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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겨울 편지를 쓰다.



한번이라도 더!!!
안쓰러웠던 당신의 뒷모습에서 난 희망을 볼 수 있었다.



저 너머...
치열한 결전의 그곳은...
우리가 승리라고 부르는 희망의 장소였지만...
사실은 너무나도 암울한 고난의 장소였다.

당신...
그 험난함을 모두 이겨내어 진정한 승자가 되었다.  


조바심에 쫒기지 마라.
성급함에 휩싸이지도 마라.
치열하고 고통으로 점철된 험난한 길일지라도 여유를 잃지마라.
당신의 주변은 늘 이토록 아름답다라는 것을 잊지마라.
그리고 한 번 미소지어주며 맘껏 즐겨라!

'축하합니다. 전가현 준강님...캬캬캬'


깊은 골짜기를
너무나도 힘들게 오르내리던
당신의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습니다.


태양을 등지고 내려오는
당신의 모습은 너무나도 환해서
감히 쳐다볼 수 없이 아름다웠습니다.


난 당신이 저 뒤로 보이는 승리라고 하는 곳에서
환하게 웃는 모습을 꼭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먼발치에서가 아니라 빅토리아 바로 그 혈전의 장소에서
당당한 승자의 모습으로...


당신... 지금처럼...
언제나 그 당당함을 잊지말아요.

'미안해요. 김미근님... 당신은 충분했으나... 제 능력이 이것밖에 되지를 못했네요.'


2. 또 오지랖을 떨다.


2012년 2월 16일 목요일.(지산 포레스트 리조트)
지난 시즌 으악인 지산배를 끝으로 겨울 시즌을 어느정도 마무리했었다.
이번 시즌 역시도 작업장에 산더미처럼 밀린 일더미를 더이상은 방치할 수가 없었다.


같은 주, 2월 13일 월요일 저녁.
지산 스키사랑 동호회 정모에 참석하면서 형님 한 분과
다가오는 레벨 2 검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옆에 서있던 동호회 회원 한 분이 갑자기
"으악님... 저 강습 좀 해주세요?"

"네?"

"레벨 2 검정에 대한 강습 좀 해주세요. 강습료는 넉넉히 드릴께요"

나는 입을 다문 채 찬찬히 그의 얼굴을 보았다.
그속에서 나는 그의 간절함과 절박함을 옅볼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됐다.
으악이의 넓디 넓은 오지랖의 시작이...캬캬캬


목요일과 금요일 이틀간을 봐주기로 했다.

"제가 무언가를 한다면 그렇게 어수룩하게 하지 않습니다."
"각오는 분명 단단히 하셔야 할겁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으악님 성격..."
"저희들도 준비됐습니다."
"많이 많이 도와주세요."


목요일 아침 9시 땡스키부터 시작된 레벨 2 검정을 위한 강습.

"우선은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저는 지금부터 정확한 채점관이 될 것이며..."
"한종목 한종목, 제가 불러주는 그 점수가 현재 본인들의 실력이라는 것을 명심하세요."
"그 점수를 기분 나쁘게 듣지마세요. 그리고는 의문을 품지마세요."
"단지 여러분들은 어떻게 하면 그 모자란 점수를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생각하세요."


"서로의 신뢰가 무너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저에게 몸을 의탁했으면... 저를 한 번 쯤 끝까지 믿어보세요."

사실 내가 보는 눈과 내가 내리는 진단과 또한 처방이 정말 정확하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겠는가?
나도 역시 그동안의 내 노력과 내 경험에 전적으로 의지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나를 믿어야만 했다.
또한 나 역시도 그들을 믿어야만 했다.
그렇다면 우린 서로 해낼 수 있다고...
난 그렇게 생각했고 또한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믿었다.    


딱 30 분 간의 점심식사를 한다.

"제가 한가지 제안을 하겠습니다."
"제 강습료는 후불제로 하겠습니다...캬캬캬"
"강습료는 나중에 레벨 2 검정이 끝나고 레벨 2 자격을 가지고 오는 사람에게서만, 내 술 한 잔 여유롭게 받겠습니다."

