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0년 2월 7일 점심 식사 준비 중에...

설 명절을 보내고 차례 때 쓰인 나물류를 이용하여 오늘은 김치, 나물 볶음밥을 만들어 본다.

으악이 군 시절 주특기가 610이었다.
즉, 운전병이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대구의 제2군 사령부 소속 수송병과 교육대대(이수교) 4주 교육 때와 자대에서 2주간 운전을 한 것을 제외하고는
제대할 때까지 장교식당 취사병으로 근무했다. 캬캬캬.

그 당시 장교식당 취사병은 사병식당과는 달리 사회에서 주방경력
또는 조리사 자격증 정도는 있어야 할 수 있는 보직이었음에도

그런 경력자를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친 으악이 사수가 군 제대 3주를 남겨놓고 부랴부랴 어쩔 수 없이
본부중대의 막내 으악이를 후임자로 만들어 놓고 제대해 버렸다.

갑자기 불려간 장교식당에서 커다란 칼과 무를 으악이한테 주며
"자! 불을 끌 테니 무를 한 번 썰어봐라"라는 사수의 말.

칼끝에 베일까 덜덜 떨며 무를 아작냈던 으악이한테
" 너... 잘할 수 있겠냐?"라며 한심한 듯 물었고...

"몸으로 때우는 거라면 뭐든지 자신 있습니다."라고 말했던 으악이, 캬캬캬.
그렇게 불과 물과 산더미 같은 음식 재료들과 2년 2개월을 씨름했다.

이등병 으악이 바로 윗 선임이 상병 5호병.
으악이가 별자리 테이블인 사령관 테이블의 음식을 담당하는 대령숙주가(?) 된 것이 상병 4호병.

남들 병장을 달고도 한참 후에 고작 4-5개월 한다는 대령숙주를 무려 13개월이나 했다는...캬캬캬.

많은 걸 배웠다. 한식, 양식, 중식, 간간히 일식...
사령관님의 명으로 군대에서 나 홀로 공부해서 한식 조리사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선임들에 비해 경험도 경력도 없었던 생 초짜가 인정받기 위해 아니 살아남기 위해 정말 열심히 배우고 일했다.

하루, 그 나물에 그 밥인 식사 세 끼한다고 해서 무슨 음식 실력이 늘겠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그 당시에는 사령관을 포함한 참모진들의 회식자리가 많았기 때문에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밤마다 각종 행사 및 모임자리가 만들어져 한식, 중식, 일식 등 다양한 음식을 서빙해야했다.

또한 김장철이면 장교식당용 김장을 삼천포기 이상 담가야 했고 사령관 관사를 위한 10종류 이상의 각종 김치를 담가야 했다.

그렇게 으악이의 또 다른 특기가 만들어졌다.
그나마 긍정적이고 뭐든지 배우기를 좋아했던 으악이였기에 힘들기는 했지만
사고없이 너무나 즐겁게 군생활을 했다. 캬캬캬.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의 상황들이 고마움을 넘어선 절대감사의 행복한 시절이었다.
흙그릇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각종 음식에 적절히 쓰이는 그릇의 용도와 쓰임새를 배울 수 있었으니...    

지금도 으악이가 만드는 그릇은 아름답고 예쁜 그릇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쓰임이 더 중요한 것이라는 마음으로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설 차례에 쓰이고 남은 각종 나물을 이용한 김치 나물 볶음밥.

그저 눈에 보이는 여러 종류의 김치와 나물을 볶다가 밥을 넣고 다시 볶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기름을 두르고 적당한 온도에서 다진 마늘을 넣고 볶다가
김치와 나물들을 넣어주고 고춧가루, 간장, 소금, 고추장과 물엿 등등을 넣어주고 간을 맞추고 다시 밥을 넣고 볶다가
구운 김을 찢어 넣어주며 살짝쿵 마무리. 캬캬캬...

역시나 작업실 선생님들의 환호성. 캬캬캬.

