이 아닌 ABS인 것 하나만 좀 아쉽다. 


2000년에 이르러서야 이 회사는 현재와 같은 생산 공장을 만들게 되고, 이 때로부터 최초의 스키를 생산하게 된다. 이 스키는 특별한 디자인이 없었다. 로고나 브랜드가 없이 달랑 스키만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스키의 성능에 반해서 큰 관심을 표현하게 되었고, 그래서 자신의 이름(last name)인 러스토프키(Lušťovky)에서 비롯된 이명(異名) 러스티넥을 회사명으로 정하기로 한다. 거기서 최종적으로 선택된 것이 "러스티"이다. 그 당시에 그의 두 딸은 주니어 알파인 선수로 활약했다. 러스티는 그의 두 딸을 위해 정성을 다해 만든 스키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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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quality skis at the lowest price

 

"High-quality skis at the lowest price" 즉 최저가에 고품질의 스키를 제공한다는 것이 밀란 러스티넥의 모토였다. 그래서 모든 스키를 전통적인 최고의 스키 제작 방식인 샌드위치 방식으로 만들었다. 이것은 지금 소위 "월드컵 스키 공법"으로 불리는 가장 제작하기 까다롭고, 제작비도 많이 들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방식이다. 그리고 러스티는 실제 월드컵 스키를 만들듯 모든 제품에 나무 심재(우드 코어)를 사용했고, 티타날 패널을 끼워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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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는 전혀 마케팅 비용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유는 그럴 돈이 있으면 그걸 스키 제작에 투여하기 위함이다. 오로지 제품의 품질로만 인정받겠다는 것이 창업자의 의지이다. 러스티넥은 품질이 좋으면 결국은 그걸 사용자들이 알게 될 것이고, 그 이상의 홍보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 회사는 처음부터 구전(viral) 마케팅에 의해 생겨났고 그게 효과적임을 계속 확인해 왔기 때문이다. 

 

러스티가 지금과 같은 획기적인 디자인을 가지게 된 것은 오래지 않다. 그건 2013년부터이기 때문이다. 이 단순한 디자인은 힘과 순수성, 단순성, 그리고 현대성을 상징하는 것이다. 18/19 시즌 현재 러스티는 6,000페어의 스키를 생산했다. 이 회사는 FIS 규격에 맞는 활강용 스키와 프리스타일 스키, 나아가 마운티니어링용 투어 스키와 스노우바이크를 포함한 모든 스키를 생산한다.(물론 현재도 프리스타일 및 레이싱용 슬라럼 스노우보드를 생산하고 있고, 앞으로는 웨이크보드와 카이트보드까지 생산할 것이라 한다.)

 

LUSTi RC SL은 어떤 스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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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스키는 경기용(RACE)의 SLalom(회전) 스키이고, 카빙 스키(carver)이다. 그 사실이 함축적으로 스키 테일 부위에 이렇게 쓰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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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에서 지적했듯이 브랜드 이름의 디자인 안에까지 Ti를 적어 놓은 이 스키에는 상단에도 Titanium이란 단어가 쓰여있는데, 스키 꼬리 중에도 또 타이태늄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다. 그 사실이 무려 세 번이나 반복되고 있는 것.^^ 이것, 착각하지 말자. 티타날 패널이다. 알루미늄 합금일 뿐. 그래도 비틀림 강성을 최고조로 올린다. 

위의 꼬리 상판에 적힌 정보를 통해 볼 수 있듯이 이 스키는 머리/허리/꼬리의 스펙이 122-68-104mm의 오버사이즈드 카버(carver)이다. 당연히 카빙 능력이 극대화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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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간단한 도표는 이 제품의 성격을 말해 준다. 호는 짧은 편이고, 빙판에 강하고, 에지 위주의 스킹이라 밀리지 않고, 편히 타기 힘든 경기용이라는 얘기다. 