그럴 수 없다는 말을 무시한 채 서둘러 점심 식사를 끝마친다.

쩐... 그까이꺼...
하지만 여전히 아쉽기도 하다...캬캬캬
그렇지만  난 돈을 쫒고 싶지는 않다.
그저 사람을 보고 그 사람을 쫒고 싶을 뿐이다.


다시 훈련 시작.

으악이 똑딱이는 사진만 찍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동영상도 찍을 수 있다.
처음 찍었던 비디오에서 보여줬던 자신들의 모습에선 실망감이 역력하더니...
마지막에 찍은 비디오에서의 자신들 모습을 보고는 살며시 미소가 보인다.

그렇게 우린 함께 희망을 보았다.


여유롭게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시간도 없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개한테나 줘버리라며
핵심적인 모든 이야기는 슬로프와 리프트를 타고 오르며 해결한다.

그렇게 오전 9시부터 시작된 강습은 오후 4시 30분 까지
화장실을 가는 시간과 점심시간 30분을 제외한 휴식없는 풀타임 훈련으로 진행되었다.


이번 시즌 으악이를 통해 시즌 중반 처음으로 모글에 입문한 전가현님은
아직도 모글 앞에 서면 경직된 채 한숨만 쉬고 있었다.
물론 나도 한숨만 나온다...캬캬캬


그에 반해 김미근님은 너무나도 자연스런 밴딩턴을 가지고 있었다.
살며시 나의 입가엔 미소가 번진다.


한뼘의 슬로프라도 헛되이 보낼 수가 없었다.
모글을 타고 내려오면 베이스까지 나머지 구간은 슈템턴을 연습한다.
으악이에게 호되게 질책받아 낯빛 붉혀가며 한 턴 한 턴을 신중에 신중을 기했으며...
그렇게 그렇게 우리는 희망을 향한 이틀간의 간절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나는 그들을 너무나도 멀고 먼 그 결전의 장소로 보냈다.


3. 정말 정말 으악이 오지랖의 끝은 어디일까?...캬캬캬


2012년 2월 23일 목요일.(하이원 빅토리아 정상)

일주일 간...
그들을 고행의 길로 내몰고는 맘편히 지낼 수가 없었다.


그리고는 으악이 작업장 일정을 뒤로 다 미루고 목요일 새벽 5시30분에 이천을 떠났다.
오전 8시 30분 땡스키에 맞춰 도착하고는 전화를 걸어본다.

"뭐야! 이 목소리는... 이제서야 일어난거야!!!"

"어머! 으악님. 왜 이렇게 빨리 오셨어요?"

"우쒸! 당신들 내 성격 몰라서 그래! 난 항상 땡스키야!!! "


미근님은 오전에 스키지도자 연맹에서 하는 데몬 클리닉에 참가해서
점심시간 때 다시 조우하기로 하고는...

으악이한테 깜짝 모닝 콜을 받고서는 제대로 씻지도 않고 나타난
냄새나는 가현님과 시험장소인 빅토리아 슬로프를 둘러본다...캬캬캬


내가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줄 수 있을 때...
진정으로 힘이 되어주자.
나 힘들다고 나 바쁘다며
진정 필요로 할 때
외면해버린다면...
내 평생 후회할지도 모른다.

'나... 지금껏 그렇게 살아왔다.'
아니 어쩌면...
'나... 그렇게 살고 싶어서일지도...'


이런 내 마음 내 행동...
평생 잊지말고 갚으라고도 하지 않는다.
그저 우리 한 목표를 향해 열심히 정말 열심히
함께 행복하게 전진했었던 적이 있었지라며
그렇게 기억의 한 편린으로 추억해 주었으면 한다.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잠시 숨을 고르고 주변을 둘러보며...
진실로 아름다웠던 세상이었다는 것을 감사했으면 한다.


