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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1288 추천 수 4 댓글 9

 

15년은 넘은것 같다. 아내와 3년 동안 다니던 스키장비가 창고 물품 신세로 전락한게. 가물가물한 기억을 되살려보자면 당시 1년에 두세번 스키장을 갔고. 첫해엔 재미있었으나 해가갈수록 재미가 없었다. 지난해 11월 15일 쉰 두번째 라이딩 일기에서도 이야기한 것 처럼 여러 이유가 있었다. 내용은 이랬다.

 

“2000년~2002년 대략 삼년 동안의 겨울철 천마산 스키장.

하나. 난 발이 아팠다. 발 볼이 넓고 높은 편인데 - 일명 농사꾼 발? - 스키 부츠를 제대로 튜닝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급자 코스를 한 번 타고 내려오면 한 번은 쉬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발이 저렸다.

 

두울. 학습하기에 부족했다. 이 스포츠를 이해하고 싶었지만 주변에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고 공부할만한 컨텐츠도 부족한 시절. 그렇다고 원서를 사서 공부해가며 운동을 하기엔 당시 시절은 내게 너무 가혹했었다. 야근도 밥먹듯이 했었고 운동은 필요할 때에만 아주 오랜만에 하는 수준 이었으니까.

 

세엣. 준비 과정이 너무 지리했다. 런닝? 걍 달리면 된다. 수영? 걍 뛰어 들면 된다. 라이딩? 걍 페달링 할 수 있다. 헌데 스키는 다르다. 우선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나서 스키장비 두 대를 어깨에 짊어지고 부츠를 신은 채 아장아장 걸어서 - 게다가 당시 천마산 스키장은 약간 오르막 - 가고 또 가서야 설원에 발을 들여 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나서 스키를 신고 열심히 폴을 짚어 이동을 하고 나서 그제야 리프트 앞. 이 준비과정이 너무 지리하고 싫었다. 운동을 하기 위해 운동을 해야 하는 워밍업이 필요하다는 것은 상식일진데 당시 내겐 이해할 수 없는 과정이었다.

 

네엣. 가장 중요한 이유인데 재미가 없었다. 오르고 내려가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내려가면서 바람을 맞고, 눈을 맞고, 피하고, 턴하고, 그러다 아내가 어떤 부주의한 남자 사람과 충돌하는 것에 분개하고. '이런 운동을 왜 해야 하나?' 싶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후로 나와 아내의 스키장비는 십수년간 창고에서 누렇게 녹슨 엣지에, 허리가 휘어가며 썩어가고 있다.”

 

이 글을 읽으신 동회회 선배들이 가만 있지 않으시겠다며 모두 나서셨다. 이제 막 라이딩에 맛들인 화악곰에게 스키를 하게 만드시려고 여러 지원사격에 나서신다. 내심 너무 감사하고 좋고 고맙고 신나지만 도도하게 아닌척 하면서(?) 그럼 한 번 타봐 드릴까? 머 이런 도도한(사실은 약간은 겸손하지 않은) 자세로 다가섰다. 그랬더니 선배들께서 몸.만.오.란.다. 
에이 설마 했는데 정말이었다. 몸만 갔다. 얼마전 자출 중 다친 몰골이 흉측해서 좀 아픈 티좀 내려고 지팡이 하나 들고간다는 차원에서 폴 하나만 가져갔다. (물론 빤쓰는 입었다.)


동호회 리더인 하교주께서 가장 헌신적인 지원과 함께 1:1 강렬 교육까지 해주셨다. 그것도 원격 마이크로 헬멧 투 헬멧 700미터까지 지원되는 원격 마이크/스피커로. 헬멧이 울릴 정도로 소리가 잘 들린다. - 스키를 타면 바람소리가 들이치니 당연히 소리 커야 한다 - 하교주께서 원래 억양이 있으신 편이고 잔소리가 좀좀좀좀좀(?) 있는 편이시지만 나야 뭐 이제 잔챠로 8개월 넘게 들어온 잔소리 데시벨이라 그닥 잔소리로 들리지 않을 수준. (심지어 네시간에 걸쳐 발아프지 말라며 내 부츠를 튜닝까지 해주셨다. 이런 헌신의 아이콘! 만나면 열심히 안할 수 가 없다. 그래서 교주라 부른다.)

 

여하튼 이런 전폭적인 지원을 한 장의 사진으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동호회 밴드에 ‘비선실세 화악곰’ 이라는 지적도 올라올 만큼 난 정말 몸만 간 거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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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igned by 하교주

 

몸만 가서 얹어놓으면 될 줄 알았다. 15년이 넘었지만 그래도 그때의 감각이 있을거다 생각했지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이더라. 서기도 힘들다. 부츠도 겨우 신었다. 

