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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2192 좋아요 0 댓글 3

정말 와닿는이야기 꼭한번 하고싶던 이야기. 



백전백승 - 필드의 그리샴 법칙

“나는 스코어에 신경 안쓴다. 골프를 잘 치기 보다는 즐기려고 나왔다". 이 말을 믿으라고? 필드에서 이렇게 말하는 동반자가 있다면 과감히 정리하라.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경제학자 그리샴의 법칙이 필드라고 예외는 아니다. 같이 치는 동반자들도 스코어가 안 나온다.


이같은 말은 "나는 골프에 열정이 없습니다. 게을러서 연습장에 가본지도 오래 됐습니다"라고 광고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열심히 연마하며 연습장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보여주려고 애쓰는 동반자들에게도 예의가 아니다. 아마 두번 다시 초대하고 싶지 않은 인물로 낙인 찍힐 것이다.


사실 80대 정도 스코어를 내는 골퍼라면 24시간 골프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사람이다. 다만 말로 표현하지 않아 주변에서 잘 모를 뿐이다.


얼마 전 모처럼 한가하기에 필드에 나가볼까 했지만 예약해야 하고 동반자 지인들을 불러모으는 일이 번거로워(나도 게으른가?) SBS골프닷컴 부킹 게시판에 올려놓은, 집과 가까운 골프장 부킹매니저의 초대 글을 보고 조인을 해 새벽에 라운드를 나갔다.


이날따라 갑자기 부킹이 취소된 팀을 재배정했는지 그린피도 매우 저렴하고 함께 라운딩 할 4명 모두 일면식이 없는 골퍼들로 각기 조인신청 들어와 같이 라운드를 하게 된 것이다.


이런 팀에 조인을 하는 골퍼들은 두 가지 유형이다. 즉, 골프에 대한 열정이 넘쳐 낯선 사람들하고도 흔쾌히 라운드를 즐기는 미아모토 무사시 같은 '검객형'이거나 아니면 골프 매너가 나빠 주변 지인들로부터 진상 처리된 오갈 데 없는  '왕따형'이다.


결론부터 말해 이 4인4색 조의 18홀 스코어는 73타, 76타. 79타. 그리고 98타였다.


70대를 친 골퍼들은 말을 잊은 채 매샷 집중해 골프에 전념했다.  그러나 98타를 친 골퍼는 계속 '스코어에 연연하지 않고 즐기는 골프를 한다'는 궁색한 변명을 입에 달고 다니며 분위기를 흐트려 놓았다. 이게 바로 '물귀신 작전'이다. 골프에서 가장 나쁜 매너다.


본인이 못 치면 동반자들도 같이 무너지기를 바라며 온갖 변명거리를 늘어 놓고 주변을 어수선하게 만든다. 그러나 70대를 치는 골퍼들에게는 이같은 어수선함을 능히 극복하는 여유와 실력이 있다. 결국 그는 원맨쇼를 하듯 떠들고는 동정도 못 받고 머쓱해지고 말았다.


이른바 100돌이 골퍼들끼리 조인해서 다녔을 때는 아마 그는 희희낙낙 본인이 입에 달고 다니던 골프철학이 동반자들과 딱딱 들어맞아 원맨쇼가 즐거웠겠지만 이날은 '삼류 코미디'에 그치고 말았다. 
 
바둑에서는 10급끼리만 5년을 두면 둘 다 5급이 된다. 그러나 1급과 10급이 5년을 같이 바둑을 두면 둘 다 3급이 된다는 말이 있다.  하수는 라운드 홀수가 지나갈수록 자신의 골프 철학이 점점 부끄러워지며 그동안 애지중지하던 골프 철학이 결국 게으름에 대한 변명에 지나진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이날 98타 골퍼로부터 "앞으로는 골프채를 접거나 아니면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는 반성의 발언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라운드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그러나 그동안 캐디 서비스는 혼자 독차지 했으면서도 캐디피는 N분의 1로 칼같이 나누자고 하더니 계산하고 갔다.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


“정상에 오른 자들을 시기하지 마라. 그들이 목숨을 걸고 산비탈을 오를 때 그대는 평지에서 팔베개를 하며 단꿈을 꾸고 잠에 빠져있지는 않았는가?  때때로 나태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도 골프의 칠거지악 중 하나라는 사실을…”



[글= 최영수 ㈜야디지코리아 회장 / 정리= 이뉴스투데이 엄정권기자]


Comment '3'
  • ?
    최경준 2015.03.03 21:26

    비장함이 느껴집니다.

     

    이 후 이어지는 댓글을 내일로...

  • profile
    반선생 2015.03.12 23:46
    필력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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