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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맛집
2013.10.18 15:51

장 맛 좋은 집 『된장과 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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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박하고 천성적으로 천품(天品)의 성품을 지닌 옹기는…

 

 

된장에 대하여

 

‘맛깔지다’는 느낌이 들고 슬며시 입 안 가득 침샘을 자극하는 풍미가 나도 모르게 일며 마음이 푸근해지는 계절, 가을 김장에 사용하고 내년 봄 고추장을 담글 고추가 빨갛게 익었나 싶더니 하루가 다르게 쇠락하는 모습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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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맛있는 집을 찾아가는 일은 즐겁다.

좋은 음식과 함께 하는 시간은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일이다. 이걸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음식 맛이 좋으려면 우선 그 집의 장맛이 좋아야 함은 당연한 일이나 요즘 직접 장을 담가 음식을 만드는 곳이 찾기 어렵다. 안타까운 일이나 그것 또한 어쩔 수 없는 경쟁의 산물 아니겠는가.

어쨌든 그런 맛있는 집을 찾아 널리 알리며 이 글을 연재하고자 몇 년 전부터 준비를 하여 왔었다. 이제 제법 많은 정보와 자료가 축적되어 본격적으로 「장 맛 좋은 집」으로 내 이름을 걸고 보다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이야기니 아무래도 ‘맛’을 논하려면 한국인의 정서에 가장 먼저 연상되는 ‘장’에 대해 그 중에서도 당연히 ‘된장’과 그런 된장을 담는 그릇 ‘옹기’에 대하여 써 보려 한다.

 

일상에서 가장 가까이 하는 먹거리 중 대표적인 음식이 된장이다. 일부에서 된장 이야기를 꺼내면 자신은 “고추장이 가장 좋고, 비빔밥이 국제적 표준화가 되어 가는데 시대에 뒤 떨어지게 무슨 된장이냐”는 말을 하지만 된장만큼 한국 사람의 정서를 잘 대변해주는 기본 바탕이 되는 식품도 없다. 된장 그대로도 하나의 완전한 식품이요, 동시에 간을 맞추어 내는 조미료 역할도 충실하지 않은가. 마치 솜씨 좋은 목수가 짠, 꼭 들어맞는 문틀처럼 어울리는 것도 없을 성 싶다.

그런 된장을 우리는 얼마만큼 알고 있으며, 과연 어느 정도 우리 생활과 삶에 중요한가를 인식하고 있는가도 생각하여 볼 문제인 것이다. 이번엔 된장에 대하여 간단한 의미만 짚어본 뒤, 된장을 품어 익히는 이야기 ‘흙으로 돌아가는 그릇’으로 들어가겠다.

 

된장이 지닌 영양가와 맛의 담백함, 다른 재료와 거부감 없이 어울리는 붙임성으로 인하여 여러 가지 음식에 감초처럼 사용된다. 특히 나물이나 국, 찌게 등을 조리하는 과정에서 그 쓰임은 더욱 크다 하겠다.

콩으로 만들었으되 일반적인 콩으로 만든 음식이나 재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지녔고, 그러면서도 일차적인 원료인 콩과도 잘 어울리는 된장! 비단 이 된장만을 우리는 ‘장’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고추장이며 간장도 빠트릴 수 없는 완성된 음식이며, 또 다른 조리의 재료가 되는 간거리가 아닌가.

더구나 늦가을 푸성귀가 지천인 요즘과 같은 시기에는 된장의 쓰임이 더욱 다양하고, 각각의 독특한 어울림으로 쌈이며 국, 찌게 등 우리 식탁에 빼 놓을 수 없는 간맞춤의 기본 틀이라 하겠습니다. 아, 물론 남새와도 된장은 아주 잘 어울린다.

한편 만들어지는 과정과 형태로 각각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된장은 간장이나 고추장보다 한층 다양하게 발달했다. 청국장, 담북장, 막장, 빰장, 가루장, 볶음장 등이 있다.

그것들에 대해 형태적 설명을 하라면 다음과 같다.

 

① 청국장은 겨울철에 햇콩을 삶아서 따뜻한 아랫목에 이불을 덮어서 하룻밤 진이 나도록 띄워, 생강과 마늘을 넣고 찧은 다음 고춧가루와 소금을 넣어 보관하며, 한겨울 익은 김장김치에 돼지고기와 두부를 넣고 끓여 먹는다.

 

②담북장은 콩을 볶은 후 다시 삶아서 띄워 굵은 고춧가루와 마늘, 생강을 넣고 소금을 쳐서 익힌 장을 이르는 말이다.

 

③막장은 날메주를 방아나 절구로 빻아 소금물에 짓이겨 고추씨앗을 빻아 넣고 익히거나, 메주가루를 약간 띄운 보리밥에 섞은 후 소금물과 고추씨 빻은 걸 넣어서 익힌 장을 말한다.

 

④빰장이라는 장은 메주를 가루로 빻아 미지근한 물에 버무리고, 여기에 소금과 굵은 고춧가루를 섞어 하룻밤 재운 장이다.

