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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캐츠(Cats) - "젤리클 고양이들의 향연"에 초대를 받고...

그간 무척이나 보고 싶었으나 기회를 놓쳐 왔고, '이번엔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보리라!' 다짐하던 것이 뮤지컬 캐츠 공연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오리지널 공연 티켓이 퀵서비스로 남편(Spark)에게 날아들었으니... 이보다 더 기쁜 일이 또 어디 있었겠습니까? 그것도 VIP 초청 형식의 오픈 공연을 일반 관람 공연에 하루 앞서 관람할 수 있다니... 그래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여고시절로부터의 오랜 친구에게 연락해 그녀의 퇴근과 동시에 남편과 회사 근처에서 조인해 티켓을 받아들고 국립극장으로 달렸습니다.


- 반항아 고양이 럼 텀 터거의 모습이 국립극장을 들어서는 우리를 반기고 있었습니다.


- 뮤지컬 캐츠의 공식 로고입니다.


- 국립극장 앞에서 친구 선숙이의 사진도 남기고...


- 새로 단장한 해오름 극장의 멋진 모습입니다.


- 저도 기념으로 사진 한 장 남겼습니다.

뉴요커들에게 유명하다는 넌센스 퀴즈, “세상에서 가장 오래도록 산 고양이는 어떤 고양이일까?” 물론 그것은 ‘뮤지컬 캐츠’입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Jesus Christ Super Star)의 앤드루 로이드 웨버 작곡, 카메론 매킨토시 제작의 작품으로 뮤지컬 본고장인 런던 웨스트  엔드의 뉴런던 씨어터에서 1981년에 초연된 이 뮤지컬은 영국에서 최장기 공연기록을 가지고 있던 것(현재는 작년에 ‘레 미제라블’에 의해 이 기록이 깨졌지만...)입니다. 캐츠는 2002년 5월까지 웨스트 엔드에서만 21년간 8,950회의 공연을 계속했다고 합니다. 그 21년뿐만이 아니라 5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 공연했더라도 극장은 늘 만원사례를 이뤘으리라 짐작됩니다. 관광객들로 이뤄진 관객들로 늘 극장이 넘쳐날 정도였다니 말입니다.


- 기념품들을 파는 곳인데 그 날은 오픈 공연이라 기념품 판매를 하지 않아 기념품을 하나도 살 수 없어 아쉬웠습니다.ㅜ.ㅜ 일반 관람 공연 시부터 기념품이 판매된다고 하더군요.



뮤지컬 캐츠는 T. S. 엘리엇의 시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를 원작으로 한 우화(寓話)입니다. 우화집 제목은 ‘늙은 주머니쥐(지혜를 상징)의 노련한 고양이에 대한 보고서(Old possum's book of practical cats)'로, 이 책에 등장하는 각양각색의 고양이들의 성격을 충실히 무대화한 작품입니다.

포토존에서 몇 장의 사진을 찍고 공연장으로 들어가니 고양이들의 눈높이로 바라본 쓰레기장이어서인지 집채처럼 커다란 타이어와 깡통, 각종 쓰레기더미로 뒤덮인 공터 위에 구름에 살짝 가려진 푸르른 보름달 빛이 교교하게 비추고 별들은 빛을 발합니다.


- 국립극장에 들어섰을 때 바로 눈에 띄는 사진입니다.

무대는 초코파이 상자와, 버려진 자동차와 차 번호판, 난로, 오븐, 찌그러진 주전자 등 온갖 잡동사니가 무수하게 쌓여있는 동네 폐차장입니다. 폐차장이라고는 하지만 무대의 뛰어난 아름다운 조명으로 인해 마치 동화속 환상의 세계가 펼쳐지는 듯 했습니다. 오케스트라 피트석 의자 뒤에도 인라인 스케이트, 망가진 장난감 등 쓰레기들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특이한 점은 막이 전혀 보이지 않는 공개된 무대였다는 것이지요. 순간 ‘커튼 콜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잠깐 뇌리를 스쳤습니다. 오호라, 그러고 보니 제 자리는 1층 제일 중앙의 모든 관객의 꿈의 자리라던 통로석까지 제가 차지할 수 있는 것이어서 감개무량했습니다.


- 포토존에서 기념 사진 한 장을...

