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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2005.01.14 10:27

강촌에는 '페가수스'가 있다

조회 수 3568 좋아요 343 댓글 4
<페가수스 이야기>

영웅 ‘페르세우스’의 칼에 베인 ‘메두사’의 목에서 선혈이 뿜어져 나온다. 긴 포물선을 그리며 공중을 가르는 줄기가 얼음처럼 차다. 수직으로 흩어진 핏방울들이 양봉을 그리며 내려오는 듯 하더니 다시 뭉쳐 휘돌자, 그 사이를 뚫고 날개 달린 말의 형체가 나타난다. 서서히 윤곽이 잡히고,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페가수스’라 한다.

나는 강촌스키장 슬로프 중 페가수스를 가장 좋아한다. 초반, 무심으로 달리다 보면 삼악산의 부드러움이 반갑고, 종반 강한 리듬이 짜릿함과 신비감을 주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리도 신화와 동일한 방향으로 만들어졌는지 모르겠다. 달리면 달릴수록 명명자의 의중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음미하듯, 만끽하듯>

만약 강촌이 낮 설고 페가수스가 궁금하다면 신화를 상상하면 된다. 평범한 말(馬)로 시작하는 초반은 좀 음모적이다. 리프트에서 내린 후 정상에서 바라보면 시야에 펼쳐진 슬로프 ‘호스’의 완만한 경사가 자칫 사람을 경솔하게 만들기도 한다. 마치 스키의 도전성을 망각할 정도다. 그러나 당신은 페가수스를 두 번으로 나눠 즐기라. 한번은 음미하듯, 또 한번은 만끽하듯…

출발점의 중 경사와는 달리 페가수스는 초반부터 넓은 폭의 완경사로 이어진다. 마치 메두사의 선혈이 지루한 포물선을 그리며 공중을 가르는 것과 유사하다. 그러나 여기서는 카빙을 마음껏 만끽하라. 그 동안 경사가 심해, 혹은 폭이 좁거나 붐벼 훗날을 기약했던 기억을 상기하고, 최대한 날을 세우고 몸의 중심을 앞으로 던지며 스키에 온 몸을 맡겨보라. 과장이 심한 큰 동작으로 호를 그리며 전진하는 오묘함을 즐겨보라.

<즐거운 감정의 주체>

만약 가족과 함께하는 가장이라면 속도를 줄이고, 가슴에 담아둔 담소를 나눠도 좋을 듯 싶다. 혹은 연인과 함께하는 젊은이라면 교태를 부리듯, 롱턴으로 긴 호를 그려보라. 한가한 슬로프를 가르는 두 줄기 카빙자국을 되돌아 보면 주체할 수 없는 즐거움이 자국으로 남는다.

잠시 후 완경사 끝부분에서 전방을 보면 삼악산을 배경으로 우뚝 서있는 콘도의 모습이 옥탑부터 서서히 나타난다. 사실 페가수스의 시작은 여기서부터다. 마치 날개 달린 말처럼 도시적 자태를 보이며 슬로프 페가수스의 이미지는 콘도로 이어진다.

<신화처럼 달려라>

두 번째는 두려움을 간직한 채 질주하라. 세월과 시름도 잊고, 정상 출발점부터 신화처럼 달리다 보면 호스와 페가수스의 변화를 이해할 수 있다. 지루하면 디어 슬로프와 경계 점을 키커로 삼아 점프를 해도 좋을 듯하다.

강촌스키장에는 북한강 물 안개로 몸을 가린 산, 삼악을 배경으로 신화 같은 페가수스가 있다. 총 활주거리 1045 미터, 경사도 31%. 언젠가 햇볕이 부드럽고 물안개도 걷힌 날, 페가수스를 질주하며 ‘페가수스’의 잔영을 만날 수 있으려나.


*글 중간에 사진을 삽입하려면 어떻게 하나요. 멋있는 사진 8장이 있는데...
Comment '4'
  • ?
    차재문 2005.01.14 14:15
    우선 사진을 이곳 박사님 홈피의 사진방이나 개인홈피등에 올리신후 사진위에서 마우스 우클릭하시면 속성이 나옵니다, 그거 복사하신후 <img src=" 사진속성">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 ?
    김동식 2005.01.14 15:01
    사진은 이 곳( http://comm.mk.co.kr/juju433/ )에서 감상하시길...
  • ?
    성의제 2005.01.14 21:02
    멋진 글 감사합니다. 저도 단 한번 강촌에 갔지만, 페가수스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 ?
    안정일 2005.01.14 21:10
    가끔...아주 가끔은 중간 완사면 양지바른곳에 장비 다 벗어두고 앉아서 좋은 친구와 라면 끓여 먹고 싶은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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