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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래 전 어느 날의 내 기억을 훔쳐보다.(영화 '은교'를 보다)


2012년 5월 7일.

오다가다 날 찾아 들려주는 내 사랑하는 이들이 있어서...
화창한 봄날의 낮술이 참 고맙고 즐거웁고 또한 행복하다.
고마워...캬캬캬

고등학교 선생님.
중간고사 기간이라 학생들은 힘에 겨운 하루하루였겠지만...
선생님들에게는 가끔씩 찾아오는 여유로운 삶의 활력소인가보다.

시험이 끝난 지치고 무거운 아이의 발걸음과는 달리...
반나절의 여유로움 속에 빠져버린 선생님의 발걸음은 한결 경쾌하고 가벼워 보인다.

오늘이 시험 끝나는 날이고 내일부터 수학여행에 수련회에
안동으로 경주로 태백산으로 쉼없이 전국을 내달린다고 한다.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나를 보고는 안쓰러움의 한마디를 던진다.
"박기호가 박기호스럽지 못하네"
"난 늘 너의 자유로움이 좋아 보였는데..."
"넌 산과 꽃과 이야기 할 수 있잖아. 또한 바람의 노래를 들을 수도 있고..."

걱정한다. 나의 이 갇혀있음을...
자유롭게 떠다녀야 몸도 생각도 자유로울 수 있는데...
그렇게 나를 걱정해준다.

가끔씩 너의 블로그를 보는데... 요즘 글도 뜸하다며...

쳇!!! 뭐 영혼이 자유로와야 글도 자유롭게 써내려가는거쥐.

지금 떠나는 것은 나에게는 너무나도 힘든 상황이지만...
어디... 머리 쥐어짜가면서 보란 듯이 글 한 편을 써본다...캬캬캬


어느날 전혀 생각도 못하고 있다가 보게 된 영화 한 편.

먼저 이 영화에 대하여 이야기 하기 전에 꼭 하고픈 말이 있다면...
도대체가 어떤 카피라이터가 저 따위 경박한 부조화의 단어들을 그 대가리(?) 속에서 끌어내어
이 영화의 본질을 왜곡하여 그 수준을 저 바닥까지 떨어뜨릴 수 있었느냐에 대한 의구심이다.

'시인과 제자, 열일곱 소녀... 서로를 탐하다'  
'나의 영원한 처녀'

맙소사!!!... 어처구니가 없는 저급한 저 문구들이란...


어느 일요일 아침...
11시 도자교육 수업 준비를 마치고는...
9시 부터 물레를 차고 있던 수강생이 있던 말던...캬캬캬
실로 오랜만에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오래 전 어느날의 내 기억을 훔쳐 볼 수 있었다.  


'젊은 날에 만났다면,
그리하여 너와 나 사이에 아무런 터부도 없었다면
너를 만난 후, 나는 아마 시를 더 이상 쓰지 않았을 것이다.
네게 편지를 쓰면 되니까' (원작 소설 '은교' 중)

'너희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형벌이 아니다.'(영화 '은교' 중에서)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단지 겉모습만 늙어간다는 것은 아니다.
세월 속에서 배운 직관력과 통찰력의 깊이 또한 더욱 넓어지고 깊어지는 것이다.

노시인은 그 소녀를 사랑한다.
그 소녀 역시도 노시인을 사랑한다.

하지만 노시인은 현실을 꿰뚫어 낼 수 있는 직관과 통찰을 가지고 있기에...
그 사랑이 슬프고 아프다... 너무 아프다.
하지만 소녀는 그저 눈앞에 보이는 보고싶은 것만 보기에
그 사랑에 가슴이 떨린다.

사유, 그래서 그들은 서로를 사랑할 수 있으나...
터부, 그래서 그들의 사랑은 늘 슬프다.


당신이 가장 외롭고 힘들 때
단지 당신 옆에 내가 있었다하여
나를 좋아하게 된 것.
그 감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어쩌면 더 행복하여야 할 당신이 불행해질 수도 있어.
그래서 난 신중할 수 밖에 없는거고
내 감정을 더욱 더 숨길 수 밖에 없는거야.

언젠가 분명 언젠가...
그 삶의 더한 무게감으로 이 꽃길을 걸을 때면
분명... 분명히 날 이해할 수 있을꺼야...캬캬캬


교집합.
서로서로 노는 물도 틀리고...
가치에 대한 기준도 틀리고...
단지 그속에서 당신과 내가 공유했던 생각이나
느낌은 전체에 비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아.

그 교집합이 마치 합집합이라도 되는양...
그렇게 느끼며 호들갑스럽게 떠들었던거야.
단지 고개만 돌려도 그 선만 살짝 넘어서도
절대 공유할 수 없는 극심한 이견과
생각의 괴리를 보일 수도 있는데...
그렇게 우린 어느새 교집합 그 조그마한 테두리 안에서만 있으려 하고
그걸 절대 인연이란 틀로 바꾸려한단 말이지.