드디어 뮤지컬 캐츠의 시작을 알리는 멘트 뒤에 객석의 조명이 꺼지고 무대 위에 몇 마리의 고양이들이 등장하는데, 갑자기 객석 뒤에서부터 환호성이 들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고양이들이 좌석 옆 통로 쪽으로 기어 오면서 관객들에게 고개를 내밀기도 하고 터치하기도 하면서 무대를 향해 나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SOLO:
Jellicle cats meet once a year
젤리클 고양이는 일 년에 한 번씩 만나지
At the jellicle ball where we all rejoice
우리 모두가 즐기는 젤리클 축제에서
And the jellicle leader will soon appear
젤리클 지도자가 곧 나타날 거야
And make what is known as the jellicle choice
그리곤 젤리클 고양이를 선택해주지
When Old Deuteronomy just before dawn
올드 듀터로노미는 동이 트기 전에
Through a silence you feel you could cut with a knife
칼 소리마저 들릴 것 같은 정적을 뚫고
Announces the cat who can now be reborn
이제 다시 태어날 고양이를 발표한다네
And come back to a different jellicle life
또다른 젤리클의 삶으로 돌아갈 고양이를
For waiting up there is the heaviside layer
그곳 헤비사이드 레이어로 올라가길 기다리고
With wonders one jellicle only will see
그곳을 보게 될 오직 하나의 젤리클이 궁금하기 때문에
And jellicles ask because jellicles dare
용감한 젤리클들은 묻지
Who will it be?
누가 될까?

/From this point onward, each of the cats tells his own story in song and dance,
/이 때부터 각각의 고양이들은 노래와 춤으로 그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hoping to be chosen as the special cat to come back to a different Jellicle life./
또 다른 젤리클 삶으로 돌아갈 특별한 고양이가 되길 희망한다./


‘젤리클 볼’은 1년에 한번, 환생할 고양이를 뽑기 위해 펼쳐지는 젤리클 축제입니다. 노래가 아닌 춤만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는 이 장면은 처음엔 느리게 진행되다가 점점 격렬해지기 시작해, 7분여에 걸친 고양이들이 춤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의 힘에 겨워 헉헉거릴 만큼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에 절로 박수가 쳐지고, 흥겨움에 어깨춤이 절로 추어집니다.


- ‘젤리클 축제’의 모습입니다.

자, 이제 고양이들을 소개해 볼까요?

멍커스트랩(Munkustrap/션 레니)은 아메리칸 숏 헤어 종의 보호자 고양이로, 두 번째 지도자라고 할 수 있지요. 젊은 세대에게 이야기를 전하는 역할을 하는데, 럼 텀 터거를 못마땅해 하고 상당히 진지한, 근사한 캐릭터입니다. 키도 크고, 에너지가 넘치는, 멋진 목소리의 늘씬한 배우였습니다.

선지자 고양이 올드 듀트로노미(Old Deuteronomy/임한성)는 러시안 블루 계열의 잿빛 고양이로, 나이가 많은 고양이입니다. 인자하고 마음씨 착하고 푸근한 할아버지로 모든 고양이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는 젤리클 캐츠의 정신적 지주이시지요. 그의 강한 베이스/바리톤 목소리는 카리스마가 넘치는데 그는 이번 공연에서 유일한 한국인이어서 아주 자랑스러웠습니다. 혹자는 그를 가리켜 예수 그리스도를 연상했다고 할 정도로 성량도 좋고, 연기도 뛰어났습니다.

익살스럽고 재치 넘치는 몽고제리(Mungojerrie)와 럼플티져(Rumpelteazer)는 말썽쟁이 도둑 고양이 커플인데, 늘 자신들과 함께 사는 가족들을 귀찮게 합니다. 완벽한 호흡의 듀엣 춤은 가히 일품이었으며, 서로 몸을 거꾸로 맞잡고 풍차를 도는 장면은 가히 경이적이었습니다.


- 오른 쪽 couple이 말썽쟁이 고양이 몽고제리와 럼플티져입니다.

