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문학
2013.10.16 17:41

울고 싶은 마음 되어

조회 수 1000 좋아요 0 댓글 0

“아빠, 며칠 있다 이 앞 계곡 찍어봐. 이 사진보다 더 좋은 곳이잖아.”



'더 많은 욕심을 부릴 필요 없다'는 생각으로 13일의 사진은 사실 이곳을 촬영하는 것으로 접었다. 물론 이 사진을 촬영한 곳에서 불과 500m 남짓 떨어진 아래 좀 더 근사한 촬영 포인트가 있다는 걸 알지만 그곳엔 많은 이들이 차례가 되기를 기다리며 카메라들을 들고 있어 포기했다.

사진을 컴퓨터로 옮기고 크기를 줄이는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보던 딸 래은이가 말했다.

“아빠, 며칠 있다 이 앞 계곡 찍어봐. 이 사진보다 더 좋은 곳이잖아.”

아이 말이 맞다.

바로 집 앞 골짜기엔 정말 근사한 촬영 포인트들이 있다.

 

그런 래은이가 첫 돌을 얼마 안 남겼을 때 그 어린 것이 생인손을 앓았다.

동짓날 밤 그 여린 손가락의 고름을 짜고 썼던 글이 있다.

 

울고 싶은 마음 되어

 

한사 정덕수

 

작은 손가락마디 곪은 상처

진물 짜내는 맘이 아리다.

 

가슴속 비통으로 무거울 때

눈물 흘려야 하건만

아니 울어지는 고통

누가 대신 눈물이라 흘려주랴.

 

강을 건너면

거기 산이 시작되는 게

굴곡 많은 우리들 인생이란 걸

이미 알았어야 하는데

 

해가 기울면

밤이 오고

달이 기울면 새벽이란 걸

핑계 삼아

쓰라림을 지워볼 뿐

 

휘감아 몰아치는

바람소리 소란한 동짓날 긴 밤

래은(來恩)아

네 여린 손가락마디

곪은 상처

진물 짜내는 맘이 아리다.


osaekPhoto2013a0278.jpg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좋아요
65 여행/사람 갓에 감춰질 논 한 배미의 아린 풍경 file 정덕수 2013.10.16 1059 0
64 여행/사람 부러우면 지는 거다? 4 file 정덕수 2013.10.16 1243 0
63 여행/사람 소박함이 외려 풍성한 금산의 아침! 2 file 정덕수 2013.10.16 988 0
» 시/문학 울고 싶은 마음 되어 file 정덕수 2013.10.16 1000 0
61 여행/사람 같은 이름의 또 다른 한 사람으로 세상 살기 file 정덕수 2013.10.17 1190 0
60 여행/사람 남해 금산 보리암에서 마음 내려놓기 file 정덕수 2013.10.17 1457 0
59 시/문학 추억에 대한 소묘 file 정덕수 2013.10.17 1274 0
58 여행/사람 돌봄교실 확대를 비판하는 이들은? 9 file 정덕수 2013.10.18 901 0
57 요리/맛집 장 맛 좋은 집 『된장과 항아리』 file 정덕수 2013.10.18 1765 0
56 여행/사람 어머니의 정성과 사랑이 그리운 아이! file 정덕수 2013.10.30 797 0
55 자연/풍경 정덕수 시인이 설악산에서 전하는 가을 풍경들 file 박순백 2013.10.30 1579 0
54 자연/풍경 설악의 최근 풍경 1 4 file 정덕수 2013.10.30 1055 0
53 자연/풍경 설악의 최근 풍경 2 1 file 정덕수 2013.10.30 1236 0
52 여행/사람 나는 모든 면에서 아직 멀었다. file 정덕수 2013.11.10 979 0
51 여행/사람 아련한 추억을 찾아 걷기 좋은 동판지 file 정덕수 2013.11.10 1035 0
50 여행/사람 안녕하십니까? 5 file 정덕수 2013.12.17 1104 1
49 여행/사람 강원도민일보의 기사 하나 2 file 정덕수 2013.12.18 1365 0
48 여행/사람 2014년 새해에는… file 정덕수 2014.01.15 986 0
47 여행/사람 언행과 욕심에 대하여. 2 file 정덕수 2014.02.18 1779 1
46 여행/사람 모성애(母性愛) 4 file 정덕수 2014.03.26 1397 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Nex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