 

그걸 좀 더 상세하게 보여주는 것이 아래의 도표이다. 점차 옅어지는 색깔로 그 정도를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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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스키의 길이는 5종이 있으며, 그 회전반경(R)은 길이에 따라 10.7m에서 14m까지 다양하다. 내가 테스트해 본 스키는 FIS WC 남자 회전 규격의 길이만 같은 165cm짜리였고, 회전반경은 13.2m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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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스키는 월드컵 스키용의 플레이트/더비(Plates/Derby)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비스트(Vist) 사의 제품을 사용한다. 이 플레이트의 이름은 스피드 락 프로(Speed Lock Pro)로서 가장 가벼운 월드컵 더비 중의 하나이다.(이 제품의 수입을 원하는 회사가 국대 선수, 국대 데몬, 정강사 등 다양한 테스터들의 리뷰를 받기 위해 스피드 락 프로를 설치했다. 아주 쉽게 부츠 사이즈에 맞춰 바인딩을 세팅할 수 있다.)

 

Vist 플레이트와 바인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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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USTi라 쓰인 이 바인딩은 실제로는 Vist 사에서 OEM으로 납품받은 것이다. 비스트 플레이트 위에 같은 비스트 사의 바인딩이 장착되어 있는 것이다.(잘 아시지요? 이탈리아의 비스트 사는 몇 년 전에 한 한국 회사에 의해 인수되었다는 것을???^^ 지금은 "래드스토어"를 운영하는 한국의 모회사가 바로 비스트 사의 모회사이기도 합니다. 한국석유가 바로 그 회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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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스피드 락 프로 플레이트는 대단히 강력한 월드컵 플레이트 중 하나이나 그 중에서 가장 가벼운 것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이 플레이트는 러스티의 FIS WC 규격 스키인 한 단계 위의 FR SL(Fis Race SLalom)과 FR GS(Fis Race Giant Slalom)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단지 이 플레이트는 순 경기용인 WC 제품에 비해 약간 디튜닝된 제품일 뿐이다. 

 

스키화의 바로 밑은 스키의 센터가 위치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고, 스키어의 체중이 가장 많이 걸리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부위는 스키어의 움직임이 시작되는 시발점이기도 하다. 스키의 앞뒤 부분은 얇고 넓은 가운데 비틀림이 없어야 회전의 시작이나 마무리가 쉽고도 정확하기에 가벼운 가운데 스키판이 좁고 길기에 생기는 비틀림(torsion)에 강한 티타날 패널이 래미네이트 되는 것이다. 전체적인 스키의 비틀림 강성(torsional rigidity)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항상 스키어의 체중이 집결되고, 에징의 강도와 스킹의 모멘텀을 결정하는 스키의 중앙 부위 역시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 두께만 조절하는 것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 상부에 플레이트를 설치하여 전체적인 스키의 휨(flexion)과 강도를 보강하거나 수정하는 것이다. 

경기용 제품이 아닌 경우에는 다이얼 락(dial lock) 등 쉽게 센터를 유지하면서 앞뒤 바인딩의 위치를 동일하게 밀고 당기는 편한 플레이트가 사용되기도 하지만 월드컵용이나 양판 경기용의 플레이트들은 그보다는 훨씬 더 비타협적인 것으로 채택된다. 비스트의 이 스피드 락 프로는 비교적 비타협적이나 그런 제품 중에서는 좀 편한 축에 속하는 조절장치를 가지고 있다.(그래서 "스피드"란 단어가 들어가는 것.) 중간에 있는 두 개의 락 레버를 이용해서 앞뒤 바인딩을 들어낸 후에 위치를 정해 다시 밀어넣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월드컵 스키 이하의 스키들은 락 레버만 돌려서 스키 길이를 조절하고 탈 수 있음에 비해서 이건 그보다 좀 까다롭고, 더 정확하게, 튼튼하게 고정된다.) 그러므로 어떤 경우에도 한 번 고정된 바인딩이 밀리는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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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 바인딩에  위치 조절을 위한 스키화 아웃쉘 길이 표시가 되어 있다. 
 

