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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장을 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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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당신 생각이 나서..."

 

'바람...'

'당신...'

 

나를 기억나게 한다고...

 

처음 이 책을 받을 때도...

또다시 이 책을 받을 때도...

그렇게들 말했다.

 

또다시 이 책을 건네 받았을 때...

당황해 할까봐...

그저 

"고마워. 잘 읽을게"라고만...

 

나는 그렇게 기억되고 있었다.

 

'바람이 불 때면...'

'누군가가 당신... 하고 부를 때면...'

 

다시 또다시 책장을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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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뭐야?"

건네 받은 책 제목을 잠시 보다가...

"나랑 있으면 그렇게 좋냐?"

퉁명스럽게 한 마디 던졌다.

 

일부러 밀어냈다.

나는 죄를 지었다.

억지로 지워냈다.

나는 죄를 지었다.

힘들게 버린다.

오늘도 나는 죄를 짓는다.

 

처음엔 그것이 죄인지도 몰랐다.

그저 내 마음이 편해지기를 바랬을 뿐...

하지만 그건 속임수였고

그저 눈가림일 뿐이었다.

편해지기를 바랐을 뿐인데

더 무거워져 힘이 들 뿐이었다.

 

차라리 그냥 내버려두었으면...

차라리 그냥 무시해 버렸으면...

오히려 더 가벼워졌을지도 모를 텐데...

 

감정이란 억지를 부릴수록

가슴에 차곡히 얹혀진다.

그래서 견딜 수 없는 무게가 되었을 땐...

여지없이 무너져 버리는 거였다.

 

오늘도 나는 짐짓 모른 척

마음에 죄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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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
사진에 끌려 사 본 책이라며...
그렇게 건네 받았다.

'끌림'
오늘 밖으로 향하던 ...
나의 발걸음이 잠시 멈춘다.

'이끌림'
그렇게 손에 쥔 책 한 권을
가지고 나온다.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잠깐 지나가는 소나기 치고는
폭우에 가깝다.

'기다림'
잠시 책을 덮어두고
내리치는 빗줄기를 넋을 놓고 쳐다본다.
마당 한 켠의 벤치에서
작업실 문까지는 지척에 가까우나
지금 쏟아져 내리는 빗줄기는
내 몸뚱이를 온전히 적셔버리기에 충분하다.

'떠올림'
그렇게 소나기가 그치기를 기다린다.
그러다 문득 책을 건네던
그 모습이 생각나고
그 손길이 기억나고
그 미소가 떠오른다.

하루 그 아주 잠시
끌림...
이끌림...
기다림...
그리고 떠올림.

 

 

2. 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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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사랑을 떨어뜨린 분???"
한참을 소리쳤다.

"여기다 사랑을 몰래 버린 놈!!!"
그렇게 또 한참을 소리쳤다.


하긴 사랑을 떨어뜨리는 바보가
어디 있겠어.
분명 버린 것일 테고
그래서 모른 척 하는 거겠지.

그렇게 버려진 사랑은
엎어져 울고 있었습니다.

오늘 길을 걷다가
버려진 사랑을 보았다.

토닥토닥...
괜찮아.
힘내.

분명 머잖아 아껴줄
다른 사랑을 만날 수 있을 거야.^^

그리고는 다시 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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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자욱한 날에는...
난 길 위에 서 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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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필요없이 너무 많이 가지려 해.

잘봐봐.
한바탕의 소나기가 퍼 붓고 난 후...
한가득의 빗물을 그대로 버려내고
필요한 만큼 딱 그만큼만 소유했잖아.
그래서 쓰러지지도 않았고
더불어 한 낮의 열기를 잘 버텨낼 수 있었잖아.

조금은 모자른 듯
조금은 아쉬운 듯
그렇게 살아내면
이 세상은 고마운 것들 투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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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어리버리 같으니라구"

쑥스럽게 살짝 미소짓는 사람과

거보라는 듯 일부러 과장되게 웃음짓는

사람이 함께 걷는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늘 똑똑하고 야무지며

빈틈조차 찾을 수 없는 사람이

내 앞에서는 늘 실수 투성이다.

 

잠시나마 긴장을 놓고 편안해진다는 게

방심이라는 어쩔 수 없는 순간으로

자신의 몸을 방치하게 끔 한다.

 

"괜찮아!"

"내가 생각하는 당신은 훨씬 더 똑똑하고

훨씬 더 현명하고 훨씬 더 강한 사람이야"

"그래서 나는 걱정 따위는 하지 않아."

"오히려 내 앞에서 이런 소소한 서투름이 있어서

그래서 나는 은근히 기분이 좋아져."

"이런 악의없는 놀림거리가 그나마 우리가 함께 호흡하고 있다고..."

"그렇게 나는 잠시 안도해."

 

그렇게 나는 대신해줄 수 없는 당신의 일상을 간섭하지는 않겠지만

늘 지켜봐주며 간간히 함께 호흡을 맞춰줄 순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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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내가 당신을 대하는 방식이야.

혹여 무관심이라 생각들면

분명 얘기해주어야 해.

 

나는 살며시 지켜보아 주는데

혹여 당신이 그런 나를 느낄 수 없다면

그건 당신 기준에서는 무관심이 될 수 있으니까.

내 기준과 당신의 기준은

늘 타협하며 균형점을 찾아가야만 하거든...