고사리(종합활강), 무채(숏턴), 시금치(미들턴), 도라지(모글), 그리고 잘 익은 김장 김치(제한활강)
그리고 우리의 위를 든든하게 채워주는 밥(선수)의 환상 조합.

또한 눈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듯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음식의 풍미를 더해주는 각종 양념들(대회 관계자와 심판진 그리고 갤러리)

이런 것이 다 어우러진 멋진 제3회 지산배오픈스키챔피온십과 제2회 아토믹배스키기술선수권.

오늘 한 끼 점심 식사를 하면서 문득 2011년 2월 5-6일 이틀간 벌어졌던 대회가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또한 오늘 점심식사 중 때마침 하늘에서 살짜기 하얀 진눈깨비를 내려주어 더욱 깊숙한 겨울향을 느낄 수 있었다.



작업장 앞 주목나무에 내려앉은 눈꽃(설화)



이틀간의 시합 참가로 몸도 마음도 황폐해지고 피폐해진 으악이의 가슴을 다독여 주었던 오늘의 설화들.

주말동안 못한 작업을 해치우고 다시금 힘을 내어 컴퓨터 앞에 앉아 MP3를 귀에 꽂고 사진을 올리고 글을 써 본다.

겁내 힘들어. 캬캬캬.




2011년 2월 5일 오전.

오늘 야간 6시부터 벌어질 경기 준비에 한창인 지산의 얼굴 마담 블루 슬로프.



도(刀).

그간 열심히 갈고 세운 날선 칼의 현란한 움직임을 보여주다.

무림제패와 군웅할거의 웅대한 꿈을 가지고  
무림의 각파에서 이곳에 모여 오늘 그 자웅을 겨룬다.


지산 허승욱 레이싱 문파의 김성회.


하이원 문파의 김정훈.


하이원과 무주 문파의 최성호, 이소연.

어라! 커플 룩이넹?


그리고 호시탐탐 언젠가는 중원을 쟁취하고 말겠다는 각종 필랄라 사파의 모습들도 간혹 눈에 띈다.



하늘엔 어둠이 깔리고 조용히 사방의 하얀 등불이 켜져 오며 그렇게 중원의 대결이 시작된다.


이광호 지산 전무 겸 본부장님.

중원의 고수들이 멋진 날선 칼을 맘껏 휘두르며 지산 블루를 가르고 쪼개고 아작내더라도
오늘 만큼은 오케바리 탱큐라는...  


헤드 문파 고수들을 위한 칼갈아팀의(레이싱 서비스팀) 분주한 움직임도 포착되고...


종합활강.

닝기리...

왜왜왜!!! 그 시작점에만 서 있으면 숨을 헐떡이고 가슴이 쪼그라들고...

ㅈㄹ 두렵다. 저 씨뻘건 'START'


오! 저 아름다운 여인네의(헤드 칼갈아팀 김향진 님) 하얀 손길이

중원을 달리며 가르는 핏발 선 청룡연월도를 덮은 하얀 눈탱이들을 자분자분 쓸어내고 있당.


요사이 들어 안구에 습기가 자주 차시고 눈이 침침해지시고 그래서 잘 안 보이신다구요.

걱정마세요. 지산배에서는 그런 분들을 위한 졸라 커 TV가 떡하니 설치되어 있답니다.

저 멀리서 깨알같이 열라 칼질을 해대는 고수들의 미친 듯한 칼부림을 요렇게 가까이서 편하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고수들의 멋진 칼부림의 결과에 대한 탄식과 환호성.

역쉬(!!!) 숫자판도 밤에 봐야 더 환하고 잘 보이는구나~~~


스타힐 문파의 깡지영 여사.


스타힐 문파의 이호성 옹과 용평 레이싱파의 장로 최혜주 여사.


이호성 옹과 함께 울라라 사파 출신 으악 옹.


