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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스키장들
2020.02.27 11:00

돌로미티 여행기 - 1

조회 수 1076 좋아요 8 댓글 1

올 해 수 년 만에 돌로미티로 다시 가게 되었다. 내가 스키여행지 중에 최고다라고 하는 곳이 몇 군데 있는데, 뭐든지 할 수 있는곳으로는 휘슬러/블랙콤을 꼽고, 순수한 스킹의 재미로는 레벨스톡을 꼽고, 스킹을 겸한 휴양으로는 돌로미티를 최고로 꼽는다.

 

솔직히 돌로미티는 우리나라에서 인기있는 스키여행지는 아니다. 일단 인터넷에서 아무리 자료를 찾아봐도 스키장이 머리속에 그려지지 않는다. 그 이유로는 12개정도의 스키장이 제각각 떨어져있는 형태인데 전체를 상상하기엔 너무 규모가 큰데다, 스키장간의 연결이 몇몇은 리프트와 슬로프, 몇몇은 유료버스로, 몇몇은 무료버스로, 몇몇은 자차로만 갈 수 있도록 되어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숙소로 잡아야 할 마을은 가까운 공항도 제각각이고 마을 이름도 뭐라고 발음해야 할 지 모르겠으니 이쯤되면 유명한 캐나다, 혹은 스위스나 프랑스의 다른 스키장을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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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년 전 처음으로 이탈리아로 가기로 마음먹고 정보를 모은 결과, 가장 많은 스키장이 연결된 지역은 돌로미티의 중심인 Sella Ronda였다. Sella Ronda는 지역명이라기 보다는 스키코스를 지칭하는 말인데 Sella라는 산둘레를 일주하는 코스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 코스에 포함되는 스키지역은 Alta Badia, Arabba/Marmolada, Val di Fassa, Val Gardena 크게 네 군데가 있다.

이 중 우리나라에서 대중교통으로 가기 가장 적합하면서 괜찮은 호텔을 예약할 수 있는 곳은 Alta Badia의 Corvara였다, 베네치아에서 Cortina D’ampezzo를 거쳐 가는 버스가 있기 때문이다. 같은 Alta Badia지역의 La Villa, Colfosco도 좋다.

Val Gardena지역도 크고 숙소도 많고, 이어지는 스키지역도 선택의 폭이 넓지만, 인스브루크나 뮌헨공항으로 접근해야 하고 교통편의 시간이 여의치 않았다.

 

지난 번 첫 돌로미티여행에서 받았던 느낌은 한마디로 다른 어떤 곳과도 다르다는 것이었다. 이전에 가보았던 일본, 캐나다, 프랑스와도 달랐고, 이후에 갔던 스위스와도 다르다.

첫 번째로는 풍경이 다르다. 나무보다는 돌이 많은 풍경이라 사진으로 보면 황량해보이지만, 슬로프에서 바라보는 수직의 절벽들과, 스키를 신은채로 그 절벽의 일부를 만져보는 경험은 다른 어떤 스키장과도 달랐다.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을 지나며 20킬로미터에 가까운 코스를 돌면서 어떤 곳에서는 마을 골목을 지나고, 어떤 곳에서는 스키를 벗고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다 보면 이렇게 스킹자체가 사치스러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보통 유럽 스키장은 고도가 아주 높고 수목한계선으로 풍경이 나뉘지만, 이 곳은 지형특성상 수직의 바위산과 숲이 어우러져있어 직접 보게되면 저절로 입을 벌리게 된다.

