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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추석 귀향을 잔차로 했던 기록입니다. 강릉가실분들은 참조하십시오.

마흔을 2년 앞두고 MTB를 구입하고 어언 한달이 지나간다. 그 한달 동안 출퇴근, 주말 산악라이딩을 쉼없이 해왔다.일주일에 4~5일은 일평균 50Km이상씩 타왔으며 매주 토요일에는 홍천 R#에서 진행하는 토요정기라이딩에 꼭 참석하여 산악 MTB를 했다. 2004.8.21 첫 소리산 도토리코스 초급부터 시작했으니 한달이 조금 더 된것 같다. 사실 이전에 런닝머신, 마라톤 등을 꾸준히 해오긴 했다. MTB를 시작하면서 중독성이 강한 운동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특히 산악 라이딩은 코스별 특성, 날씨, 일행들과의 끈끈한 일체감 등 빠져나갈 수 없는 매력으로 가득찬 스포츠인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짧은 기간에 느낀 소감임을 간과하질 말기 바란다. 간사한 것이 인간이기에..

안양 - 강릉을 종단하기로 맘먹은 것은 일주일전부터 이다. 고향이 강릉이라 추석 귀향길을 잔차로 하자는 발상에서 였다. 상당히 무모한 일이었다. 한달 출퇴근정도 아마추어 잔차 실력으로 2백키로 이상을 그것도 주간에 주파 한다는 것은 모험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왈바사이트를 들락날락하면서 무수히 많은 Tour Story를 접해왔다. 특히 청아님의 "강릉에서 분당까지"와 어디든님의 "길위에 서서"가 큰 도움이 되었다. 코스별로 상세한 정보를 주셔서 막연하지만 도로별 특성을 최대한 파악할 수 있었다. 또한 강릉 - 서울은 그동안 수십번 자가용, 버스로 국도며 고속도로로 이동한 경험이 있는 나라 코스에 대한 불안감은 없었다. 몸으로 부딛히게 될 장거리에 대한 두려움은 점점크게 다가왔다.

일주일전 결심후 3일간 매일 80Km이상을 달려봤다. 매일 저녁은 피곤하게 잠을 청했다. 잠들기전 매번 과연 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밀려왔다. 평촌 - 명동 - 잠실 - 분당 - 평촌코스가 주로 출퇴근시 달려본 순환코스 였다. 출발은 9월 25일(토)로 하고 사전 준비물을 선배분들의 사용기를 통해 꼬박챙겼다. 타이어는 1.75 맥시스 오버드라이브로 교체하고 오장터 라이트, 지도, 정비도구, 행동식 등을 꼼꼼히 챙겼다. 하루전날인 금요일에는 쉬었다. 일주일동안은 술도 금했고 최대한 컨디션 조절에 신경썼다.

금요일저녁은 이것저것 준비로 늦게 잠들었다. 12시가 넘어 버렸다. 아내와 아이들은 자동차로 10시경에 별도로 출발하기로 하고 나는 새벽 4시반경에 잔차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잠깐 잔것 같은데 벌써 4시반 휴대폰 알람이 울린다. 분주하게 이것저것 챙기고 있는데 아내는 묵묵히 나의 이런 결정을 옆에서 지켜보기만 한다. 막상 마음에 와닫지 않는 표정이다. 하도 이상한 짓을 많이 하고 다니는 나라 이젠 별로 긴장하지 않는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었다. 하지만 어디 맘이 그럴 것인가? 김밥두줄을 열심히 입에 구겨 넣고 된장국을 들이킨후 준비를 열심히 도와준 고마운 아내의 푸시시한 얼굴을 뒤로 하고 새벽길을 나선다. (05:10)

인덕원을 출발하여 분당방면 정신문화연구원 신도로 언덕을 넘어 판교 - 분당 - 3번국도 - 갈마터널을 지나 광주로 진행한다. 3번도로는 갓길도 부족하고 도로가의 수풀들이 나를 자꾸 차도로 밀어낸다. 차들의 왕래가 많은 길이고 트럭이나 버스가 지나갈때면 마치 내가 차에게 빨려들어가는 느낌이다.