지나가던 으악이의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했던
띨랄라 오공주파의 현란한 혓바닥으로 침 튀겨 수다 신공.  


"자신 없으면 고글로 신분을 가려주세요" 했음에도...

저 몇 명의 저런 극도의 자신감으로 뭉친 띨랄라 오공주파 혓바닥 수다 신공.


오! 예전 휘팍에서 스크레이퍼 하나로 레벨 2 시험자들의 가슴을 울리며 절대 추종자들을 만들어 내셨던 주현식 옹.

"단지 스크레이퍼로 막 칼질하시려는 사형들의 칼들에 쌓인 눈들을 잠시나마 치워 버린 것 뿐이예요."

하지만 으악인 안다.

절대고수들의 내공에서 나오는 그 작은 몸짓 하나만으로도 하수들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그 옛날 용평에서 한 시즌에 서슬 퍼런 오가사카 칼들의 캠버를 두 개씩이나 아작낸다는
안눌리면 뒈진다의 '겁나 이빠이 꾸욱 눌러 쏴'  절대신공의 김형기 옹.  


어쩌면 가장 많은 대중적인 문하생을 거느린 '딛고 안 일어서면 다 뒈질지도 몰러유'의 교주 이재학 옹.

근디 '딛고 일어서고 난 그 다음은 어카죠???'를 문하생들에게 안 가르쳐 주시어
딛고서 일어서서 달리다가 걍 리프트 탔다라는 하소연을 들어야만 했다는... 캬캬캬.  
플리즈... 제발... 담에는 앉는 법도 가르쳐 주세요.

이렇게 밤하늘의 별들이 하얀 슬로프에 내려 은하수가 되었다는 전설의 군웅할거 첫날밤이 무사히 끝났습니다.






치열했던 격정의 밤이 지나고 고요한 아침의 냉소 가득한 차가운 기운이 온몸을 휘감는다.



시합이라는 것이... 참! 그런 것이다.

인정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오기 마련이고
그로 인한 참을 수 없는 분노로 자신을 학대하는 악순환의 연속.
자신이 가진 실력의 반의 반도 보여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자위했지만...
어쩌면 그것이 바로 진짜 실력이라는 것이다.

어제...

그것이 나의 진짜 실력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그랬더니만 조금씩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자신을 인정할 수 없기에 긴장하고 더욱 초조해지고...
그리고는 더한 분노의 불길에 휩싸여 스스로를 사지로 몰아가고 있다라는 것.
그것을 깨달았다.

그 조금의 깨달음이 나의 얼굴에 미소를 띄게 하였고...
누구를 이기기보다는 나의 무대에서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최선을 다해보자는
나 자신과의 약속이 시작되고 있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나 스스로가 시작한 길이었고 스스로 행한 길이었기에...
미련을 남길 수는 있어도 후회하며 돌아서지 않겠다는 나 스스로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고자...
나는 저 붉은 'START' 라인에 조금은 더 여유롭게 다가설 수 있었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저 하얀 나만의 무대에 내 자신을 던지기 시작했다.


지난 살로몬 기선전에서 스스로에게 약속했었다.

이제는 내 앞가림이나 신경쓰고 주제넘게 남들 이야기를 하지는 않겠다고...
어제도 스키복을 입고 비브를 차면서도 차량 조수석에 놓인 똑딱이를 보고는 많은 고민을 했다.

요사이 이곳저곳을 다니며 여러 스키장 리프트에서 만난 으악이를 알아봐 주시던 낯선 스키어들의 말씀들이 생각난다.

