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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일 같지 않다"”는 말이 있다.

청해진해운 소속의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을 보며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통곡하는 부모들의 심정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당장 잘잘못을 가리는 일이 급한 것이 아니라 단 한 명이라도 생존자가 있다면 그를 살릴 방도를 찾는 일이 시급하다.

이번 사고로 자식들을 가슴에 묻은 부모님들과 많은 실종자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깊은 위로의 말을 전한다. 실종자 모두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생환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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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들은 4~5월에 수학여행을 떠난다. 고등학생의 경우 2학년 때 주로 수학여행을 떠난다. 보통 3박4일 일정이다.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이후 한 장의 문서를 받았다. 계획된 일정에 대해 재동의를 해달라는 학교 측의 문서다.

 

osaekri_0003.jpg


안전에 각별한 신경을 쓰겠다는 약속을 하고 실천하더라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되어야 할 수학여행이 아닌가. 그런데 상상하기조차 두려운 대형 사고가 발생한 상태에서 수학여행이 진행되면 과연 아이들에게 교육적일 수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수학여행 참가’ 여부를 부모에게 자필로 기록하고 서명해 줄 것을 요구하는 모습은 이해가 어렵다. 만약 사고가 발생하면 부모가 동의를 해 시행했다고 할 게 아닌가.

부모의 기록과 서명을 원하며 재동의서를 내미는 아이들은 부모가 반대하지 말 것을 애원한다. 아이들은 오랫동안 손꼽아 기다려왔던 여행이나, 아빠의 성격을 아는지라 울먹인다. 그 모습을 보니 ‘참가하지 못 한다’고 하기도 난처하다.

1학년부터 6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짠 일정도 당황스럽다. 사전에 예약된 상태라 하더라도 학교장의 재량으로 몇 개월 연기를 하는 게 교육적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학교로서는 취소하기도 난처할 듯싶다. 학교에 전화를 해보니, 여러 학부모들은 이미 참가서에 동의를 나타냈다고 한다. 아이들의 의사를 물으니 “아빠 조심할께요. 그러면 되잖아. 보내줘”라고 애원한다. 결국 아이들 엄마가 서명을 했다.

 

이번 사고는 우리 모두의 잘못으로 발생한 사고다.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무책임했는지 돌아보게 된다.

우왕좌왕하며 더 큰 분노를 유발하는 무책임한 정부를 보면서 “나는 (이 정권을) 선택하지 않았다”고 말해봐야 입만 아프다.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는 보이지 않고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들을 보며 분통을 터뜨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한 시절 ‘재건복’으로 부르던 작업복 점퍼를 걸치고 회의를 하는 대통령과 각료들 모습을 보며 “저렇게 옷을 갖춰 입을 정도로 저들에겐 화급한 사건은 아니구나” 생각하니 서글퍼진다.

현장시찰도 아닌 각료들을 모아 회의를 하며 같은 복장을 갖춰 입도록 누군가 지시했을 것이다. 지난 정권에서 가죽으로 만든 야전점퍼를 입고 지하벙커에서 비상대책회의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던 모습과 뭐가 다른지 묻고 싶다.

 

학교를 다녀 온 아이들에게 “아빠는 이번엔 수학여행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른 이들이 아플 때 나만 좋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잖아”라는 말 외엔 할 말이 없었다. 그 말을 하며 만감이 교차했다.

Comment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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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선 2014.04.18 20:09

    그냥 조심해서 다녀오라고 보내주시지요.

    부모 마음이야 다 불안 하겠지만   이런 일이 있었으니 다들 더욱 조심할것 이고~~


    전 얼마후 막내 군대가는 관계로 부부와 막내 이렇게 셋이서 부산 여행차 KTX 타려고 기다리다 사고 소식을

    대합실 TV로 알았는데 처음엔 다 구조 했다해서 대수롭지 않게 봤는데  부산 도착해 보니.....


    마음도 안좋고 비 내리는 무서운 바다 보기도 싫어서 3박일정을 하루만 자고 올라왔습니다.

    막내가 인터넷으로 예약하면서 선불로 낸  호텔비는 전혀 안돌려 줬습니다.


    저 역시 노란 점퍼 맞춰입고 나오는 정치인들보니 만정이 떨어집니다.