럼 텀 터거(Rum Tum Tugger)는 메인쿤 종의 자신만만한 반항아 고양이로, 모든 암컷고양이들은 럼 텀 터거에게 넋을 빼앗길 정도로 완소남이며 섹시남입니다. 특히 엑셋트라는 럼 텀 터거가 꼬리를 흔들고 허리를 돌리며 섹시한 춤을 출 때, 10미터씩이나 떨어져 있어도 소리를 지르며 기절까지 할 정도지요. 짝은 봄발루리나로 보이고, 관중들 사이에 뛰어들면서 노래하는, 춤도 잘 추는 높은 바리톤의 바람둥이 고양이입니다.


- 제 친구가 바람둥이 럼 텀 터거의 자태를 멋지게 흉내내고 있습니다.^^

럼 텀 터거 역의 배우 로웬 브라운(27)은 근육질의 남성미와 섹시미로 무대 밖에서 역시 구름같이 여성들을 몰고 다니기로 유명하답니다. 2003년 ‘캐츠’의 빅탑시어터 공연에서는 알론조 고양이 역을 맡았었는데 이번에는 비중이 더욱 큰 럼 텀 터거 역으로 4년만에 한국에 재상륙 할 수 있었으니 그에겐 남다르게 감회가 깊은 공연이리라 생각됩니다.

7월 6일 밤 윤도현의 'Love Letter'에 출연한 럼 텀 터거, 그리자벨라, 실라밥의 노래들입니다.




- 이곳 저곳에서 역시 럼 텀 터거가 주인공이었습니다.

늙은 창녀 고양이 그리자벨라(Grizabella) 역의 프란체스카 아레나가 부르는 ‘Memory'는 여러 가지 신기록으로도 유명한데 첫해 공연 때는 백만 번이나 라디오 전파를 타는 기록을 세웠다고 합니다. 지금부터 Memory를 백만 번 들으려면 CD의 반복 재생 버튼을 누르고 5년 뒤 Stop 버튼을 눌러야 한다던가요?*^^* 이제까지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노래를 많이 들어 왔으나, 이번의 그리자벨라 역을 맡은 아레나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는 또 다른 처연하고 애달픈, 그리고 호소력 짙은 아름다운 목소리였지요.

한 때는 아름다웠으나 이제는 늙어 너덜너덜해진 더러운 누더기 옷을 걸치고,  얼굴은 주름 투성이로 변한 누추한 모습으로 그리자벨라가 나타나자 고양이들이 그녀를 경멸하고, 받아들이기를 꺼려해 외면을 당합니다. 외로운 고양이 그리자벨라의 처절한 외침, 은은한 달빛 아래서 아름다운 시절을 추억하는 그녀의 노래 Memory는 전율이 느껴질 정도로 진한 감동으로 다가오고...


- 너덜너덜한 누더기 옷을 걸치고 Memory를 부르는 그리자벨라입니다. 유일하게 하이힐을 신었더군요.^^* 실제론 훨씬 늘씬하게 보였었는데...

Jesus Christ Super Star에선 ‘I don't know how to love him’이, 미녀와 야수에선  ‘Beauty and the beast’라는 테마곡들이 유명하지만, 그것들이 Cats의 'Momery'가 이룩한 만큼의 명성을 대신할 수 있을까요?



Memory, turn your face to the moonlight
기억, 얼굴을 돌려 달빛을 봐요
Let your memory lead you
당신의 기억이 당신을 이끌도록 놔둬요.
open up, enter in
마음을 열고 들어가요
If you find there the meaning of what happiness is
만일 거기서 행복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Then a new life will begin
새로운 삶이 시작 될 거에요


Memory,
쓸쓸한 달빛에 젖어
All alone in the moonlight,
더욱 외로워지지만,
I can dream of the old days.
나는 지나간 추억을 꿈꾸지.
Life was beautiful then.
그때는 모든 것이 아름다웠어.
I remember the time
행복했던 그 시절이
I knew what happiness was.
추억 속에 아른거리네.
Let the memory live again.
그 시절이 너무나도 그리워.


Burnt out ends of smoky days,
어두웠던 나날들의
the stale cold smell of morning.
지저분한 아침은 더 이상 없을거야.
The street lamp dies,
가로등 불빛이 사라져가고,
another night is over,
이 밤도 끝나가고 있네.
another day is dawning.
새 날이 밝아오고 있어.


