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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파열음과 함께 날리는 불꽃...

그라인드로 전체적인 금속의 표면을 다듬어주고...

쓱싹쓱싹... 야스리(줄)로 날을 바짝 세운다.

무뎌진 날을 바짝 세운 굽칼.

물레위로 돌아가는 반건조된 완성되지 못한 흙그릇의 굽을 깍아주고 표면을 깍아내어

바닥면을 완성시켜준다.


늘상하는 일중의 하나이지만...

대부분의 흙작업 도구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기에 금속도, 나무도 적지않이 다루어보았지만...

금속의 표면과 나무의 표면 그리고 흙의 표면은 참으로 이질적이다.


흙을 제외한 다른 물질의 사소한 다룸이, 그번거로움이 사실 귀찮기도 하여 그간 오랫동안 무뎌진 굽칼을 사용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5개의 굽칼을 다시 만들고 갈아내어...

그렇게 만들어진 날선 굽칼을 돌아가는 미완성의 흙그릇에 대어보았을 때의 그 샤프하고 매끈하게 쳐내려가는 흙의 표면을...

손으로 눈으로 느끼고 있자면...

왜 진작에 이런 사소한 번거로움을 미리미리 하지 못했나 하는 자책이 밀려오기도 한다.


살아가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 중의 하나...  

분명 조금만 더 일찍 관심을 갖아주고 적절한 타이밍에서 적합하고 합리적인 일들을 해준다면...

조금더 수월해지고 편해지는 일들이 많아질텐데라는 그런 때늦은 자책감들...  


2010년 6월 6일 현충일.

단양시내에 차를 세우고 새벽 첫버스(6:30분)를 타고 어의곡리를 올라 천동으로 내려오는 길을 선택한다.

같은 길을 오르고 내려오기에는 너무나 아쉬움 짙어 소백의 아름다운 광활한 능선길을 조금이라도 더

즐길 수 있도록, 또한 하산지점인 천동에서 단양시내로 향하는 버스편이 그나마 편하기에...




조용한 산길을 오르다보면 흐르는 물소리는 듣기 좋은 자연의 노래중 하나.

고요속에 주변을 압도하는 맑은 물흐르는 소리.

숲속의 서늘함속 맑은 공기, 상쾌한 나무향들 사이로 퍼지는 푸른빛.

우리들의 오감을 언제나 풍요롭게 해주는 곳.



여러갈래의 물 흐름이 있다.

어느 한곳이, 더한 흐름이 더한 빠름이 있다하여...

이들 모두 같은 길로 내달음질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내 한길로 모여들어 다시금 힘찬 물소리와 거친 내달음질을 보여준다.

각각의 느낌들, 생각들 그리고 행동들이 모여 커다란 하나의 지류속으로 스며든다.


그래서일까?

물흐르듯이 고요히 살아내면 된다는 어르신들의 말씀...

그말씀이 분명 틀리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이곳에서 느껴본다.


금속, 나무, 흙 그리고 물과 불...

본질은 모두 다르다.

눈으로 보여지는, 손에서 느껴지는 그 느낌도 다르다.

하지만 쓸모있는 하나의 흙그릇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이모두의 도움이 필요하다.

나에게는 있어서 부드럽고 따스한 느낌의 흙은 가장 중요한 것중의 하나이지만...

그렇다고 차갑고 날카로운 느낌의 금속도구와 둔탁하고 거칠은 느낌의 나무도구를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다.

이질적인 것들이 모여 하나의 생명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

이것이 곧 조화로움속 어우러짐일 것이다.



서늘한 피톤치드 가득한 잣나무숲, 그사이로 비추는 태양의 빛, 그리고 행복한 발걸음.


6월에 피기 시작한 너무나 때늦은 산중턱 연분홍 화사한 빛.



잣나무 숲을 지나 자작나무 숲길을 거닐고 있습니다.

하얀색 나무 줄기들 사이로 흐르는 하얀색 하늘 빛.

가슴으로 들어오는 하얀색 풍요로움.  



<야상곡(김윤아) - 소백의 능선길 그불어오는 그바람의 노래를 듣어라>

파아란 하늘과 짙푸른 녹염이 가득한 산등성이를 바라보며

푸르른 언덕위 분홍빛 꽃길속을 잠시동안 홀로 거닐어 본다.

스쳐가던 한줄기 바람이 나의 귓가에 잠시 머물며...

나즈막히 슬픈 바람의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준다.




바람이 부는 것은 더운 내 맘 삭여주려


계절이 다가도록 나는 애만 태우네


꽃잎 흩날리던 늦봄의 밤


아직 남은 님의 향기


이제나 오시려나, 나는 애만 태우네(국망봉 가는 길을 한없이 바라보며)


애달피 지는 저 꽃잎처럼


속절없는 늦봄의 밤


이제나 오시려나, 나는 애만 태우네


구름이 애써 전하는 말


그 사람은 널 잊었다


살아서 맺은 사람의 연, 실낱 같아 부질없다


꽃 지네 꽃이 지네, 부는 바람에 꽃지네


이제 님 오시려나, 나는 그저 애만 태우네


바람이 부는 것은 더운 내 맘 삭여주려


계절이 다 가도록 나는 애만 태우네


꽃잎 흩날리던 늦봄의 밤


아직 남은 님의 향기


이제나 오시려나 나는 애만 태우네...




드넓은 대지의 고요와 평화로움, 바람의 노래, 자유롭게 떠다니는 하얀구름,

활짝핀 연분홍빛을 가슴에 담아낼 수 있었던 멋진 소백의 능선길.

유월의 뜨거운 햇살아래 시원한 바람의 노래를 들으며 멋진 소백의 능선길을 거닐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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