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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은 어느새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 곳에 가을이 있었고 우리 팀은 진정 팀답게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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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의 아이콘 리더 하성식 교주님은 또 한번 순간순간의 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차량 지원 등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팀원들은 모두 진중하지만 열정을 다해 업힐을 즐겼다. 즐겼다는 표현이 썩 어울리는 표현이리라.
붉게 물든 단풍은 우리를 반가이 맞았고, 청평사와 소양호는 온전한 가을의 모습으로 우리를 탄복케했다.
우리는 이 가을의 단풍을 병풍삼아 시간을 즐기고, 업힐을 즐겼고, 서로에게 웃었다.
그것이 병풍인지 아름다운 실상인지 분간이 안 가는 혼미한 아름다움을 보였는데, 그게 나만의 착각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병풍앞에 취한 몹쓸 포즈는 나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Hi~)

 

새벽 다섯시 반. 집을 나서며 함께 라이딩하는 팀원 심교수님의 집에 들러 픽업 후 아침 집결지로 이동.
제대로 업힐을 하려면 제대로 먹어야 한다. 든든한 설농탕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운 후 이제 출발하려는 채비를 해야 한다.
아니 채비가 아니라 대비. 큼지막하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다름아닌 이동형 차량 캐리어를 달아서 피터(내 새 잔차)를 장착해야 하기 때문이다.
피터에게 바람 맞히며 달려가기엔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그보다 더 안전한 방법은 없으리. 
차량 내부에 스프라켓과 체인이 닿아 차가 지저분해지는 일은 상상만 해도 싫으니 말이다.
이동형 랙은 일명 내가 아부지로 모시는 Dr. Spark 님의 지난번 선물인 툴레 991 레이스웨이 모델.(짧게 툴레라 부르자)
장착이 쉽다지만 처음이니 내겐 쉽지 않다. 다른 팀원이 도와준다. 아니 거의 다 해주었다. 난 손을 얹기만 했을 뿐. 
경험 많은 팀원들은 초짜인 내겐 모두 우러러보이는 대인배들.

툴레를 설치하고 며칠전 발급 받은 추가 차량번호판을 장착.(고무줄 착탈은 팀 리더의 또 한 번의 감동적인 신공!)
툴레와 피터의 조합은 환상이었다. 흔들림 없이 춘천 소양호로 이동했다.

 

소양호 주차장. 내비가 안내한 그곳엔 바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람도 그냥 바람이 아니고 춘천산골에서 내리꽂는 매서운 겨울바람*0.5. 
온도는 12도라하지만 체감은 10도 안팍. 춥다.
팀 리더로부터 내부 재킷(inner)을 빌려 입고 방풍복을 입고 레그워머를 신고나서야 버틸만 했다. 
따뜻한 게 아니고 버틸만 하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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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1구간 배후령으로 간다. 아주 짧은 평지 구간 이후 업힐을 바로 시작한다. 5분 뒤부터 땀이 흐른다.
기어를 다 털었는데 이상하다. 허벅지가 당긴다. 아직 피터의 안장과 내 몹쓸 궁둥이의 궁합은 80퍼센트인 것 같다.
케이던스를 높이되 기어는 다 털었지만 내 멘탈도 털릴것 같은 헤어핀의 연속. 어...첫 고개부터 이러면 안되는데.
힘을 내본다. 헤어핀 업힐을 돌아 돌아 돌아 꿀맛 같은 평지가 한 번 나온다. 아 살 거 같다. 
팀리더로부터 새로 선물 받은 심박계를 케어해볼 요량으로, 입이 아닌 코로 숨을 가다듬으며 아주 잠시 나타난 평지를 즐기려는 순간.
아뿔싸 선배들이 기어 당기는 소리. 것두  두 단 이나. 선배들이 신나게 치고 나간다. 
엄훠나 빽점 시키나? 오기가 선다. 1등은 못 하더라도 중간은 가야 한다. 그게 피터에 대한 예의다. 
마음속으로 외친다. 월드챔피온십 위너, 피터 사간!!!!!!
배후령 정상이 보인다. 아직 두 손을 펼쳐들고 영광의 포즈를 하기엔 모자란 실력과 용기. 
그래도 정상이라는 순간을 즐기기 위해 힘차게 페달을 밟아 골인. 찢어져 너덜너덜해진 허파를 부등켜 안으려 핸들바에 기대본다.