그리고 그때의 서로를 잠시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또한 우리 서로 무척 고마웠던 시간이었으며...
함께해서 너무나 행복했었다고 추억해 주었으면 한다.

그렇게 또 다른 이틀을 우린 함께 보냈다.


4. 에피소드


한숨만 푹푹 나왔던 전가현님의 모글 스킹.
다른 종목에서 여유롭게 점수를 따내어
모글 종목은 제발 살아서 나와달라고(?) 했지만...


조금씩 힘을 내더니만 드디어 라인을 제대로 잡기 시작했다.

2월 26일 일요일 오후.
손시려가며 겁나 물레를 차고 있었기에...
전화가 걸려왔지만 받을 수 없었다.

그녀...
마지막 모글 종목을 남겨놓고는 카톡을 나에게 다시 보냈다.

'위안의 목소리가 한 번 더 듣고 싶어서 전화드렸어요'
'모글에서 기적이 일어나길 빌어야겠죠?'
'마지막까지 열심히 하고 전화 다시 드릴께요'


물레질을 멈추고는 손을 씻고 전화를 걸었다.

"고개 떨어뜨리지 말고 상체 세우고..."
"양팔을 앞으로 뻗어주고..."
"하체를 최대한 낮추어 밴딩으로 잘 받아야 한다"
"가현이는 잘 해낼 수 있어. 난 당신을 믿어."

마지막 종목인 모글에서 극적으로 +2 점을 따내어 딱점으로 레벨 2에 합격을 했다...캬캬캬  


그렇게 결전의 장소에서 한통의 승전보가 날아왔다.


하지만 안타까운 소식도 날아왔다.
으악인 사실 김미근님은 걱정도 하지 않았다.
조금은 부족했던 베이직 계열도 많은 노력으로 어느정도 잘 극복했었고
카빙계열, 숏턴과 모글에서는 충분히 +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고 믿었기에...


하지만 시합이라는게 시험이라는게...
늘 본인이 가지고 있는 실력만큼 나올 수가 없다고...
그 긴장감을 충분히 즐길 수 있었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쒸! 나쁜 것만 으악일 닮아'


어떠한 위안의 말도 사실 지금의 그에게는 필요없다는 것을 나도 잘안다.
그 예전 으악이 역시도 단 두 종목을 남겨놓은 채 + 5점을 지켜내지 못하고 - 1로 떨어졌던
생각하기도 싫던 생생한 과거가 있었기에...

난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
그게 바로 내 실력이었다는 것을 인정했고
그 다음 겨울에 다시 칼을 갈았고
그 해 검정에서 단 한 종목도 - 가 없는 점수로 당당히 합격을 했기에...  

제기럴...
벌써 다음 시즌 오지랖 거리가 생겼다.
김미근님 AS 해줄려면 그래서 술 한 잔 찐하게 얻어 먹을려면...캬캬캬  


한 명은 합격했고 또다른 한 명은 불합격을 했고...
서로 어색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카톡을 보냈다.

'그래도 그래도 내일 한 번 위로의 문자 넣어줘'
'그게 다 마음 씀씀이야'
'가현이는 준강이 되어 좀 어색할 수 있지만...'
'어색하다고 쑥스럽다고 피하거나 외면해 버린다면...'
'그건 당당하지 못한거야'
'진정성을 담은 마음은 진실로 통하는 법이니까'


'전가현 준강님. 술 한 잔 사주세요.'...캬캬캬  


이렇게 대놓고 특정 인물들의 이야기를 올린다는게...
그들에겐 낯 뜨거운 일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으악이에겐 이번 시즌 최고의 제자들이었다고 확신하기에...
또한 당신들의 피눈물 나는 노력을 나는 잘 알고있기에...
이렇게 용기 한 번 내어봅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레벨 2 검정에 응하신
많은 분들 정말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합격을 하셨던 그렇지 않았던...
분명 그 고행의 길 속에서 많은 성장이 있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모든 분들 내년엔 꼭 원하시는 모든 턴들 다 이루소서...캬캬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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