Daylight,
아침이 오면
I must wait for the sunrise,
다시 떠오르는 태양과 같이,
I must think of a new life
나의 새로운 삶이 시작 되는거야.
and I musn't give in.
난 포기할 수 없어.
When the dawn comes,
이 밤이 지나고 새벽이 오면,
tonight will be a memory too
지나간 밤은 추억으로 남겨지고
and a new day will begin.
새로운 날이 시작되겠지.


Sunlight, through the trees in the summer
햇빛, 여름 나무 사이로 비치는
Endless masquerading
끊없는 거짓 꾸밈
like a flower as the dawn is breaking
새벽이 끝나갈 때의 꽃과 같이
The memory is fading
기억은 퇴색하고 있어요


Touch me,
내게로 와 줘...
it's so easy to leave me,
우리가 함께 지내며 느낄 수 있었던
all alone with the memory
찬란했던 지난날들의
of my days in the sun.
그 추억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어.
If you touch me,
우리가 서로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you'll understand
우린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거야.
what happiness is.
지난날의 그 시절처럼...
Look, a new day has begun.
자, 우리 다시 시작 하는거야.



프란체스카 아레나는 에비타(Evita)의 에바 페론, 레 미제라불의 팡틴느, 지붕 위의 바이올린의 허들 등 뮤지컬의 주역이었고, 오페라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고 합니다. 23년 전, 1985년에 캐츠를 보고 뮤지컬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래 그 꿈을 이루었고, 남은 마지막 소망이 있다면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그리자벨라 역을 근사하게 소화해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2막 초반에 메모리를 어린 암코양이 실라밥 역의 저스틴 퍼이가 한국어로 다시 불러 환호는 극에 치달았고... 극장 고양이 거스가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의 극중극 ‘그로울타이거의 마지막 모습’에서는 징기스칸의 몽고, 태국의 전통 문화가 특징있게 묘사됩니다. 쓰레기더미 속에서 뚝딱뚝딱 수월하게 기차를 만들어내는 장면도 몹시 인상적이었지요.


- 극장 고양이 거스가 변신을 해서 그로울타이거 연기를 하는 모습입니다. 오른쪽은 그의 연인 그리들본(모니카 샤넬 피치카스)입니다.


- 맨 왼쪽은 기차 검사원 고양이 스킴블샹크스의 모습입니다.

개인적으로 매력적인 춤을 선보이는 페르시안 고양이 빅토리아(Victoria)가 너무나도 귀여웠습니다. 수컷고양이들이 많이 사모하는 아름다운, 하얀 아기 고양이입니다. 1막 끝에는 플라토의 짝이 되며, 그렇게 어른이 됩니다. 거의 모든 댄스마다 맨 앞쪽 중앙에 있고 리더의 역할을 합니다. 나이는 16~18세정도로 춤 솜씨가 뛰어났지요. 한 다리를 들고 턴을 한 후에 고양이처럼 살살 발끝을 긁어주는 모습이 어찌나 예쁘던지...


- 왼 쪽의 고양이가 아름다운 빅토리아입니다.

고양이들 중에서 가장 눈에 확 띄는 고양이는 미스터 미스토펠리스(Mr. Mistoffelees/20대초반의 애드리안 닉스), 최고의 마법사 고양이입니다. 아주 재미있는 캐릭터이면서, 젤리클 무도회 때의 댄스 리더이지요. 반짝이는 코트와 빛나는 의상을 입고 등장하는데 이번 공연에서 가장 춤을 잘 춘다고 생각됩니다. 몸매가 여성보다 더 매끈하고, 뛰어나 처음에는 여자인줄로 착각할 정도였지요. 굉장히 난이도가 높은 역이기 때문에 배우들은 대부분 2년 이상 이 역을 맡지 않는다고 합니다.


- 여자보다 더욱 아름다운 미스터 미스토펠리스의 모습입니다.

발레리노인 그의 춤은 한 마리의 나는 새를 연상시킬 정도로 사뿐 사뿐 가볍고, 부드럽고, 기품이 넘쳤고, 솟구치는 힘이 있었습니다. 한 쪽 다리를 머리 위로 쫘악 펼쳐 들어 올리는 유연성, 화려한 춤, 고난이도 발레 동작이라는 푸에떼(fouette) -한 다리를 들어 휘두르면서 다른 한 발 만 딛고 제자리에서 연속으로 40여 바퀴 힘차게 회전하는 동작-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탄성을 지르다 못해 탄식이 터져 나올 지경이었습니다.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고양이들 캐릭터 하나하나가 모두 각각 저마다의 뛰어난 개성이 살아 숨 쉬고 있고, 공연이 시작되어 막이 내릴 때까지 잠시도 쉬지 않고 자신을 표현하고 있는 캐릭터들의 숨은 노력과 끝없는 열정이 있어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좋아하는 캐릭터가 생기는 것이지요. 젤리클 캐츠 모두가 다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특별한 이유인 것 같았습니다.