'으악이님 덕분에 많은 것을 보고 배웁니다'

'시합이라는 것을 한 번도 경험 못 했지만 그 느낌을 조금이라도 알 수 있어서 좋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사진을 잘 찍으시고... 혹시 문학을 전공하셨어요?'
'영광입니다. 이렇게 유명하신 분을 이런 곳에서 만나뵙고요'
'좋은 글 많이 남겨주세요. 비록 댓글은 달지 못 했지만... 화이팅입니다'

얼굴이 벌개질 정도로 쑥스러워 눈도 못 마주치며 고개숙이며 그저 '감사합니다'만 연발하던 으악이...
으악인 으악이도 모르게 어느새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그로 인해 나 스스로가 어쩔 수 없는 업보를 지운 것이라고...  
나의 글들이 그래도 몇몇 분들에게 솔솔한 재미와 감동을 주고 있다라는...

어쨋든 이것 역시도 내 스스로 시작한 길이었기에
나만의 방식으로 내길을 간다라는 심정으로 살며시 똑딱이를 포켓 속에 넣고
여분의 밧데리를 하나 더 챙겨놓고...

스킹 실력이 안되면 글빨이나 이빨로 승부한다라는 심정으로... 캬캬캬.
뭐 나중에 이빨만 잘까는 데몬스트레이터, 스키를 이빨로 타냐!!! 이런 호칭이 붙을지라도...캬캬캬.  


쩐만 있으면 당장 사고 싶은 명품 비스트 스키복.

그 스키복을 김태기 데몬스트레이터가 입어주니 정말 멋...지...다.


부상으로 인해 참가하시지 못 한 양우영 데몬스트레이터.

두 명의 작년도 챔피온 골드 비브자를 한꺼번에 담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헬맷 뒤집어쓰고 상황을 즐기는 주현식 데몬스트레이터의 저 여유스러움.

존경스럽습니다. 캬캬캬.


제2회 아토믹배 스키 기술선수권대회가 지산배와 함께 진행되면서 진행 스탭으로 참가하신
이재학 아토믹 데몬스트레이터.

식사를 저렇게 추운 곳에서 컵라면 한 끼로 때우십니다.

이번 대회에 공정성에 대한 잡음이 조금 일고 있지만...
으악인 알고 있습니다.
저렇게 수많은 분들의 노력과 수고가 함께한 대회라는 것을...

그리고 판정시비가 일어난 부분에서도 으악이 바로 그 현장을 목격했기에...
도마 위에 오른 두 데몬스트레이터가 내려오고 난 후에 또 다른 선수가 한두 명 더 내려올 때까지
점수는 나오지 않았으며  한참을 기다린 후에 점수가 나왔고
선수 포함 주변의 갤러리들 모두가 이해할 수 없다는 소리로 웅성였다는...

주최측의 일어나지 말아야 했던 작은 미스나 오류로 인해 두 멋진 데몬스트레이터가 마음을 다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용평 살로몬 기선전에서 으악이를 알아봐 주시고 인사 나누고 이바구를 나눴던...

김은정 님과 대회 출전으로 상품을 쓸어 담으시는 대회 저격수 남친. 캬캬캬.
기분 나쁘다. 남친이 상품 쓸어오면 여친이 쓸어담고... 캬캬캬.



만족스러웠나요?

물론 그렇지 못 할 것이라는 것을 저는 압니다.
심장이 터질 듯한 시작점에 서 있으면 그 끝점은 어느새 우리들 시야에서 사라지고
보이지도 않는 백색의 끝없는 공간을 지나지나 어느새 우리는 그 끝점의 주변에서
깊은 한숨을 몰아쉬고 있지요.

채 1분도 안 되는 시간의 억겁속에서 천당과 지옥을 넘나드는 그 처절한 살떨림...
저는 지금껏 딱 두 번 천당 문턱까지 가보았구요. 그 수 많은 나머지는 지옥의 문턱을 들락날락했네요.

언제까지 이런 살떨림이 계속될 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목표를 가진 살떨리는 긴장감... 한번 즐겨볼만하지 않나요?
누군가와 경쟁한다는 생각을 버리시고 자신의 목표를 향하는 한 과정이며 나의 발전됨을
자신 스스로 평가 받는다는 생각으로 임하신다면 몇 번의 살떨리는 긴장감은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우리들 삶의 좋은 흥분제고 자극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어느덧 대회는 중반으로 치달리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체력전입니다.

