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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람
2015.04.23 05:22

임동창 선생님과 나누는 텅 빈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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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면 채워질 자리가 생기는 이치를 깨달으면 얽매일 것 하나 없음이니 텅 빈 머리로…



흰색이란 창조를 위한 시작점이라 생각한다.

아이가 자라며 대하는 모든 세상이 무언가를 그려내어야만 할 대상으로 비쳐지는 모양인지 벽은 물론이고 심지어 냉장고며 TV에까지 그리고 써댄다. 가장 원초적인 창작행위라 볼 수 있다.

화가에게 있어 흰색의 스케치북과 캔버스는 자신의 철학과 사상까지 녹여내는 또 다른 창조의 세계다. 닥나무로 뜬 한지에 먹 하나로 세상과 사물을 담아내는 한국화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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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이에겐 백지나 원고지, 무어든 글을 쓸 수 있는 여백이 창작의 시작점이고 근본 바탕이 된다.

이 모든 창작들이 비워낼 줄 알 때 보다 큰 가능성으로 나설 수 있도록 한다.

모두 내려놓고 한바탕 흥겹게 놀 줄 아는 사람들이 더 좋은 소리를 만들고 낼 줄 안다. 체면과 자신의 위신이나 생각하는 이들에게서는 이런 모습을 기대할 수 없다. 자연스럽게 그들과 거리를 두게 된다.

어떤 일이나 마찬가지다. 기획을 하는 단계부터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 전반은 창작이다. 다른 사람이 만든 계획서를 제목만 슬그머니 바꿔 새로운 기획인 것처럼 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창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이들이나 하는 행동이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과정 그대로 구상하고 바탕에 그려내어 형태를 잡아갈 때 비로소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사람이 모여 공동 작업을 할 경우, 의사소통에 의한 문제보다 더 큰 장벽이 있다. 실천가들이 적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실천적이지 않은 그들은 스스로 할 수 없으면서도 다른 이들에게 짐을 얹고도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 다양한 수단을 동원한다. 자료 하나 정리할 줄 모르면서 말로 모든 일을 다 한 것으로 만들어 진실로 일을 하는 사람의 맥이 풀리게 만든다.

창의적 소통이 필요한 시점이다. 새로움은 이미 존재하는 대상을 재조립하는 과정을 거쳐 탄생할 수도 있고, 불모지를 개간하여 경작지를 만들어 내듯 할 수도 있다.

어떤 과정이나 가장 중요한 요소가 있다. 바로 인적 자원이다. 최근 ‘퍼실리테이션(Facilitation)’이라는 다양한 의견을 종합하여 창의적 사고와 예술적 감성, 문화적 소양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가치창조를 가능케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는 활동이 있다. 이러한 일들을 가능케 앞에서 이끄는 이들을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라 한다.

그들 스스로 인적자원이다.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이 인적 자원일 수 있다.

여기에서 과연 우리는 얼마나 우리들의 삶 주변의 인적 자원에 대해 이해를 하고 있는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문화를 만들어 가는 자체가 인적 자원이 없고야 불가능한 일이다. 같은 대상을 놓고 전혀 다른 시각으로 해석하고 상품이 될 수 있게 만들 줄 아는 자원이 바로 ‘사람’이다.

창작자들에 대한 이해가 왜 필요한가. 이는 여기 짧은 문장 하나를 인용하여 보겠다.

「시어로 길어 올려 진 노래는 바람에 날려 새로운 자리에서 생명을 키워내는 꽃씨처럼 또 다른 세상을 만들겠다. 커다란 나무 아래 먼 산 응시하는 이의 긴 기다림의 끝자락에, 산기슭 거슬러 오르는 누군가의 마음에 단단히 뿌리를 내려 움을 틔울 것이다. 한 땀, 한 땀 무명천에 무늬를 만들어내는 수(繡)처럼 단단히 무늬를 그려놓을 것이다.

한 송이 핀 꽃이 무리를 이루고 들판을 가득 채우면 거대한 물결이 되어 일렁인다.

숲 사이를 지나온 시린 바람이 가슴팍에 안긴다.」

창작자 개개인은 피어있는 한 송이 꽃이다. 그 꽃들이 뭉쳐지고 어우러지면 또 다른 별천지를 만들어 낸다.

