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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색으로 그 단색으로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는 겨울...

짙은 녹염으로 표현될 수 있는 여름...

세상을 뒤덮는 광염과도 같은 붉음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가을...


하지만 봄은 어느 특정한 색으로 표현하기에는 그 생명력이 너무나도 강하며 다양하다.


1. Yellow.


예전 대학을 다닐 때...

학교앞 정문을 지나면 한그루 나무가 서있었다.

무슨 나무인지는 모르나 아직도 쌀쌀한 겨울의 기운이 남아 있는 겨울의 끝자락과 봄의 시작점에서

노랗게 피어나는 꽃이 있었다.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두꺼운 외투를 여미고 스쳐 지나가던 이들의 눈길을 잡기에 충분한 색감이었다.

바로 산수유 꽃...

항상 봄의 시작점을 알려주는 가끔씩은 때늦은 겨울눈을  온몸으로 받아내기도 하는 잔잔하고 여린 듯한

그 첫번째 봄의 노란색.  


무리를 지고 있어서 그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키는 개나리 꽃.

돌담옆 군락의 노란색을 보는 것은 회색빛 하늘에서도 푸른 하늘 아래서도 나의 마음을 항상 들뜨게 한다.



너무나도 흔한디 흔한 꽃이라 뭇사람들의 시선을 특별히 잡아 끌지는 못하지만...

봄의 화려한 시작을 알리기에는 그 충분한 색감을 가지고 있는 봄비에 흠뻑 젖은 노란색 민들래꽃

그리고 따사로운 봄햇살 속 그 황금색을 예찬하는 벌들의 향연.



봄의 지나감을 알리는 황금빛 금계국.(5월의 설봉산중에서)

이꽃을 볼 때마다 나는 꼭 디카폰으로 사진을 찍어

나의 그리운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매년 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노란 금계국이 활짝 핀 꽃길에 서있다.

노란색은 호감도와 친밀감을 상승시킬 수 있다하니

오늘은 밝은 노란색 옷을 입고 세상에 나가 너의 환한 노란색 이쁜 미소를 보여주렴.

너의 주변이 너로 인해 더욱 환해질 수 있도록...'





2. White.


하얀색의 매화꽃과 벚꽃.

그 바람에 흩날리는 미약한 향기보다도 나를 더욱 사로잡는 것이 있다면...


지난 그리움의 눈꽃향을 연상시킬 수 있는

그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을 맞아가며 애처로이 떨어진 꽃잎위를 사뿐사뿐 걸어갈 수 있다라는

그 봄향 가득한 길을 한껏 들뜬 마음으로 걸을 수 있다는 것.(설봉산을 걸으며)



하얀 민들레와 하얀 목련.

회색빛 구름, 그리고 살며시 어깨를 적시는 차분히 내리는 봄비속...

황토빛 대지위, 회색빛 구름속에서도 하얀색은 더한 무채색 강렬함을 보여준다.  




지난 겨울의 그늘을 완전히 몰아내는 따스한 훈풍속에서 피어나는...

원시안적 시선으로만 본다면

길다란 가지위에 깨알처럼 어찌보면 점잖치 못하여

깨방정 맞은 느낌으로 나에게 다가서는  조팝나무.

하지만 근시안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들은 언제나 귀엽고 상큼하고 발랄하다.


세상은 종종 저에게 말했습니다.

근시안적 사고를 버리고 원시안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고...

나무를 보지 말고 숲전체를 보라며...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전체를 생각하고 하나하나를 조율한다라는...

저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습니다.

숲속에 뛰어들어 나무 하나, 꽃 한송이를 찬찬히 살펴 볼 것입니다.

하나하나를 최선으로 담아내어 전체를 아름답게 꾸며가고 싶습니다.


한발짝 떨어져서 숲 전체를 보는 것보다도...

높은 곳에 올라 산아래를  보는 것보다는...

산속에서, 숲속에서 하나하나의 생명들이 치열하게 살아가는 그들이 담아내는 이쁜 몸짓들을

보고 싶습니다.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살다보면...

조금은 예측하지 못한 결과가 나올지라도...

세심하게 작은 것들을 하나하나 음미하며 같이 공유할 수 있었기에...  