 

스키 바인딩에 부츠를 찰탁하는 순간 부터 15년전 감각은 초기화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걷기도 힘들다. 앞으로 나서기도 힘들다. V 자를 그리며 약간의 오르막을 겨우 올라 리프트를 타기도 힘들더라. (여기서 부터 온몸의 땀은 이미 흥건~) 헌데 리프트가 초급이 아니다. 바로 중급. T.T 우리 교주 무섭다. 그냥 오르란다.

 

오늘은 스키로 밀며 내려가는 힘으로 타는 스키딩 위주의 (당연히 초급이니까) 주법을 연습했다. 스탠딩, 플루그 화렌이야 어차피 15년전의 감각과는 달리 상식적인 선에서 ‘A를 그리고 밀어 라고 했던’ 기억은 되살릴수 있는 사항이었다. 우선 내려오면서 테일 컨틀롤을 통해 각을 유지하는 방법과 중급에서 바로 플루그 보겐 턴을 시작한다.

 

팔에 힘을 빼고 상체에 힘을 빼야 하는데 로보트다. 플루그 보겐 턴을 하면 마네킹 처럼 보이는 모습인데 정말 내가 그랬다. 완전 로보트 팔~. 힘이 빡 들어가니 하체에 힘이 들어가고 하체에 힘이 들어가니 턴 하는데 중심이 흔들린다. 

스키 위에 선다는 느낌이어야 하는데 하체로 버티려는 느낌이다보니 자꾸 중심이 뒤로간다. 자꾸 중심이 뒤로가니 스키 앞이 트고 떤할때나 슈템턴 이전 스키가 떠버린다. 그럼 뒤로 자주 넘어지는 것이고. 

 

계속해서 되네며 탔다. 팔에 힘을 빼서 뻣고(고글 끝 각에 보이도록), 상체에 힘을 빼고 하체는 버티는게 아니고 스키 스키 위의 각도로 서고. 

내리 꽂는 각을 무서워하지 말고 길게 턴하며 바닥으로 타지 말고 허리와 무릎을 안쪽 각으로 세심하게 밀어넣어 엣징하며 날로 타야 한다! 엄지 발까락으로 꼭꼭 누르듯이 스키에 두면 스키가 휘고 휜 각도에 따라 돌게 만들어야 한다.

 

헌데 겁을 자꾸 먹는다. 턴을 숏턴으로 가려는 습성이 보인다. 상하체 힘이 들어가고 숏턴으로 가는 첫번째 이유가 내리 꽂는 각도에 대한 겁이 나니 손이 모인다. 그리고 숏턴숏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열심히 플루그 보겐 턴을 익혀보려했다. 길게길게 턴하고 이제 막 좀 이해하겠다 싶은 순간, 아니 익혀보기도 전에 갑자기 교주가 상급코스로 끌고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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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장하면 코를 벌렁이고 입은 좁아진다. (스타힐 리조트 스키장 상급코스의 상징 노랑별!)

 

상급코스 무섭다. 정말 각도가 장난 아니다. 이유는 하나. 하키스탑과 턴을 제대로 해보라신다.

난 사흘전 잔차에서 떨어질때의 각도가 느껴졌다. 게다가 노랑별(스타힐 리조트 최상부)이 있는 곳에 날 세워두더니 동영상으로 엉망인 자세를 촬영해서 보여 주겠다 하시며 먼저 내려가 버리신다. 솔직히 이때 부담감은 최고조였다.

그래 머 구르면 되지. 헬멧도 썼고 보호장구도 잘 되어 있는 환경이니. 눈 위에선 푹신할게야. 내려오다 정말 허벅지 터지는 줄 알았다. 하키스탑 연습을 5회 정도 하면서도 이게 스탑이 제대로 된 건지 잘 모르겠다.

 

그순간 헬멧 스피커에 이렇게 들린다.

“턴을 여러번 하는게 중요한게 아니고 단 한번의 턴을 완성하는게 중요해. 거기에 집중해. 엣징을 제대로 밀면서 한번에 서야 해 그게 하키스탑이야. 그래 그렇지! 그렇지! 그렇게 하는 거야. 한 번이 중요해. 한 번 한 번 자체에 집중 해……………엄청난 잔소리 잔소리 잔소리*1000000000”

 

헌데 그렇게 집중하니 마지막에 좀 달라진다. 달라지는게 느껴진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젠장 이런 초 울트라 잘가르치는 양반을 그때 만났으면 내 지금 스키 강사를 하고 있을텐데. 지금쯤 딸내미를 가르치고 있을텐데…”

 

스키딩 롱턴으로 전환하여 연습해보려는데, 다시 중급 / 상급 리프트를 오가는데 이제 다리에 힘이 풀린다.  아침 8시에 시작해서 오후 3시. 식사시간을 빼고 여섯시간은 내리 탄듯 하다. 허벅지가 후달린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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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측이 하교주님(저 봉긋한 마이크 T>T). 우측은 최근 스키신동이라 불린다는 김정민양. 