저는 아이들과 함께 유럽 여행을 하면서 오스트리아의 빈(Wien)에서 모차르트의 ‘마술피리’를 봤었는데, 그 때의 그 특별했던 감흥이 지금도 새롭습니다. 공연은 야외 공연장에서 시작되었는데 메인 무대 양 옆의 건물이 그대로 공연장이 되어 2층 창가에서 노래 부르고, 밧줄을 타고 담 벽을 기어 오르내리고, 패션 쇼 때의 무대에서처럼, 객석 중간에 열십자로 크게 무대를 만들어 놓아 메인 무대와 이곳에서 오페라 공연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신출귀몰하게 배우들이 출몰하고, 노래하며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공연이었는데, 그런 새로운 진행은 난생 처음 경험하는 것이어서 눈물이 핑그르르 돌 정도로 가슴 벅차오르기도 했었습니다.

이번 캐츠 내한 공연도 이제까지 접해 보지 못한, 무대와 객석이라는 기존의 틀을 완전히 깨고 관객과 배우들이 함께 느끼며 호흡하는 정말 특별한 공연이었습니다. 기존의 오케스트라 피트석(OP)의 벽을 허물어버리고 무대를 부채꼴 모양으로 돌출시켜 무대에서 배우들이 뛰어내리면 바로 관객과 만날 수 있게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실제 고양이로 착각할 정도의 사실적이고도 화려하며 정교한 고양이 분장과 고양이의 실제 행동들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끊임없이 꼼지락거리며 움직이는 배우들의 행동들과 역동적이면서도 열정에 넘치는 화려한 춤과 음악과 연기와 환상적인 무대는 한 순간도 고양이들에게서 눈길을 뗄 수조차 없도록 하는 요인이었습니다. 유연한 몸놀림과 역동적인 탭댄스, 발레, 재즈댄스, 현대무용, 텀블링, 아크로바틱 서커스, 공중돌기 등 곡예 수준의 다양하고 현란한 춤으로 엮어낸 안무는 객석의 탄성을 불러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한 가지 궁금한 점은 고양이들이 의외로 가슴이 아주 작은 점이었습니다. 그 정도로 작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데 말이지요. 그렇게나 착 달라붙는 수트를 입었는데 과연 그 속의 가슴을 꽁꽁 싸 맨 것일까요? 육안으로는 그렇게 싸 맨 것 같지도 않았으니까요. 그렇게 싸 맨 것이라면 ‘과연 얼마나 더울까?’도 생각해 봅니다.


- 아주 멋진 자태의 날씬한 고양이였는데, 이름이  카산드라 였습니다.

젤리클 페스티벌에서 헤비사이드 레이어(Heaviside Layer/ 젤리클 고양이들이 일년에 한 번 모여서 여는 젤리클 축제에 등장하는 고양이들의 천국을 의미)로 올라가 새로운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게 될 한 마리의 고양이로 그라자벨라를 선택합니다.


- 선지자 고양이 올드 듀트로노미가 헤비사이드 레이어로 올라가기 위해 선택된 그리자벨라를 타이어에 태우고 공중으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이 네티즌을 대상으로 ‘캐츠 헤비사이드 레이어로 보내 현재로 환생시키고 싶은 역사적 인물’이라는 주제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1위로 이순신을, 2위로는 세종대왕을 뽑았다고 하던가요? 라이브 무대를 보고 싶어 현재로 환생시키고 싶은 가수로는 엘비스 프레슬리가 1위로 뽑혔다던데, 엘비스 프레슬리를 그리워하는 것은 세계인이 모두 한마음이리라 생각됩니다.