우리는 총 다섯 번의 활주를 보여주지만 그 다섯 번의 활주가 정확히 24시간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아들을 응원하고 애인을 응원하고 또 자식 같은 놈을 응원하는 이 모든 이의 시선을 받는 녀석은

조...케...타... 캬캬캬.

부...럽...다. 켜켜켜.


초등학교 5학년이라는 한 선수가 계단을 옆에 두고 굴러 내려옵니다. 캬캬캬.

‘역시 초등학생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저 친구 미들턴 활주하는 모습을 보고는 많은 갤러리들이 입을 떡 벌리고 말았습니다.
ㅈㄹ 잘...탄...다.  




네 번째 종목인 모글이 시작되고...
으악이 넘어지지 않고 겨우 겨우 살아남았습니다.

역시 시합은 시합은 정말 정말 힘든 거로군요. 캬캬캬.


자! 잠시 광고 한 번 때리겠습니다.

눈길에 강하다. '스바루'
정말 눈길에 강하긴 강한가 봅니다.
저곳까지 스스로 올라간 걸 보니...
으악이 차도 거의 폐차 직전인데...
에효! 그림의 떡. 캬캬캬.


연실 불어대는 겨울바람에 저 혼자 덩실 덩실 신난
아토믹표 울랄라 풍선.


뵐클과 POC.


오! 깔끔하고 멋진 프린팅의 헤드 스키.


로시뇰의 화려한 명성이 다시금 확 다가서는데요.


여전히 헤드 레이싱 서비스팀의 바쁜 손놀림이 계속되고...


깔끔한 욘요네의 내년도 스키복도 보이고...


매니아층에 그 명성이 자자한 뵐클 스키의 화려함도 보이고...


영원한 탑 브랜드 아토믹의 멋진 스키들도 보이고...


이곳저곳을 기웃기웃 한참을 다 둘러보고 나서야 으악이의 모글 차례가 돌아왔습니다.


모글 출발이 마지막 조에 걸려 점점 골은 더 무섭게 파이고...


약간은 지친 기색을 보이는 김정훈 선수.

어제 야간 경기를 마치고 카카오톡으로 김정훈 선수에게 보낸 으악이 메세지.

'스타트 라인에서 조금 초조하고 긴장되어 보이더라구요'
'일전에 우리들에게 한말...'
'즐겁게 잼나게 멋지게 스키 타자라는 말'
'낼은 오늘보다 더 즐겨보자구요. 화이팅!!!'
'당신의 멋진 즐거운 활주 기대해 볼께요'

이른 아침 으악이를 보고는 웃으며 다가와 서로 주먹을 부딪치며 화이팅을 다짐했던 당신.
당신과 같은 곳에서 함께 달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당신은 나의 영웅이에요. 그걸 잊지 말아요. 캬캬캬.


어느덧 으악이 차례가 다가오고...

살며시 시작점으로 다가선다.


"비브 넘버 196번 방정문"

"스타트"

긴 호흡속... 화이팅을 외치며 그 깊은 나락의 속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자신의 길을 찾아 그 험난한 산골짜기를 오르락내리락하며 앞으로 내달려간다.


누가 우리들 삶을 산으로 비교했는가!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절망속에 희망이 숨어 있으며 오만속에 끝없는 추락이 있으며
그 추락속에는 또한 날개가 있다고...

그렇다면 이 종목은 우리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는가?

아니다. 두려움을 버려야 길이 보인다.
단순히 눈앞에 보이는 두려움에 갇혀 내가 가야 할길을 보지도 가지도 못한다면...
두려움을 버리고 차분하고 냉정하게 생각하면 그 길이 보일 것이다.
그렇게 어렵지만 한발 한발 앞으로 전진해 나갈 수 있다는 심정으로 그런 마음가짐으로...
그렇기에 이 길은 가혹하지만은 않다. 많은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줄 수 있을 테니...
또한 많은 친구들이 그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당신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을 테니...



