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0년~2002년 대략 삼년 동안의 겨울철.

 

그러니까 10년하고도 수 년을 더한 과거. 당시 티뷰론 터뷸런스(당시 나름대로 스포츠카 아웃핏)에 스키장비 두 대를 싣고(캐리어도 없어서 앞뒤 좌석을 대각선으로 가로지어서) 구리를 지나 마치터널을 지나는 가까운 스키장을 다녔다. 이름하여 천마산 스키장. 슬로프가 많지 않지만 마니아들에게는 매우 훌륭한 스키장이고 리프트를 타기 위해 대기시간도 길지 않아서 좋았던 곳.

당시 지금 내게 아버지처럼 대해주시는 박순백 박사님의 권유로 살로몬 롱스키를 구매했었다. 그것도 좀 무리해서 아내 것과 내 것을. 물론 아는 곳을 소개해주셔서 약간 저렴하게 구매했고 덤으로 선물도 받았었던 것 같은데 뭘 받았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Hi~)

 

겨울 시즌마다 (한두 해는 시즌권도 끊었던 듯 싶다) 아내와 함께 거의 매주 다닌 적도 있었는데 내몸엔 그리 맞지 않았다. 그 이유인 즉슨,

 

하나. 난 발이 아팠다. 발 볼이 넓고 높은 편인데 - 일명 농사꾼 발? - 스키 부츠를 제대로 튜닝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급자 코스를 한 번 타고 내려오면 한 번은 쉬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발이 저렸다.

 

두울. 학습하기에 부족했다. 이 스포츠를 이해하고 싶었지만 주변에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고 공부할만한 컨텐츠도 부족한 시절. 그렇다고 원서를 사서 공부해가며 운동을 하기엔 당시 시절은 내게 너무 가혹했었다. 야근도 밥먹듯이 했었고 운동은 필요할 때에만 아주 오랜만에 하는 수준이었으니까.

 

세엣. 준비 과정이 너무 지리했다. 런닝? 걍 달리면 된다. 수영? 걍 뛰어 들면 된다. 라이딩? 걍 페달링 할 수 있다. 헌데 스키는 다르다. 우선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나서 스키장비 두 대를 어깨에 짊어지고 부츠를 신은 채 아장아장 걸어서 - 게다가 당시 천마산 스키장은 약간 오르막 - 가고 또 가서야 설원에 발을 들여 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나서 스키를 신고 열심히 폴을 짚어 이동을 하고 나서 그제야 리프트 앞. 이 준비과정이 너무 지리하고 싫었다. 운동을 하기 위해 운동을 해야 하는 워밍업이 필요하다는 것은 상식일진데 당시 내겐 이해할 수 없는 과정이었다.

 

네엣. 가장 중요한 이유인데 재미가 없었다. 오르고 내려가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내려가면서 바람을 맞고, 눈을 맞고, 피하고, 턴하고, 그러다 아내가 어떤 부주의한 남자 사람과 충돌하는 것에 분개하고. '이런 운동을 왜 해야 하나?' 싶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후로 나와 아내의 스키장비는 십수년간 창고에서 누렇게 녹슨 엣지에, 허리가 휘어가며 썩어가고 있다.

 

함께 라이딩 하는 동호회 선배들 대부분 전문 스키어 수준이어서 나의 이런 과거 기억들이 매우 어리석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실이 그러한 걸 어쩌하리.

 

이번주 라이딩은 그야말로 아름다운 가을길. 관.광.모.드. 

평지 위주이지만 중간 중간 짧게 댄싱을 연습할 수 있는 등락도 있고 가로수 우거진 사이로, 예쁜 낙엽과 운치있는 풍경이 충분한 자전거 도로 위주. 매우 마음 편한 코스였다.

 

P20161115_132807000_6018147A-64E0-4DD6-AA56-F8F354824569.JPG

- 다른 선배들과 달리 집에 일이 있어 늦게 참가한 나는 차로 점핑. 구리 한강 시민공원에서 조인했다. 