아니! 그 억지스런 틀은 저 멀리서 불어오는 훈풍에도 흔들리어
휘청이다 쉽게 무너져버릴 수도 있는거야.


무딘 연필심을 보고는 그 연필을 깍는다는 소녀에게...

'놔둬라. 뾰족한 연필은 슬프단다'라고...

'할아버지, 뾰족한 연필이 슬퍼요?'

사물에 대한 사고의 연상작용.
사고의 확장이 시공간을 넘어선다.

'뾰족한 연필'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교를 다닐 수 없었던...
그 어린 노시인의 필통 속에서 늘 외롭게 달그락거리던 슬픈 유년 시절을 상징한다.

'그 무딘 연필을 깍는 칼'
목욕탕에서 때밀이로 일하던 소녀의 어머니.
늘 물에 불어 어느새 굳은 살이 되어버린
자신의 뒷꿈치를 긁어대던, 진물과 함께한 늘 슬픈 칼이었다.    

'뾰족한 연필' 과 '연필깍는 칼'
그저 도구로만 쓰여지는 하나의 사물이 아니라 삶의 의미가 부여된 슬픈 과거를 담고 있었다.  


바람 그리고 떨어진 꽃잎.

사뿐히 즈려 밟지마라.
열심히 살다간 그 한창의 봄을 잠시 여유있게 즐길 수 있도록...
누군가에겐 따스한 훈풍의 봄바람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에겐 목숨걸어 견뎌내야만 했던 차디 찬 봄바람이었을 수도 있으니...


벵어포.

마룻바닥에 펼쳐진 울 엄니의 수고스러움.
신이 인간을 다 돌볼 수가 없어서 울 엄마를 내려 보낸신거야.
아직도 소녀의 순수함을 간직하신 울 엄마.
늘 죄송하고 미안해요...캬캬캬


소녀의 어머니가 생일날  처음으로 사주었다던 싸구려 거울.
놓쳐버려 절벽의 끝에 걸린 그 거울을 바라보면서...
미안함에 똑같은 거울을 사준다는 그 노시인의 제자(서지우)에게 절규하며 소리친다.

"어떻게 그 거울과 저 거울이 같을 수가 있어"  
"그건 이승과 저승만큼의 거리야"



사물이 의미를 부여받는 순간 그건 그건 내 마음이 되어 내 삶의 일부가 된다.
문을 걸어 잠그느냐, 마음을 걸어 잠그느냐...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아무리 숨길려 해도 숨길 수 없다면...
그럼 그냥 내버려 두렴
어차피 그걸 보고 깨닫는 것이란
그만큼의 관심이 애정이 함께한다는거니까...
보려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볼 수 없는거니까...
어쩌면 늘 잊혀져 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너를 품었던 그 바다를 잊지않았으면 해.


91시 61분...
'소라게'... 어두운 저승에서 푸르렀던 이승을 그리워한다.


사고의 연상작용.
같은 것을 보되 더 많은 것이 보인다는 것.
그것이 꼭 좋다고는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그만큼 꺼내기 싫은 더 많은 아픔을 다시금 볼 수 밖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듯이
누군가를 진정으로 이해하려한다면...
눈에 보이는 것만 보아서는 또 아니되기에...
그래야 그 사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기에...

그렇게 저는 오랜 전 어느날의 제 기억을 훔쳐 보았습니다...캬캬캬

  
2. 봄의 편지를 쓰다.  

'너를 만난 후, 나는 아마 시를 더 이상 쓰지 않았을 것이다.
네게 편지를 쓰면 되니까'(원작소설 '은교' 중)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난 카톡으로 페북으로 편지를 쓰면 되니까...캬캬캬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이라 좀 보여드리기 민망하지만...


길...
아스팔트와 시멘트가 깔린 길은 사람을 위한 길이 아니다.
생명을 잃어버린 길이다.
그 위를 걸어가고 스쳐지나는 것들의 흔적이 남는 길.
그 길이야말로 생명의 길이요. 사람의 길이다.
(사진, 글 발췌 : '나의 도시, 당신의 풍경' 중에서)

당신...
그 생명 가득한 희망의 흔적 가득한 길을 걸어가라.
꼭 그렇게 그 길을 걸어가라.


바쁘게 지나오는 길에 갑자기 나의 차를 세우게하고서는
친히 그 앞까지 걸어가게 만들었던 홍매화.
이 도도하고 건방진 녀석.
알지! 도도하며 건방떨며 자신만만하게 살아갈 것!!!...캬캬캬


내 인생을 한 줄로 표현한다면...
내가 죽어 내 묘비명에 쓸 그 한 줄은...
'우물쭈물하다가 나 그럴 줄 알았다.'

