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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 Spark: 페이스북의 페친인 최남수 본부장님께서 빈센트 반 고흐와 관련한 글과 사진을 올리셨기에 저도...^^ 2005년 쓴 고흐에 관한 글 하나를 이쪽으로 옮겨 놓습니다. 원전은 http://goo.gl/RkQDFC 에 있는 글인데, 그 구형 게시판에 있는 데이터들을 현재 사용하는 제로보드 XE 게시판 데이터로 컨버전 중이어서 옮긴 것입니다.(그런 이유로 사라진 URL에 있는 원전의 사진들은 안 보이는 것입니다. 아래 옮긴 글에서는 사진이 보이게 처리했습니다.)

 

(3227) 제목 : [사진] 반 고흐의 복사꽃 그림과 에오신 / 박순백 - 2005-01-05 16:01:57   

 

반 고흐(Vincent van Gogh)를 생각하면 왠지 가슴 한 편이 아려옵니다. 생전에 단 한 개의 작품도 못 팔았던 화가. 겨우 동생 테오(Theo)가 남의 이름으로 형의 작품을 하나 사 준 게 유일하게 판매된 것이라 하지요.

c_01.jpg
- Self-Portrait, Vincent van Gogh, Oil on canvas(65.0 x 54.0 cm.) Saint-Remy: September, 1889 -  고흐(1853-1890) 제가 태어난 해에서 딱 100년을 빼면, 그의 생년입니다. 1890년이라고 하면 그리 멀어보이지 않지만...


그렇게 작품이 안 팔리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그림을 그린 걸 보면 그는 참 무던하고, 한편으로는 답답한 사람임에 틀림없습니다. 그가 작가정신이란 걸 가지고 그에 매달렸던 것인가에 대해 누구도 답할 수는 없지만, 굶주림과 병마 속에서도 끝까지 그림을 그린 걸 보면 그게 진정한 작가정신이라고 해도 뭐랄 사람이 없겠지요.

요즘 집사람에게 전화를 걸면 칼러링으로 빈센트(Vincent)가 나옵니다. 단(돈) 매크린(Don McLean)의 별빛 반짝이는 밤(Starry Starry Night)을 노래한 바로 그 음악입니다.




Vincent --- Don Mclean

Starry starry night
Paint your pallette blue and gray
Look out on a summer's day
With eyes that know the darkness in my soul
Shadows on the hills
Sketch the trees and the daffodils
Catch the breeze and the winter chills
In colors on the snowy linen land

*Now I understand
What you tried to say, to me
And how you suffered for your sanity.
And how you tried to set them free: They would not listen they did not know how
Perhaps they listen now.

Starry,starry night
Flaming flowers that brightly blaze
Swirling clouds in violet haze
Reflect in vincent's eyes of China blue
Colors changing hue
Morning field of amber grain Weather faces lined in pain Are soothed beneath the artist's loving hand

* Repeat

For they could not love you
But still, your love was true
And when no hope was left inside
On that starry, starry night
You took your life as lovers often do
But I could have told you,
Vincent
This world was never meant
For one as beautiful as you.

Starry starry night
Portraits hung in empty halls Frameless heads on nameless walls With eyes that watch the world and can't forget Like the strangers that you've met The ragged men in ragged clothes
The silver thorn,f a bloody rose
Lie crushed and broken on the virgin snow.

And now I think I know
What you tried to say to me
And how you suffered for your sanity
And how you tried to set them free
They would not listen they're not listening still Perhaps they never will.


대학 시절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저는 단 매크린의 음성이 달콤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전율 같은 것이 느껴졌었습니다. 그 후에 너무나도 많이 그의 노래를 들었는데, 아직도 그 때 등뒤에 흐르던 전율의 흔적은 여전히 느껴집니다.

매크린이 노래했던 것은 바로 아래의 풍경이었지요. 그는 "Starry Starry Night"하며 노래를 시작했지만, 그 "별밤"의 풍경은 이랬습니다. 어찌 보면 음산하여, 당시 고흐의 심정을 반영하고 있는 것 같은 그림입니다. 이 그림의 제목이 "Starry Night"이라는 건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알았습니다.


c_02.jpg
- Starry Night, Oil on canvas(73.0 x 92.0 cm.) Saint-Remy: June, 1889

단 매크린은 이 한 폭의 그림과 고흐의 슬픈 얘기에 감정이입이 되어 그의 곡 "빈센트"를 만들었습니다. 매크린의 대표곡이 아메리칸 파이(American Pie)인 것은 누구라도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그건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대표곡일 뿐이고,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그의 노래는 역시 빈센트입니다.

