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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피어난다.

여름이 쏟아진다.

가을이 불어온다.

겨울이 내려앉는다.

 

나는 지금 이곳에 서서

떨어진 봄, 여름, 가을의 기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1. 쓸데없이 나이만 먹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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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살아오니

요즘 들어 더욱 조심스러워지는 건...

세상의 눈초리를 의식하지 않게 되는 거였다.

 

무신경해지니

쑥쓰러워 할 이유도 없고

미안해 할 필요가 없어진다.

 

더 나아가

뻔뻔해지고 막무가내가 된다.

 

그래서 더욱 바짝 긴장하며 살아야 하는 거다.

남의 눈도 의식하고

주변 분위기도 잘 파악해야하고

 

진짜진짜 쪽팔리게 않게 살려면...

 

삶이 몹시도 흔들리더라도... 

자존심을 쉽게 포기하지는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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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즐거워서 미소짓고

좋아서 기뻐했고

사랑해서 행복했었는데...

 

지금은...

편치는 않지만 즐거운 척하고

시큰둥 하지만 좋은 척하고

싫지는 않아서 사랑하는 척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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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갈 수록

왠만한 일에는 크게 감동 받지를 않는다는 거지.

 

자주 일어나는 것에 대한

감정의 반감일 수도 있고

식상한 일의 연속이다보니

재미가 없어지는 거야.

 

새로운 흥미거리를 찾으면서도

삶의 큰 변화를 꺼리다보니

금방 싫증을 느끼게 되고

이런 상황에 자주 노출이 되다보면

사는게 좀 지루하다라는 허무함에 휩싸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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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조언이 거슬리고

어느순간부터는 고깝게 들리기도 해.

 

분명 틀린 말들이 아니고

오히려 어떤 부분은 귀담아 들어야 하는데도

내가 미리 정한 결론에 반한다는 것에

짜증이 나고 화가 난다는 거야.

 

그래서 오래 전부터 친해 온 이들을 부담스러워하게 되어 멀리하게 되고

어느새 가볍게 동조해주고 가볍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많아지지. 

 

쓸데없이 나이만 먹어서는...

듣기 좋은 말만 들으려 한다.

 

 

2. 관계의 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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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신과 의사가 이야기했다.

 

'관계의 통장'

'당신이 그 사람을 이만큼 생각하는 만큼

그 사람도 당신을 이만큼 생각해주어야 합니다'

 

'소식을 묻고 연략을 취하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의 '관계의 출납'이 비슷해야

서로가 편해지는 거라며...'

 

다소 일방적인 관계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먼저 연락하기를 그만두었다.

'설마 그래도...' 라며 기다렸다.

아무렇지도 않게 1년 이상이 지났다.

나는 그 사람들한테 그저 그런 존재였나 보다.

 

문득 생각이 들면 나는 서슴없이 연락을 취했었고

그 사람들이 존재하는 거리를 지날 때면 보고싶다고 안부를 전했었다.

 

그 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늘상 나의 일방적인 통행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우'에 대해 작정하고 누군가에게 가르치려 든다.

앞으로도 소중하게 함께 해야 할 사람이라고 믿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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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너는 착한 사람이 맞다.

 

하지만 내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도리를 다할 줄 아는 사람이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좀 더 바란다면

인정을 가지고 타인을 대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좋겠다.

 

착하다는 것은 분명 좋은 사람이 맞지만...

착하다는 것만으로는

내가 너를 사랑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듯 싶어.

 

바라는 것이 있다면...

너는 그 누군가에게

그저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기보다는

사랑으로 가슴에 품었던 사람으로 추억되기를 바란다.

 

'연잎이 빛을 가슴에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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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주느냐가 더 중요한 법이란다.

 

무언가를 받아서 기쁜 것만 있는 것은 아니야.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것이고

오히려 힘들 수도 있는 거야.

그래서 '헤아림'이 중요한 거야.

 

좋은 관계를 꾸준하게 지속하기 위해서는

살핌이 있어야하고 경우에 맞게 행동해야 하는 거다.

그만큼 피곤하고 지칠 수도 있겠지만

놓치지 말아야 할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의 수고를 감내해야한다고 생각해.

 

'놓치지 않아야 어떻게라도 버틸 수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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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다 안고 간다면서...

내려 놓을 자신은 있겠어?

아니 어떻게 내려 놓겠니!!!

 

다 쏟아내야 비로서 내려 놓을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런게 마음이란 거다.

 

억지로 품고 갈 이유는 없어.

 

곰삭혀 더 깊은 맛을 낼 자신이 없다면...

썩기 전에 뱉어내라.

그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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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을 다닐 때 그 사람을 만났다.

후배이기는 했지만 군대를 다녀온 나보다는 2기수가 빨라 1년을 먼저 졸업했다.

취업 문제로 걱정이 많았던 대학원 마지막 학기에

다행이도 대기업에 취업을 한 그 사람에게서 어느날 연락이 왔다.

 

몇 개월의 인턴 생활을 마친 그 사람은 당연히 연구소에 근무 배치를 받을 줄 알았는데...

소위 뒷배를 안고 들어온 사람에게 밀려 생소한 마켓팅 부서에 배속되었다며 고민을 털어놓는다.

 

"왜?"

"부서장에 항의하고 그것도 안되면 너도 윗선에 줄을 대서 그 자리 다시 빼앗으려고?"