갈마터널까지는 얕은 업힐이 이어지고 터널속 굉음에 조금 시달리고 나면 시원한 내리막이 기다린다. 이른 토요일 아침에도 3번도로는 나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할 만치 분주했다. (06:30 27Km 뉴서울CC앞)




아침 일출이 멀리 도로너머 넘실댄다. 가다가 잔차를 세우고 아침하늘의 붉은 기운을 사진으로 잡아본다.




광주까지는 얕은 업다운힐이 꾸준히 이어진다. 광주가 지나도 갓길을 여전히 나에게 근심을 안겨준다. 도로사정이 현저히 나아지지는 않는다. 갓길에 떨어진 돌덩어리며 병조각들이 얇아 보이는 1.75 슬릭타이어를 여전히 위협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평상시 정도의 체력으로도 견딜 수 있는 구간이다. 이천이 가까워져 온다. 준비해온 물을 열심히 들이킨다. 첫휴식을 약 10분간 취했다. (07:20 50Km 이천을 앞두고 신촌리 버스정류장앞 (언덕만 넘어서면 이천이었다.))




높지않은 언덕이라도 계속 반복되니 점점 업힐에 대한 근심이 생긴다. 아직도 강원도는 멀었다. 벌써 여기서 두려워진다면 강릉까지는 힘들것이다. 페달링에 대한 느낌을 유지하고 체력을 아끼기 위해 업힐은 10~15Km정도 다운힐은 35~45Km로 유지했다. 평지는 30Km(기어비 3*8~9)를 낼 수 있었다. 다행히 맛바람이 불지 않아 부담을 덜 수 있었다. 3번국도는 이천에서 여주로 가는 인터체인지에 들어서면서 이별을 고하였다. 예전의 이천에서 여주로 가는 교차로는 언제나 차로 북적였다. 이제는 인터체인지화하여 여주로 진행하는 길은 마치 고속도로를 지나는 느낌이었다. 아침안개가 자욱히 드리워져 있었다. (08:02 62Km 이천에서 여주로 가는 인터체인지를 지나면서)





여주로 가는 길은 4차선 국도로 포장이 잘되어 있는 길이다. 코스모스가 산들산들 길가에서 손짓하듯 너풀거린다. 하지만 내맘은 꽃과 동화되지 못한다. 갈길은 멀고 시간은 부족하고 체력은 넉넉하지 못해서 일것이다. 거의 땅만 바라보고 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서서히 햇살이 따갑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코스모스가 오른쪽 핸들바에 부딛히며 내 손안에 꽃이 쥐어진다. 허허.. 꽃을 들었다... 여유없는 마음이었지만 자꾸 주위를 보며 가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여주로 가는 길은 그다지 볼거리가 없다. 잘 다듬어진 도로만이 차량운전자들의 감탄을 자아낼 듯하다. 때약볕위의 잔차 라이더는 힘들다. 여주시내에 들어섰지만 외곽으로 돌아가 시내에 대한 감흥없이 통과한다. 드디어 여주터미널 사거리에 들어선다. 오른쪽으로 가면 원주, 문막으로 가는 삼거리가 나온다. 자가용으로 몇번 가본길이다. (08:42 81Km 여주터미널 사거리)




강천방향으로 계속 가면 문막이 나온다. 여주를 거의 벗어나기 직전에 이호대교라는 다리를 만났다. 다리 직전에 과적차량검사소 그늘이 보인다. 도로는 내내 말그대로 그늘 한조각 찾아보기 어려운 민짜도로였다. 그래서 인지 검사소의 컨테이너 박스 그늘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여기서 15분가량 쉬기로 한다. 크게 배고프진 않았지만 체력보강을 위해 준비해온 파워바와 쵸코바를 꺼낸다. 이온음료와 함께 한개씩 먹고 잠시 몸을 식히고 길을 나선다..




준비해온 물통이 점점 가벼워져 간다. 생각없이 라이딩을 하는 순간 앗차하는 사이에 깨진 병조각들이 눈앞에 들어온다. 순간적으로 휘청하며 피해보지만 그냥 밟고 넘어선다. 놀란가슴을 쓸어내리며 타이어를 퉁퉁 튕겨보지만 다행히 별 이상은 없어 보인다. 여정내내 갓길의 유리파편들은 여기저기 널려서 나를 괴롭혔다. 정말 조심해야 한다.