바람이 매섭다. 중간식(초코파이)을 순식간에 취하고 난 뒤 2구간에 대한 리더의 설명을 들으며 다시 대비에 들어간다.
배치 고개를 넘으면 청평사다. 아름답단다. 소양호가 고즈넉히 보이는 그 곳의 뷰를 즐기기 위해 이 고개는 필수로 넘을 수밖에 없다.
급 다운힐에선 매섭고 차가운 바람에 눈물이 난다. 콧물은 그저 거들뿐. 슬픈 드라마를 본 것처럼 갸냘픈 눈물이 내 뺨을 흘러 내리기도 한다.
다운힐 후 잠시 지원차량도 서고 우리도 섰다. 그리고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또 쉰다. 
그럴 수밖에 없다. 오늘의 코스는 계속된 업힐과 다운힐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이제 2구간 배치고개로 출발. 배후령보다 수월할 줄 알았지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었다.
13%? 15% 뭐 화악산을 다녀온 나는 인.내.할.수.있.다. 그러나 20%에선 다르다.
서야 한다. 서지 않으면 안 된다. 소위 댄싱을 치지 않으면 오를 수 없다. 
함께 라이딩하는 초인간미 소유자 주쌤은 10%가 넘으면 아주 가볍게 댄싱을 친다.
하지만 난 아직 초보다. 댄싱을 치면 점진적으로 한 번의 케이던스가 조금씩 심박을 높인다.
심박은 평상시 80대로 출발해서 이곳의 20% 크라이맥스에선 179를 쳤다. 
땀은 땀 대로 몸은 몸 대로 옷은 옷 나름 대로 서로 분리된 느낌. 
내 몸안의 심장은 요동을 치고 나의 댄싱은 아름다우며 기준 잡힌 댄싱이 아닌 그저 몸부림일 뿐.
정상을 올랐다는 것에 만족. 후미에 있다가 2등이라도 하자는 생각은 없었다. 
천천히 다스리라 하지만 난 아직 그러기엔 무너저버린 텐션의 소유자 즉, 초보일 뿐이다. 
그저 정상에 오르는 것이 목표. 밟고 일어났다 앉았다 겨우 오른다. 털렸다. 봉크가 온 것 같다.
허벅지는 후들대고 또 어지럽다. 먹자. 먹어야 한다. 연속되는 업힐은 음식에 대한 엄청난 구미를 끌어당긴다.
또 초코파이~

 

이제 다시 다운힐. 급격하다.  이전 배후령 고개를 넘어 다운힐을 하면서 너무 많이 울었나보다. 이번엔 눈물이 많이 안 난다.
열변형이 올 수 있는 카본소재의 휠을 잘 다스려야 한다. 왼쪽, 오른쪽 브레이크를 번갈아 연신 눌러대며 웨잇백 자세로 허벅지 텐션으로 안장을 조인다.
새 휠이라 코팅이 되어 있다지만 이 소심의 발로를 어찌하리. 좌우로 수백 번 짧은 순간 브레이크를 당기며 내려왔다.
어느덧 청평사 입구를 지나 소양호다. 주차장을 지나 리더가 서라는 구간에 서서 좌우 주변을 돌아보니.... 가을 그 자체. 
코발트색 아스팔트 위에 선 우리들 주변으로 소양호와 형형색색 펼쳐진 단풍이 우리를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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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져지 허리춤으로부터 꺼내어 셔터를 연신 눌러댄다.
중딩 여고생처럼 셀카 모드로 잠시 서로의 미소와 말을 잊은 채 찰칵찰칵. 

 

잠시 후 리더의 한마디. - '자 소 실장 누워!'
엥? 어디에요? - '지금 그 자리에 엎드려 누워!'
엥? 내가 또 다른 팀원들에게 화악산에서의 약장수 코스프레 - 괜한 저체력 자랑질을 일삼아 약장수 짓을 하면 인디안 밥을 시킨다. - 를 한 건가?  
엎드렸다. 아스팔트가 차다. 그 매선 바람에 살짝쿵 보슬비도 내려주었으니 찰 수밖에 없다.
그래. 말 듣지 머. 리더 말 들어서 다친 적은 없으니. 내가 섭섭한 적은 없으니...
잠시 후 요추 1번에서 출발해서 흉추 12를 넘어서 흉추 하나하나를 리더가 즈려눌러주신다. 우두둑 우두둑 소리가 난다.
알고보니 팀 리더의 내 허리를 배려한 마사지 시전. 

세 번째 업힐 전 내 허리가 걱정되어서인지 팀 리더가 팀원 모두가 보는 앞에서 나를 교본삼아 맛사지!
매.우.시.원.하다. 당신께선 야메(?)라지만 한 번 받고 나면 그 시원함이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의 맛사지!

그리고 잠시 후 소양호를 우측으로 끼고 도는 등고개 업다운 힐구간.  잠시 서로를 보고, 단풍을 보고, 산을 보고, 호수를 지나는 선착장과 배를 보며 즐겼다.
우린 시간을 잊고 모든 주위의 자연에 동화되는 어린아이처럼 그 시간을 즐겼다. 팀과 함께. 그리고 또 한 번의 인생샷을 남긴다.

