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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는 가지고 가시고 추억만 남기고 가는 문화를 만들면…


최근 지속해서 마을가꾸기와 마을의 기업화 전략에 대한 글을 쓴다. 우리 고장은 이제 본격적으로 다양한 사업들을 시작한다. 소득 증가와 공동화를 막기 위한 자구책에 따라 우리 고장에서 진행되는 사업을 초기부터 알릴 목적도 있음을 숨기지 않겠다. 더불어 이런 기록이 또 다른 고장에서 진행될 마을 단위나 기초자치단체 단위의 미래전략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단 판단에 따른 것임을 밝혀둔다.

이 글은 주 1회 이상 지속해서 연재하며, 마산 오색1리로 지정된 ‘마산·구라우·관대문·백암·가라피’ 다섯 개 공동체 마을의 변화하여 가는 과정을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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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첫 주말은 그동안 포근했던 날씨 탓에 더욱 몸을 움츠리게 하는 제법 세찬 바람이 불었다. 4일, 새벽까지 많은 양의 눈이 내리고 오후에 다시 눈발이 날렸으니 한기를 느끼는 것이 새삼 이상할 일도 아니다.

매년 봄 마을가꾸기사업의 일환으로 대청소를 할 계획이 잡혀있다. 강풍이 분다고 예정된 일정을 취소할 수도 없다. 새벽 6시 20분 약속된 장소로 나갔으나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정각 30분이 되니 반장을 비롯해 주민들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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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인사를 나눈 뒤 팀을 나눠 몇 사람은 초등학교 위부터 관대교까지 오색1리 4반의 일부 구간을 청소하고, 일부는 초등학교부터 4반과 3반 경계 부근까지 작업하기로 했다. 주민들이 생활하는 주거지는 별로 정리 할 일이 없으니 그곳을 벗어났다. 냇가는 물론이고 감국이 무리 지어 피는 둔덕까지 버려진 쓰레기들이 곳곳에서 보였고, 우리들의 씁쓸한 양심이 그렇게 하나하나 민낯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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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사업단의 총무를 맡은 탓에 때때로 기록을 위해 카메라로 촬영하며 청소를 하니 불편하기 그지없다. 모르는 이들은 이런 모습을 보고 카메라를 자랑하려는 행동이나 멋을 부리려는 줄 알겠다.

올해부터 시작한 ‘새농어촌건설사업’과 ‘백두대간지원사업’ 그리고 ‘장수마을사업’까지 세 가지를 동시에 진행하다 보니 전 과정을 기록하고 정리하는 주된 임무 때문에 카메라를 챙겨다녀야 한다.

산악구조대나 자율방범대, 문학회 등 여러 모임이 있으나 이런저런 핑계로 거절해왔으나 최근 의용소방대에 나가고 마을사업회의 개발위원 겸 총무로 활동하게 되었다. 몇 분 선배님의 추천을 받아 거절하기도 난처했고 명분도 없었다. 이런 일엔 항상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있음을 알기에 몸가짐을 조심한다.

마을회의 총무도 감투라면 감투겠다. 총무란 직책이 그저 맡겨진 일만 처리하는 역할이 아니라 자료를 정리하고 새로운 사업에 대해 의견을 적극적으로 낼 수도 있는 위치다. 또한 여러 개발위원 가운데 사업단장과 사무국장을 제외하면 따로 지시할 위원도 없는 위치고 마을의 다양한 사안들에 대해 속속들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조건이라 더 조심스럽다.

 

“남 보담 잘 났다는 표적으로 차고 댕기는 것이 완장이란 말이냐?”는 윤흥길의 소설 <완장>에 나오는 글이다. 단편소설 <완장>에서 일그러진 권위주의를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야기는 땅 투기로 돈푼깨나 만지며 졸부가 된 최 사장이 ‘널금저수지’의 사용권을 얻어 양어장을 만들며 시작된다. 최 사장은 양어장 감시를 이곡리의 한량 임종술에게 맡긴다. 감시원 완장을 두른 종술은 이때부터 완장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마을 사람들 위에 군림하려는 행동을 보인다. 객지로 떠돌며 배운 것이라고는 거친 일이요, 말 그대로 밑바닥인생이었던 종술에게 완장은 대단한 권력의 증표 정도로 생각되었던 모양이다.