사전정보에 의하면 여주-문막간 도로는 자동차 전용도로라고 했다. 국도로 우회하여 삿갓봉과 이름모를 봉우리를 합쳐 두개를 넘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계속 진행하여도 자동차 전용도로 표시는 보이지 않는다. 도로가 제한속도 80Km에서 90Km구간으로 바뀌면서 점점 고속도로 분위기가 되어간다. 우회도로로 예상되는 국도 표지판이 보이지만 전용도로 표시는 아직도 보이지 않는다. 앞에는 삿갓봉으로 보이는 높은 산이 보이고 마음속 갈등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초반 체력 비축을 위해 우회하지 않기로 한다. 두려움없이 문막으로 내달았다. 삿갓봉과 이름모를 봉우리를 뚫은 터널을 두개 지난다. 터널은 보행자를 위한 최소한의 배려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하나 걸어다닐 정도의 갓길과 복개된 통행로가 폭 50CM정도로 조성되어 있었다. 피아노 건반을 두들기듯 배수로 두껑을 두들기면서 터널에서 최대한 증폭된 차량을 굉음과 함께 터널을 지나갔다. 다시는 듣고 싶지 않은 소리의 기억이다. 터널을 두개 지나서 고속도로 같은 도로를 꾸준히 다운힐후 추석의 풍성한 금빛 가을  평야를 끼고 달리면 강천을 지나 지나 문막이 눈에 들어온다. 출발할때 45psi이던 타이어공기압이 35psi로 떨어져 있었다. 앞뒤모두 45psi로 다시 채워 넣는다. 참고로 오버드라이버 타이어의 최대 허용공기압은 50psi였다. 체인에 테프론을 넉넉히 쳐준다. 괜찮을런지.. (09:45 100Km 문막교앞 백키로 돌파기념)




문막은 평야지대에 조성된 작은 마을이다. 고속도로를 탈때나 국도를 탈때 자주 지나가게 된다. 곳곳에 공단도 보이는 걸로 봐서 공업지역이기도 한듯하다. 문막을 지날때까지 도로는 비록 쉴 공간이 부족하긴 했어도 국도치고는 깔끔하기 그지 없다. 더위를 빼면 더불어 라이딩하기에도 부담없는 길이었다. 반면 문막을 지나 원주로 가는 길은 참으로 열악하다. 도로에는 많은 아파트와 상점들이 곳곳에 즐비하다. 차량의 통행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한참 내부 공사중인 카센타에서 물을 얻었다. 첫 물보충이었다. 고맙게도 친절한 여자사장님이 흔쾌히 정수기를 허락해 주셨다. 거기서 아침의 추위를 이기기 위해 두겹으로 입었던 겉 반팔 져지를 벋었다. 낮동안의 라이딩은 목마름과의 싸움이라고 표현해도 될 듯싶다. 몸이 무거운 나로서는 그만큼 많은 수분이 필요했다. 먹고 담고 다시 길을 나선다. 원주시내로 접어들어 단계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계속 직진하여 원주IC방향으로 간다. (원주시내 사천철교앞 사거리)




사천철교사거리에서 1군사령부입구까지는 자전거도로가 보행자도로와 같이 조성되어 있다. 하지만 자전거도로는 상황이 열악하기 그지 없어 갈길이 먼 나는 차도로 올라섰다. 갓길이 없는 차도는 위험천만하여 버스, 트럭이 마구 경적을 울려댄다. 원주를 미친듯이 빠져나왔다. 원주를 벋어나 횡성으로 가는 길또한 만만하지는 않다. 체력적으로 이미 평상시 라이딩거리를 넘어서는 상황이라 몸이 부담된 상태이고 원주-횡성간은 길고 완만한 업다운이 반복된다. 페달링의 RPM을 높여 업힐을 겨우오르고 무페달링의 다운힐로 숨을 고르면서 서너고개를 넘어서면 횡성에 이른다. 횡성 진입전 인터체인지에서 우측으로 가면 장평, 새말이다. 최근에 와보지 않아서인지 도로가 놀라울 정도로 조성이 잘되어 있었다. 곧곧에 잘 뻗은 4차로만 보인다. 예전의 강원도길이 아니었다. 새말로 가는 길도 의외의 4차로였다. 얼마가지 않아 장평과 새말로 갈라지는 분기점이 보인다. 장평,둔내로 가는 좌측으로 진입한다.(11:29 136Km 장평새말 분기점)




