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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찬의 스키 오디세이] 고수로 가는 길 '중경'

②열심히 타도 스키가 늘지 않는 이유

기사 원문 보기: http://moneys.mt.co.kr/news/mwView.php?no=2017111413088021234​

 

IMG_2407.JPG

[올마운틴 스킹을 즐기는 정우찬 프로 / 사진제공: 양재명 작가]

 

 

양손 검지만 이용해 타이핑하는 '독수리타법'. 제아무리 독수리타법의 대가라도 다섯손가락 타법을 제대로 익힌 자를 능가할 순 없다. 타자를 체계적인 방식으로 배운다면 우리는 모니터만 보면서 모든 손가락을 이용해 빠른 속도로 타이핑을 할 수 있다. 

다만 다섯손가락이 저마다의 자판 위치를 기억해 자동적으로 움직이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인내심이 없다면 자판을 보면서 검지로 '쪼는' 독수리타법에 그칠 수밖에 없다. 

스키의 기술 또한 마찬가지다. 애초에 제대로 된 기본기를 익히지 않으면 독수리타법과 같은 오류에 빠진다. 독수리타법은 타이핑의 속도와 정확성을 꾀할 수 없고 교정 역시 힘들다. 잘못 익힌 기술이 몸에 밴 스키는 열심히 타도 늘지 않는다. 이런 스키는 흥미를 잃게 하고 '스키는 어려운 운동'이라는 편견을 낳는다. 



◆ 손쉬운 독수리타법, 스키에도 있다 

독수리타법과 같은 편법이 스키에는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아보자. 처음 스키부츠를 신으면 무겁고 딱딱한 부츠가 무척이나 불편하다. 더구나 길고 무거운 스키까지 착용하면 어떨까. 이런 상태에선 당연히 평지에서도 몸을 제대로 가누기가 버겁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뒤뚱뒤뚱 겨우 닿은 슬로프, 자꾸 미끄러지는 스키에 몸은 움츠러든다.   

거추장스러운 스키와 부자연스러운 몸. 이런 상태에서 경사진 슬로프는 그야말로 '대략 난감'이다. 잔뜩 긴장하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엉덩이가 점점 뒤로 빠진다. 경사진 슬로프에선 속도가 빨라지므로 턴을 해야 하는데 엉덩이가 뒤로 빠진 상태에서는 스키를 제대로 돌릴 수 없다. 급한 마음에 온몸을 휙 비틀며 스키를 돌린다. 바로 '후경 자세'(backward balance)와 '몸턴' 세계로의 입문이다.

후경은 체중의 중심이 발 중앙에 있지 않고 발뒤꿈치에 놓인 상태를 뜻한다. 몸턴은 상체만을 돌려 턴한다는 뜻이다. 두 동작은 타이핑의 독수리타법과 같다. 몸이 이끄는 본능에 따라 후경과 몸턴으로 넘어지지 않고 슬로프를 내려오면 초보 '딱지'를 떼고 중급에 도전한다. 안 넘어졌고 턴도 했으니 중급 도전이야 당연한 것이리라.  

◆ 뻔한 독수리타법… 노력에도 스킹은 제자리  

하지만 중급코스에선 이런 몸턴이 통하지 않는다. 경사가 더 심해진 만큼 몸은 더욱 방어적인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고 스키 역시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스키가 안 돌아가니 상체를 더욱 적극적으로 쓰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상체를 쓰더라도 스키만 돌아가면 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상체를 돌리면 바깥스키에 실려야 할 체중이 안쪽스키에 쏠린다. 안쪽스키에 체중이 실리면 미끄러운 사면에서 바깥스키가 쭉쭉 미끄러져 불안감이 커진다. 

대부분의 스키어는 이 단계에서 강습의 필요성을 느낀다. 스키 고수의 조언이 필요한 시기다. 이 단계에서 '구원의 손길'을 놓치면 스키를 컨트롤할 수 없는 불안감, 그리고 실력이 늘지 않는 데서 오는 좌절감으로 '스키는 어렵다'는 엉뚱한 등식에 빠진다. 그 결과 스키를 접거나 겨울철 한두차례 스키장을 찾는 관광객 수준에 머물고 만다. 

