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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로운 사람은 못 될지언정 방관자는 되지 말아야!


한 여성 버스 운전기사가 운전하는 버스에서 괴한 3명이 여성 기사를 괴롭히며 차를 세우게 했다. 차가 멈추자 괴한들은 여성 기사를 끌어내리려 했다. 버스엔 많은 사람들이 있었으나 아무도 이를 말리거나 제지하지 않고 외면할 때였다. 한 남자 승객이 괴한들을 저지하자 괴한 3명의 힘에 당해낼 수는 없었다. 이 승객은 괴한들의 폭행이 쓰러졌고, 여성기사는 괴한들의 손에 이끌려 풀숲으로 사라졌다.
얼마쯤 시간이 지나 3명의 괴한들과 여성기사는 버스로 돌아왔다. 여기사는 운전석에 앉았으나 출발하지 않고 울먹였다. 그리고 잠시 뒤 자신을 도와주다 괴한들에게 맞은 승객에게 버스에서 내리라고 했다.
그 승객은 당황스러웠다.
“나는 당신을 도와주려고 했는데 왜 내리라고 하느냐?”
자신의 목적지도 아닌 곳에서 내리라는 것도 당황스러운데, 더구나 아무도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은 여성기사에게 닥칠 상황을 막으려고 말리기까지 하지 않았던가.
여성기사는 “당신이 내리지 않으면 출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반드시 그 승객을 내리게 만들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는 걸 보여주려는지 버스를 출발시키지 않았다. 버스에서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괴한들이 여기사를 괴롭히고 끌고 내리려 할 때는 대부분의 승객들이 외면했으나 이번엔 전혀 다른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버스에 있던 사람들이 나서서 여기사를 도왔던 승객을 강제로 밀쳐 내리고 승객의 짐을 창밖으로 던졌다.
이 승객이 다른 승객들에 의해 버스에서 내려지자 여성기사는 버스를 출발시켰다.

이쯤에서 이야기가 끝났다면 사람 사는 세상에서 흔하지는 않더라도 세상 어느 곳에선가는 발생할 수 있는 사건 하나 정도로 묻혔을 것이다. 그러나 이 버스에 탄 승객과 괴한들은 물론이고 여성기사의 운명은 달랐다. ‘버스44(车四十四)’란 영화로 만들어져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되는 운명적인 사건은 버스가 출발한 다음에 벌어진다.
남자 승객을 내려놓고 출발한 버스는 급커브에서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그대로 돌진해 낭떠러지에서 덜어져 운전기사를 포함한 탑승객 전원이 사망한 것이다.
여기사를 도와주려다 괴한들에게 맞은 남자는 아픈 몸을 이끌고 시골길을 걸어가다 사고현장을 목격한다. 사고현장에 나온 경찰관이 말했다.
“버스가 급커브에서 제동을 하지 않고 낭떠러지에 떨어져 승객이 모두 사망한 사고입니다.”
경찰관의 말을 들은 남자가 낭떠러지 아래를 보니 자신을 내리게 했던 바로 그 버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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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벚꽃 오랜만에 드러난 파란 하늘에 이제 곧 질 겹벚꽃이 눈부시다. ⓒ 정덕수

꽃도 절로 피어나는 것 같아도 햇살과 땅, 그리고 생명을 있게하는 작용에 의해서다. 꽃이 지는 것도 때가 되어서야 일어나는 현상이다. 저절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결과가 있기까지의 과정이 분명히 있다.
지금 우리 사회가 괴한 3명이 여기사를 괴롭히고 끌어내렸던 중국의 이 버스는 아닐까? 세상과 운명을 바꾼 사건들은 아주 작은 일로부터 시작된다. 
버스를 타고 있던 승객 모두가 여기사를 괴롭힌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그들은 자신들의 운명에 미칠 중대한 사건을 막을 기회를 스스로 놓쳐버린 방관자들이다. 죄인은 아니다 할 수 있지만 운명이란 틀에서 방관도 큰 죄란 사실을 생각할 때 나만 피해를 안 보면 된다는 생각만큼 어리석은 잘못도 없다.
낭떠러지로 곧장 돌진한 버스를 운전한 여성기사는 자신을 내려준 남자 승객만큼은 지옥행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아서 내리라고 했을 것이다. 그리고 안전하게 버스를 운전해 목적지에 내려다 줄 자신이 괴한들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며 풀숲으로 끌려갈 때, 모른 척 외면했던 승객들만큼은 괴한들과 다름없이 세상을 살 가치가 없는 자들로 보였을 것이다.
의로운 사람이 될 것이냐, 아니냐는 방관자로 살아가느냐 아니냐에 따라 갈려질 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이 나라가 바로 낭떠러지로 돌진하는 버스에 다름 아니다. 여성이 운전하는 버스였기에 사고가 난 것이 아니다. 운전기사인 동시에 여성인 사람에게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안기는 죄를 괴한들은 지었고, 이를 방관한 승객들 때문에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세상을 '돈이면 된다'는 생각으로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 자신들만을 위해 움직이려는 세력이 존재하고, 그들에 의해 저질러진 사고와 수습과정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지적하면 “유언비어”로 몰아간다고 밖엔 볼 수 없는 오늘 우리 모두가 나서서 더 참혹한 결과만큼은 발생하지 않도록 막아야 할 것 아닌가.
가장 의로운 사람은 못 될지언정 방관자는 되지 말자.

2014. 5. 1(Sewol 2014. 4. 16  16일째)
Comment '2'
  • ?
    김정혁 2014.05.01 21:29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글이네요.

  • ?
    파파스머프 2014.05.02 09:31

    지금

    방관을 넘어서

    패악과 조작..

    그리고 선동질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인터넷과

    언론들과

    국가와

    위정자들과

    맹목적인 지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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