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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백 박사님의 장비 염장사진을 보며...

'장비만 좋고 새 거면 되는 건가요?

일케 열심히 눈을 달려줘야죠.'라며...

애써 태연한 척, 염장성 주중 스킹후기 올려드립니다...캬캬캬



흐르던 물이 그 마지막 계절을 알아채며 아쉬움으로 그 시간과 공간의 흐름을 멈추어 버리다.


무척이나 추웠던 지난주...

작업장 밖의 수돗가를 지나며...

'아! 드디어 겨울이 왔구나.'


2009년 11월 23일 월요일...

인간은 시간과 공간의 지배를 받게되지만...

자연속 사물은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한없이 자유롭다.

언제나 변함이 없는 이곳을 다시 찾으며...




하지만 역시 인위적이고 인공적인 사물은 그 인간의 보살핌속에 그 빛을 더 발한다.

개장을 알리며 다시금 깨끗하게 정돈된 테이블과 의자...

지산의 개장과 폐장을 알리는 바로 지산 성화와도 같은 지산의 모닥불이

다시금 그모습 그대로 지펴졌다.  


앗! 작년에는 모닥불 주위로 통나무 의자가 있었는데...

모닥불 주위를 따듯한 물이 흐르는 관이 연결된 스테인리스 의자가 만들어졌다.

잠시 앉아보니 엉덩이가 겁나 따듯해지며...

아마도 치질예방에 최고일 듯...캬캬캬

이런것 하나하나가 고객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이지 않을까 생각만 해본다.


정설차도 역시 닦고 기름치고 조여져 다시금 이 광활한 하얀 대륙을 쉼없이 내달리리다.


칼같이 비클된 눈위를 걷는다는 것은 언제나 기분좋은 일이다.  


9시 땡스키...

아무도 없는 이곳에는 타인을 위해 열심히 수고를 아끼지 않는 그들만이 있었다.  



개장 후 30분 동안 아무도 없는 이곳을 으악이 혼자 쉼없이 내달리고 또 내달리고...


월요일 야간...

지산은 시작과 동시에 야간스키장이 운영되는 곳이며...

또한 폐장과 더불어 야간스키가 끝나는 곳이다.


역쉬 그들만의(모글스키팀) 리그는 다시금 시작되고...


2009년 11월 24일 안개가 자욱한 화요일...

올시즌은 초반부터 겁나 달린다.

새벽스키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작업장에 눈치가 보이기는 하지만...

오전 2시간, 야간 2시간을 겁내 헐떡이며 쉼없이 달려보기로 한다...캬캬캬


슬로프에 올라가기 전 지산의 모닥불을 책임져 주시는 그분을 보고

후닥닥 달려가서 반갑게 인사드린다.

"그간 잘지내셨죠"

이름도 모르지만 같은 공간이 인연이되어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서로 반갑게 환희 웃어줄 수 있다.

"아니, 얼굴이 많이 안되셨어요"


"제가 불과 얼마 전에 쯔쯔가무시에 걸려서..."

"내나이 69에 건강이라면 자신 있었는데..."

"자만하지 말고 항상 겸손했었어야 하는데..."

"자신있다고 잘났다고 자만감에 빠지지 마시고 항상 낮추며 겸손하게 살아야 합니다"

"알죠... 즐겁게 잘 즐기시고 다치지 말아야 합니다...하하하"


'그래... 세월이 사람을 가르친다는 말...'

'그건 절대 틀린말이 아니구나'

오늘 으악이는 이분께 깊게 고개 숙여 봅니다.  


리프트를 타고 오르며...

낮게 깔린 박무가 산을 휘어감으며 그 신비로운 모습을 더한다.


봄,여름,가을 산을 올랐다.

겨울... 그 산을 거침없이 내려간다.

오르면 언제든 내려갈 수 있고 내려가면 다시금 오를 수 있으니...

지금... 힘들게 오른 정상에서 저 아랫세상을 향해 최고의 속도로

행복감을 만끽하며 신나게 내려가면 될 뿐이다.


올해 이쁘고 환한 미소를 가진 새로운 얼굴들을 보았다.

일전에 모글일지에서 고생하는 이들에게 환하게 서로 인사하자며 글을 쓴적이 있었다.

그들이 이 아름다운 계절을, 멋진 이곳을 다시금 찾을 수 있도록 그들에게 이곳은 정이

넘쳐나며 하얀 웃음 눈꽃이 존재하는 곳이라고... 그렇게 믿으며 떠나갈 수 있도록...


산을 다니고 주머니 곳곳에 행동식을 넣어다니고...