 

막 차에서 피터(사간 시그너처 사이클)를 내려서 라이딩을 시작하고 100m 즈음 달리고 있었다. 사실 중국 출장에서 돌아온 후 첫 라이딩이라 몸도 풀리지 않은 상태 그대로였다. 팩 라이딩 중반부의 팀원이 갑자기 내게 맨 앞 리더가 날 부른단다. 좌측으로 내달려 리더에게 가보니 ‘바람막이해!’. 

원래 리더가 주로 서는 편이지만 이번 주 웃지못할 사연 - 리더의 Di2 구동부 충전을 안 하셨단다 (Hi~) - 으로 리더가 매우 힘든 상황. "옳다꾸나" 하고 바람막이 서본다. 그리고 29km/h까지 끌어 올리려는데 25km/h만 밟으란다. 옆의 그림자를 보고 뒷사람의 상황도 보란다. 아차차! 고(성애) 박사님도 계시고 상황을 또 까묵!

걍 앞만 보고 달리려 했다가 다시 25, 24km/h로 속도를 낮추어 정속 주행 시작. 

헌데… 바로 뒷자리 선배가 잠시 후 좀 더 올려 보란다. 왜 그러신가 했더니 속도계를 달지 않으셨단다. 29km/h는 어느 정도고 28km/h는 어느 정도인지 느껴보고 싶다하신다.(이거 어느 장단에 놀아야 하는지 헷갈린다)

시키는 대로 했다. 리더가 시키든, 바로 뒤 선배가 시키든. - 팀 라이딩, 팩 라이딩은 항상 리더의 말을 들어야 한다. 리더는 팀원 전체의 상황을 고려하기 때문. 이제야 이실직고 한다. 이거 잘못한 거다. ㅋ

 

어느 정도 워밍업 후 왕숙천 둔치를 지나 금곡역에 다다를 때 즈음 리더가 오픈이란다.

고즈넉한 터널 자전거 도로가 나오는 곳 까지. 오예~! 달린다. 피터야 달리자!. 30, 33, 35, 37, 39km/h. 허파가 찢어질 때 까지 달려보자.

어제 숙취의 추억을 날려버리자! 이거 완전 환상코스 아닌가~! (사실 어제 연간 송년회 시즌의 시작이어서 회사내 형제처럼 지내는 분들과 과음을 한 상태.) 

땀을 흘릴 수 있는 대로 한 번 흘려보자. 신나게 달려보니 저 앞에 터널이 나온다. 

리더말 듣자. 그곳에서 더 가지 않고 섰다.

 

잠시 후 선배들 모두 오시고 다시 팀 라이딩, 잠시 후 평내 호평역에 닿았다. 주거 인프라가 제대로 갖추어진 시골이 아닌 시내다. 리더와 함께 둘이서 공도를 지나 한 바퀴 선행해보고 한우국밥으로 중식집 선정.

 

P20161115_132829000_06398B94-8F99-4666-BEB9-9639D09A570B.JPG

- 붉은색 국밥 맛이 정말 좋다. 해장국으로 일품!

 

이제 남은 거리는 수키로 수준. 천마산 스키장행. 공도에서 벗어나 다시 자전거 전용 도로. 전용 터널도 나온다. 높은 업힐 후 다시 내려오는 걸 예상했지만 언덕도 안 되는 수준이고, 고즈넉하니 터널 안은 라이더를 위해 최적화된 듯한 느낌. 지나가면 자동으로 불이 켜지고 잔잔한 음악도 나온다. 터널 안이라 그런지 바람도 시원하다. 선배 한 분과 소담소담 이야기 나누기에도 좋은 오솔길 같은 느낌 그대로다. 서로 연신 웃었다.

