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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스키장들
2018.03.11 22:10

레벨스톡 스키장 여행기: 첫째 날 스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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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고 있는데, 아뿔싸....젊은 서양인 커플이 온다. 아침을 먹으며 대화해야만 한다. 걱정했던 일이 일어나고 있다....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제 Roger’s pass를 넘어 골든으로 넘어갔어야 하는데 눈사태로 길이 막혀서 못가게 되는 바람에 급하게 하루 묵었단다. 호주사람들인데 파노라마 스키장에서 일한단다. 눈은 캐나다에 와서 처음 봤고, 스키도 이번 여행에서 처음 배워봤단다. 긴장속에 이야기를 하다보니 잘 몰라도 알아들은 척 하게 된다. 옆을 보니 아내도 마찬가지. 그러다 아내가 의무감인 듯 입을 열었지만 이내 약간의 참사가 벌여졌다. 내용은 노 코멘트.......조금 이야기를 하다보니, 긴장하는건 우리뿐 아니고 상대방도 마찬가지였다. 하긴 나도 서울 한복판에서 외국사람을 만나면 무언의 의무감과 함께 긴장되지 않던가. 오늘은 길이 뚫려서 집에 무사히 돌아가기를 진심으로 빌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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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첫 스킹이다! 차에 짐을 싣고 스키장으로 향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 스키장과의 첫 만남에는 설질도 중요하지만 맑은 날씨도 중요하다. 일단 어디가 어디인지 알고 볼 일 이니까.
티켓부스에 가서 미리 예약해놓은 리프트6일권을 받았다. 여러날 쓸 수 있는 리프트 티켓에는 하루의 여유일이 있다. 예를 들어 6일권이면 7일주에 하루정도 쉴 수 있는 날을 주고 6일을 사용할 수 있게 되어있다. 우리는 7일간의 스키일정중에 하루는 캣스킹에 도전하기로 했다. 스키인생 여러 가지 목표중에서 하나는 랏지에서 머물며 헬리스킹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도무지 상상도 잘 안되고 연습할 여건도 없어서 이번 기회에 캣스킹으로 맛보기같은 경험을 해보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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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맛보기였는지 어땠는지 캣스킹 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루고, 일단 하나밖에 없는 곤돌라를 타고 위로 올라갔다. 잠깐 올라가다 보면 중간에 갈아타는 스테이션이 나온다. 보통 이런 구조의 스키장들은 내릴 사람만 내리고 곤돌라는 계속 이어지게 만드는데 여기서는 일단 내려서 바로 다시 5미터 앞의 곤돌라고 갈아타야 했다. 이 중간 정거장 옆에는 매직카펫과 완전 초심자 연습장이 있고, 커다란 식당겸 휴게소인 Revelation lodge가 있다. 목표는 최정상이니 곤돌라를 갈아타고 다시 위로 오른다. 우리 스키에는 가봤던 스키장의 여러 가지 스티커를 붙여놓은지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다. 역시나 곤돌라 안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쳐다본다. 그래....부러워해라....말은 걸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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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를 내려다보니 그 유명한 Kill the banker 슬로프가 보인다. 이 스키장의 상징적인 슬로프인지라 기회가 있을 때 마다 내려 올만한 루트를 머릿속에 그려놓는다. 곤돌라에서 내리면 점심시간까지만 간단한 토스트와 음료를 파는 Mackenzie Outpost가 있고, BCA에서 후원하는 것으로 보이는 Avalanche 연습장이 있다. .....그러고 보니 많은 스키어들의 복장이 여지껏 경험했던 스키장과는 많이 다르다. 다들 하드쉘을 입고 투어링용 핀바인딩이 많고 상당수가 에어백팩을 매고 있다. 나중에 알게되었지만 이 스키장에서 적극적으로 백컨트리 스키를 타려고 한다면 필요한 장비들이다.
조금 초급슬로프를 타고 내려가면서 멋진 광경을 눈에 담는다. 맞은 편에 멋진 산이 있고 강이 흐른다. 다시 Stoke 체어리프트를 타고 정상을 향해 오른다. 정상에서 내리니 Subpeak를 향해 줄줄이 올라가는 행렬, North bowl을 향해 Lemming line을 따라 줄줄이 올라가는 행렬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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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South bowl 쪽으로 향했다. 조금 가니 또 언덕을 향해 스키를 지고 오르는 사람들이 보인다. 첫 스킹에 하이크업을 하긴 싫고 Hot sauce 슬로프를 타다가 Tally ho glade로 들어섰다. 아직은 몸도 풀리지 않았고, 비교적 급한 경사에 나무를 피하려니 금방 숨이 차오른다. 그 뒤에는 어디를 탔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마 Devil’s club을 따라 내려온 것 같다. 점심은 스키장 베이스에 있는 Sutton place hotelRocford 레스토랑에서 먹기로 했기 때문에 아래쪽을 따라 주욱주욱 내려왔다. 하단부는 약간 녹았다가 얼었다가 하면서 단단한 사면이 되어있어서 Glade나 비정설사면으로 내려오는 것은 재미없는 일이었다.
그런데....슬로프 맵을 봤을 때는 금방 내려올 줄 알았는데 중급자슬로프도 비교적 경사가 있는데다 길다. 끝날 듯 끝날 듯 안끝난다. 휘슬러에서는 슬로프 맵에서도 길어보여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내려왔는데, 이 스키장은 구성이 복잡하지 않아서인지 그림에서 느껴지는 것 보다 훨씬 길다.
 