 

세 번째 하우고개. 분명 가파르지 않은 듯 한데 15% 구간에서 멈추란다. 인생샷 남기잔다. 업힐 댄싱 연습 겸.
댄싱 친다. 그리고 리더가 한 마디. '이제 그대로 올라가면 거의 다와요. 그냥 올라가요'
정말 다온 줄 알았다. 다오긴 개뿔. 초입이었다. 댄싱 치다 댄싱 치다 안장에 안고 보니 또 헤어핀의 연속이다.
이젠 땀엔 신경도 안 쓰인다. 그저 밟고 밟아 한 번의 케이던스를 더하고 더해, 정상에 올라가는 것만 생각한다.
주변의 그 아름답던 단풍도 잊어버린다. 지금 이순간은 또 한 번의 내 한계에 대한 도전이다. 
중간 중간 댄싱을 치며 욕도 나올 뻔 한 업힐구간 세 번째 고개후 바나나, 초코파이, 그놈의 미운 콜라까지 흡입.
먹으면 바로 소화되는 느낌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리고 또 다운힐은 즐길 수 있겠지란 기대. 다운힐이다. 하지만 그 기대는 여지없이 5분만에 종료되어 버렸다.

 

네 번째 내겐 착시를 불러온 부귀고개. 
가파르지 않다 하지만 / 헤어핀이 얼마 없다. 하지만 지리하고 힘든 구간.
분명 가파르지 않은 경사인데 힘들다. 아뿔사. 우리가 넘은 세 번째 고개까지의 누적 경사, 누적 피로가 이제 몰려오는 구간인 거다.
후비적 후비적 오바로크를 치고 싶고, 즐기는 스포츠 라이딩을 하고 싶지만 마지막 이 고개에서 그런 여유는 사치.
남들은 오늘의 코스에서 양구 코스가 남았다 하지만, 난 마지막이라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업힐 폭풍 댄싱을 치고난 뒤 자연스럽게 정상에 섰다.
그리고 들려오는 한 마디. "오늘은 여기까지만." 누군가 그랬다. 누군지는 기억 안 난다. 하지만 그렇게 반가운 목소리가 아닐 수 가 없었다.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흘렀고 - 그만 2,3구간에서 그리 시간을 잊고 단풍을 즐겼으니 - 누적된 피로도와 차가움에서 시작했다 매서움으로 돌변한 바람에 팀 모두 이구 동성으로 "오늘은 여기까지만..."
'아 이제 점심 먹으러 가나?'라고 생각하고 시간을 보니 오후 3시를 넘긴다.

자 우리 팀의 모토 중 하나인 즐기는 라이딩을 위한 취식을 하러 가자. 그 유명한 춘천에 왔으면 춘천의 유명한 음식 '닭갈비'를 먹어줘야 한다.
많은 닭갈비 집이 즐비한 골목의 가운데 유명한 [통나무집]으로 간단다. 워디든 상관 없다. 누적된 피로와 지쳐가는 간과 과도한 젖산의 분비로 비명을 지르는 내 허벅지엔 오로지 먹고 싶다는 일념 뿐.
갔다. 다행히 30분만 기다렸다. 먹었다. 저엉말 맛있다. 먹는 와중에도 스포츠 라이딩 이야기 뿐이지만 우린 즐겁다. 같은 주제로 같은 취미로 같은 생각으로 같이 즐기며 다니는 라이딩이니까.
또.가.고.싶.은.마음을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다음 라이딩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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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 '8'
  • profile
    하성식 2016.10.24 21:07

    후기는 정보가 아니라 사랑방 카테고리에 보시면 있습니다. 

  • profile
    소순식 2016.10.24 21:09
    지난번 잔챠산 후기를 여기에 올리셨길래.....(아부지가 옮겨주시겠죠 모 아홍홍~)
  • profile
    박순백 2016.10.25 12:07
    맞아, 잘 했어.^^
    이건 좀 특별하니 여기 둬도 괜찮을 거 같음.
    하여간 하 선생과 상의해서 한동안 여기 둬 보기로...
    이렇게 훌륭한 후기는 "정보성"도 있음.ㅋ
  • profile
    소순식 2016.10.25 12:13
    아 원래 사랑방>잡담/후기에 들어가야 하는거죠?
    다음부턴 두분 혼선 없으시도록 그리로 올릴께요. 이번까지만 여기두고요. ^^
  • profile
    김선교 2016.10.24 21:15
    글 참 잼나게 쓰네. ㅎㅎ
  • profile
    김선교 2016.10.24 21:15
    글 참 잼나게 쓰네. ㅎㅎ
  • profile
    박순백 2016.10.25 12:06
    같은 댓글을 두 개 올렸네.^^
    근데 그것도 괜찮네.ㅋ
  • profile
    소순식 2016.10.25 16:08

    가끔 아부지 사이트 게시판의 등록에 대해 저장 딜레이가 발생할 때가 있어요. 그래서 저도 모르고 두 번 누른 적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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