둔내가는 길로 들어서자 2차로로 좁아진다. 전형적인 강원도 시골 국도를 계속 가다보면 예전에 넘어본 고개초입에 들어선다. 길가에 마을에서 조성해 놓은 정자가 보인다. 개울물을 끼고 조성된 정자 가운데에 코스모스가 옹기종기 둘러쳐저 있다. 여기서 쉬기로 한다. 정자에 짐을 풀어놓고 파워바며 초보바를 입에 물고 물반 이온음료반의 희석수를 들이킨다. 아까 물보충할때 이온음료 남은통에 물을 넣은 것이다. 몸이 많이 지쳐있다. 긴팔옷을 입고와 얼굴과 다리에 선블럭을 충분히 바르고 왔지만 다리는 이미 도로의 먼지와 땀에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선블럭을 다시한번 듬뿍짜서 얼굴과 흙이 채 가시지 않은 허벅지에 바른다. 흙과 크림이 범벅되어 시멘트로 미장하는 느낌이다. 갑자기 핸드폰이 울리고 회사에서 비상상황이 발생했단다. 난감했다. 그때부터 핸드폰을 붙잡고 첩첩산중에서 회사일을 처리하고  나니 40여분이 흘러버렸다.  아내의 운전이 걱정되어 전화를 해보니 늦게 출발한 아내가 벌써 둔내를 지나고 있었다. 확실히 차가 빠른듯하다. 추석을 앞둔 휴일인데도 고속도로는 텅텅 비어 있다고 한다. 갈길은 먼데 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있는 것 같다. 마음이 착찹해 지기 시작한다. 몸이며 마음이 점점 여정에서 멀어지려 하고 있다. 팬츠 안으로 베이비파우더를 쏟아부었다. 쓸리는 엉덩이를 달래보려 한다. 별 효과가 없는거 같다.

둔내로 향했다. 완만한 언덕으로 생각했던 고개가 끝없이 이어진다. 라이딩후 첫번째 겪는 길고 지루한 업힐이다. 지도를 보면서도 그다지 길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길고도 길었다. 올라오다 뒤를 돌아보니 상당한 표고차가 눈에 들어왔다. 산아래 펼쳐진 풍광이 예상외로 장대했다. 두번정도 쉬면서 오른 정상무렵에서 표지판을 보니 고개이름이 황재였다. 사전 선배님들의 정보에 의하며 강릉을 갈때 큰 고개 두개를 넘어야 하는데 황재와 양구두미재라고 했다. 어느새 나는 황재를 올라와 버린 것이다. 무심결에 오르긴했지만 큰 위안이 되었다. 황재를 생각보다 수월하게 오른 것이다. 둔내까지는 채 몇키로가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13:15 153Km 황재정상에서)




황재정상부근에서도 업다운은 반복된다. 물을 거의 소진해버러 둔내휴게소에서 보충할 예정이었다. 휴게소가 보인다. 열심히 다운힐을 하여 휴게소에 들어서자 손님이 한명도 없었다. 시커멓고 초라한 행색의 라이더가 물통을 들고 들어서자 휴게소 주인장이 대뜸 먹고가는 물은 줄 수 있어도 보충하는 물은 줄 수 없단다. 허.. 물인심한번 고약하네.. 생수를 팔기 때문에 그려러니 하고 물만 배터지게 실컷먹고 다시 길을 재촉한다. 물통은 보충하지 못한채.. 얼마가지 않아 둔내면이 눈에 들어온다. 배가 고팠다. 내내 파워바하고 쵸코바만 먹어서 입에서 당(?)내가 난다. 막국수가 맛있다고 해서 막국수집을 찾았다. 하지만 길가에 맘에 드는 막국수집에 들어서니 메밀철이 지나 막국수는 안한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오징어 돼지 불고기(오돼불고기)로 밥공기 한그릇반을 비우고 물보충한다. 기력이 줄어들고 물을 많이 먹어서인지 많이 먹을 수가 없었다. 그냥 의무감으로 꾸역꾸역 배를 채운다. 사실 오돼불고기 맛이 별로였다.ㅎㅎ