 

다음번 스킹은 플루그 보겐턴과 슈템턴을 완성하고 롱턴으로 넘어가서 뉴트롤 포지션 후 위아래 포지션 잡는걸 목표로 한다.(이건 물론 내 개인적 몹쓸 소망일지도…)

 

초반부 이야기했던 네 가지 스키를 멀리했던 이유가 달라지기 시작한 첫 스킹이었다. 하루만에 말이다. 

발아픈거 4시간 튜닝으로 이젠 사라졌다. 제대로 된 선생님을 만났고, 동영상까지 공부하라며 보내주신다. 지금 보고 있다.

세번째는 이제 하나씩 하나씩 준비하련다. 지금까지 너무 과하게 잔챠에 투자를 해서 스키장비는 좀 천천히 준비하되 동호회 선배들의 폭격(?)을 당분간은 감사하게 사용해야 할것 같다.

네번째? 네번째는 하루만에 재.밌.다. ^—————————-^ (언넝 배워서 딸내미에게도 가르쳐주고 싶다)

 Comment '9'
  • ?
    신재영 2017.01.08 15:40
    완전 우낍니다~ 화팅하셔서, 김모양 넘어서는 신성이 되셔욧...
  • profile
    소순식 2017.01.08 17:53

    스키만 잘타는 줄 알았더니 정말 미녀더군요. 게다가 얼굴이 CD만해요.
    20대 젊은 남자 아이들 빨리 스키장으로 몰려와야 할듯요!!!!

  • profile
    이민규 2017.01.08 16:24

    지금 받은 그 사랑보다

    언젠가는 소실장님께서도 더 큰 사랑으로

    누군가를 지원하고 챙기시게 될 날이 곧 오리라

    기대하며 응원하겠습니다.

    정말 좋은 분들이 가까이에 계시니 너무 행복해 보이십니다. ^_^

  • profile
    소순식 2017.01.08 17:54
    예 맞습니다. 내리사랑으로 저도 그렇게 지원해야죠.
    우선 회사 동료 후배들에게 지원하고 있습니다. 제가 받은 잔챠 장비 다시 물려주고 가르쳐주고.
    헌데 잔차를 저랑 잘 안타주려 해요. T.T
  • profile
    조병준 2017.01.08 18:41
    소실장님 너무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공감가고 실감나는 글이라 씨익 웃으며 보았습니다. 늦바람 축하드리구요. 이제 비시즌 없이 매년 신나게 달리실 수 있겠네요.
    추신: 회사 후배들이 같이 안타려는 것은 본인의 인격 실력 외모 자산 등 그 어떤 것과도 관련없는 지극히 자연적인 현상입니다.^^
  • profile
    문종현 2017.01.08 19:10
    스키 다시 시작하심을 격하게 환영합니다.^^*
    재미있찌요~~~ㅋㅋ
    소실장님 화이팅~~~!!
  • ?
    이승호 2017.01.09 08:06

    축하드립니다.~~~~~~~^^

    딱 한번 방문한 스타힐리조트에서 절 배경으로 써 주셨네요...초상권 있습니다...ㅋㅋ

  • profile
    박순백 2017.01.09 10:57
    이승호 선생님이, 뒤쪽 오른편의 두 분 중 한 분이신가요?^^
    그럼 제가 그 날 찍은 사진 중에도 계실 듯합니다.
    연맹의 연수회 현장 연수 사진을 제가 두세 장 찍었으니 그 중에 계실 듯.ㅋ
  • profile
    하성식 2017.01.09 10:29

    플루그보겐 시킨 적 없는데 혼자 보겐했나벼...

    첨부터 스키딩&카빙 패러렐 롱턴 시켰더니 혼자서 슈템(이라 쓰고 엉덩이 턴이라 읽음) 숏턴을 구사...

    생 초보는 아니고 기본적으로 스키는 신고 벗고 일어서고 설줄 안다기에

    레벨 딸 것도 아닌데 뭐...

    이러고 안정된 자세만 취하고 겁 안내는 방법만 가르쳤는데.

     

    에피소드 : 한참 엉덩이 턴 한다고 야단치고 있는데 옆에 박 박사님이 휘잉~~ "잘 타네~"  

    휘리릭~~    사라지심...

    아마도 잔차 타는 곰이 넘어지지도 않고 눈밭에 미끄러져 (등데른은 아니구요) 가는 걸 보고 기특하셨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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