이 스키는 외관상으로 특별한 점이 없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상단 탑 시트(top sheet) 바로 아래 티타날 패널이 위치하고 있으며 그 패널의 앞부분, 즉 스키의 접설길이(contact length)의 앞부분에 해당하는 곳(브랜드명 중 "S" 자 하단)에 이르기 전까지 1mm 정도가  더 파여있다. 그리고 그 앞부분은 원래의 상판 넓이와 같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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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판 S 자 하단의 선이 꺾이는 것을 주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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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진에서도 확인하기 힘든 분은 아래의 확대 사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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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스키를 오래 타 본 분들은 쉽게 짐작하실 수 있는 것처럼 스키 전반부의 프론트 리딩(front leading)이 쉽게 하기 위한 것이다. 스키의 앞쪽 접설점 전반에서의 회전의 시작(initiation)을 돕기 위한 장치이다.(그게 있어서 스키의 날을 갈 때 문제가 될까 싶어서 각도기가 달린 샤프너를 대보니 별 문제는 없었다.)

 

시승을 해 본 소감

 

이 스키를 상당히 많이 테스트해 봤다. 내가 스폰서링을 받고 있는 케슬러(Kessler) 스키를 주로 타는 중간에 설질이 변하는 걸 살펴서 다양한 설질에서 이 스키를 시험해 본 것이다. 

 

그런데 스키를 처음 탄 날의 느낌이 여러 차례의 테스트 중에서 동일하게 느껴졌다. 그것은 아래와 같은 세 가지였다.

 

1. 꽤 단단한(강한) 스키이다.

 

2. 속도가 아주 많이 난다.

 

3. 에지 그립이 엄청나다.

 

1번은 양판 경기용(혹은 최상위 데모급으로 불러도 될 듯하다.)의 스키인데다 월드컵 순경기용 바로 아래급의 플레이트/더비를 장착한 것이어서 그러리란 생각을 했다.

 

나는 비교적 강한 스키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런 스키가 급경사의 슬로프에서 좋고, 또 빙판에서도 강하기 때문이다.(내가 특히 좋아하는 것이 강설에서의 스킹이다.) 이 스키는 무겁고 강하지만 FR급 월드컵 스키 만큼 무겁지 않은 것이고, 그만큼 강하지는 않다.(큰 차이는 없지만 어쨌든 그렇다.) 그러므로 엘리트 선수가 아닌 스키 강사들이나 전문가급의 최상급자 정도면 다루는 데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조민 선생에게 듣기로는 용평의 몇 KSIA 정강사가 타 보고 너무 강하고, 다루기도 쉽지 않은 스키란 얘기를 했다고 한다. 내 주위의 몇 정강사과 아마추어 최상급자들이 타 보았는데 그들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심지어 그중 대다수는 한 슬로프도 다 못 타고 타는 걸 포기했다.-_- 내가 타보니 정강사급에서 이 스키에 대하여 그런 평을 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준강사급까지는 일반인이고, 정강사급에서부터는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게 무슨 소린지 도무지...^^; 내 생각엔 준강사급(KSIA Level II, 혹은 티칭 2) 정도면 다룰 수 있는 스키라 본다. 취향이 강설 스킹이라면 특별히 더 좋아할 만한 특성을 지닌 스키가 러스티일 것이다. 

 

2번은 전혀 기대 않은 것이었는데, 첫 날 야간 스킹 초장엔 감당 못 할 만큼의 속도가 나는데다 3번의 엄청난 에지 그립 때문에 당황했다. 스키 테스팅을 할 때의 상황이 온도 0도를 유지하던 때라서 눈이 매끄럽고 푸석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다루기가 껄끄러울 정도의 속도와 그립이 나오다니... 나 스스로 속도를 내는데 익숙한 스키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야간이라 시야가 좀 안 좋은 가운데 의외의 속도가 나오기에 당황했던 것이다. 나중에 대낮에 스킹을 해보니 당황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꽤 속도가 났다. 이 스키를 타면서는 가끔 도전심이 유발되는 경향이 있는데 그건 아주 혹간 상체보다 스키가 먼저 나간다는 느낌이 들어서 중심을 바로 잡아야하는 상황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그만큼의 속도감을 항상 느끼게 해 주는 스키이다. 

 

3번의 에지 그립이 강한 것은 내가 옆날 89도의 스키를 주로 타다가 옆날 87도/바닥 날 0.5도의 스키를 탔기 때문이니 당연한 것이다.(결국 이 스키는 87.5도의 에지각을 가지고 있는 것.) 사실상 에지 그립이 강한 스키는 날로만 달리기 때문에 빠를 수밖에 없는데 이 스키가 단단하기까지 하니 당연히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1, 2, 3번의 특징은 그 하나하나로 구별될 수도 있지만 그게 속도라는 면에서 합체가 된다는 걸 부정할 수가 없다.(이 스키를 타고난 직후에 난 내 에지각을 89도에서 88도로 곧바로 변경했다.) 

