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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에게 나는...

'백수 아빠'

 

나이 들어 일하던 현장에서 불러주지 않고 부터는...

나는 늘...

'백수 아빠'

 

집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늘 당당해야 했던

'백수 아빠'

 

그래도 모른다. 너희들은...

너희들이 깨기도 훨씬 전에 서둘러 나가 본 새벽 구직소에서 조그만 희망을 가져보지만...

나이 많은 내 이름을 끝내 불러주지 않더구나.

 

정말 열심히 살아왔는데도

내 주변을 둘러보면...

나는 지금 껏 뭐하고 살았나 싶은 마음이...

 

나는... 평생을 그렇게 살았다.

너희들을 위해...   

 

오늘은 누군가에게 술 한 잔 얻어 마시고는 

느즈막히 산 길을 걷다가...    

 

누군가 들을까 싶어 소곤소곤 외쳤다.

 

"나... 그동안 뼈 빠지게 일해서..."

"여지 껏 너희들 밥 안 굶기며 공부시켰다..."

"그거... 다 내 덕이다"

 

"의지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단지 나이가 많을 뿐이란다"

 

바람이 그 소리를 품고 스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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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아빠가 이상해.

 

건강도 안 좋으신데 자주 술을 드시고... 

특별히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도 아니었는데 갑자기 언성을 높이시고는...

자식들에게 짜증내시는 것만 느신 것 같고...

 

모처럼 부모님 모시고 나가려는 저녁 자리를 마다하시고...

자신감도 많이 없어지신 것 같고...

갑자기 늙으신 것 같아 속상하다.

 

이제는 그냥 편히 쉬셔도 될텐데...

아빠는... 그 "아빠"라는 부담감을 이제는 내려놓으셔도 될텐데...

 

깊은 한숨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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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였다면...

너였다면...

 

아쉬움?

애잔함?

 

서로 그 속을 알 수 없으나...

그저 '바람(램)'이겠지.

 

아쉬움이 가득하든...

애잔함이 가득하든...

 

그건그건 가려진

아니 드러내지 못한 바람일 꺼야.

 

어디선가 살며시 불어온 저 바람이

그 바람을 이리에서 저리로

슬쩍 날려보내줬으면...

 

그러면 좋겠다.

 

잠시만 귀 기울여봐.

저 바람에서 그 바람이

들려올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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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주머니가 비었을 때..."

"그 때만큼 자존심 상할 때도 없는 법이야..."

 

"나이 왠만큼 먹으니 나라에서 그동안 수고 많았다며 지하철도 무료로 태워주고..."

"그래서 그 덕분에 지하철 택배를 하게 됐네"  

"집에서 할일 없이 빈둥거리는 것보다는 훨씬 나아..."

 

"자식들이 준 돈하고 내가 번 돈하고 그게 어디 같나?"

 

그리고는 호탕하게 웃으신다.

 

어르신의 눈빛과 행동이

세상을 향해 '나 아직은 쓸모있다'는 항변처럼 보인다.

 

다시 이 세상이 정상으로 돌아와 준 것 같다.

발걸음은 힘차 보이고 목소리에는 잔뜩 호기가 가득하다.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뿐이다. 

 

"지금 너무 좋아보여요"

"힘내세요!!!"

 

이 바람이 저 사람에게로

저 바람이 이 사람에게로

그렇게 서로의 속마음이

바람을 타고 전해졌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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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삼풍 백화점이 무너졌을 때 엄마를 잃었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국가적 재난이 발생했을 때마다

며칠간 잠을 이룰 수 없다고 한다.

 

그런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그녀는

원래부터 호불호가 명확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는지라 

세상을 딱 두 개로 나누어 버렸다.

아주 좋은 것과 아주 나쁜 것. 

 

오래 전 모임에서 결혼할 사람이라며 데리고 나온 남자를

향한 그녀의 눈빛은 세상을 모두 가진 사람처럼 보였다. 

 

2년 전 술자리에서

흔들리는 눈빛으로 나 그사람하고 헤어졌다며...

 

짐작은 하고 있었다.

그 직전 모임에서 그녀가 내뱉는 말 속에서 남편에 대한

적의를 품은 언어를 넘어 선 무관심...

 

어쩔 수 없다.

떠나간 사랑을 미련하게 붙잡고 아파할 성격의 사람은 못되니...  

 

쓸쓸한 바람이 우리를 향해 청명하게 불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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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억수로 내리던 날.

 

나는 병문안을 간다.

우산으로 모든 걸 받혀내기에는 힘에 겹다.

벌써 신발은 다 젖어버려 걸을 때마다 발은 질척임으로 신경이 쓰였고 

어느새 바지는 무릎 언저리까지 젖어버렸다.

 

미리 요양원에서 나온 그녀가 우산을 받혀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얼굴이 몹시 상해보이지는 않아서...

 

늦은 점심을 함께하기로 한다.

제기럴...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곳이다.

신발을 벗고는 스스럼없이 푹 젖은 양말을 벗어버리고는

맨발로 성큼성큼 걸어가 자리에 앉는다.

 

깊은 국물 맛을 가지고 있는 깔끔한 국수와

그 국물을 우려낸 듯한 수육을 시키고는

나는 소주 한 병을 추가로 시킨다.

 

이혼을 하고 난 후 그녀는 운영하던 어린이집을 정리하고

그토록 원했던 카페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 일을 시작하고 얼마 안돼...

그녀는 유방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처음에는 수술만 하면 괜찮을 거라는 말과는 달리

두 번의 수술과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 등으로 많이 아주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아빠는 재혼을 하셔서 새엄마가 계신 친정은 서로 불편하고

결국에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날을 제외하고는 요양원에서 지내기로 했는가 보다.

 

복도 지지리도 없는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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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결국에 혼자 남게 되는 것이 이치에 맞기는 하지만...

그러기에는...

 

넌 너무 젊다.

 

'상황이 문제가 아니라 시기가 문제였다...'

 

흔들리는 정도가 아니라 뿌리 째 뽑혀 나가기 직전이다.

 

요양원 앞까지 데려다 주고는 뒤돌아가는 그녀에게

살며시 봉투 하나 건넨다.

 

괜찮다며 극구 사양하는 그녀에게...

 

"오빠가 주는 용돈이다"

"먹고 싶은 거 있음 사 먹어라"

 

처음으로 선배가 아닌

내 스스로 그녀에게 오빠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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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어오는 바람을 어떻게 할 수 있겠니?

 

그저 스쳐 보내면서

잠시 흔들려 주는 수 밖에는...

 

몹시도 흔들릴 때가 있기는 하지만

가끔은 그 바람이 고맙기도 할 때가 있어.

 

지금의 내 모습이

어떤 상황인지를 알려줄 때가 있거든...

 

삶이 풍성해질 수록

더 많이 느낄 수 있단다.

가진게 많을 수록

더 많이 힘들 수 있단다.

그래서 버려야할 때를

알 수가 있단다.

어쩔 땐 최소한의 것들 만으로

인내를 배울 수 있단다.

 

빛이 곁에서 가르치고

바람이 와서 가르치고

비가 다가와 가르치고

계절이 다가서서 가르치고

 

나무는...

그렇게 평생을 배워나가는거야.

 

'잘 버텨줘라'

'그리고 더 이상은 아프지 마라'

 

그렇게...

바람에게 나는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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