 

P20161115_132903000_7131B46B-98E8-46EB-8880-BAB73447DD2A.JPG

 

P20161115_132934000_A01EFA6D-6D35-4815-8987-EF0D1B4D8D80.JPG

- 김선교 형님과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면서 달렸던 이 길... 스트레스 해소!

(이 길에서 형님이 사진 한 번 남기고 싶다 하셔서 달리며 장갑을 입에 물고 져지 뒤쪽 주머니에서 휴대폰 빼내어

한 손으로 달리며 직촬 찍찍. 이러다 휴대폰 떨어뜨려 강화유리는 아작. 다행히 보호용 강화유리였을뿐 폰에는 이상 없었다. ^^)

 

천마산 스키장은 수년 전 스타힐 리조트로 브랜드를 변경하고 리노베이션 했으나 그 능선과 모습은 그대로였다. 

십수 년 전 왔던 자리에 스키가 아닌 자전거 위에서 만나보니 느낌이 또 다르다.

(익스트림 숏 스키를 등에 메고 집으로부터 여기까지 라이딩을 해서 오면 어떨까라는 미친 생각도 잠시 해보고...)

 

P20161115_132846000_6F29DB4D-458E-4A53-B5CA-453EA8F8E771.JPG

- 심 교수님과 나는 버프 사랑 충만~

 

돌아오는 길.

룰루랄라 신나게 페달링도 해보고 갈대밭 아름다운 배경에서는 인터벌 좀 쳐서 사진도 촬영해드리고 보람찬 라이딩~

 

P20161115_132947000_E1739FC1-C27E-4CAB-B179-5A856188E4AB.JPG

- 아~ 이 배를 어찌하리....

 

P20161115_133004000_7480DF92-6C93-43BC-A340-7F7B90D15639.JPG

- 난 선교 형님이 좋다. 공학도 출신이면서 이렇게 인상 좋고 사람 좋아하는 분을 뵙기 어려운데 이 관계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 

 

P20161115_133022000_20EEC5BC-6F31-4D12-8E35-9DAE42FDE7CC.JPG

- 나의 라이딩 리더. 하나 부터 열까지 헌신하며 가르쳐준다. 어쩌면 라이딩 인생 끝까지 같이 갈지도 모르겠다.

 

P20161115_133041000_BE7FFF44-B3C5-472E-81A1-6865D09DA7E8.JPG

- 굇수이자 화악산에서 날 멋지게 빽점시켜버린 동갑내기 주쌤. 언제나 간지난다.

 

 Comment '16'
  • profile
    박순백 2016.11.15 15:10 Files첨부 (1)

    내주에 200km 라이딩을 하면 오른쪽 사진과 같이 변할 거야.^^ 열심히 타.

     

    ss-so.jpg

     

  • profile
    소순식 2016.11.15 15:20
    아놔~아~~~
  • profile
    하성식 2016.11.16 00:24
    주말에 비 예보가 떠서 어찌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200 안되면 쑥과 마늘만 먹이면서 100 타볼게요.
  • profile
    김선교 2016.11.15 15:38

    나도 소 실장이 좋아. ㅎㅎ

  • profile
    박순백 2016.11.15 16:51
    니덜...ㅋ
  • profile
    하성식 2016.11.16 00:23
    노랑별 아래 2인분 추가해야할까요?
  • profile
    문종현 2016.11.15 15:59

    오른쪽 사진 한참만에 이해했습니다..ㅋㅋ ^^

  • profile
    박순백 2016.11.15 16:50
    본인도 그랬다더라구요.^^
  • profile
    소순식 2016.11.15 17:17
    아주 한~~~~~참 걸렸습니다.
  • profile
    박순백 2016.11.15 17:23
    넌 말만 그렇고, 실제로는 네 몸이 그렇다고 생각지 않는 거지.ㅋ
    오른편 사진을 봐도 그게 현재의 너로 보이는 거야.ㅋㅋㅋ
    왼편과 함께 부분부분 비교를 해 봐야만 아는...
  • profile
    소순식 2016.11.15 19:09
    항상 그렇듯이. 돼지 둘의 대화
    돼지1: 야 너 너무 쪘어 살좀빼
    돼지2: 야 니가 더 쪘어 니가 더 빼야 해
    돼지1: 아냐 니가 더 쪘어 니가 더 빼야 해
  • profile
    최구연 2016.11.15 16:56

    풉...