진실로 작은 하나하나에 내 사랑을 흠뻑 담아냈기에...

그속에서의 치열한 과정들을 보아왔기에...

그 모두를 사랑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세상을 살아가고 담아내는 표현 방식입니다.

하나하나를 조율하여 전체를 만들어간다는...>

(2008년 10월 '숲속에서 나무를 보다 - 가을 삼악산을 오르며' 으악이 글에서 발췌)



3. Pink

봄을 대표하는 색상이 있다면 노란색과 더불어 분홍색이 아닐까라는...

무채색 겨울을 보내고 화려한 유채색 봄을 알리는 그 풍요로운 색감들로 인해

나의 가슴은 두근두근 심한 가슴앓이로 환한 세상속에서 우울한 나날들을 보내기도 한다.  

봄비에 젖어 더욱 고운  연분홍빛 도화꽃.


더한, 진한 분홍빛의 진달래.

그 강렬한 분홍빛이 탐스러워...

길을 거닐때면 나는 시인의 마음으로 한구절 한구절 시를 읊어가기도 하고,

세상을 자유로이 떠도는 풍각쟁이가 되어 분홍빛 세상을 노래하기도 한다.  



한겨울을 힘겹게 버텨낸 앙상한 나무가지에서 분홍빛 꽃망울을 먼저 터뜨리는 진달래와는 달리...

차분히 푸른 잎을 먼저내고 한창의 봄햇살을 맞으며 느즈막히 피어나는 분홍빛 철쭉.

광할한 대지위에서 군락을 이루며 피어나는 철쭉을 보는 것이 어느덧 나의 연중 행사가 되어버렸다.


그런 슬프지만 아름다운 봄날이 저물어간다.

생채기난 나의 가슴도, 불안속 절망감도

그렇게 함께 떨어진 분홍빛 꽃잎들과 함께 지고

사라져 갔으며 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봄을 보낸다.


예전 대학다닐 때 어여쁜 후배가 있었다.

그녀는 주변의 사람들이 생일이 되면 늘 이쁜 꽃을 선물하고는 했는데...

특히 봄날, 생일을 맞은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분홍빛 이쁜 패랭이 꽃을 선물하였다.  

그래서 한창의 봄, 분홍빛 이쁜 패랭이 꽃을 보면 나는 항상 그녀가 떠오른다.


자! 당신은 그 누군가에게 어떤 느낌, 어떤 방식으로 상기되어질까요?

어떤 아름다움으로 인해, 아님 어떤 추악함으로 인해 연상되어질지는...

당신이 그사람에게 행한 모습 그대로... 상대방의 가슴속에 반영된 모습일겁니다.

아름다운 분홍빛 기억으로 남고 싶지 않으세요?

늘 당신의 이쁜 미소를 보여주시며 세상을 아름답게 꾸며보세요...캬캬캬







4. Red

봄에 피어나는 어떤 꽃들보다 이처럼 강렬함을 가진 색감이 있을까?

꽃몽우리를 맺고 일주일 이상을 천천히 피어나는 짙붉은 빛의 목단.  

봄날 작업장 앞 화단에 군락을 이루며 피어나는 목단을 난 늘 조바심으로 기다린다.

작업을 하면서도 늘 그향에 취하고 지나가던 낯선이가 그 향에 이끌려 그 화단앞에

서성이기도 한다.


그 붉고 짙은 향에 취하고 이끌려 어느덧 나는 나도 모르게

초벌된 붉은 빛 그릇에 붉은 철화 안료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먼훗날의 그목단의 의미인 부귀와 영화와 화목이라는 희망을 가슴에 가득 담고서...  


5. Green


어찌 짙푸른 녹염의 여름색과 비교할 수 있을까마는...

그래도 한겨울을 보낸 거칠고 척박한 땅에서 푸릇푸릇 피어나는 새순의 초록빛은

새로운 계절을 알리는, 따스한 봄을 맞이하는 그 옛날 화전을 일구던

지치고 가난하여 굶주린 자들에게서는 희망의 빛, 그런 색감이 아니었을까?


한겨울을 견더낸 냉정하며 차갑고 날카로운 잎사귀들 속에서

초록색 자그마한 동그런 열매와 길쭉하게 올라온 꽃대가 봄비속에 그 푸르름을 더한다..  