이런 윤흥길 소설가의 <완장>에 그려진 종술이란 인물처럼 비치지 않기를 바라며 사진 촬영 외엔 다른 이들에 뒤처지지 않도록 작업에 몰두했다. 간혹 촬영이나 기록 등 일을 맡은 이들이 다른 이들은 작업에 열중할 때 자신은 맡은 일만 하겠다는 투로 건들거리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실로 그런 행동은 눈살 절로 찌푸려질 뿐 곱게 보아주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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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쓰레기에 대해 한 번 짚고 넘어가야겠다.

매년 여름과 가을이면 느끼는 일이지만 탐방객들의 상식 밖의 행동들엔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다. 좁은 국도에 주차하는 행동은 물론이거니와 자신들이 먹은 도시락이나 온갖 쓰레기들을 왜 아무렇지도 않게 버리고 떠나는 것인지? 차장밖으로 버리는 담배꽁초와 온갖 잡다한 쓰레기들. 이곳에 사는 이들의 고충을 과연 얼마만큼 이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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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준비한 자루 몇 개가 채워질 정도로 쓰레기들은 곳곳에서 나온다.

쓰레기 종류도 참으로 다양한데 가장 많은 것이 소주병이고 가스통이다. 심지어 사용도 안 하고 버린 가스통도 많다. 고기를 굽던 철망, 나무젓가락, 은박접시와 음료수병, 캔, 비닐봉지들로 자루는 이내 채워졌다.


더러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쓰레기가 있다. 건축현장에서나 볼 수 있는 건축폐기물도 많다. 그뿐인가. 갓난아이들 기저귀도 있고, 속옷도 심심찮게 버려지니 사람 사는 세상을 이해하기 어렵다. 차를 한두 대만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배수로나 돌의 틈새 등엔 어김없이 잡다한 쓰레기들이 버려져 있다. 최소한의 양심만 있어도 이런 행동은 하지 못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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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집 앞에 쓰레기를 버린 걸 보면 기분이 어떤가?


관광지인 이곳에서는 예전부터 농번기라 해도 탐방객들이 화려하게 차려입고 놀러 다닌다고 흉보지 않았다. 들에서 못밥을 먹다가 지나는 길손이 있으면 불러 한 끼 식사를 나누던 고장이다.

제법 널찍한 뽕잎이나 칡잎을 접시를 대신해 조리거나 구운 자반고등어를 덜고, 투박한 나무로 깎은 투가리 (나무로 만든 목제 뚝배기)에 밥 넉넉히 담아 건네던 인심을 추억으로 회상하게 되었지만…

때때로 그런 자리에선 술 얼큰하게 취한 이가 소란을 부리거나 작업에 방해될 행동을 했다. 사소한 언쟁이 몸싸움으로 치닫기 일쑤라 벌어지는 일이다. 그들은 마을의 어른 가운데 누군가 나무라면 이내 서로 화해를 하고 다시금 하던 일들을 했다. 사실 팍팍했던 인생들이 마을을 이루어 살던 당시엔 이런 분쟁은 잦았다. 그래도 말이다. 쓰레기나 버려도 좋을 고장이 아니라 여전히 사람 사는 정이 두터운 곳이었고, 곳임은 잊지 말았으면 싶다.

 

700m 남짓한 거리에서 세 곳에 쓰레기를 쌓을 정도로 많은 양이 나왔다. 냇가 돌 틈은 물론이고 도로 옆 배수로와 경사면의 막 새싹이 돋기 시작한 잡초더미 속에서 주운 것들이다. 아침 식사도 하지 못하고 작업을 나온 이들은 쓰레기를 정리하며 '배고프다'는 말들을 나눈다. 집으로 돌아가면 밭일을 하거나 장사할 준비로 다시 분주해지겠다.