"그러지마라. 그런다고 바뀔 것도 없겠지만..."

"자신의 이득을 취하려 남의 눈에서 눈물나게 하면 너도 똑같은 사람이 된다"

"순리대로 살아. 조금은 고생이야 되겠지만 어쩌면 너에게 좋은 기회일 수도 있어"    

"내가 알고 있는 너는..."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몇 개월이 지나고 IMF 사태가 터졌다.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었다.

당장에 돈이 안된다는 연구소는 더더욱 심각했다고 한다.

그 때 그 사람을 밀어내고 연구소에 들어간 사람은 안타깝게도

퇴사를 했다고 한다.

 

어느날 나는 그 사람에게 술 좌석에서...

 

"거봐... 인생사 새옹지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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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에도

생소한 부서에서 그 사람이 힘들어 할 때마다

 

"어이! 참고 또 참아라"

"기왕에 시작한 것... 그래도 최소한 과장 자리는 해봐야 되지 않겠느냐"며

다독였고

 

과장이 되고 난 후에

또 다시 갑작스레 생소한 다른 부서의 마켓팅팀 과장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도

"앞으로 팀장(부장급) 정도가 되려면 다양한 부서의 업무를 두루두루 다 잘 파악하고 있어야 되지 않겠느냐"며

위로를 해주었고

 

다른 회사에서 좋은 조건으로 스카웃 제의가 들어왔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에...

 

"특별히 나쁘지 않다면 그냥 눌러 있어라"

"어이! 사람은 진득해야 해" 

"사람은 의리에 죽고 사는 거야! 의리야 의리!!!"

 

팀장이 되고 난 후에는

"너는 혹독한 IMF를 거치면서 아직까지 살아남은 몇 안돼는 이 기업의 공채 출신이다"

"같은 조건이라면 경력직으로 들어온 사람보다야..."

"회사 입장에서는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온 공채 출신을 더 선호하지 않겠느냐"

"기왕에 시작했으니 이 회사의 임원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어" 라며

희망을 심어주었다. 

 

'오랫동안 어두운 숲 속에 갇혀 있을 때는

숲 밖에서 흘러 들어오는 강렬한 빛, 숲 밖의 거센 비, 그리고 세찬 바람조차도 희망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그 숲 밖으로 나오면 아무 것도 피할 수가 없단다.

우리는 성급한 무모함보다도 차분히 '그 때'를 기다려야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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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기운이 완연한 어느날 그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다.

 

차분한 목소리로...

 

"임원진 인터뷰 때..."

"바보같이... 자신이 없다고 얘기했는데도..."

"오늘... 상무보로 발령이 났어요"

 

"축하한다. 정말 축하한다..."

"그런데... 너 미친 거 아냐!!!"

"누구는 못해서 난리인데..."

"자신이 없다는 그런 얘기를..."

 

막내급 팀장이 여러 선배들을 제치고 회사 임원이 되어 너무 미안스럽다는 말에는  

 

"티내지 말고 잘난 척 말고 그냥 네 할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면 아무일 없단 듯이 또 잘 흘러갈 거야" 

"그리고 너무 좋아만 하지는 마라. 임원은 정규직이 아니라 계약직이야"

"솔직히 말해서..."

"언제 짐 쌀지 모르는 계약직 임원보다야 길고 오래가는 정규직 만년 부장이 더 좋은 건데...캬캬캬"

 

그리고는 덧붙여 한 마디 했다.

 

"어이 이왕에 이렇게 된 거... 그래도 본부장(상무, 부사장급) 정도는 한 번 해봐야...캬캬캬"

 

'겨우겨우 한 고개, 또 한 고개 넘어왔다는 것에 의미를 두지 말고...

한 걸음 한 걸음 멈추지 않고 빛을 계속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하기.

어쩌면 그게 더 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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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너는 그렇게 빛났었지.

 

고즈넉하게 빛을 품고

잔잔하게 빛을 내고

화사하게 빛을 담았지.

 

그래... 너는 늘 그렇게 눈부셨어.

 

'내가 아는 그 빛의 기억을 더듬어...

그리고는 빼꼼한 빛과 눈이 마주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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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있기에

나무는 움직일 수는 없어도

잠시라도 흔들릴 수 있는 거란다.

 

반짝이며 빛나는 것들만

찾으려했던 치기어린 젊은 시절을 보내고...

 

이제 나는

내 뒤를 살며시 따라오던

숨겨진 부끄러움에 손을 내민다.

그리고는 말을 건넨다.

이 부끄러움은 나만의 것이지

실상 너는 늘 빛나고 있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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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하는 이에게는

그저 손 꼭 잡아주고는

함께 울어주는 것이

가장 큰 위로가 되어주는 것이고

 

힘들어하는 이에게는

가만히 안아주고는

'괜찮아!'라고 속삭여주는 것이

가장 큰 위안이 될 것이고

 

외로운 이에게는

가만히 마주 앉아

눈을 맞춰 주는 것만으로도

큰 감동이 되는 거란다.

 

나는 오늘...

너의 눈동자를 맞추고는

사랑해라며 살며시 말해준다.

 

너는 놀란 듯이 환하게 미소 짓는다.

 

 

나는 오늘도 몇 푼 안되지만 입금을 한다.

우리들 관계의 통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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