매크린도 그걸 잘 알고 있고, 마음으로 빈센트 반 고흐에게 신세(빚)를 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답니다.(제가 케이블 TV에서 그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빚을 약간이라도 탕감하고자 네델란드 암스텔담으로 날아가
빈센트 반 고흐 박물관을 방문하기로 했다지요. 드디어 그 박물관 앞에 서서 어떤 복받치는 감정으로 고흐를 생각하며, 그가 박물관의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Starry starry night
Paint your pallette blue and gray......"하는 그 자신의 낮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매크린은 자신이 그 박물관에서 고흐를 만나고 있는 내내 자신의 노래를 들었다고 합니다.(그 말을 하는 매크린의 표정이 어찌나 즐거워 보이던지...^^)

그리고 그간 느껴오던 빚을 상당 부분 탕감한 것 같은 즐거움을 느끼며, 자신이 누구라고 얘기하지 않고, 그의 가슴에 오랫동안 새겨져 있던 고흐의 면면들을 거기 전시된 작품들을 통해서 더 깊이 각인하고 돌아왔다는 것입니다.

전 매크린의 인터뷰를 보면서 그가 박물관 문을 열었을 때 들려온, 또 다른 "Starry starry night"의 도입부를 상상하면서 다시 한 번 어떤 전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오늘 이런 얘기를 시작하는 것은 어떤 일로 인해 그의 다른 작품과 관련된 일에 생각이 미쳤기 때문입니다.

다운로드 (1).png
- Pink Peach Tree in Blossom, Oil on canvas(80.5 x 59.5 cm.), Arles: April-May, 1888

오랫동안 사람들은 "왜 고흐가 복사꽃의 색깔을 희게, 혹은 핑크빛으로만 그렸을까?"에 대해서 의아해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의 모든 그림에서는 빨간색을 사용해야할 것이 희거나 핑크로 그려지고 있습니다.(빨간색이 살아있는 것도 있긴 합니다. 그의 글라디올라스 그림에서는...)

결국 고흐가 일부러 그렇게 그린 것이 아니라는 걸 색채학자들이 밝혀냈지요. 미국의 유명한 색채학자로서 로체스터 공대의 교수인 로이 번즈(Roy S. Berns)가 워싱톤의 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of Art in Washington)에 있는 고흐의 작품 "흰장미(White Roses)"가 실은 빨간 장미였음을 과학적으로 밝혀낸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암스텔담의 고흐 박물관을 방문, 연구한 결과 복사꽃의 색깔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바랜 것임을 밝혀냈습니다.

 

a-vase-of-roses-18901-815x1024.jpg

- Vincent van Gogh (Dutch, 1853 – 1890 ), Roses, 1890, oil on canvas.

지금도 빨간색이 바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인데, 그 당시의 물감으로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특히 가난한 고흐는 빵값을 아껴 굶으면서도 물감을 샀는데, 그가 산 물감은 어쩔 수 없이 싼 것이었답니다.

번즈 교수는 고흐가 사용한 빨간 물감의 주요 성분이 에오신(eosine)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원래 이 이름은 새벽의 여신 에오스(Eos)가 새벽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것 때문에 그렇게 불리게 된 것이라 합니다. 이 에오신의 수용액은 짙은 갈색이지만, 묽게 하면 황적색이 된답니다. 그리고 이 산성의 에오신은 립스틱의 빨간색 염료로 사용되지만, 인체에 유해한 색소로 알려지고 있기도 합니다.

결국 세월의 흐름으로 바랜 에오신 때문에 빨간 복사꽃과 장미가 흰 꽃, 핑크 빛 꽃으로 변했고, 또 하얀 장미로 변했다는 것이지요. 번즈 교수가 그 성분을 분석하고, 색소의 밀도를 계산하여 고흐의 작품을 디지털 복원한 것도 있다고 하는데, 제가 그건 아직 못 봤습니다. 재미난 현상은 저와 가까운 곳에도 있더군요. 제가 사는 아파트의 소화전(消火栓) 사용방법이 그것입니다. 각층마다 설치된 소화전 밑에 붙어있는 딱지에서 볼 수 있는 것인데, 중요하기 때문에 빨간색 글씨로 처리한 것들만 사라져 있더군요.-_- 

고대 이집트인들이 칠한 빨간색은 아직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그들이 사용한 것은 유화수은(硫化水銀)이었다고 하니, 요즘처럼 환경을 중시하는 시대에서는 그런 수은제재의 물감을 쓰지는 못 하겠지만, 이 첨단과학의 시대에서도 왜 바래지 않는 빨간색이 없거나 귀한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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