드디어 마지막 종목인 대회전(제한 활강)이 시작되었습니다.

으악이는 지치고 지쳐 인스펙션이고 뭐고 의자에 몸을 내팽개쳐 놓고는 꼼짝을 할 수 없었습니다. 캬캬캬.


우이씨...

눈동자와 허벅지는 풀릴 대로 풀리고...
제기럴... 지금은 저 뻘깽이 'START' 글자에 오금이 다 저리네. 캬캬캬.


회색빛 하늘.

살짝 주위를 맴도는 연무.
자! 이제 마지막입니다.

마지막 힘을 내보려고 머리를 가슴을 허벅지를 툭툭 쳐보기도 하지만...
그냥 버티고 서있기도, 참! 힘들다. 캬캬캬.



연실 내달리고 내달리고...


어느덧 조명탑에 불이 들어오고...


다시금 야간 경기를 방불케하는 이틀간의 힘든 경기가 마무리되어 가고 있습니다.


으악이만 다리가 풀린 게 아니네요.

꽤 여러 명의 선수가 저렇게 끝점을 지나고 제어를 못 하고 그물에 걸려 넘어졌습니다.
그 마지막 끝점을 지난 안도감에 온몸의 힘이 빠져버리고...
그만큼 혼신을 다한 경기의 연속.


아쉽지만 지산배 3연패를 하지 못하고 2위에 머무른 김정훈 선수(헤드 소속).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토믹배 2연패를 달성한 이소연 선수(헤드 소속).


아토믹배 기선전 여자부 시상식입니다.

축하합니다.


아토믹배 기선전 남자부 시상식입니다.

축하합니다.


지산배 시니어부 수상자들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으악이 이제 몇 년 안 남았습니다. 기둘리십시오. 캬캬캬.


지산배 시상에 앞서 수상자들의 멋진 퍼포먼스 활주가 시작되었고...


지산배 여자부 시상식.

오! 헤드팀에서 여자부 2, 3위를 차지했네요.

축하합니다.  


별중의 별.

지산배 남자부 시상식

축하합니다.  


지산배 남녀 수상자들이 함께 모여 기념 촬영도 해주고...


남자부 1위와 여자부 1위 김준형, 민에린 선수.


'오늘 어머니 앞에서 저의 멋진 활주를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마지막 대회전(제한할강)에서 최재우 선수 어머니가 우연히 으악이 옆에 계셨습니다.
초조히 기다리시면서 두손을 꼭 모으시고 자랑스런 아들의 멋진 활주를 보시다가...

그만 게이트에 걸려 넘어진 아들을 보고서는 파르르 눈가가 떨리시며 '재우가 넘어졌어'를
탄식과 함께 나즉히 외치시고는...
한참 후에 일어난 아들 녀석이 DNF 난 상황에서도 다시금
나머지 게이트를 열심히 치며 내려오는 모습을 보시면서 끝점으로 가셨습니다.

시상식이 끝나고 풀죽어 있는 녀석에게 다가가서...
"수고했다. 오늘 멋있었어"라고 이야기 해주었지만 이 녀석 귀에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더니만 마지막 선수 경품 추첨에서 떡하니 로시뇰 스키를 받아들고는 환호하며 웃습니다.
주변의 모두가 "너 오늘 시상했다"라며 격려해 주니 그때서야 입가에 수줍게 미소를 머금습니다.

사는 게 이렇습니다.
추락하는 것에는 분명 날개가 있습니다.
최재우 선수, 어머니 앞에서 자신이 걷는 길을 인정받고 싶었을 겁니다.
그래서 더욱 안타까웠을 거구요.
평상시 같으면 그런 얼굴도 보이지 않았을 녀석이니까요.

