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성애의 Naver 블로그 "디카로 그리다"
조회 수 572 좋아요 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지금 둘째아이가 고속버스를 타고 집으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대학교 2학년인 아이는 작년 추석에 집에 다녀간 뒤로 오늘 처음 내려오는 겁니다.
무슨 외국에 유학을 간 것도 아니고, 어학연수를 간 것도 아니고,
군 입대를 한 것도 아니고,
멀쩡히 대학교에 다니고 있으면서......

오늘 아이는 약대에 지원할 수 있는 피트라는 시험을 쳤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의대와 약대의 입시제도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의대 교수님들 말씀을 들어보면 고등학교 졸업하고 의대에 바로 입학한 학생들의 실력이 훨씬 좋다고 합니다.

아이는 고3 수험생의 지옥을 겨우 벗어나자마자
다시 약대를 가기 위해 1년을 넘게 피를 말리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는 제 소신껏 아이에게 이 시험을 권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에게 잘못하고 있지는 않은지 후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화학을 좋아하고
순수화학을 전공하고 싶어 하는 아이에게 의대를 권하다가 결국 아이의 생각에 밀려
“그래 화학을 해라
하지만 약대를 가서 약사자격증은 따 두고 그다음은 너 알아서 해라
약국 하라는 말 안 할테니까 대학원을 가든지, 유학을 가든지......
신약개발을 하는 것도 화학 아니냐”
반강제로 미국 유학 보내주겠다는 약속으로 타협을 보고 약대를 지원하게 했습니다.

소시민인 저는
아이가 아빠를 따라서 실험 가운을 입고 연구실에 있는 것이 싫었고
사람의 일은 모르니 그래도 자격증 시대에 약사 자격증이라도 있으면
든든하겠다 싶어서 아이의 등을 떠밀었는데
1년을 넘게 스트레스 받아가며 고생을 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픕니다.

한해 약대에 입학하는 인원은 2,000명인데
올해 피트 시험에 응시한 학생이 16,000명이라고 합니다.
아이가 신촌에 있는 약대입시전문학원에 다녔는데
그 학원에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학생뿐만 아니라
2학년 마치고 약대를 입학 못한 많은 학생들이 휴학을 하고 재수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학과 학점까지 신경 써가며 시험공부를 해야 하는
재학생들의 스트레스 또한 만만치가 않구요.
지방에 있는 대학생들은 인터넷 강의를 들으면서 공부를 한다고 합니다.

아이는 정보를 늦게 알아서 올 1월부터 학원을 다녔는데
다른 친구들은 작년 7월부터 학원을 다녔다고 합니다.
학원비 또한 만만치가 않아서 학기중에는 6-70만 원이고
방학에는 90-100만 원 정도였습니다.
영어 학원도 다니면 한 달에 20만 원이 추가로 더 듭니다.
아예 약대를 6년으로 정하고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지원할 수 있게 하든지 해야지
이건 뭐 부모와 아이 모두 죽이는 노릇입니다.
아이는 학원비 드는 것이 미안하다고 올해 꼭 합격해야 한다고 다짐을 했지만
휴학반 학생들과의 경쟁이 그렇게 쉽겠습니까.
같이 공부하던 친구 두 명은 올해는 서울에 합격할 자신이 없다고
올해 시험 포기하고 내년에 다시 응시하겠다고 한답니다.

아이는 29일 새벽 1시에 집에 도착하면 31일 서울로 다시 올라갑니다.
12월까지 다시 영어학원을 다니며 죽어라 탭스와 토익 점수를 올려야 할 것이고
올겨울 다시 치열한 약대 입시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 뛰어들어야 할 겁니다.

아이를 기다리면서 이 글을 씁니다.
조금 있으면 아이를 마중하러 고속터미널에 나가야 합니다.

걱정이 되어서 서울에 올라가려는 저를 엄마가 오면 잘 때도 없고
오히려 챙겨야하니 신경 쓰인다고 오지 말라고 해서 가지도 못하고 애만 태우다가
시험을 마치고 걸려온
그런대로 잘 쳤다는 전화 목소리가 밝아서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바람이라도 세게 불면 날아가 버릴 것 같은 작고 가녀린 몸으로
그래도 쓰러지지 않고 잘 견디어 낸 아이를 보고 저는 무슨 말을 해야 할까요.

  1. 불암산성

    Date2013.04.04 By고성애 Views519
    Read More
  2. 무릎통증은 잘못된 생활습관에서 온다 - 박정원

    Date2013.03.29 By고성애 Views254
    Read More
  3. 보라 사진 발견

    Date2013.03.27 By고성애 Views287
    Read More
  4. 아래 글에 대한 글

    Date2012.02.01 By김윤식 Views491
    Read More
  5. '은여우' 스타힐에 나타나다.^^*

    Date2011.12.17 By고성애 Views592
    Read More
  6. 건강식 챙겨먹기

    Date2011.09.16 By한병국 Views422
    Read More
  7. 아이가 1년 만에 집에 옵니다.

    Date2011.08.29 By성숙희 Views572
    Read More
  8. 영화 누적관객수를 보고 생각나는것들

    Date2011.08.10 By한병국 Views546
    Read More
  9. 레인 부츠

    Date2011.06.29 By고성애 Views511
    Read More
  10. 재미있는 트윗 하나

    Date2011.05.06 By고성애 Views425
    Read More
  11. 이거슨 진리?

    Date2011.05.06 By고성애 Views397
    Read More
  12. 남자가 여자보다 빨리 죽는 진짜 이유는?

    Date2011.05.06 By고성애 Views481
    Read More
  13. WiFi(무선인터넷) AP 비밀번호 정리 -> 무선인터넷 무료로!/고영혁

    Date2011.01.06 By고성애 Views11720
    Read More
  14. 강습중..

    Date2010.12.30 By양수미 Views566
    Read More
  15. Dr. Kosa, "나만의 게시판"

    Date2010.12.23 By박순백 Views664
    Read More
  16. 아이들 소식 전합니다.

    Date2010.12.14 By성숙희 Views609
    Read More
  17. 카카오 아지트 사용 중.

    Date2010.10.01 By고성애 Views751
    Read More
  18. 박물관 다녀 왔습니다. ^^

    Date2010.07.31 By김보경 Views727
    Read More
  19. 여름..

    Date2010.07.29 By양수미 Views2375
    Read More
  20. 성 프란체스코 기도문

    Date2010.07.22 By고성애 Views434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3 Next
/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