     

    선교 보고 인상 좋고 사람 좋뎈...ㅋㅋ

  • profile
    소순식 2016.11.15 17:15
    넵. ㅋㅋㅋㅋ
  • profile
    김선교 2016.11.18 14:48
    지금 봤습니다. ㅋㅋㅋ
  • profile
    최경준 2016.11.18 10:50

    오른쪽 사진 정말 보고 다시보고

  • profile
    소순식 2016.11.18 15:24
    자세히 보시면 근 1년넘게 근력 운동하면서 조금 키운 체스트 근육도 쳐진 가슴으로 이해하시고 밀어버리셨다는....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공지 한라이드 네이버 "밴드" 개설 4 file 박순백 2015.06.15 1883
1517 잡담 [라이딩 일기 #64 2017.03.18 도쿄, Y's Roadshop, DOGEARSgps Repair Plate 그리고 Delta holder] - 최종회 2 file 소순식 2017.03.25 614
1516 [라이딩일기 #63 2017.03.18 분원리 항금리 염치고개] 11 file 소순식 2017.03.18 679
1515 [라이딩일기 #62 2017.03.15 자출이를 보내며] 14 file 소순식 2017.03.15 639
1514 [라이딩일기 #61 2017.03.12 혼라. 초기화 재확인] 5 file 소순식 2017.03.12 392
1513 [라이딩일기 #60 2017.03.11 시우리] 3 file 소순식 2017.03.12 300
1512 [라이딩 일기 #59 2017.03.04 시즌 첫 팀라이딩] 3 file 소순식 2017.03.05 504
1511 [라이딩 일기 #58 2017.02.25 시즌 온] 11 file 소순식 2017.02.25 572
1510 [스키일기 2017.01.07 #1] 15년이 넘은 기억을 초기화 9 file 소순식 2017.01.08 1287
1509 롤라 RDA 80 설치 후 철거 스토리~!! 2 file 소순식 2017.01.08 309
1508 [라이딩 일기 #57 2017.01.01 새해 첫 날] 6 file 소순식 2017.01.02 405
1507 [라이딩 일기 #56 2016.12.25 황제 남북 라이딩] 2 소순식 2016.12.26 355
1506 [라이딩 일기 #55 2016.12.18 분원리 5고개에서 1.2 모자른 3.8고개] 12 file 소순식 2016.12.19 392
1505 14년 전의 어느날, 나와 화악곰.^^ 8 file 박순백 2016.11.22 884
» [라이딩 일기 #52 2016.11.12 구리한강시민공원 - 스타힐 리조트] 16 file 소순식 2016.11.15 657
1503 [라이딩 일기 #51 2016.11.06 죽전-분당-서울공항 - 달래내고개- 판교 - 하오고개] 1 file 소순식 2016.11.07 436
1502 [공지] - 일요 라이딩 (11/6) 분당 - 달래내 - 하오 왕복 file 소순식 2016.11.02 413
1501 팀 라이딩 요령 공부하기(퍼 옴) file 하성식 2016.11.01 361
1500 클릿 초보 사용자의 두 가지 오류 1 심광섭 2016.11.01 486
1499 [라이딩 일기 #50 2016.10.30 이촌 한강변 - 헤이리 - 금촌역] 2 file 소순식 2016.10.31 332
1498 안내 100% 레이스크래프트/아큐리 및 글러브 신상 입고 안내 file 이엑스오 2016.10.31 26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79 Next
/ 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