하나의 뿌리를 두고 커다란 한줄기 나무가 중간치부터는 세갈래의 커다란 줄기로 나뉘어진다.

그리고 그 커다란 세개의 줄기 사이로 떨어진 꽃잎을 밀쳐내며 가녀린 푸른빛이 솟아올랐다.

여린 푸른빛...

그리고 그주변의 검은색 커다란 줄기...

본래 그들도 처음에는 그런 맑은 푸른빛으로 태어났겠지?

모진 세월의 풍파를 거치면서 그 푸른 빛을 서서히 서서히 잃어갔을테고...

세상을 겪어나가면서 더욱 강인해지고 더욱 단단해져갈 수록

그들도 변해버려 잃어버린 그 순수했던 푸른빛을 더욱 그리워 하고 있지는 않을까?


그래. 모진 세월속에서 스스로 변해버린 그들은

저렇게 커다란 버팀목이 되어가고 다시금 푸른 빛을 내어

푸른하늘을 향해 뻗어가는 그 희망의 끈을 놓치고 싶지는 않았을꺼야.(설봉산 영월암에서)


그리고 그아래 새로운 여린 푸른빛이 살며시 함께 공존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6. Gray


검정색과 흰색을 섞으면 만들어지는 회색...

태생이 서러워 뭇사람들에게 외면받고 지탄받는 외로운 색.

세상속 우울함, 주저스러움, 변절자로 쓰여지어

불현듯 억눌린 그 한스러움을 고스란히 내보인다.

안개... 그 회색빛 속에서 희망의 솟대를 하늘로 높이 날려보낸다. (광주 경안천에서)    



여름의 검게 뒤덮는 구름과 그 후덥한 장맛비와는 달리...

봄의 구름은 회색의 오묘함을 가지고 있으며 서늘하고 상쾌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

하늘을 보고 구름을 보는 것은 또다른 나의 기쁨이기에...

한창의 봄속에서 바라보는 낮게 깔린 회색빛 구름과 비는 또다른 특별함이 있다.(설봉산 정상에서)  


'빗속에서 노래를' 이란 작품(설봉공원내)

그 작가의 의도가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언제나 이 작품을 보면 내자신을 바라보는 착각에 빠진다.

머리에 짓눌려진 무거운 책임감속 고통스런 삶의 무게를 뒤로한 채

노래하고 미소짓는 슬픈 삐에로 인형과도 같은 내 삶들을 뒤돌아보며...


특별한 종교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산중 산사에서의 오래된 커다란 나무와 피어오르는 향내를 좋아하며

가끔씩은 마음의 평정심을 달라며 기도하며 예를 갖추고 절을 올린다.

(설봉산에 있는 보물 822호 마애여래불상)


'세상을 살면서 한번쯤은 누군가에 기대어 위로 받고 싶을 때가 있지.

과한 욕심을 원하고 채우기보단 그저 마음의 평온과 위안를 받고 싶을 때

가끔씩 바라바주며 살짝 소원을 말해봐.

희망을 품는다는 것은 밝은 미래를 품어낼 자격을 갖출 수 있다는 것...캬캬캬'


이곳에서 또다시 내 그리운 사랑하는 이들에게 윗사진과 함께 문자한통 보내며...





푸른 새순이 피어오르는 길을 ,

하얀 꽃잎이 져버린 꽃길을,

풍부하고 다양한 색감들이 만연한 봄길을

그냥 그냥 걸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전망좋은 커다란 바위에 앉아 한창의 봄을 느껴보고 즐겨보려 했습니다.(도드람산)


이번 사진과 글을 위해 특별히 어떠한 것을 찾아다니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주변에 펼쳐진 소소한 볼거리와 이야기거리들을 써본 것입니다.

지난 과거를 뒤돌아본다는 것은 그저그런 조그마한 아쉬움들을 담아내는

그속에서 덧없이 흘려보낸 진한 그리움을 담아내어 다가오는 다음날을 기약하기 위해서입니다.


검은 하늘에서 장맛비가 내리는 여름의 시작입니다.

모든분들 건강 유념하시고 습하고 뜨거운 여름을 활기차고 행복하게 잘 보내셨으면 합니다...캬캬캬


봄... 이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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