길을 나서니 지금까지 평속 30Km정도는 달려왔는데 이상하게 점점 느려지고 있었다. 20에서 25을 오락가락한다. 맛바람이 세차게 분다. 페달링도 점점 부담스러워 진다. 억지로 억지로 바람을 뚫고 가본다. 한참을 가는데 멀리 높은 산이 보인다. 강릉이 고향인 내게는 어린시절 강릉시내에서 한눈에 보이는 대관령을 늘 보고 살아왔다. 흐린날을 빼놓고 99구비의 고개길은 멀리서 늘 선명하게 볼 수가 있다. 그런데 지금 마치 대관령고갯길을 연상케하는 양구두미재 고개가 눈앞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물론 대관령보다 위용은 약하나 지친 내몸이 넘어가야 할 산이라 긴장이 되었다. 맛바람은 산에서 나를 다가오지 못하게 하려고 세차게 내리치고 있는듯 했다. (14:26 167Km 태기산(양구두미재)입구에서)




그러면서 산은 나에게 끝없이 손짓한다. 푸르르고 깊은 진초록의 산색은 내 호흡이고 위안이다. 바람은 내 터질듯한 심장을 달래주고 부드럽게 내 귀를 어루만진다. 오르는 그 마디마디 길이 어디하나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땅에 엎드려 입맞추고 싶다. 그렇게 축복처럼 고개를 올랐다. 옆으로 내 달리고 싶은 산아래 산야는 참으로 드넓고 골이 깊다. 그 곳곳을 핱으며 나는 달려 온것이다. 올라오면서 체력을 아끼기 위해 몇번이나 걷고 쉬기를 반복했다. 그 사이사이에 느껴지는 형언할 수 없는 감흥은 가슴 벅차게 했다. 산을 오르면서 몇번의 휴식은 나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산을 정복하기 위해 오르는 것이 아니고 산과 하나되어 오르는 것임을 알았다. 양구두미재 정상에 올라 동과 서를 조망하며 정상에서만 즐길 수 있는 암반수를 맘껏 들이켰다. 거의 한시간을 오른 양구두미재는 오늘 여정의 중요한 기점이 된다. 강릉까지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다시금 다지게 되었다. (15:22 175Km 양구두미재정상)




두미재를 내려오면 한참의 다운힐이 계속된다. 슬릭타이어라 코너링에서 내 95Kg의 몸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터질까 노심초사 했다. 극심한 코너링은 피했고 내려오는 길 곳곳이 비포장이었다. 한참을 내려와 여주-문막구간을 연상케 하는 몇몇의 시원한 4차선의 강원도 국도를 장평까지 이어 달린다. 하지만 역시 맛바람이 역시 세차다. 기어비를 3*8~9에서 3*6~5로 낮춘지 이미 오래다. 평속은 20을 겨우 넘긴다. 내리막은 맛바람으로 인해 자동으로 속도가 줄고 완만한 오르막도 곧잘 10~15Km로 겨우 오른다. 저속의 끊임없는 페달링만이 나를 강릉으로 데려다 줄 듯 싶다. 봉평을 들어가보지 못하고 봉평외곽을 지나 장평으로 간다. 바람은 세차고 한기가 살을 파고든다. 주위에는 차 한대도 보이지 않는다. 강원도 산골짜기 국도를 달리고 있는 나를 환기한다. 갑자기 울컥해 진다. 고비가 시작된 것이다. 혼자 떠난 라이딩에 외로움이 갑자기 밀려든 것이다. 지치기도 했고 바람은 잦아들지 않고 계속 나를 뒤로 밀어내려만 한다. 엉덩이쓸림은 이미 몇시간전부터 극심하게 시작되었다. 다양한 자세로 이리저리 엉덩이위치를 바꿔본다. 18에서 17로 평속은 자꾸 떨어진다. 드디어 장평IC가 눈에 들어온다. (16:02 193Km 장평, 대화분기점 장평으로 진입)




