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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람
2014.11.15 22:57

늦게서야 배우며 일하는 이유

조회 수 589 좋아요 0 댓글 3

설악산 오색마을(강원도 양양군 서면 오색1리)의 총무팀장을 맡아 지난 3월부터 일을 한다.

산촌에서 뭐 그리 할 일이 많겠느냐 싶겠지만 어지간한 기업체의 간부만큼, 아니 어쩌면 그 이상 많은 일을 처리해야 한다.

일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요즘 하는 일에 대해 잠시 소개한다.

 

‘새농어촌건설운동’이란 이름으로 잘 사는 마을 만들기 사업을 강원도는 제법 오래전부터 해왔는데 이제는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이를 벤치마킹해 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창조적 마을 만들기 사업’이 그것이다. 지금 내가 사는 마을은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산촌살이가 어디 이 일에만 매달릴 수 있어야 말이지 여간 고되고 힘든 노릇이 아니다.

늦장가를 들어 이제 조기 입학을 시켰어도 6학년인 딸과 5학년인 아들을 둔 아버지의 역할도 있고, 마을의 총무팀장의 역할도 있으니 참으로 힘겹다는 말이 저절로 튀어 나온다.

마을사업에서 서류 정리나 자료를 만드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이 작업은 한글문서는 기본이고 여기에 사진촬영과 포토샵, 파워포인트, 엑셀까지 함께 해내야 한다. 이런 거 하나도 안 배우고도 잘 살아왔는데, 심지어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만드는 것 정도는 대수롭지 않게 웃어 넘겼는데 안 하면 안 될 입장에 처하니 무작정 덤벼들고 보았다.

강원도미래농업기술원에서 진행하는 교육인 포토샵은 제법 오래전부터 사진편집 정도는 하기도 했고 교육일정과 마을일이 겹치는 바람에 넘어가고, 파워포인트교육을 신청해 다녀왔다. 이틀 반나절 그것도 오전 두 시간씩 컴퓨터가 말썽이라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야 하는 설음을 겪으며 배웠다.

 

여기 배워 온 파워포인트를 기반으로 작성한 서류를 그대로 문서 형식이 아닌 글로 소개한다.

 

2014828일부터 95일까지 일주일간 오색1리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오색1리 장기발전계획에 대한 주민의견 공모를 한 바 있다. 이를 전체 정리한 결과에 대한 자료를 만들어 설악산 오색마을의 장기발전계획을 수립하고자 한다.

실제 마을에 거주하는 73가구 가운데 62가구에서 공모에 응했으며 새농어촌건설운동을 추진하는 설악산 오색마을 영농조합법인가입가구의 총 수를 넘는다.

마을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요구사항인 공동수익사업에 대한 의견에서는 압도적으로 캠핑장 운영과 체험사업이 많았다. 다음으로는 농산물가공공장을 운영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상대적으로 향토음식점에 대한 의견이나 펜션사업에 대한 의견은 각 4건과 3건으로 적다. 이는 마을에 있는 기존의 식당이나 펜션에 대한 침해가 될 수 있는 사업이란 의식이 지배적인 까닭으로 분석된다.

 

먼저 공동수익사업과 관련된 자료를 차트로 만들었다.

 

osaek2014a002.jpg


추진위(혹은 특별위원회)에 위임하겠다는 의견이 8건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단 한 개의 의견도 내지 않은 응답자가 19이나 된다. 이는 마을에 정착한 지 오래지 않았거나 현재 추진하는 사업과 관련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밝히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음 도표는 마을경관조성에 대한 의견이다.

osaek2014a003.jpg


둘레길을 만들자는 의견이 많은데 이는 제주의 올레길, 지리산 자락의 지리산 둘레길과 남해군의 바래길 등을 본 주민들의 의식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반드시 확인하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요점은 둘레길은 지리산을 감싼 지역을 한 바퀴 도는 길을 이르는 말이고, 이러한 길들은 생태길로 말함이 옳다. , 지리산의 생태길은 지리산 둘레길이라 하며 제주도의 생태길은 올레길이란 표현이 정확하다.

다음으로 나무를 심자는 의견이 많은데 44번 국도와 마을길에 대한 경관을 보다 아름답게 만들자는 취지다.

쓰레기집하장을 설치하자는 의견은, 마을의 경관을 헤치는 요인으로 생활쓰레기를 처리하는 방식을 고치고자 함이다. 기존의 쓰레기를 버리는 방식을 탈피하여 일정한 장소를 깨끗하게 계획된 시설을 만들어 이를 통해 쓰레기를 반출하고자 한다.