 

⑤또 하나의 된장인 가루장은, 보리쌀을 맷돌에 갈은 후 쪄서 적당량의 메주가루를 섞어 소금물을 부어 만든 장이다.

 

⑥볶음장은 콩을 볶아서 그 껍질을 벗겨내고 다시 솥에 안친 다음 삶아서 띄운 다음 소금으로 간을 맞춘 장이다. 


 

이렇게 된장의 종류는 만드는 방법에 따라 다양한 이름을 지녔고, 그 외에도 조리방법이나 추가되는 부재료에 따라 각기 다른 명칭으로 불리며 지역에 따라 약간씩 변형된 종류가 전해진다.

기억으로 아주 어렸을 적엔 메주나 보리와 같은 곡물로 장을 만들기는 생활이 어려우니 아주 적은 양의 메주가루를 밀가루로 쑨 풀과 버무려 된장을 담그기도 했다. 뭐 맛이야 그다지 좋을 까닭이 없지만 그나마 없는 살림엔 그거라도 있어야 끼니를 때울 반찬을 만들 수 있었다.

요즘 아이들이 이 말을 들으면 ‘엄마 된장 슈퍼에 많아.’라 할 일이지만 실제로 그랬다.

 

자연과 인정의 손길


장을 담아두는 항아리는 장의 맛을 숙성시키고 보존하는 등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일이다.

먼저 그 독(항아리)에 대한 생각과 의미, 정감 등의 이야기로, 「장 맛 좋은 집」의 아름답고 흐뭇한 삶들을 이야기하겠다.

 

외롭게 독하나 있는 뒤뜰보다는 옹기종기 항아리며 작은 오지가 놓여있는 풍경!

얼마나 흐뭇한 고향의 정취인가.

여름 한낮, 뜨거운 햇살아래 뚜껑을 열어놓은 장독대의 된장독이며 간장, 고추장독을 보면 ‘넉넉히 받아드릴 준비가 되어있는가’ 다시금 깊이 생각 할 기회를 갖게 된다.

여기에서 우리의 잊고 지내던 고향과 어머니의 인자하시기 그지없으시던 행주치마며, 티 없이 맑고 철모르던 유년이 사무치기도 하거니와 넉넉한 마음 바탕을 지니기를 가르치지 않던가.

스스로 이같이 무엇인가를 넉넉히 받아드릴 준비가 되어있는지, 혹 무겁게 닫혀있는 독으로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돌아보는 자성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리라 생각되어 지는 시간이다.

그러한 장독대에 봉숭아와 채송화, 수국이나 비비추, 과꽃 같은 우리의 향수어린 꽃들이나 고즈넉하니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적당히 가려진 돌담장은 없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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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으로 돌아가는 그릇

 

황토(黃土)에다 참나무 등 활엽수의 잎이 썩어 만들어지는 부엽토를 기본으로 한 옹기를 빚을 흙으로 형태를 빚고, 재를 물에 풀어 만든 잿물을 입혀 뜨거운 인고의 불 속에서 구워내는 옹기!

우리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그릇을 살펴보았을 때 가장 자연친화적이고 자연에 가까운 그릇이 바로 이 옹기다.

그러하기에 사람의 몸에도 전혀 해를 끼치지 않는 그릇이 아니겠는가.

옹기그릇은 잘만 사용하면 백년이상 쓸 수 있다. 정겹게 사용하던 그릇이 금이 가고 깨졌다 할지라도 그릇의 성분자체가 자연의 것이었기에 본시 왔던 흙으로 돌아가는 천성적 성품을 지닌 군자와 같다.

유약을 입힌 자기는 수백 년 이상, 심지어 천년 이상의 시간을 거슬러서도 땅 속에서 부서진 조각으로도 발견되는 것과는 달리, 이 순박하고 천성적으로 천품(天品)의 성품을 지닌 옹기는 그 조각이 거의 발견되어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겠다. 바로 자연에서 취한 자연의 형태를 닮은 그릇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런 모습은 어찌 보면 사람의 육신과 같은 모습이 아니겠는가. 나서 자라고 삶을 영위하다 늙어 생명이 다 하여 땅으로 돌아갔을 때, 오랜 세월이 흘러 다시금 무위자연 흙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사람의 품성 말이다.

흙에서 생명을 얻어 옹기로써의 본분을 다 하고 그릇으로서의 생을 마감하였을 때, 다시금 흙으로 돌아갈 줄 아는 모습은 너무도 깊은 연관이 있고 닮았다 아니 할 수 없다.

 

이렇듯 옹기는 지닌 품성이 자연 그 자체이기에 음식의 맛을 고스란히 지키고 보존하여주는 것이 아닐까.

여기에 더하여 그 항아리를 닦고 어루만져주는 우리의 어머니와 누이, 사랑스런 아내가 있다는 것을 망각해서는 아니 되겠다.

소중한 그 분들의 정성 덕에 장맛이나 음식의 깊고 풍부한 맛이 이 세상에 존재하고, 맛있는 음식으로 하여 세상에서 지치고 병든 내 육신을 강건케 하니 이 얼마나 복되고 즐거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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