중간 휴식 때 로비에 나가지 않고 계속 자리를 지킨 공연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2막이 시작되기 전까지 고양이들이 앉아 있는 관객들에게 입을 크게 벌리고 야오오웅 거리며 할퀴려고 달려들기도 하고, 거꾸로 물구나무서서 곡예를 부리기도 하고 온갖 재주를 다 피우며, 여러 가지 장난을 치며 관객들과 어울리는 게 너무 귀여워서 좀처럼 자리를 뜰 수 없었답니다.


- 희원 씨 남친이 찍어 준 제 친구와의 기념 사진입니다.

고양이들의 코믹한 몸짓과 주인공 고양이들이 노래를 부를 때도 쉬임없이 고양이 행동으로 딴 짓을 해대기도 하고, 관객들과 눈을 맞추느라 뚫어지게 쳐다보기도 하고... 고양이들은 1층과 2층을 오르내리며 관객의 무릎에 앉기도 하고 관객의 아이를 빼앗아 달아나기도 하고, 관객과 함께 춤을 선보이기도 하고, 중간 중간에 무대 아래로 뛰어 내려와 관객과 배우가 하나가 되게 하는 생동감 넘치는, 잊을 수 없는 환상적인 무대였습니다.

캐츠의 연출가인 조앤 로빈슨은 캐츠가 23년간이나 세계인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는 이유로 캐츠는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생과 인간사회를 비추고 있어, 쉽게 공감할 수 있다는 점과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독특한 캐릭터들과 고양이들의 몸짓을 춤으로 표현한 재미있는 무대를 꼽았다고 합니다.


- 그 날 그곳에서 한 couple이 어찌나 잘 어울리고 예쁘던지... 두 사람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이 못내 마음 아팠지요.^^* 그래서 좋은  추억 남겨 드리려고 제 camera로 사진을 찍어드렸습니다. 아주 예쁘지요? 제 남편 Spark가 강수지와 비슷하다는, 강수지보다 훨씬 예쁜 디자이너인 희원 씨 랍니다.

고양이들이 각각의 이름을 지니고 있어 이름을 불러주면 나타나 자신을 맘껏 표현해 내는, 젤리클 캐츠들의 그 젊음을 주체하지 못해 에너지를 맘껏 분출해 낼 때는 화려한 무대 조명아래 내가 고양인지, 고양이가 나인지 모르게 감정 이입이 되어 즐거운 고양이들의 향연으로 빠져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장자 자신이 나비인지, 나비가 장자인지 구분을 하지 못할 정도로 동화되어 가듯이...^^


- 희원 씨의 멋진 미남 친구랍니다. 제가 사진을 찍어드리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잘 어울리는 두 사람이었습니다.

일본 뮤지컬 ‘라이온 킹’이 뮤지컬 전용 극장 ‘샤롯데 극장’을 지어 200회 공연을 하여 현재 우리나라 공연 2위를 달리고 있는 바가 시사하는 바대로 이제 우리나라에도 뮤지컬 전용 극장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합니다. 뮤지컬이 라이브라는 점, 그래서 그 큰 장점으로 인해 뮤지컬 애호가들의 발길을 극장으로 옮기게 한다는 점은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개척 가능한 뮤지컬 시장이 존재한다는 걸 깨닫게 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공연이 20~30년 롱런할 수 있는 그런 탄탄한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난타 같은 새로운 시도의 공연이 난타 전용 극장에서 8년을 지속해 오고 있다는 것을 보면, 이름있는 뮤지컬의 롱런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단지 그런 뮤지컬이 우리 것이어야한다는 것이지요.)

국내 다른 대형 극장에서 S석으로 팔릴 만한 자리가 샤롯데 극장에선 A석이라는데, 극단 ‘시키’가 티켓 값을 낮출 수 있었던 이유는 공연이 끝나는 날을 미리 정하지 않고 상연을 계속하는 ‘오픈 런’ 공연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뮤지컬 전용 극장이 생겨야만 비로소 입장료도 낮출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것이지요.