두 번째로는 음식이 맛있다. 이 지역은 보통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 호텔에 딸려있기 때문에 편의성이나 금전적인 면에서 봤을 때 숙소에서 조식과 석식을 포함하는 Half board로 예약하는 것이 좋다. 프랑스나 스위스에서도 Half board로 먹는 경우는 많이 있지만, 이렇게 화려하고 맛있는 음식이 푸짐하게 는 경우는 많지 않다. 어떤 쉐프는 농담으로 북부이탈리아 음식은 이탈리아음식이 아니라고도 했지만, 다른 유럽의 산악지역과는 비할 수 없는 맛있는 음식들이 나온다. 기본적으로 알프스산악지역의 음식이면서도 이탈리안이기 때문에, 전형적인 피자 파스타외에 소시지, 폴렌타, 스펙, 굴라쉬, 송아지요리, 스투르델등의 음식이 복합적으로 있다. 그리고 슬로프 중간에 있는 수많은 산장에서도 맛있는 점심을 먹을 수 있고, 스키타는 중간이나 스키를 마친 후 베이스에서도 맛있는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실 수 있다.

세 번째로는 스키를 타는 지역의 선정개념이 다르다. 일단 돌로미티는 매우 크면서도 지역별 특징이 있다. 그리고 어느 지역이던 목적지로 삼을만한 포인트가 있다. 그래서 보통 하루의 계획을 세울 때에 어느 포인트까지 갔다가 온다는 목표만으로 충분하다. 보통 다른 스키지역에 갈 때에는 보통 어느 지역에서 어떤 슬로프를 언제까지 탈 것인지 위주로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돌로미티에서는 목적지를 결정하기만 하면 거기까지 가는 중간에 계속 풍경이 바뀌고 슬로프난이도도 수시로 바뀌면서 많은 맛집을 경유하게 되므로 매일의 스키가 작은 여행이 된다.

이런 경험들이 정말 좋았기 때문에 다시 한 번 돌로미티로 갈 계획을 잡게 되었고, 지난 여행에서 큰맘먹고 예약했던 Hotel Sassongher가 정말 좋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무리하여 같은 호텔로 예약했다.

지난 여행에서는 주로 Sella Ronda를 돌면서 조금씩만 주변부를 훑는 방식으로 돌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지난번에 못 가본 곳을 볼 수 있도록 계획을 잡았다. Kronplatz, Seceda, Siusi, Pozza di Fassa, Lagazuoi를 하루씩 돌아볼 계획이다. Cortina도 가고 싶었으나 대중교통으로는 도저히 시간이 맞지않아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예산과 시간위주로 계획을 잡았기 때문에 1월 24일 새벽 1시 비행기를 타기로 했다. 이후 암스테르담에서 환승, 베네치아에 도착하고, 버스를 타고 코티나에서 환승하여 숙소에 도착하는 스케줄이다. 이런 긴 역시 여행전엔 뜨끈한 국밥 한 그릇이 보약이라 콩나물 국밥 한 그릇을 사먹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설 연휴라서 밤비행기라고 해도 사람이 많을 것 같았으나 생각보다는 사람이 적었다. 여유있는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에 탑승하니 새벽 2시를 향해간다. 하지만 어김없이 나오는 기내식. 이미 몸은 피곤함에 붕 뜨는 듯한 느낌인데다 눈꺼풀은 무겁지만 긴장으로 내려오지 않는 상태지만 의무감으로 비빔밥 한 그릇을 속에 채워넣었다. 그리고 컨디션 조절을 위해서 총 10시간 정도의 비행중 5-6시간을 억지로 잤다. 태블릿에 야심차게 영화도 채워넣고 새로 게임도 사놓았건만, 어떻게든 자는게 급선무였다.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 내리니 현지시간 새벽 4시. 앞으로 5시간을 대기해야 한다. 처음에는 오랜만에 외국땅을 밟은 흥분에 힘이 나는 듯 했지만 다시 피곤함이 몰려온다. 미리 알아봤던 라운지체어가 있는 곳으로 가서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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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억지로 잠을 청하고

얼마 있다가 눈을 떠보니 닫혀있던 가게들은 모두 문을 열고 사람들은 점심시간 백화점 푸드코트마냥 북적북적하다. 스산한 몸을 커피 한 잔으로 데우고 9시 40분이 되어 베네치아행 비행기에 올랐다. 다행히 이번엔 2시간여의 짧은 비행이다. 잠깐 눈을 붙이고 드디어 베네치아땅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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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억지로 잠을 청하고

