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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스키장들
2017.07.30 17:30

스위스 체르마트 스키여행 후기와 사진들

조회 수 2046 좋아요 3 댓글 4

아래에 체르마트 스키여행 영상들을 올렸는데, 같은 영상들을 제 지인에게 보내줬더니 체르마트로 스키여행을 가볼까 하더군요. 사실 체르마트에 눈이 생각만큼 오지 않고, 날씨 때문에 스키 가능 지역이 제한될 때가 많아 저는 다른 분들에게 체르마트로의 스키여행을 개인적으로는 크게 권하지는 않기 때문에, 아래 영상들과는 별도로 체르마트여행후기를 간단히 적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3년 7월에 체르마트에서 며칠간 하이킹을 하면서 Klein Matterhorn(해발 3,888 m)에서 몇 시간 스키를 탄 적이 있었는데(스키는 2013년 1월에 처음 배웠습니다), 그 때 체르마트에 언젠가 겨울에 스키여행을 와 헬리스키잉도 하려고 마음먹었습니다. 매년 가을 경에 유럽으로 여행을 가지만 겨울 스키여행을 미루다가 금년 2월 25일부터 3월 7일까지 제 스키, 부츠 등 스키장비들과 DSLR 카메라 장비를 가지고 체르마트로 여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유럽여행시 대도시들은 대개 피하고 작은 도시들이나 시골로 곧장 가는데, 특히 이번에는 비행기 도착지인 취리히에서 낭비할 시간이 없어 (비행기 도착시간과 체르마트행 막차 시간에 간격이 별로 없어) 취리히 부근 기차역 옆의 호텔에서 하루를 보내고 아침 일찍 체르마트로 향했습니다.

 

스위스와 알프스의 겨울 적설량이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은 계속 들었지만, 2월 27일 취리히로부터 체르마트까지의 3시간 여 동안 멀리 보이는 알프스산들 중턱 이상 외에는 눈을 보지 못했습니다. 해발 1,608 m의 체르마트에 도착했을 때도 마을에서는 눈이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간혹 보이는 공사용 차량들을 제외하고는 체르마트에서는 소방차를 포함해서 모든 차들이 전기차들인데, 전기버스를 타고 호텔로 가서 짐을 풀고, 27일에는 인터넷으로 구입한 스키패스를 스키센터에서 찾고 샵들이나 구경하고, 스키는 다음날부터 타기로 했습니다. 호텔은 클라인 매터호른으로 갈 수 있는 케이블카 스테이션 바로 근처이었습니다.

 

호텔로부터 부근의 케이블카 스테이션으로 가는 영상(여행 후반 눈올 때 촬영):

https://www.youtube.com/watch?v=TECeC5nx7vw&feature=youtu.be

 

체르마트의 호텔마다 스키장비 보관실이 있는데, 이곳에서 부츠를 신고 스키장비를 가지고 출발합니다. 체르마트의 스키패스 옵션들 중 인터내셔널 패스를 구입하면, 클라인 매터호른이나 부근 고개를 넘어 이탈리아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올 수 있습니다. 저는 첫날부터 당연히 클라인 매터호른으로 올라가고 싶었는데, 바람 때문에 기껏해야 3,365 m의 Furggasatel까지만 오를 수 있었습니다. 일단 슬로프(piste)들의 눈은 새벽 등에 한 번 정설을 하더군요. 이 높이의 슬로프들에서도 제설기들이 보이기는 합니다. 정설된 슬로프들을 벗어나 off-piste로 들어가보니, 눈이 워낙 오지 않아 눈이 정설되지 않은 채 쌓인 채로 얼어있어 폭설 정도가 오지 않는 한 off-piste 스키잉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같이 리프트를 타게 된 어느 영국인은, 슬로프들 부근에 보이는 바위/바위산들이 예전 같으면 눈에 덮여 보이지 않았을 거라고 하더군요. 눈이 부족한 점이 아쉽기는 했지만, 맑은 공기속에 매터호른을 보면서 스키잉을 하는 것도 나름 즐거웠습니다.

 