일단은 점심시간이 되었기에 바로 식당으로 향한다. 일단 무알콜 맥주 한 병, 전채요리로 Hummus, 김치가 들어있는 쿵푸버거, 사천식 소고기덮밥을 먹었다. 맛있다. 뭐랄까...오우!! 정도는 아니어도 흐음~ 정도로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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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는 후딱 해치우고 다시 위로 향한다. 이번에는 North bowl로 가보기로 했다. 올라가는 체어리프트에서 현지인의 조언을 들었다. North bowl로 들어가는 쉬운 코스는 3개가 있는데 하나는 걸어서 올라가야 하고, 나머지는 좀 가파른데 겁먹지 말고 침착하게 보면 길이 보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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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어리프트에서 내려 Lemming line바로 밑으로 주욱 횡행했다. 가다보니 어른이 꼬마들을 데리고 간다. 저 사람을 따라가면 되겠다 싶어서 따라가는데....어라? 꼬마들 수준이 보통이 아니다. 부랴부랴 따라가보니 이미 꼬마들은 절벽 아래에 있다. 분명히 여기가 쉬운 입구들 중 하나일텐데 하는 마음에 자세히 다가가보니 길이 보인다. 경사도 심하지 않고 바위도 없는 루트가 있다. 절벽을 약간 돌아들어갈 수 있게 되어있다. 이 루트가 바로 Meet the neighbours. 내려가보니 오랜만에 만나는 bowl 지형이다. 신나게 내려가다가 다시 숲으로 들어가서 급경사 glade를 내려오니 Downtowner슬로프와 만났다. 이제 처음으로 Ripper 체어리프트를 타려고 Ripper connector 슬로프로 들어서려는데 느낌이 이상하다. 잠깐 서있으니 스키강사가 지나가면서 Ripper 체어리프트는 종료되었다고 알려준다. 아아....Ripper 체어리프트는 3시에 닫는다. 다음부터는 오전에 Northbowl로 들어가기로 하고 South 지역쪽을 타고 내려오기로 했다.
그러면서 느낀것인데, 이 스키장은 유난히 해가 길다. 주 슬로프가 남향이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해가 지나는 길에 해를 가릴 만한 것들이 없다. 심지어는 북쪽사면도 서쪽으로 기울어져 있어서 오후 늦게까지도 꽤 밝은 편이다. 스키장이 마음에 드니 이런 자잘한 것들도 다 좋아보인다.
 
아쉬운 첫 날 일정을 마치고 Apres ski를 위해 다시 Rocford에 들렀다. Mulled wine을 한 잔씩 마시면서 하루를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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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머릿속에는 저녁 메뉴만 가득할 뿐. 얼른 숙소에서 씻고 옷을 챙겨 시내로 나왔다.
첫 날 저녁식사는 활기차게 멕시칸요리를 먹기로 했다. 걱정과 달리 시내길가는 거의 다 저녁시간엔 주차가능지역이다. 일주일 내내 주차걱정을 한 적은 없었다. 그리고 첫 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시내에는 오가는 사람도 별로 없이 조용하다. 그런데 식당과 상점에 항상 사람이 많이 있다. 언제나 시끌벅적한 휘슬러나 어두워지면 모두 호텔에서 정찬을 즐기고 있는 유럽과도 또 다른 특이한 분위기다.
 
오늘 가기로 한 식당은 Taco club이라는 곳인데 커다란 음악소리와 술한잔씩 하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이곳은 이 지역 유명 레스토랑인 Village idiot에서 운영하는 또다른 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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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피타이저로 나초를 주문하고 샐러드와 돼지고기 엔칠라다를 먹었다. 운전을 위해 무알콜 칵테일을 곁들였다. 전반적으로는 아주 괜찮은 편이었지만 좀 더 맛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도권에 많고 많은 멕시코 요리점보다는 아주 약간 나았지만, 돼지고기나 향신료가 좀 더 선명한 맛이었다면 좋았을텐데. 분위기는 활기차고 좋았지만, 옆테이블의 젊은이들이 너무 비속어를 남발하면서 큰 소리로 떠들고, 그 일행 중 유일한 아가씨가 홍일점이라는 위치를 너무나 만끽하면서 소란스럽게 굴어서 얼른 식사를 끝내고 나와버렸다.
 
숙소에 돌아와서는 주인집에서 마련해준 커피와 쿠키를 간식삼아 올림픽 경기를 보면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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