얼마 있다가 눈을 떠보니 닫혀있던 가게들은 모두 문을 열고 사람들은 점심시간 백화점 푸드코트마냥 북적북적하다. 스산한 몸을 커피 한 잔으로 데우고 9시 40분이 되어 베네치아행 비행기에 올랐다. 다행히 이번엔 2시간여의 짧은 비행이다. 잠깐 눈을 붙이고 드디어 베네치아땅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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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길을 달리며 버스는 코티나에 도착하고, 다시 버스에서 내려 코르바라행 버스로 갈아탔다. 버스는 밤길을 계속 달려 마침내 코르바라에 도착했고, 호텔에서 보내준 차량을 타고 와서 집을 나선지 30시간만에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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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 도착하니 7시 부근이다. 거의 30시간을 이동하는 동안 제대로 누워서 자질 못한데다가 시차로 인한 피로까지 몰려와서 몸이 무겁다. 빨리 저녁을 먹고 눕고싶은 생각뿐이다. 앞으로 7일동안 스키를 타야하니 컨디션조절이 제일 중요하다.

저녁식사는 7시 30분부터 10시정도까지이다. 전체와 디저트는 뷔페로 되어있고, 메인은 이탈리안 정찬으로 프리미와 세콘도를 각각 5가지중에서 하나씩 선택하게 되어있다.

전체부페는 빵과 샐러드, 치즈 3~5가지, 튀김과 매일 바뀌는 쉐프가 잘라주는 육류나 어류, 튀김과 구운야채와 지역특산 전체요리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프리미는 보통 속이 부담스러운 사람을 위한 콘소메와 파스타, 라비올리, 리조토,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등으로 구성되어있고, 세콘도는 토끼나 사슴등의 육류와 메추리나 닭등의 조류, 송아지나 소고기, 생선요리, 채식주의 요리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디저트는 애플 스트루들, 티라미수등 매일 바뀌는 홀케익이 5~6종류, 작은 판나코타나 무스, 슈크림등이 3~4종류, 그리고 와인이나 설탕에 절인 과일종류가 2~3종류 준비된다.

당연히 식사시간이 빠르면 1시간에서 늦으면 2시간이 넘게 걸리기 때문에 보통 7시 30분에 모든 투숙객이 모이고, 식전이나 식후에는 로비에 있는 바에서 간단한 술을 마시는 사람도 많다.

식당은 고급레스토랑에 속하는지라 남자는 재킷, 여자는 드레스를 입고 오는 경우도 많지만, 스키리조트이기 때문에 깔끔한 캐주얼이어도 괜찮다. 하지만 운동복이나 등산복등은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고, 특히 신발이 전체적인 인상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아서 등산화나 슬리퍼등은 매우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공간과 무게를 희생하여 잘 구겨지지 않는 재킷과 적당한 바지, 가볍고 작지만 괜찮은 구두를 넣어서 왔다.

3년만에 다시 왔는데도 서버와 식당 지배인은 대부분 그대로다. 지배인과 인사를 하니 우리를 알아본다. 다음날 아침식사부터는 우리 자리를 3년전과 같은 창가자리로 계속 지정해주어서 정말 고마웠다. 다들 정말로 친절한데다 워낙 숙련도가 높아서 항상 편하게 식사할 수 있개 해준다.

이 호텔의 레스토랑에는 일반적인 수돗물을 주지 않는다. 물을 마시려면 무조건 1리터짜리 한 병에 만 원정도 하는 생수를 주문해야 한다. 식사를 마치고 주류나 물이 어느정도 남아있으면 식당에서 알아서 보관하다가 다음날 저녁때 미리 준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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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던 식사라서 별로 배가 고프지 않음에도 아내는 리조토와 소고기를 먹고 나는 라비올리와 닭고기를 먹었다. 기대했던대로 정말 맛있게 먹고 얼른 잠자리에 들었다.

 

Comment '1'
  • ?
    Skiing이좋아! 2020.02.27 14:01

    이런 좋은 간접 체험의 기회를 주어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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