무응답과 추진위에 위임하겠다는 의견은 마을공동수익사업과 동일하고 기타의견으로 마을의 안내도를 입간판 형식으로 만들어 세웠으면 한다는 내용이다. 이런 작은 의견도 보다 발전시켜 마을의 경관을 개선하고 살기 좋고 아름다운 마을을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한 내용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마을의 지명이나 유래 등에 대한 내용에도 소수지만 의견을 냈다.

그 중 장군바위에 대한 내용이다.

 

지금의 장군바위는 예전에는 미륵암(미륵바위)로 전해져왔다.

이 미륵바위가 몇 년에 한 번씩 우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마을에 초상이 나거나 흉사가 발생했다.

미륵바위가 우는 소리는 마치 큰 산이 무너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나는데 마을 주민들은 이 소리를 들으면 두려움에 떨었다.

 

이런 미륵바위가 장군바위로 바뀐 경위는 전 지번(地番) 가라피리 162번지에 지금은 이 마을을 떠난 이가 식당을 열면서 부지정리를 하며 부지정리를 하던 이들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다 한다.

식당 상호를 뭐라 지으면 좋겠습니까?”

작업을 하던 이들은 작업을 하던 일손을 멈추고 의논을 한 끝에 주민 한 사람이 이렇게 조언을 했다고 한다.

식당이 앉는 자리 뒤의 산에 있는 바위를 미륵바위가 아닌 장군바위로 바꿔 장군바위식당이라고 지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연유로 장군바위식당이 자리한 뒤 장군바위식당 주인의 동생이 들어와 주유소를 가라피리 160번지에 차리게 되었는데 간판을 장군바위주유소로 하면서 바위 이름 자체가 지금의 장군바위가 되었다.


폐업은 했으나 장군바위주유소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아래 정리된 차트는 마을에서 추진하는 잘 사는 마을 만들기에 중요한 자원들이 들어 있다.

폭포 하나, 작은 골짜기 하나에도 삶의 애환을 담은 이야기들은 전해오고 전해지기 마련이다.

 

osaek2014a004.jpg

 

전 장의 차트와 함께 보이는 폭포는 박달폭포다.

국도에서도 멀지 않고 사람들이 진입하기도 좋다. 얼마 전까지 국립공원관리구역에 묶여 있어 인적이 드물었으나 최근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는 곳이다.

 

osaek2014a001.jpg


한여름에도 서늘한 바람이 한기를 느끼게 만드는 박달폭포를 주민들이 최고의 명소로 손꼽은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수량이 많아지면 접근하기 어렵다는데 있다.

장군바위와 백암폭포는 같은 수의 의견이 나왔고, 오색천을 손꼽은 이들이 많은 것 또한 주민들의 삶과 맥을 같이 했으며 여름이면 외지의 수많은 이들이 물 맑은 계곡을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거론되었겠다.

 

이제 이 자료들을 기반으로 더 많은 숨겨진 비경과 이야기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

 

자료정리 : 정덕수(총무팀장)

 

Comment '3'
  • profile
    Dr.Spark 2014.11.16 00:14

    마을 일까지 열심히 하시는군요.

    원래 정 시인님의 고향 사랑이 남다른 건 알고 있었으니

    그게 어쩌면 당연한 일인 것 같기도 합니다만...^^

    하시는 일이 모두 잘 진행되길 빕니다.

  • ?
    한사정덕수 2014.11.17 11:01
    박사님 안녕하세요.
    마을일은 지난 연초 갑작스럽게 맡게 되었습니다.
    박사님처럼 어느 곳에서나 주변 사람들과 융합이 될 수 있는 분도 계시죠.
    전혀 그러하지 않은 이들도 많은 곳이 이곳과 같은 곳의 어려움입니다.
    하지만 각자 맡은 역할에 충실하고 차근차근 풀어나가면 목표한 일들은 자연스럽게 성취되리라 믿습니다.
    당장 올 겨울은 지난 9월 2일 이후로 진행된 마을의 다양한 일들을 자료로 만들어야 합니다.
    요즘은 아예 마을화관 회의실에서 머물며 작업을 하고 있는데 4월 중순까지는 이래야 할 것 같습니다.
  • profile
    Dr.Spark 2014.11.17 15:27
    어디나 그런 분들은 있기 마련이죠. 사람사는 곳은 어디에나...^^
    그러려니 하고, 남들에게 맞춰서 사는 게 상책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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