둔내 이후로 장평에서 사람들의 모습을 보내 왠지 반갑다. 오는 길가여정이 너무 혼자여서 일까? 친구라도 동행했으면 하는 심정이었다. 산아래 호젓한 마을 장평을 뒤로하고 진부로 향한다. 지금부터는 정신상태가 오락가락하는 관계로 중간기점 메모는 했지만 사진이 첨부되지 않는다. 그만큼 혼돈의 구간을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구 영동고속도로는 곧곧이 폐쇄되어 있고 휴게소 또한 그 기능을 상실한채 다른 건물의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용전휴게소도 다르지 않다. 장평을 지나 얼마가지 않으면 구 영동고속도로시절에 자주 들린 곳이었는데 지금은 신 영동고속도로 평창휴게소가 그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용전휴게소를 지나 무슨 팬션입구로 보이는 곳에 장승이며 나무, 바위조형물이 쉬어가라고 손짓하는 듯하다. 그곳에서 15분간 쉬어가기로 했다. 파워바두개를 두미재에서 보충한 암반수와 함께 먹었다. 이승복 기념관과 진부로 가는길이 갈라지는 속사IC에 도착한다. 진부로 넘어 가는길에 속사재고개를 넘어야 한다.(16:59 205Km 속사고개입구)

속사재는 그다지 길지는 않았다. 두번의 기나긴 고개를 오르며 어느정도 오르막 저속 페달링에 익숙해 탓인지 이번에는 한번만 쉬고 올랐다. 허리가 끊어질듯 아프다. 허리를 세워보기도 하면 페달링을 한다. 고수님들은 고개를 땅만보고 오르신다고 하시는데 체력의 한계상 나는 절대로 그럴 수 없었다. 오르는 도중 적어도 한번은 쉬어 숨을 고르고 주위를 돌아봐야 한다. 잠시동안 이지만 지친 여정에 나름대로 여유를 가지는 게 좋아서이다. 완만한 오르막을 꾸준히 오르다보면 끝이 보이는 정도의 고개였다. 속사재정상부터 진부까지는 전혀 오르막이 없이 완전한 다운힐이다. 몇구비를 쾌속으로 질주하다 보면 어느새 진부다. 진부에 다다르면 강릉에 다 온것 같다. 예전 강릉에서는 진부에 자주 다니곤했다. 한시간 이내의 아주 가까운 거리였다. 길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 더 위안이 된다. 진부면내로 들어가지 않고 외곽을 돌아 지나갔다. 오대산 입구까지는 그다지 멀지 않았다. 맛바람을 이제 내 체온을 식혀줄 친구삼아 즐겁게 페달링을 했다. 평속은 20Km이하 느려도 그렇게 걱정되지는 않았다. 대관령 정상까지만 가면 엄청난 다운힐을 기다리고 있기에.. 오대산 입구를 지나 완만한 오르막은 끝도 없고 왼쪽 길건너에 도암농협구판장이 눈에 들어온다. 물만먹어서 이온음료 보충좀 하려고 구판장에서 파*에이드하나 사서 마신다. 다 못마시고 배낭에 넣고 다시 출발한다. (17:52 221Km 도암농협앞)




계속 오르막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싸리재 고개를 앞에두고 얕은 오르막은 계속된다. 2차선의 도로는 갓길이 아예없다. 날은 점점 어두워 지고 있다. 후미 깜박등을 켠다. 차들이 경적을 울리면서 뒷골을 서늘하게 하며 지나간다. 버스며 트럭이며 오르막, 내리막길을 엄청난 속도로 질주한다. 거기에 나뭇잎처럼 내가 펄렁거리며 휘청인다. 모두가 반갑지 않다. 어둠, 끝없는 언덕, 추위, 열악한 도로, 차량들, 지친 내몸, 쓸린 엉덩이, 끊어질듯한 허리, 무거운 배낭이며 모두가 내가 극복해야할 대상이 된다. 하지만 유일한 희망은 저 언덕너머 내 고향이 기다리고 있음이다. 결국 기나긴 싸리재 고개를 올랐다. 숨을 고르기위해 서너번을 잔차에서 내려야만 했다. 지루함을 달래기도 해야 했기에.. 걸어도 보고 허기때문에 초코렛도 먹어본다. 정상에 오르지만 별로 감흥은 없다. 싸리재는 정말이지 재미없는 고개다. 특히 위험천만하다. 갓길없는 좁은 2차선도로는 정말이지 끔찍하다. 오장터 라이트를 켠다. 10W지만 앞을 밝히기에는 충분했다.  라이트의 소중함을 마음속에 되네이며 싸리재를 내려서면 바로 횡계로 이어지는 길이다. 고속도로와 만나는 지점으로 오면 구 영동고속도로길로 들어선다. 옛 고속도로는 호젓하다. 대관령 목장길위로 만들어진 도로를 간간히 구름속 달빛이 밝혀주고 있다. 서늘한 대관령 고원의 한기와 함께 어둠속으로 완만하게 이어진 업힐을 계속 오른다. 구름속에서 절망적으로 엷게 비치는 달빛을 제외하면 길은 완전한 어둠이다. 한줄기 라이트에 의지해 간다. 정말이지 생명이고 희망의 라이트다. 라이트 제작자분께 고맙다는 말씀 전하고 싶다. 구 대관령휴게소는 폐쇄되었고 그곳까지는 완만하게 계속 올라야 한다. 드디어 휴게소 정상이다. 오르는 도중 어디서인지 섬뜩하게 안개가 드리운다. 대관령 정상에는 안개가 가득하다. 일교차때문일까 한치앞을 볼수 없을 정도다. 그 어둠속에 대관령해발표지를 사진에 담아본다. (19:06 237Km 대관령정상)