공연을 보면서 개성적인 매력덩어리들인 하나하나의  캐릭터들을 발견해 가는 재미가 아주 쏠쏠한 기막힌 공연이었습니다. 보통 때의 오페라나 뮤지컬 공연에서는 제가 항상 가지고 다니는 니콘(Nikon) 망원경(오페라 글라스로는 남편이 90년 대 중반에 러시아제 전용 오페라 글라스를 사 줬는데, 전 약간 덩치가 큰 멋쟁이 망원경인 80년 대 초에 만들어진 니콘 망원경을 애호합니다. 지금은 캐논으로 전향했지만, 80~90년 대에는 지독한 니콘광이었던 남편이 사 준 것이지요.)을 몇 번 사용하는 정도로 그쳤었는데 이번 캐츠 공연에서는 제 옆 자리의 친구가 망원경을 달라기 전까지는 계속적으로 망원경으로 메인 캐릭터 이외의 뒤의 앙상블들을 캐치해 내느라 흥미진진한 시간들이었답니다.


- 공연이 끝난 직 후, 배우들이 답례하는 모습입니다.

제 조카 윤정이는 3월에 예매해 두었던 젤리클 캐츠석에서 공연을 보았는데 말로 표현할 길 없을만큼 최고였다고 합니다. 젤리클 캐츠석은 오케스트라 자리에 위치해 공연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도록 특별히 마련된 것으로, 관객이 마치 무대 안에 들어가 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객석 자체가 무대와 동일하게 디자인 되어 뮤지컬의 감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 황홀했던 공연이었다고 합니다.(이 좌석에서 보려면 대본은 미리 보고 가야할 듯.) 표정과 몸짓 하나하나 살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고파서라도 꼭 다시 한 번 젤리클 캐츠 석에 앉아보고 싶은 욕심이 살며시 생깁니다. 언젠가는 뮤지컬 캐츠가 반주도 오케스트라 라이브로 더 박진감 넘치고, 현장감 넘치는 공연을 펼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는 기대감도 가져봅니다.




이 글을 쓰게 된 것은 두 분 덕분입니다. 한 분은 제게(실은 남편 Spark에게) 이 표를 선물해 주신 MTB의 달인이시라는 이민주 선생님 덕분이고, 그리고 또 한 분은 남편이 저의 캐츠 공연 관람에 대해 쓴 글을 보고 아래의 댓글을 달아주신 황인규 선생님 때문입니다.(전자는 "덕분," 후자는 "때문"입니다.^^ 제가 다른 일도 있는데, 그 때문에 이 긴 글을 쓰게 된 것이거든요.)



아 참, 국립극장의 캐츠 공연은 립싱크가 절대 아니었습니다. 오픈 무대에서와 실내의 차이 때문에 그랬을 것입니다. 마이크는 머리 분장 속에 감추어져 있다고 합니다.

* 박순백님에 의해서 " 삶의 길목에서"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7-07-10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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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주 2007.07.11 01:45
    [ zoomini@gmail.com ]


    이글... 고 박사님께서 직접 작성하신 거 맞나요?
    하긴... 박 박사님은 예술을 모르시니. ㅋ

    한마디로 감동입니다.
    뮤지컬 캐츠와 직접 함께한 것보다 더한.


    박순백 박사님.
    언제고 마땅한 공연이 있으면 고 박사님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
    이거 고 박사님에 대한 공개 데이트 신청입니다.


    드뎌... 대화가 통할 만한 분을 만났다!
  • ?
    박순백 2007.07.11 08:01
    [ spark@dreamwiz.com ]

    -_-
    내가 예술을 모른대.ㅜ.ㅜ
  • ?
    고성애 2007.07.12 19:05
    [ kosa@dreamwiz.com ]

    이민주 선생님, 다시 한번 멋진 공연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이런 긴 글은 관심있는 분들에게는
    조금은 도움이 되겠지만, 좀 읽기 힘든 글 아닌가요?^^*
    모처럼 공연 평 부탁이 계시길래 조금 자세하게 쓴다고 하는 것이 너무 길어진 것 같습니다.
    오래도록 잊지 않고 감사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 ?
    이민주 2007.07.12 19:17
    [ zoomini@gmail.com ]


    고 박사님, 다음엔 젊고(!) 매력(!!)적인 남자(!!!)와 공연을 함께 하시지요. ㅋㅋ
  • ?
    박순백 2007.07.13 19:03
    [ spark@dreamwiz.com ]

    '자기가 젊대.
    그리고 매력도 있다고 생각하나봐.'-_-
  • ?
    이민주 2007.07.14 11:11
    [ zoomini@gmail.com ]


    어, 질투하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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