 

굳이 당신이 나를 힘들여 찾을 필요는 없어.

나는 늘 느낄 수 있으며

당신이 일상에 지쳐가거나 힘들어 할 때면

어느새 나는 살며시 당신과 호흡을 맞추며

어리버리한 당신의 방심을 핀잔주며

함께 웃어주고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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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걷는 길...

 

아! 아련한 꿈결이어라~~~ 

 

  

3. 대화를 나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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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자리가 제일 좋아?"

"음... 난 꽃잎이 지는 자리"

"그건 또 왜?"

 

가장 힘겹고 외로울 때

함께 해줄 수 있으니까...

최고로 화려하고 향기로울 때는

내가 서 있을 자리 조차 없었거든...

 

지금은 비록 주변이 텅비어 쓸쓸할 수도 있지만

지는 꽃잎의 남은 향기를 찾을 수 있고

그 남겨진 그윽함에 취해

가득한 그리움을 갖을 수 있으니까.

 

'남겨진 외로움?'

나는 누구든지 해줄 수 있는 것을 해주기보다는...

나만 해줄 수 있는 특별한 것을 해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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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바람을 느낄 수 있어요."
"도대체 그런 사진을 어떻게 찍는 거예요?"

  

"글쎄요."
"사실 저도 잘모르겠어요."^^;
"제 눈에 보여지는 의미있는 그림을 담는 도구가 기껏해야 똑딱이에 폰카이고..."
"그렇다고 그런 도구로 특별한 기술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단지 저는 현상을 담는 것보다는
상황을 담으려고 노력해요."
"당시의 눈앞에 펼쳐진 단순한 현상을 보여주려하기보다는..."

"아! 그래서 반짝였구나!"
"아! 이래서 흔들렸구나!"
"아! 저래서 촉촉했구나!"

이렇게 내 마음 속에 다가서는 그 상황을 보여주려고...

보세요!
한줄기 빛이 스치는 바람과 엉퀴어
반짝거리며 흔들리고 있다는...
그래서 내 가슴에 촉촉히 젖어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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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보면 당신은 감수성이 굉장히 풍부한 사람같아요."
"어떻게 그런 감수성을 가질 수 있는 거죠?"

"특별한 것은 없는데..."
"음... 그냥 관심을 가져보는 거예요."
"그저 스치며 지나가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어느 순간 보이더라구요."
"특별해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살펴보고
의미를 주니 특별해진다고 해야하나요."

자! 저걸 보세요.

가물어진 어느 여름날...
목이 마른 애기 은행잎이
물을 찾아 바람을 타고
겨우겨우 날아왔는데
석조의 물이 말라있어
당황해 하잖아요.
초록 낯빛이 노란 낯빛으로 변해버렸어요.^^; ᆞ

그래도 괜찮아요.
곧 다가올 여름 장마에
그 빛도 금새 푸르러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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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며칠인가요?"

"갑자기 그건 왜?"

"오늘을 잊지않고 기억해 두고 싶어서요."

 

"날짜가 뭐가 중요해."
"오늘은..."
"고마운 그 언젠가!"
"아니면 미안한 그 어떤날!"

고마웠어...
미안했어...

아무리 '고마웠다' 할지라도
결국 지나가면 그리움으로 남고

아무리 '미안했다' 할지라도
결국 지나가면 아쉬움으로 남고 말겠지!

사랑해...

그래서 사랑이란 '지금'이 중요한 거야.

지금 너무 행복해.
그래서 너무 감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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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잘재잘 쉴새없이 떠들어댄다.

뭐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었고

그냥그냥 본인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었다.

 

우선은

부담없는 가벼움에 즐거웠고

깊지 않은 속내가 좋았고

넓지 않는 편견들이 들을 만 했다.

 

그 모습을 그냥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러다가...

"왜 본인 이야기는 하지 않아요?"

"너무 제 이야기만 해서 싫지 않아요?"

 

"새가 세상을 향해 아름답게 지저귀는데

그저 조용히 들어주면 되는 거고..."

"꽃이 향기를 품고 아름답게 피어나는데

그저 물끄러미 보아주기만 하면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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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어 내려간다.
아니 그 사람의 마음을 따라간다.

 

길을 걷는다.
아니 세상에 펼쳐진 무의미를 밟아간다.

길에 서 있는다.
아니 내 눈길에 각인된 의미를 살펴본다.

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눈다.
아니 우리 사이의 존재를 확인한다.

 

그래서 난 늘...
함께 생각한다.

그래서 난 늘...
함께 사랑한다.

그래서 난 늘...
함께 아파한다.

그래서 난 늘...
함께 행복하다.

  

Comment '2'
  • profile
    Dr.Spark 2014.07.01 19:31
    "

    다시 이 책을 건네 받았을 때...

    당황해 할까봐...

    그저 

    "고마워. 잘 읽을께"라고만...

     

    나는 그렇게 기억되고 있었다."

     

    역설이다. 기억되지 않고 있었구만...ㅋ

     

  • ?
    으악(박기호) 2014.07.01 19:46
    '그렇게들 말했다.' 라고
    한 사람이 아닌 다른 두 사람입니다...캬캬캬

    모처럼 책 선물을 받는데...
    "나 이책 있는데"라고 하면

    아! 정황과 문맥상 다시를 또다시로 고쳐야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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