대관령에 올랐다는 감흥은 뒤로 미룬다. 워낙 여유를 주지않는 대관령이다. 바람, 안개는 시야를 막고 추위와 어둠이 살을 파고든다. 어둠속의 대관령옛길 다운힐은 환상적이다. 지금까지의 여정의 클라이막스답다. 모든 고통과 아픔을 털어내는 다운힐이다. 얼마의 속도로 내려왔는지 갈음이 되지 않는다. 내 유일한 동지인 잔차에 내 몸과 믿음을 싣고 타이어가 터져라 코너링을 거듭하고 쾌속에 감탄, 감탄하며 기나긴 다운힐을 귀향길의 차들과 함께 내려왔다.

다 내려와서 다리가 풀려 있었다. 긴장이 완전히 풀린것이다. 체력도 거의 소진되었다. 집까지는 몇번의 낮은 언덕이 기다리고 있는데.. 이를 악물었다. 마지막 남은 기력을 뽑았다. 그리고 마침내 정겨운 가족이 기다리는 나의 고향집에 도착했다. 무모했던 추석 귀향은 이렇게 끝이 난다.(20:05 260Km 강릉교동 고향집도착)

총라이딩거리 260Km, 소요시간 약 15시간, 라이딩시간 11시간정도 였습니다. 내용이 장황할 수도 있겠으나 강릉라이딩 길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는 정보를 드리기 위해 되도록 자세히 작성했습니다. 강릉-서울간 고수님들의 평균 라이딩타임이 11시간 이내였음을 감안할때 15시간도 나에겐 감지덕지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힘들었던점은 엉덩이 쓸림과 배낭무게였습니다. 물론 추위와 체력적 한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몸이 극도로 지쳤을때 엉덩이 쓸림은 정말 고통스러웠습니다. 다행히도 짓무르지는 않았지만 라이딩후반에서는 의외로 견딜만했고 지친 마음으로 인해 더 고통이 민감한 부위였던것 같습니다. 배낭무게는 줄일 수 있는데로 최대한 줄이는게 라이딩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하루지난후 뒷타이어가 펑크나 있었습니다. 실펑크가 난것 같은데 다행히 라이딩중에는 증상이 없었습니다. 갓길에 방치된 수많은 유리들을 밟고 지나왔는데 그 영향인듯 싶습니다.


1. 본인이 느낀 온로드 라이딩시 필수품(물론 이외에도 많을 수 있음)

- 물(이온음료 2통 : 나중에 물통으로 활용)
- 정비도구(체인링크, 튜브, 패치, 만능공구, 휴대용펌프)
- 해당코스지도
- 고글
- 선블럭
- 윈드자켓이나 덧옷(가을이나 초봄, 동절기 라이딩시 필수)
- 라이트(전방, 후미)
- 휴대폰
- 구급약품

2. 필요없이 많이 준비한 물품

- 너무 많은 행동식(준비해간 분량의 반도 못먹음, 라이딩내내 무게부담이 되었음. 매점이나 식당에서 음식으로 조달이 제일 좋을 듯)
Comment '2'
  • ?
    유진복 2005.03.22 13:11
    대단 그 자체입니다. 초보자라고 하기에는 "냉무"
  • ?
    고명수 2005.03.22 13:22
    정말 대단 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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