그런데 항상 행운과 희망은 그 절망 속에 살며시 숨어있습니다.
항상 자신을 알아봐 줄 그 시기와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 뿐이지요.

주변을 살며시 살펴보세요.

어딘가에 우리를 스쳐 지나갔던 행운이 다시금 당신 주변을 맴돌 수 있을테니까요.
아! 그런데 말이죠. 요놈의 행운이라는 녀석은 정체되어 기다리면 절대 보이지를 않는다고 하네요.
열심히 살아 움직여야 살며시 당신의 주변을 맴돌게 될 테니까요.

행운과 희망은 스스로를 움직이며 앞으로 전진해 나가는 그 주변에 흩어져 있습니다.
우리 그 행운과 희망이라는 녀석을 잡아보기 위해서라도 다시금 열심히 앞으로 전진해 나가자구요.

제3회 지산배오픈스키챔피온십, 제2회 아토믹배스키기술선수권대회의 슬로건은  
'희망을 쏘다!!!' 이렇게 정해보고 싶네요...캬캬캬

*지산배와 아토믹배를 개최해주신 관계자분들과 심판진 및 선수 여러분 수고 많으셨습니다.
너무나도 긴 글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으악이도 수고 참 많았어요. 캬캬캬.

박사님!!! 너무 힘들어서 오타 수정도 못 하고 올립니다. 죄송합니다. 한번만 용서해 주세용.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좋아요
84 11-12 아직 못다한 겨울이야기 2 박기호 2012.03.07 2889 44
83 11-12 희망... 절망... 이 모두를 다 품어내다.(내 제자들의 레벨 2 검정이야기) 박기호 2012.02.28 3698 42
82 11-12 아직 못다한 겨울 이야기 1 박기호 2012.02.19 2577 32
81 11-12 제4회 지산배 오픈스키 챔피온십(가칭 지산배)를 돌아보다. 박기호 2012.02.07 4257 46
80 11-12 예쁜 미소의 사람들을 스쳐지나 듯 만나다.(주니어 기선전, 지산 헤드데이, 풀무원 스폰쉽) 박기호 2012.02.01 3242 40
79 11-12 지산 수요 모글 클리닉과 대명 헤드데이... (부제: 잘해줘도 지랄이얌.) 박기호 2012.01.17 3290 75
78 11-12 제4회 살로몬 기술선수권대회 참가 및 내맘대로 시상식. 박기호 2012.01.09 3729 38
77 11-12 '고마워' 나는 그렇게 지난 해를 놓았다. 박기호 2012.01.04 2251 42
76 11-12 그리움의 끝에 다가서다. 박기호 2011.12.18 2473 53
75 2011년 이 가을의 마지막 잔상을 붙잡다... 속리산에서 박기호 2011.11.07 1890 63
74 2011년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설악 천불동을 거닐며... 박기호 2011.10.23 2015 67
73 2011년 가을... 한 권의 시집을 보다. 박기호 2011.10.14 1973 49
72 2011년 이 가을 그 첫 나들이... 설악 수렴동을 스쳐가며... 박기호 2011.09.24 2160 76
71 2011년 8월 방태산 아침가리골... 길, 계곡, 사람들, 그 아름다움에 빠지다. 박기호 2011.08.14 3147 63
70 2011년 여름, 별... 바다를 그리다. 박기호 2011.07.13 3000 67
69 2011년 소백... 길을 걷고 하늘을 보며 구름과 바람의 노래를 듣다. 박기호 2011.05.31 1885 85
68 2011년 '길을 걸을까'... 그 봄을 품어내면서... 박기호 2011.05.28 2067 109
67 10-11 겨울... 에필로그... 태양에 맞서다. 박기호 2011.04.04 2713 135
66 10-11 겨울을 떠나보내며... 감사합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박기호 2011.03.28 3136 120
65 10-11 그 한바탕의 꿈을 그려내다(대명 비발디) 박기호 2011.03.18 2438 10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Next
/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