아니... 나 이렇게 쓰련다.
'내 인생 그럭저럭 신났었던 것 같아.'

'나 그렇게 잠시 바람에 흩날렸다.'
어느 진달래 꽃의 묘비명을 짐작해보면서...


일찍 피어난다하여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꽃이 피고 지고 그 아쉬움 가득한 날에
저 귀탱이에서 살며시 피어오른다면
그 아쉬움의 여운을 더 오래 지속시킬 수도 있는 법.
먼저 출발한다하여 꼭 먼저 도착한다는 의미가 아니듯이...

여유 가득함이란...
조급함으로 서둘러 움직였던 이들이
보지 못하고 지나쳤던
그 소소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남몰래 즐길 수도 있는 법.

조금 늦는다하여 남들보다 뒤쳐질지도 모른다는 강박관념만 버린다면
더 많은 것을 찾아낼 수 있다.
천천히 하지만 꾸준하게 끊임없이 생각해.


지나가는 벚꽃향은 아직도 아름다운가요?


아쉬움의 벚꽃향 지나가는 이곳
여린 철쭉의 붉음을 시기하여 가리다.


누굴까?
아름다운 저 선상에 자유로이 서 있을 수 있었던 사람은?


그저 묵묵히 오르니 온 세상에 가득했던 막연함이 사라졌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여
내 걷는 길이 옳은 길일까하고
의구심 가득하다면
그 의구심이 사라질 때를 기다리기보다는
내가 선택한 그 길을 꾸준히 걸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하다.

비록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었을지라도 다시금
되돌아설 수 있는 젊음을 당신은 가지고 있으니까.
또한 그 오류 속에서도 많은 것을 배우고 얻을 수 있을 테니


몸이 지치면 가슴에 와 닿는 것이 적어지는거야.
못보고 지나치면 어때서?
나중에 아주 나중에 다시가서 보면 되지!
(물레시연장 지붕과 장작 가마터 지붕을 덮은 등꽃 폭포)


난 축적이라고 생각해.
처음에는 손해일 수도 있으나 하나하나 차곡차곡 쌓다보면
언젠가는 한 방 멋지게 터져나올 수 있다고...
그렇게 생각해

힘들더라도 차분히 천천히 하나하나 의미를 두고 나아갈 수 있도록...
충분히 축적되어 폭발력이 아주 강한 에너지로...

당신은 아주 잘하고 있어.
단 조바심을 삼가하고 허둥되면 안되는거야.
꾹 인내해나가면 돼.

누구는 쉽게 쉽게 잘 이루어 나가는데...
난 너무 어렵게 해나간다는 것에 신경쓰지마.
어렵게 해내야 성취감도
또한 그 상황과 그 일에 짙은 애정과 열정을 쏟을 수 있는거야.
쉽게 이룬 사람은 그 자만에 스스로를 내던지고 있는지도 몰라.
눈물 젖은 빵을 먹어봐야 진정으로 사는 의미를 알 수도 있으니까.

또한 그 사람이 쉽게 이루어냈다고 겉을 보고는 단언하거나 미루어 짐작하지마라.
무언가를 이룬다는 건 그만큼 자기 고통이 수반되는거니까.
단지 표현 안하고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을 수도 있는거니까.


가끔은 말이지 너무나도 바쁜 내 발길 속에서
문뜩 나의 발걸음을 붙잡는게 있단 말이지.
무미건조한 눈길 한 번 쓰윽 주고 지나칠 수도 있는데
일부러라도 한참을 서서 느껴볼 수 있다라는 것.
과연 여유스러움일까?
아님 대책없는 방만일까?

과연 그 끝이 존재할까라는 고달픈 일상의 삶 속에서
너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내가 당신보다 아주 조금 더 살아봐서
아주아주 조금 더 아는데
그 찰라의 순간 무엇을 선택하던 간에
내 일상의 삶은 큰 변화가 없다라는 것이었어.

일 분 일 초가 아까울 수 있는 고달픈 내 현실에서
나는 차라리 10 분의 여유로움을 느껴보겠어!
어쩌면 그것이 나를 지탱해줄 수 있는
풍요로움의 영혼을 가지게 해줄 수 있다고...
난 그렇게 믿는다.

숨쉬고 있는 한 심장은 항상 끊임없이 뛰고 있지만...
전혀 다른 느낌의 설레는 가슴 뛰는 두근거림 또한 있는 법이거든.
끊임없이 목표를 향해 움직이되 네 영혼이 정체되어 있지 말기를 부탁한다.
(아주아주 커다란 설익은 붉은 태양을 정신없이 쫒아가다가
새벽 수영 20 분이나 늦었다는 이야기얌!...캬캬캬)    


봄이 한창의 봄이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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