반면 다섯손가락 타법에 해당하는 스키 기술의 정석에선 엉덩이를 뒤로 빼지 않고 올바로 선 자세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바로 '중경 자세'(centered stance)다. 자판 위에 놓인 다섯손가락의 위치 잡기와 같은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익숙해지면 보기에 좋고 스키를 다루기에도 아주 용이한 자세를 가질 수 있다. 

대부분의 스포츠는 '제대로 서기'부터 시작한다. 제대로 서야만 그 운동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스키에서도 제대로 서기를 가장 먼저 배운다. 이 중경 자세는 스킹 중에 발생하는 힘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스키를 회전시키기에 가장 적절한 중심점을 잡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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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경 자세로 슬로프를 내려오는 스키어. /사진=이미지투데이


◆ 중경 자세를 만들어라 

중경 자세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먼저 점프하기 직전의 자세처럼 온몸의 관절을 살짝 구부려 보자. 옆에서 볼 때 어깨-무릎-발가락이 수직선상에 놓이도록 정렬하면 일반적으로 중경에 가까운 자세가 나온다. 본인의 자세를 보자면 발목, 무릎, 골반이 비슷한 정도로 구부러짐을 확인할 수 있다. 마치 무거운 중량을 어깨에 메고 스쿼트를 할 때처럼 하체의 관절이 동시에 같은 정도로 구부러지는 것이다.  

제자리에서라면 누구나 중경을 유지하기 쉽지만 스킹 중에는 쉽지 않다. 중경의 밸런스를 잡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 캐나다 출신의 스키 강사들이 가장 즐겨 사용하는 연습법(엑서사이즈)은 '합턴'(Hop Turn)이다. 합턴 엑서사이즈는 한 턴을 마무리하고 다음 턴을 시작하는 트랜지션 구간에서 살짝 뛰는 '합'(small jump)을 하는 것이다. 이때 합이 잘 안 된다면 중경의 밸런스가 무너졌다는 방증이다. 합턴 엑서사이즈를 반복하면 중경에 서 있을 때 어떤 느낌인지 체감할 수 있다. 

단 합턴 엑서사이즈에서 주의할 점은 가능하면 하체의 관절만을 사용하고 상체는 최대한 안정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다. 슬로프는 적당한 중급사면에서 중간 스피드의 패러렐로 연습하는 것이 좋다. 합턴 엑서사이즈를 통해 중경의 밸런스를 익히고 하체 관절을 충분히 활용할 줄 알게 되면 스키 고수로 가는 기본기를 익힌 것이다.  
 

2017111413088021234_3.jpg
정우찬 프로(스키칼럼니스트, CSIA 레벨4)


☞ 본 기사는 <머니S> 제515호(2017년 11월22~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다운로드 (1).jpg  logo.jpg  images.jpg  다운로드 (3).jpg CSIA KOREA Logo white background_s.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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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고수?초보스키어 2020.02.12 03:33
    눈팅만 하는 초보 스키어 입니다.
    강습 없이 각종 유투브 이며,블로그 마다 찾아 다니며 배우다 보니 머릿속만 복잡하고 실전에 적용 하거나 또는 머리로 이해 하기 힘든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우연히 정우찬님의 글을 보게 되었는데,정말이지 글만으로? 영상보다 더 쉽게 이해되는 신기?를 경험 하게 되었습니다.
    역시 초 울트라 하이 고수들은 글만 가지고도 초보들에게 쉽게 이해가 되게 하는,,, 그리고 그것을 실제 스킹에서 연습하여 터득되게 하는 마술을 보여 주는듯 합니다.
    정우찬선생님의 지난 칼럼들을 읽어 보며, 정말 진정한? 스키어가 되어 가고 있는듯 합니다.
    스키의 기술뿐 아니라 진정 스키의 즐거움을 배웁니다.
    진심 만나뵙고 배우고 싶은 심정이나 이곳이 미국인 관계로 그러지 못해 유감 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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