오색1리 마을의 대청소는 4반을 시작으로 각 반이 별도로 반원들의 의견을 모아 날짜를 잡아 진행된다. 이런 표어 기억하는가?

 

‘가지고 가는 것은 추억만을 / 남기고 가는 것은 발자국만을!’

 

추억만 곱게 간직해 돌아가고 쓰레기 없이 발자취만 남기고 가는 탐방객이 되는 문화를 만들자.

Comment '7'
  • profile
    Dr.Spark 2014.04.14 12:28

    "주민들이 생활하는 주거지는 별로 정리 할 일이 없으니 그곳을 벗어났다. 냇가는 물론이고 감국이 무리 지어 피는 둔덕까지 버려진 쓰레기들이 곳곳에서 보였고, 우리들의 씁쓸한 양심이 그렇게 하나하나 민낯을 드러냈다. "

     

    이 부분의 글, 원문과 비교해 보세요.^^

  • ?
    한사정덕수 2014.04.14 13:33
    어느 부분인지 찾기가 어렵습니다.
    분명 어딘가 오류가 있어 지적을 하셨을 일인데 몇 번 검토했으나 여전히~
  • profile
    Dr.Spark 2014.04.14 17:09
    아, 이 글의 원본이 어디 없나요???^^ 다음이나 정 선생님 PC 안에?
    그게 있으면 그것과...

    위의 두 센텐스에 제가 손을 댔거든요. 각 하나씩 이상한 표현이 있어서요.
    이건 남들이 들으면 오해하겠지만 (프로 시인을 아마추어 수필가가 손을
    댄다는 사실에 대하여...ㅋ) 전에 저와 정 시인님이 이런 일에 관한 합의를
    했으니...ㅋ
  • ?
    한사정덕수 2014.04.14 19:13
    네. 오마이뉴스에 있습니다.
    없으니가 아니라 없으나로 되어 있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글을 쓴 사람도 수정이 불가능합니다. ^^
    감사합니다.
  • profile
    Dr.Spark 2014.04.14 22:24

    예, 두 번째의 문장도 살짝 손댔습니다. 비교해 보시면...ㅋ
    이 부분만 말고는 전혀 문제 없는 문장들입니다. 저는 이거
    돈 엄청 들여서 글쓰기를 배운 건데, 스스로 문장론을 익혀
    시인이 되신 정 선생님이 존경스럽습니다.^^

     

    이렇게 글을 열심히 보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려드려서 글

    쓰실 때 더욱, 배전의 성의와 노력으로 글을 쓰시라고 이처

    럼 같잖은 짓을 하는 겁니다. 정 시인님은 이해하실 거에요.^^

  • ?
    최경준 2014.04.14 13:48

    산에 가면 흔적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고 하면서도

    삼겹살 궈 먹으며 기름은 버리고 온것 같습니다.

     

    같이 간 일행이 삼겹 기름도 일회용 컵에 모았다가 굳어지면 가지고 내려오고

    라면 국물 남은것도 패트병에 담아 오는것을 보고야

    비로소 기름, 라면국물, 김치국물 등 액체 상태의 먹을 거리를 마구 산에 버리고 온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반성하며 라면국물도 요즘은 모두 가지고 내려옵니다.

    그러다 보니 아예 물을 조금만 붓고 국물 한방을 남기지않고 모두 먹게 되더군요

     

  • ?
    j0hn 2015.01.26 12:14

    맬버른 밑에 아름다운 타스마니아 섬에 갔는데, 여긴 산속 깊은 곳에도, 쪽 마루로 길을 만들어 등산을 할 수 있도록 하더군요. 자연산 금발 미인들이 많은 호텔에서도 샴푸를 쓰면 왜 자연에 무식한 행동인지, 자세한 메뉴얼이 거울 옆에 조용히 있더군요.  쾌적하고 좋은 환경은 내자신이 스스로 만든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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