다음날 다시 클라인 매터호른에 오르는 것에 도전했으나, 역시 바람 등 날씨 때문에 케이블카를 운행하지 않거나, 스키/스노우보드를 가져가지 않는 사람들만 케이블카를 탈 수 있었습니다. 클라인 매터호른이 아니더라도 3,480 m 지점으로 가는 리프트를 타면 이탈리아로 넘어갈 수 있는데, 이 리프트 역시 운행을 하지 않았습니다. 체르마트의 장점들 중 하나가 이탈리아 지역을 포함한 방대한 스키 가능 지역인데, 제가 체르마트에 머물던 9일 동안 이탈리아로 단 한 번도 넘어갈 수 없었고, 이런 상황에서는 스키 가능 지역이 절반으로 줄어들어 버립니다(사실 9일 중 어느 하루의 오후에 몇 시간 동안 클라인 매터호른행 케이블카가 스키어들/스노우보더들에게 개방되었습니다만, 이날은 제가 스키잉을 쉬는 날이라 클라인 매터호른에 카메라 장비만 갖고 올라가 아래의 사진들 중 일부를 찍었습니다. 하지만, 이날 스키를 타면서 이탈리아로 넘어갔다면 케이블카/리프트로 돌아올 시간이 부족해 기차를 타고 돌아왔어야 했을지도 모릅니다.)(체르마트 겨울 슬로프 지도: http://www.snowseasoncentral.com/maps/zermatt-trail-map.pdf ). 헬리스키잉을 하려고 스키센터를 방문했는데, 헬기의 착륙지에 따른 옵션들이 있었습니다만, 부족한 적설량으로 인해 헬리스키잉 옵션들 중 비교적 높은 지역의 착륙지들은 선택을 할 수 없었고, 헬기를 타고 이탈리아로 넘어가서 비교적 낮은 지역에서의 헬리스키잉 옵션은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체류기간 중 눈이 올 것을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체르마트에서 스키를 시작한 즈음에는 슬로프 바닥의 눈 깊이가 얇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체류 기간 중 3일 정도 눈이 오기도 했습니다. 파우더 스키를 타볼 기회라고 생각하여, 제가 가져간 회전스키는 호텔에 두고, flat skis와 all-mountain skis를 교체하면서 대여했습니다. 스키렌탈샵 직원은, 눈이 많이 오지 않아 flat skis를 저에게 권하지는 않았으나 한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는 스키라 호기심에 빌려봤습니다. 아래 올린 영상에서 보이듯이 파우더를 flat 스키로 타는 재미가 있기는 했으나, 카빙 스키와는 매우 달라 콘트롤이 힘들고, 이 정도 쌓인 눈에서는 불필요하기만 해서, 다음 날에는 나름 폭이 넓은 all-mountain skis로 교체하였습니다. 아래 일부 영상들에서 보이듯이 비교적 넓은 슬로프들이 있으나, 사실상 산길들에 눈이 쌓여 슬로프가 된 것들이 많고, 용평의 레인보우 파라다이스보다 좁은 길들이 태반입니다. 이런 길들이 오후에는 모굴화되는데, 폭이 넓은 스키를 신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런 길들을 수킬로미터를 지나가야 되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더군요. 이런 고생들도 조금 있었습니다만, 스키잉 후에 매터호른을 바라보면서 나름 유명한 산속 레스토랑에서 늦은 점심과 맥주를 하는 것은 즐겁기도 했습니다.

 

요약하자면, 체르마트로의 스키여행을 고려하시는 분들은, 체르마트에서의 겨울 스키여행에서는 맑은 공기,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풍경, 스위스라는 분위기, 특유의 음식 등을 즐길 수 있으나, 알프스 겨울 적설량이 계속 줄어든다는 점, 알프스 특유의 날씨 변덕으로 인해 체르마트의 방대한 스키지역을 제대로 즐기지 못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하여간 저는 알프스 스키여행은 자제하고, 다음 스키여행으로는 알프스보다 눈이 더 많이 오는 곳으로 가려고 합니다.

 

체르마트를 떠나는 기차안에서 찍은 아이폰 영상들:

https://www.youtube.com/watch?v=JP5bBtRa9T0&feature=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_tts3tVoc5A&feature=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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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4'
  • ?
    황성욱 2017.07.31 12:07

    체르마트가 원래 파우더 스킹으로 이름높은 곳은 아닙니다.

    고도가 가장 높아 여름 모글스킹이나, 초여름 세비니아 (이태리 방향) 에서의 캠프 정도가 유명하죠.

    지난 시즌 스위스 적설량은 시즌 후반에는 비교적 괜찮았습니다. 

    아마도 경치로는 체르마트가 넘버 원, 투를 다투겠지만, 스킹만으로 (특히, 파우더, 오프피스테) 가치를 따지신다면 베르비어나 엥겔베르그를 추천해드립니다.

  • ?
    호박님 2017.07.31 13:11
    설명 감사합니다. 파우더/off-piste 스키잉 측면에서 베르비어와 엥겔베르그를 휘슬러-블랙쿰과 비교하신다면 어느 쪽이 나을까 궁금합니다.
  • ?
    황성욱 2017.07.31 13:54

    이건 개인적인 경험에 영향받을 수밖에 없어서 너무 신뢰하지 않으셔야 합니다.

     

    버비어는 10-11 시즌, 지난 시즌 두번 가봤었고, 휘슬러는 04-05 시즌에 한번 가봤었는데, 당시 휘슬러가 근 10년 간 가장 최악의 상태였다 했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글에서도 보면, 휘슬러 설질은 변화가 심하더군요, 아래쪽은 습설인 경우가 많고.

    또 기본적으로 사람이 너무 많고 이름난 오프피스테 코스는 리프트에서 내린 후 위로 많이 걸어올라가야 합니다.

     

    알프스 쪽의 스키장은 오프피스테 코스가 하이크업 필요없이 리프트에서 내린 후 사이드컨트리 개념으로 진입 가능하던가 아님 폭설 후에는 슬로프 바로 옆, 다지지 않은 눈에서도 깊은 파우더를 쉽게 즐길 수 있습니다.  

    베이스야 따뜻하지만 고저차가 매우 높아 설질이 보장되는 코스도 좀더 많고 넗겠지요.

     

    동영상이나 영화, 스키 교본에서조차 농담식으로 나오는 얘기입니다.  미국에서는 아스펜, 베일이 젤 좋지만, 유럽이 훨씬 좋다.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베일이 휘슬러보다 좋았습니다.

     

    www.planetski.eu    www.powderhounds.com   둘다 유럽에 베이스를 둔 사이트라 알프스에 대한 바이어스가 있지만 참고해볼만 합니다.

     

    최근에는 비행기 가격이나 숙소가격조차 스위스, 오스트리아가 미국/캐나다보다 쌉니다.

  • ?
    호박님 2017.07.31 14:35
    감사합니다. 체르마트에서도 piste를 쉽게 벗어날 수 있는데 휘슬러에서는 위와 같은 번거로운 점들이 있군요. 체르마트에도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았는데, 북미의 유명한 스키장인 이상 휘슬러에는 체르마트 이상 사람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위에 알려주신 정보를 잘 참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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