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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수씨를 병역기피자로 현장에서 검거하겠습니다. 정덕수씨는 변호사를…


안중찬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후배가 15일 페이스북에 아모레퍼시픽 뷰티포인트란 페이지를 ‘좋아요’라 했다며 놀리는 댓글을 보고 난 내게 작년인가 친구 신청을 해 연결한 뒤 요지부동 생사를 알길 없는 동명이인을 떠 올렸다.
왜 페이스북에 정덕수란 사람이 나와 그 정덕수란 이 외엔 없다고 철썩 같이 믿었는지?
100여 명에 이르는 많은 정덕수씨께 진심으로 미안하다.
오래전 강원도 전화번호부를 뒤적여 인명부를 보고 그곳에 당당하게 자신의 명의로 전화를 놓고 사는 정덕수씨가 58명인가 되던 기억이 다시금 떠 오른다. 그때가 1980년대 초였으니 모든 가정에 전화가 막 보급되기 시작할 무렵에 가까웠다고는 하지만, 서울에서 봉제공장을 하던 그 많은 사장님들도 자신의 전화가 없이 세든 주인집 전화를 <쁘라찌> 시켜 사용하던 시기였다.
그리 오래지 않은 몇 년 전 양양군청에 잠시 일을 보러 들렸을 때 모 부서 과장이 “정덕수입니다”라 인사를 하자 인상을 찡그리며 “거 왜 맨 날 군행정에 대해 비판을 그리 많이 하십니까?” 하고 따지게 만들었던 하조대마을 이장도 정덕수였다.
군대를 입대할 나이가 막 넘어설 때 3주 교육을 받고 들렸던 고향에서 경찰이 찾는다는 말을 전해들은 직후 경찰관이 찾아와 “정덕수씨입니까?” 라기에 그렇다고 대답하자 “정덕수씨를 병역기피자로 현장에서 검거하겠습니다. 정덕수씨는 변호사를…”란 미란다 고지를 하며 연행하려는 시도까지 진행하게 만들었던 그도 또 다른 정덕수였다.
내막을 좀 더 상세하게 밝힌다면 이랬다.
경찰이 병역기피자로 검거를 하려고 시도하게 만든 정덕수란 사람은 나이도 동갑이었다. 그는 오색의 남설악관광호텔(지금의 그린야드호텔 별관)에 일하고 있었다.
검거하려는 경찰관 두 명에게 3주 교육을 받아 병역을 마쳤다고 하니 주민등록번호를 그때야 물었다. 그래서 알려주자 꺼냈던 수갑을 다시 챙겨넣고 돌아가던 그 경찰관 두 명 뒷모습을 보며 얼마나 화가 나던지…
페이스북에서 이 이야기를 본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에서 활동하는 동창 이상훈 학예관이 다음 같은 내용의 답글을 썼다.
「오색에 한동안 그 일로 소문이 자자했었다. 토박이들이 아는 정덕수는 목수 아들 밖에 없었으니…」
경찰이 찾던 정덕수가 나라고 하더라도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어떻게 고향에 오랜만에 찾은 날 불과 1시간도 지나지 않아 검거를 하겠다고 경찰이 왔느냐는 거다. 더구나 그들은 병역기피자로 몰렸던 정덕수란 사람의 주민등록번호와 사진까지 가지고 다녔는데, 그것도 확인하지 않고 나라고 지목한 사람이 누구냐는 것이다. 물론 마을에서 몇 사람 아버님과 사이가 안 좋은 이들은 있었어도 외지에 혼자 나가 사는 고향사람을 경찰에 신고부터 할만큼 그렇게 증오가 쌓인 사람이?
아무리 70년대부터 외지 사람들가지 들어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고는 하더라도 시골 인심, 그리고 고향의 인정이란 게 죄를 누군가 지었다 하더라도 용서해주고 감싸기 마련인데, 죄 없이 경찰에 끌려갈 뻔 하도록 만든 신고자가 과연 지금도 오색에 산다면 어떤 사람이냐는 게 궁금하다.
하기야 28년이란 세월이 흘렀으니 그가 살아 있지 않은 사람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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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름으로 세상을 살려면 더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사실을 깨우치게 되는 사건들이다.
내가 어떤 잘못을 저질러 수배를 받거나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 많은 정덕수씨들이 내가 겪었던 일 겪지 말라는 법도 없고, 당장이야 모르지만 그들의 기억엔 오색에 사는 정덕수란 인간 세상에 없었으면 할 수도 있는 일 아닌가.
여하튼 족보에 한자까지 같이 쓰는 또 다른 한 집안 그것도 항렬까지 대등한 정덕수도 있고, 페이스북에도 100여명에 이르는 많은 정덕수씨가 포진했으니 날 친구찾기로 찾겠다고 노력할 이들이 할 고생이 말이 아님을 이제야 알게 됐다.
지난 초가을 중청대피소에서 헤어질 때 양치질을 하기위해 사용한 내 등산용 물컵(티타늄으로 만든 컵으로 상당한 고가임)을 돌려주지 못한 이도 이곳에서 아직 날 찾지 못해 그런 줄 생각하겠고, 그러니 조만간 소식 오겠거니 다시 기다려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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