  • ?
    정훈태훈 2014.04.19 07:37

    우리 아들도 수학여행가야하는데 솔직히 불안합니다. 여행의 추억도 좋지만 배타고 가는거라면 안보낼 생각입니다.  정부의 사고대처를 보면서 실망을 많이해서 대한민국이 과연 좋은나라인지 희망을 주는 나라인지 생각하게 만듭니다.

  • profile
    Dr.Spark 2014.04.19 18:20

    사고는 안 된 일이지만, 갈 건 가야죠. 못 가게 하는 게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줄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런 큰 사고를 겪은 국민들의 눈이 있으니 수학여행의 인솔 주체로부터 모든 관련 업체들에서도 정신차리고 잘 하겠지요. 어차피 인재였으니 사람들이 정신차리면 없거나 피해가 작을 일입니다.

  • ?
    신명근 2014.04.21 15:57

    저희 아이 둘은 같은 초등학교에 다니는데 한 놈은 1학년 한 놈은 3학년입니다.

    요즘은 소풍도 학년별로 따로 보내더군요.

    지는 주에 큰 놈 작은 놈 다 다녀왔는데 나머지 학년들은 이번 주에 간다고 하더군요.

    큰 딸 학년은 사건 이후에 가는 거라 당일치기 소풍도 보내는데 찡 하더라고요.ㅠㅠ

    이번 일 이후로 학교도 고민이 되었는지 이번주에 갈 나머지 학년의 소풍은 보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학부모들에게 보낸 찬반 설문지로 결정 한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소풍과 수학여행은 천지 차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차라리 이렇게 부모님들의 의견을 묻고 그에 따라 진행 하는 방식은 나쁘지 않아 보였습니다.

    일방적으로 동의를 하라고 보내는 것은 좀...

     

    박사님 의견 처럼 폭탄 떨어진 곳에는 다시 떨어 지지 않는다라고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전 한 곳이 당분간(!) 앞으로 출발할 제주행 배 안이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주말 캠핑도 취소하고 각종 게시글 댓글 모두 자제 하고있는데  댓글 쓴 김에 한마디

    한 사람이라도 무사귀한 하길 빌어봅니다.

    희망이 점점 없어지네요.ㅠㅠ

  • ?
    twinstar 2014.04.22 08:19

    지금이 안전으로는 제일 이겠지요... 

    그런데 아이들의 심리적 아픔이 생각보다 큽니다.

    부모들의 불안은 다시 사고가 날 것에 대한 불안보다는 사고가 났다는 것에 대한 불안인데 이역시 심리적 아픔이 동반된 거라 생각 됩니다. 그래서 어딜 가더라도 즐거운 마음이 될 수 없다는 것으로 생각하구요...

    그런데 교육부에서 가라마라 하는 것은 참 웃긴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신명근 샘 얘기처럼 각 공동체의 의견을 구하고 그에 따라 고민하면서 진행하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어쨌건, 저희도 학생, 학부모 들과 모여서 회의를 했는데 6월에 계획된 수학여행을 1학기에는 가지 말자는 쪽으로 의견이 나왔습니다. 정식안건으로 학부모, 교사로 이루어진 실행위원회에서 결정 되어질 예정입니다. 



    저희처럼 이번에 사고를 당한 아이들과 같은 또래의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사람들의 충격은 생각보다 큽니다...


  • ?
    한사정덕수 2014.04.24 18:35

    이 글을 쓰기 2일 전, 정확하게 말하면 세월호가 침몰하던 바로 그날부터 지독한 몸살을 앓았습니다.

    이 글을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82372)에 올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로부터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사진: 세월호 침몰 사고로 어수선한 지금 제주도 수학여행 동의해 달라기에 불편한 내색을 했었다. 역시 학교나 시·군단위 교육청보다 도가 생각이 좀 났다.  ‘알려드립니다 제주도 현장학습이 취소되었습니다 교과부 도교육청으로부터 각종체험학습 모두 취소하라는 공문이 시달되었습니다 양해바라며 단원고 학생과 희생자 모두에게 애도의마음 보내시기 바랍니다.’


    이 내용인데요.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하더군요.

    그런데 모든 체험학습을 취소한다니 황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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