그래서 이버릇으로 지난시즌 가끔씩은 이들에게 주머니에 산재되어 있는 쵸코릿을 주기도 했다.

그랬더니 올해 2월14일 화이트데이라며 한 이쁜(?) 리프트 요원이 나에게 쵸코릿을 하나 주었다.

너무도 감격했다. 그렇게 관심과 정은 나눌 수록 아름답다는 것을...

나는 이곳에서 배웠다.    

올해도 이곳에서 이들과 우리는 조그마한 관심으로 환한 웃음이 끊이지 않길 바라며...


이날 야간 때...

이 이쁜 직원이 갑자기 LED 후레쉬를 들이대며 시즌권 검사를 했다.

"NSS에서 나왔습니다. 특수 검사기(후레쉬)로 당신의 신분조회 요청 부탁드립니다"

"앗! 그렇다면 당신은 아이리스의 김태희..."

그러면서 우리는 한참을 웃었다.


나는 이런 한줄기의 청량제 같은 여유스러움이 좋다.

아무리 바쁘고 힘들더라도 주위를 밝게 할 수 있는 이런 여유스러움...


2009년 11월 25일 수요일...

역시 9시 땡스키 날씨, 구름, 잘 정설된 눈...

올시즌 처음으로 대회전 스키로 달렸다.


의형제와도 같은 형님이 10시에 오신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형님이 오시자마자 거짓말같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우리는 같이 4번을 달렸다.

자동 윈도브러쉬가 장착된 고글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끼며...캬캬캬

그 4번의 활주로 우리의 몸은 흠뻑 젖었다.



비도 오고 춥고 배고프고...

그래서 먹게된 엄마 손만두...

정말 대박 맛있었다. 사장님이 직접 집에서 만들어 판다고 했다.

비에 젖은 스키복을 보고 따스한 국물을 함께 먹으라며 해장국을

꽁짜로 주시는 주방 아주머니의 마음씀씀이...

또한번 따스한 정을 이곳에서 느껴본다.


그렇게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보며 오전스킹을 접는다.

그리고 업무상 서울을 향한다.

오후쯤에 동호회 형님으로부터 문자메시지 한통...

'오늘 비가 왔던데 야간에 스키탈 수 있을까?'

'죄송합니다. 오전에 스키타고 지금 서울이라서요. 괜찮을 듯 싶은데요. 뭐 그정도 비에'


내가 믿는 것이 있다면 지산의 제설 능력이며 왠만한 비에도 끄떡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2009년 11월 26일 목요일 오전9시 30분...

지금 이곳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짙은 안개로 세상의 빛이 차단되었다.

슬로프에 오르지 못하고 한시간여를 지산 만남의(?) 장소 돔안에서 빈둥되어본다.


지산 허승욱 레이싱스쿨의 인터스키 강사인 장승재 코치...

이친구는 성우에서부터 아주 인연이 깊은 친구다.

작년 기선전 랭킹 23위

그런 이친구가 넘어져 손가락이 뿌러졌단다.

"이구, 조심해야지 시즌코앞에 다치면 어떻해"

그래도 다리는 안다쳤다고 웃는 이녀석을 보고 있자니...

헛웃음만 나왔다.


깁스한 손에 낄 장갑이 없어서 장갑없이 탄다고 해서...

2년 전 으악이가 손에 깁스하고 끼웠던 커다란 벙어리 장갑을 스폰해줬다.

하긴 그때 으악이도 반깁스하고 모글을 탔으니...캬캬캬


변종우 전 KSIA 데모와도 인사하고...

그런데 문득 가슴에 달린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는 브롯지를 보고...

코치진까지 달고 다닌다는...


이곳을 찾는 고객들을 대하는

지산의 이런 세심한 배려심은 참 기분좋게 느껴진다.  

지산 지킴이들 화이팅!!!

'왕의 귀환' 변종우 데모님도 올시즌 꼭 좋은 성과 이루세요.


미리 약속된 만남이 있었기에...

작업장에 복귀도 안하고...

1시간여를 스키도 안타며 기둘렸다.

그리고 그만남이 11시경...

그들과 함께 같이 몽환과도 같은 꿈길로 오른다.


운무는 지상의 애틋한 그리움으로 쉬이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상에서의 밝은 햇살은 저 아래의 정체된 어둠마져도

숨막히게 아름답게 비추고 있었다.


마치 지리산 세석평전에서 바라보는 운무로 가득한 세상과 무엇이 다른가?...


그렇게 그렇게 어둠을 뚫어내는 아름다운 햇살이 파고드는 이곳에서...

우리의 겨울은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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