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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람
2014.10.29 16:28

진영단감의 달콤함에 젖은 가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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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정성이 가득한 감은 가을 햇볕에 행복을 예감하고…

 


북창원에서 점심을 먹고 출발해 진영에 도착했으니 10월도 하순으로 접어든 가을이라지만 햇살이 가장 뜨겁게 내리쬐는 오후 1시경이다. 산비탈을 빙 둘러 단감나무들이 가을 햇볕에 단감을 황금빛으로 익혀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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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의 재배지에서 연간 40톤의 단감을 생산한다는 심재균 농장주의 김해시 진영읍 여래리 334번지를 내비게이션의 안내로 찾았으나 도착한 시간엔 작업을 하는 사람도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전화를 걸었더니 제법 멀리 떨어진 다른 농장에서 감따기를 한다며 일을 놓고 오기는 어렵단다. 잠시 뒤 다른 사람을 보내겠다고 해 산비탈을 따라 경운기 한 대 간신히 오르내릴 길을 거슬러 단감밭을 둘러보는데 40 중반의 아주머니 한 분이 차를 몰고 농장으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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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균 농장부의 부인 안인숙(46세)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찾아왔으니 단감 맛부터 보라며 한사코 정전가위를 들고 감나무 사이로 들어갔다. 가장 알맞게 익은 좋은 단감을 골라 10여 개 이상의 단감을 따 맛을 보라며 내민다.

 

사람은 사는 고장에 따라 자랑거리가 다르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자랑거리는 ‘부단한 노력’이라는 또 다른 굴레를 지니고 있다. 쉽게 거저 주어지는 것은 자랑거리가 될 수 없다는 말이다.

최근 다녀온 경남지역은 단감이 유명하다. 가장 대표적인 고장은 김해시 진영읍의 ‘진영단감’이 있고, 창원시에도 ‘창원단감’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양의 단감을 생산한다.

물론 다른 고장에서도 단감을 재배하는 이들이 있다. 경기도에서도 단감나무를 볼 수 있고, 이곳 강원도 동해안으로는 제법 많은 양의 단감나무들이 있다. 그러나 경남권역에서 만날 수 있는 대규모 재배지는 물론이고 가꾸어진 단감나무를 만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복숭아나 사과, 배와 같은 수종은 지역에 따라 많은 정성을 기울여 가꾸고 생산성을 높이려 노력하면서도, 감나무만큼은 경남지역만큼 많은 정성을 들여 가꾸지 않는 게 현실이다. 경남 외의 지역에서는 말 그대로 묘목을 심어 저절로 성장하고 감이 달리면 좋은 상태로 감나무를 심어 놓았다. 그러나 경남지역은 감나무 하나는 온갖 정성을 기울여 정전을 하고 튼실하게 가꾸어 누가 보더라도 탄복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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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감은 9월부터 11월 상순까지 수확할 수 있는데 품종으로는 9월에 따는 서초본생을 대표적 품종으로 시작해 대안간감과 이두상서조생, 선사환이 있다. 10월엔 차랑을 대표적 품종으로 하여 송본조생부유가 있고, 10월 하순부터 11월 상순에는 부유가 대표적 품종이며 이어 태주가 수확된다.

감에 대해 이런 지식을 갖추게 된 것은 2010년 10월 경상남도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모산리 672-4에 위치한 ‘감미로운 마을’이라는 팜스테이마을을 방문하면서 부터다. 이후 상주와 청도, 창원, 창녕 등 많은 감이 생산되는 고장들을 거치며 대봉과 부유 정도만으로 감을 구별하던 수준을 벗어났다.

 

더러 과수농사를 짓는 농부는 게으르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시기에 맞춰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김을 매는 수고를 하지 않으니 거저 달린 과실만 따는 줄 알고 갖게 된 생각이겠다. 과수농가가 어쩌면 더 부지런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를 때 할 수 있는 생각일 뿐, 실상은 과수농가들은 여늬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들보다 일손을 놓고 편히 쉬기 어렵다.

3월도 채 되지 않아 가지치기를 해주어야 하고, 꽃이 피면 고르게 수분이 되도록 살펴야 한다. 그뿐인가. 과실이 달리면 좋은 품질의 과실을 생산하기 위해 일일이 손으로 솎아주기를 해야 하고, 풀베기를 게을리 할 수도 없다. 퇴비를 내고 낙과방지를 위해 노력하며, 병해충과도 싸워야 한다.

또 하나, 묘목을 심고 적정량을 생산하는 시기도 과수의 종류에 따라 다른데, 사과나 배는 5~7년이면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어느 정도의 수확이 가능하다. 그러나 감은 15년은 되어야 이게 가능하니 “부모가 묘목을 심어야 자식들이 덕을 본다”는 말이 나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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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전에서 장돌림이 파는 국밥 한 그릇으로 허기를 때운 뒤에 좋은 단감으로 후식을 먹는 호사를 누리고 나서야 “바쁜 이를 공연히 오시게 했구나” 싶었다. 분명 어느 길목엔가 단감을 팔기위한 직판장을 개설해 운영할 것인데 지금 1년 농사의 정점에서 자리를 비웠을 것 아닌가.

“천천히 감나무들을 더 둘러보고 이동하겠습니다. 주소를 일러주시고 먼저 내려가셔도 됩니다.”

한사코 함께 가도 된다는 안인숙씨를 보내고 감나무 숲을 더 둘러보았다. 단감나무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가을 햇볕에 색을 내기 바쁘다.

“며칠 비가 내려 작업을 못하다 여기서 이틀 작업을 하고 마침 오늘은 다른 곳에 있는 농장으로 일을 갔어요. 사람 구하기도 어려워 요즘은 이렇게 쫓기듯 살고 있어요.”라던 안인숙씨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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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감나무가 가득한 농장이지만 어김없이 대봉감이 있었다. 강원도에도 대봉감과 같은 종류인 동철감이 있다. 깎아 말려서 곶감을 만들거나 후숙과정을 거쳐 홍시로 먹는데 생감은 가장 떫은 편에 속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치면 달기로야 그저 그만이다.

분명 이 시기면 제대로 홍시가 된 대봉감이 있겠다 싶어 살폈다. 딱 하나, 나무에 달린 그대로 홍시가 된 대봉이 있었다. 조심스럽게 껍질을 벗겨 한 입 베어 물었다. 촉촉하면서도 단맛이 일품이다. 가을날 저녁노을의 향이, 맛이 이럴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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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인숙씨와 심재균씨 부부가 운영하는 미성농원(010-9234-0954)에서는 43개가 들어가는 좋은 품질의 진영단감을 35,000원에 판다고 했다.

FTA와 우루과이 라운드 등 변혁을 거듭하고 시장이 날로 확대 개방되는 현실에서 어려운 농가들을 돕는 방법은 우리 농산물을 아끼는 방법이 최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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