사람 누구나 창작자이고, 어우리지면 드넓은 세상을 가득히 채워 아름다울 꽃물결을 이루고 숲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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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서 대전을 거쳐 서대전에서 열차를 이용해 전주에 내려 마중을 나온 오세용군의 안내로 저녁 7시가 조금 넘어 임동창 풍류학교에서 생활관을 겸한 연습장으로 사용하는 완주군 소양면 노적골에 도착했다. 임동창 선생님께서 피아노를 연주하시는 모습이 넓은 창을 통해 보였다. 차에서 내려 몇 걸음 옮기자 뒤돌아 앉아계셨음에도 기척을 느끼셨는지 일어나 밖으로 나오셨다.

“먼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반갑게 맞아주시며 저녁식사부터 하도록 안내를 해주셨다. 곰취쌈과 참두릅, 쑥된장국을 곁들인 저녁은 달았다.

식사를 마치고 자리를 옮겨 연습장으로 돌아오자 선생님과 송도영씨가 얼마간의 세월이 흘러갔는지 헤아려보신다. 남원에 적을 두고 있을 때 ‘임동창 피앗고Ⅱ’가 만들어졌고, 이를 남산에서 연주하려 할 때였다며, 3년 전의 인연맺음을 기억해내셨다. 첫 인연부터 지금까지 전개되어 온 과정을 도영씨가 소상하게 선생님과 말씀을 나누시며, 그동안 전화로만 소통을 해 오다 이제야 만나게 되었다며 반가움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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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가 되자 ‘임동창 풍류학교’ 흥야라 팀원들과 맞절을 하고 자신들을 일일이 소개한다. 그리고 특별히 준비한 공연을 단 한 사람을 위해 펼쳐주는데 송도영씨의 노래로 그 고운 마음 먼저 보여주시고, 다시 합창과 독주 등 부르는 노래마다 반가움과 소통에 대한 깊은 감사의 마음이 그윽하다. 때로는 한없는 애정을 표현하고, 때로는 원거리 여정에 대한 여독을 위안하는데 여간 지극한 것이 아니다.

고마워라. 이 소중하고 고운 이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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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무르익어간다. 산은 하루가 다르게 살을 찌워 넉넉해지고, 들엔 온갖 꽃들이 피고 진다. 문득 생각하거니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는 뿌리에서 가지 끝이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땅의 원소들을 끌어올려 꽃을 피우고 새로운 우주를 창조한다.

그런 반면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머리에서 가슴까지다. 머리로 생각하고 가슴으로 움직이려 하지만 머리와 가슴은 늘 따로 행동한다. 가슴과 머리가 일생동안 동시에 움직이지 못 할 수도 있다.

머리와 가슴이 따로 움직이거나 생각하게 두지말자. 한 마디 말 나누지 않아도 이미 어떤 말들로 시간을 흘려보냈는지 알고 있다. 자신을 과대평가 할수록 친구는 떠나고 적은 가까이 자리한다. 이곳 임동창 풍류학교는 머리로 생각하기 이전 머리는 깨끗이 비우고 가슴 먼저 열어 울림을 전달할 줄 안다. 선생님의 철학이 그러하시다는 걸 알 수 있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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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인연이 된 도영씨의 메일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그 내용은 많은 블로거들에게 보내어졌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반응을 보인 이들은 없었다. 2012년 9월 26일 받은 메일엔 “안녕하세요. 저는 풍류피아니스트 임동창 선생님의 소속사 t,a의 송도영이라고 합니다.”란 제목으로 상세한 안내가 함께 첨부되어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풍류피아니스트 임동창 선생님의 소속사 ‘t,a’의 송도영이라고 합니다.

t,a는 풍류문화컨텐츠 기업입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10월 5일에 임동창 선생님께서 피아노를 개조하셔서 탄생한 ‘피앗고’라는 악기로 서울 남산한옥 마을 내의 남산국악당에서 공연을 합니다. 피앗고로 하는 두 번째 공연입니다. 세계에서 단 2대밖에 없는 피앗고로 하는 매우 특별한 공연입니다. 피아노가 국악기로 변신을 했어요. 우리음악을 연주하기에 적합한 피아노의 음색이 탄생했답니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음악에만 국한 되는 것이 아니랍니다. 매우 건강하고 섹시한 음색이 탄생하여 이 소리를 많은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어 이번 공연을 주최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음악의 살아있는 생동감을 지루하지 않게 현대의 세련된 감각으로 표현하실 수 있는 음악가인 임동창 선생님의 특별한 공연입니다. 

