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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밀 스파게티를 이용하여 만든 봉골레.

재작년 09-10 시즌을 막 앞두고서 한 여인네가 으악이 작업장에 들어섰다.
물레작업을 배우고 싶다며 으악이도 꺼리는 한겨울 그 차디찬 흙과의 사투를 벌이겠다고 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조금은 초췌한 모습으로 그 차디찬 흙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아마도 헝클어진 마음을 다스리고 다시금 새로운 희망을 다짐하고픈 심정이었으리라.  


그 겨울이 지나고 새로운 직장을 구하고...
가끔씩 주말이나 공휴일에 나타나 으악이를 다시금 괴롭혔다...캬캬캬
스위스 호텔학교를 졸업하고 두바이에서 7성 급 호텔의 호텔리어로 일했던 그녀가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한국으로 와서도 이리저리 직장을 옮기며 자신의 뜻과는 다르게 조금은 힘겹게 살아내는
모습이 조금 안쓰럽고 애처롭게 느껴졌다.


지난해 봄 야심 차게 시작한 그녀의 발돋움이 채 1년도 되지 못하고 다시금 꺾이고(회사부도)
풀죽은 모습으로 으악이 작업장을 찾았을 때 배가 고파 보이는 그녀에게
으악이가 해주었던 뿅가네 떡볶이에 감동을 하였음에 분명하다...캬캬캬
2월에 새로운 직장을 구하고서는 으악이에게 문자를 보냈다.

"실장님... 스파게티 좋아하세요?"
"해물 알러지 없으시죠?"

그렇게 일방적으로 약속하고서는 재료를 한 아름 사가지고 와서는 뚝딱뚝딱 요리를 한다.    


미리 테이블에 세팅 할 그릇들을 준비해주고 맘 편히 요리하라고 주방을 비워준다.
으악이는 무관심한 듯 그녀가 해주는 음식을 먹는다.

그릇...
으악이가 예전 국제, 국내 공모전에서 상을 받았던 그 특별한 그릇들을 준비해 주고서는...
으악이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그 그릇들을 말이다...캬캬캬


해물 토마토소스 펜네.

'참! 맛있었다'

으악이... 보여지는 성격과는 달리 사람들에게 하는 표현에 서툴러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감사의 마음으로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준비한다는 것.
그 마음을 안다.


완성되어 겉으로 드러나는 그 맛스러움이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감사하다는 그 마음으로 만들어내는 그 노동의 과정이 더 아름다울 수 있기에...


재료에 쓰이고 남은 화이트 와인과 함께하는
그 정겨움이 있는 만찬.


귀리로 만든 빵과 함께하는 또 다른 즐거움이 계속되고...


카라멜라이즈드 애플을 후식으로...


그렇게 우리들의 만찬은 아주 깔끔한 배터짐으로 끝났다...캬캬캬

누구나가 부러 울 만한 학력과 커리어를 가졌고 자신만 잘하면 세상이 다 내 손안에 있을 듯 하지만...
사는게 다 그렇게 내 뜻대로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것.

가끔 으악이 식사할 때 옆자리에 숟가락 하나 더 놓아준 것뿐이고...
힘겨운 이야기 들어주고 조금씩 조언을 해준 것 뿐이고...
'우리들의 능력을 몰라주는 이 드러분 세상'을 함께 말해주고...
가끔씩 '인생 뭐 있어. 걍 끝까지 내 방식대로 가보는 거야'를 외치고...
그런게 우리가 서로에게 해줄 수 있었던 아주 조그마한 관심과 배려였던 것이다.

힘들더라도 어렵더라도 잘 헤쳐나가기를 바란다.
지금 나의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면...
그 세상과 잘 타협해 나가며 자신만의 힘을 기르고...
나중에 그 축적된 나만의 힘으로 그 세상을 바꾸면 될 것이다.

어이! 이봐... 그 봉골레와 펜네.
내가 지금껏 세상에서 먹어본 최고의 이태리 음식이야.
그 음식을 만들 때의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보라고. 그럼 모든 게 잘 될거다...캬캬캬


한 계절이 또다시 우리 곁을 빠르게 지나간다.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던 그 내달림이 서서히 그 종착역에 다가서고...





무언가를 하나하나 배워나가던 그 가슴 터짐이 있어서 좋았던 춥디 추웠던 이 계절.





힘들고 어렵게 우리는 같은 길을 함께 내달렸다.
누군가에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 줄 수 있었던 관심과 배려의 계절.
또한 그 미약한 도움을 받으며 스스로 일어나려 했던 발 디딤의 계절.




그 손끝 하나하나에도 온 열정을 내보여주었던 그 뜨거움이 있었던 계절.




한낮의 태양빛보다 더한 뜨거움의 열정이 있었던 이 계절의 밤.  





이런 정열의 사람들과 함께 해서 너무나도 행복했던 이 계절.




행복한 미소와 승리의 손짓이 함께해서 좋았던 뜨거웠던 이 겨울.

아직도 우리들의 행복한 겨울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즐거움으로 우리들의 얼굴에는 미소 가득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놓기 전에는 이 겨울... 끝났다 말할 수는 없습니다.
여유로움이 함께 하는 덤과도 같은 겨울의 끝자락.
그 겨울을 신나게 즐겨보자구요...캬캬캬

죄송합니다. 2주 전의 사진을 올려봅니다.
그만큼 으악이한테는 여유가 없었던 시간의 흐름이었고요.
이제는 덤과도 같은 여유로운 봄의 시작...아니아니 겨울의 끝자락.
그 겨울을 우리 놓지 말아요. 즐겨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이 남아있으니...캬캬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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