 

나중에 영하의 강설에서 타보니 역시 에지 그립이 발군이다. 그리고 단단하고 에지 그립이 좋으니 제동이나 컨트롤도 상당히 좋다. 그리고 속도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런 스키가 양판 경기용의 WC 스키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럼 도대체 러스티의 FIS 월드컵 스키인 FR SR은 어떤 성능을 가졌을까?'하는 의문이 생겼다. 꼭 한 번 타 보고 싶다. 

 

러스티의 RC SL은 상당히 좋은 스키이고, '오랜만에 아주 맘에 드는 스키를 봤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이 스키를 겉눈이 많이 흩어져 쌓인 슬로프에서 타는 건 더 부드러운 스키로 이리저리 눈을 타고 넘으면서 느끼는 재미까지 주진 못 한다. 이 스키의 용도는 잘 정설된 눈이나 단단한 눈, 혹은 강설에 국한되는 것이다. 용도에 맞춰서만 탄다면 전혀 불만이 없을 훌륭한 스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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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스키는 기본적으로 에지를 옆날 87도, 바닥날 0.5도로 설정하여 출시된다.(물론 바닥은 WC 스톤 그라인딩이 된 빗살문.) 완전한 경기용 에지이다.

 

결론을 짓자면 러스티 RC SL은 타사의 양판 WC 경기용 스키 혹은 최상위 데모급의 회전 성향 스키로서 100% 수제(handmade) 스키이다. 제품의 마무리나 질은 상당히 높다. 당연히 월드컵 공법으로 만들어진 고급 스키이기 때문이다. 시판가 190만 원이라는 가격은 타사의 월드컵 스키 정도, 혹은 그보다 약간 높은 편이기는 하지만 이 스키가 수제로 만들어진 걸 생각하면 용인할 만하다. 수제 스키 중 가장 비싼 케슬러 팬텀(Kessler Phantom) S LE(리미티드 에디션) 같은 것은 240만 원이나 하고, 스퇴클리의 비슷한 급의 스키도 220만 원 정도하니까...

 

혹 주니어 경기용으로 고급 스키를 찾으시는 분들은 러스티의 FJR(Fis Junior Race) SL이나 FJR GS의 선택을 고려해 보시는 것도 좋을 듯하다. 러스티는 주니어 스키까지도 성인 레이스용의 샌드위치 공법으로 만든다. FJR 스키들도 샌드위치 공법, 티타날 패널, 우드코어, 트라이액시얼 카본과 신터드 베이스(P-Tex)를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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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러스티 사는 대회전 스키도 만든다. 아직 대회전 스키는 시승해 보지 않았지만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듯이 이 스키 역시 기대되는 바 크다. 아래는 RC SL과 동급인 양판 경기용의 러스티 대회전 스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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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처: 

 

더블에이치컴퍼니 김한석

010-6254-2551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오야북로 10-2

 

http://www.lusti.cz/en

 

  • ?
    베리큐 2019.02.16 23:24

    체코에는 평창 슈퍼G에서 깜짝 금메달을 따면서 스노보드와 스키 2 관왕의 위업을 달성한 에스테르 레데츠카 선수도 있습니다.

  • profile
    Dr.Spark 2019.02.16 23:40
    아, 말씀을 듣고 보니 그렇군요.^^ 그 선수가 쉬프린의 스키를 빌려탔다는 얘기도 들은 듯합니다.
  • ?
    재롱아범 2019.02.17 23:48

    한국에서도 모토 대로 최고의 스키를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편인가요?

     

  • profile
    Dr.Spark 2019.02.19 10:52
    현재는 수입해서 홍보만 하고 있고, 시판은 내년부터인데 그건 당연한 말씀.^^
  • ?
    콜라캔 2019.02.19 12:24

    http://www.itoles.co.kr/product/product_detail.asp?product_num=108771

    토레스에서 판매 하는 것과 같은 스키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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