이 아름다운 음색을 들으면 몸의 세포가 찌릿찌릿 살아나는 것 같고 내 머리와 몸이 맑아지는 것 같습니다. 나이를 막론하고 젊은 사람이나 또는 나이가 드신 분이나 누구든지 느낄 수 있는 멋진 소리입니다!

제가 피앗고의 음색에 대해 느끼는 것은… 현명하고 아주 건강한 섹시함을 지녔고 나를 깨워줄 수 있는 소리라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좋은 음악에 목말라 찾고 있는 사람들이나 삶에 지친 피곤한 현대인들에게 매우 건강한 공연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몸과 마음의 편안함을 가지고 가셨으면 합니다.

그래서, 제가 조심스레 여쭙고 싶은 것은… 저희가 공연의 홍보를 할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이번 공연을 저희가 자체적으로 주최를 하게 되어 홍보수단을 물색하던 중 혹, “우수블로그에 공연이 기재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연락을 드렸습니다.

내 몸을 진동케 하는 피앗고의 아름다운 음색을 많은 분들이 오셔서 들으셨으면 합니다. 그것을 진정으로 바라기에 이렇게 메일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비록 음악 분야는 아니지만 모든 것이 속은 하나로 연결 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내용을 꾸준히 차곡차곡 쌓아 블로그를 만들어 오신 블로거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첨부하였습니다.

그리고 공연을 보러 오셔도 아주 좋습니다! 보시고 연락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혹여나 궁금하신 사항이 있으시거나 하시면 010-9363-OOOO 으로 연락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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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간곡한 청을 받고, 또한 문화가 어떻다느니 하며 자신들의 식견을 자랑하는 이들이 어찌하여 응답을 하지 않았는지 모를 일이다. 사람에 대해 글을 써도 신랄한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되는 것 아니고야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문학을, 그것도 시를 이야기하며 들꽃에 대한 다양한 글을 쓰기 위해 시작한 블로그가 잡동사니로 채워지기는 했어도 여전히 문화에 대해 언제든 소통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화가와, 화가가 판을 벌인 현장을 찾아 그를 소개하는 일도 했다. 때로는 인연 닿은 이에 대해 그의 삶을 소개하는 것도 사람 사는 세상의 정 나눔이라 믿었다.

그런 까닭에 도영씨의 메일 한 통에 마음을 움직이는 건 너무도 당연했다. 도영씨가 노래를 부르는 임동창 선생님의 제자라는 사실도 나중에야 알게 되었을 정도로 ‘임동창’이란 인물과 ‘피앗고’란 특별한 악기에 관심이 갔고, 이틀간 검색을 한 끝에 피앗고로 연주된 곡을 들을 수 있었다.


사람의 인연이 어디 잇고자 한다고 이어지며, 끊어내자 마음먹어 끊기는 것이던가. 절로 이어지고, 절로 풀어지기 마련이나 여기엔 너무도 당연한 과정이 있다. 바람이 없고 거저 나눌 마음 먼저 낼 수 있을 때, 작은 것 받아도 그에 크게 고마움을 지닐 줄 알 때 질기고 다사로운 인연의 타래가 만들어지고 결 고운 세상을 열 벗이 곁에 다가온다.

쌓아 둘 것 아니라, 풀어내고 풀어 놓으면 절로 흥이 나고 이어지는 게 사람의 정이고 인연법 아닌가.

정성 가득한 환대와 정담(情談)에 시간은 너무도 쉬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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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 '2'
  • profile
    박순백 2015.04.23 12:22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거.

    자주 비울 기회를 마련해야겠습니다.

  • profile
    정덕수 2015.04.28 10:02
    이제야 돌아와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10일 간 울산에서 완주로, 인사동 잠시 들려 꽃지로 돌아 이제야 집에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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