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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두 아티스트의 만남

by Dr.Spark posted Oct 22, 2014

오랜만에 밸런싱 아티스트(Balancing Artist) 변남석 선생이 초당에 들렀다. 얼마 전 미국의 매리엇 호텔(Marriott Fairfield Inn & Suites)의 CF 촬영을 위하여 미국 LA에 다녀왔고, 그 후에 미쓰비시 자동차의 초청으로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한 자동차 쇼에서 미쓰미시 자동차 전시회 부쓰를 위한 밸런싱 아트 공연을 하고 돌아왔다고 한다. 아래는 그가 출연한 매리엇 호텔의 CF "Stay Amazing" 시리즈의 Balance 동영상이다.

 



 

12시에 만나기로 한 변 선생은 11시 반에 초당에 왔다. 우리는 커피를 함께 마시며 얘기한 후에 방이동의 Pho Mons로 월남국수를 먹으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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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 선생이 입은 티셔츠는 스키어들에게 낯익은 보그너이다.^^ 물론 이건 스키복이 아니고 골퍼들을 위한 티셔츠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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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30분 여 차를 달려 간 곳은 경기도 퇴촌의" 거칠뫼"(荒山), 동생과 내가 자란 고향의 이름을 공방의 타이틀로 정한 바로 그곳이다. 한 때는 교회였던 곳인데 교회가 나간 후에 동생이 그곳에 도예공방을 차린 것이다. 천장이 높고 공간이 많아 도예공방으로 사용하기엔 최적이라 한다. 더 이상은 집이 없는 맹지에 있는 곳이라 한적하기도 하고, 음악을 좋아하는 동생이 대음량으로 음악을 듣기에도 좋은...

 

며칠 전에 변 선생이 초당을 방문하기로 했을 때, 난 이 두 아티스트가 만나도록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둘이 통하는 바가 있으리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변 선생은 중심잡기의 달인으로 사회에 알려지면서 각계의 문화계 인사들을 많이 만날 기회를 가지게 되었고, 그들과의 교류나 콜라보레이션 웍을 많이 하고 있음을 알고 있기에 그런 기회를 마련하려는 것이었다. 어차피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은 하나의 정점에서 만나기 마련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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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이 말차를 마시면서 대화하고 있다. 변 선생은 도예 작품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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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차 라떼와 비슷한 맛이 나는 말차의 거품은 손으로 저어 만든 거품으로 그 맛이 부드러워진다. 녹차의 끝판왕이 말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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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 선생은 거칠뫼 공방을 둘러보면서 그곳의 많은 것들이 밸런싱 아트에 활용될 수 있는 것들이라면서 흥미있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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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예공방에서는 야생화도 예술 공간의 일부로서의 예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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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저기 둘러보며 콜라보레이션할 거리를 찾아보고 있는 변 선생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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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난 것이 사물함 위에 걸려있기에...^^ 여긴 동생에게 도예를 배우러 오는 사람들이 사물을 넣어두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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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뭘까?? 옻칠을 한 도자기인데 황금잔과 은잔으로 변신했다. 녹차 잔과 말차 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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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묘하게 중심을 잡고 있는 지자이(자재)에 걸린 작은 등유 램프. 이 지자이는 동생이 버려진 나무와 대나무를 가져다 만든 것이다. 동생이 일을 끝낸 밤에 공방의 전기 불을 끄고 이 등유에 불을 밝힌 후 집중해서 음악을 듣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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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옹기에 관심이 많은 현대 도예작가인 동생을 황순원 선생님께서는 생전에 "독짓는 젊은이"라 부르셨다.(황 선생님이 스스로 자신의 작품 "독짓는 늙은이"를 패러디하신 것이다.^^) 동생의 1984년 도예 개인전에 제자인 강원대학교 국문과의 서예가 황재국 교수와 함께 오셔서 남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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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까지의 도예가 경력이 담겨있는 도록의 한 페이지. 이제 그로부터 10년이 흘렀고, 더 많은 경력이 그에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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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유공학과에 다니던 대학생이 그 공부가 싫어 군으로 도피했다. 그리고 제대해서 자신이 원하던 도예가가 되기 위해 도예과로 옮겼다. 그리고 이처럼 머리가 희끗할 때까지 도예에 전념했고, 이젠 일가를 이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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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 도요지에서 나온 소성 중에 망친 그릇들이다.(불이 과해서 다 달라붙어 버린...) 동생은 이런 걸 보면 그걸 보며 실망했을 도공의 마음에 감정이입을 느낀다고 한다. "이게 이렇게 달라붙어있을 정도이니 아마도 이것만 망친 게 아니고 한 가마 전체가 다 이 모양이 되었을 것..."이란 얘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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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 선생의 눈빛은 '이 걸 세워봐도 좋겠는데???'라고 얘기하고 있는 듯하다. 뭐든 세울 수 있는 사람에겐 모든 사물이 다 세울 수 있는 도구로 보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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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초록은 동색.^^ 둘은 통하는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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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예가의 설명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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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밸런싱 아티스트는 관심을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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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으로 교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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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층의 Potter's Library로 올라가는 계단 옆 벽에 걸린 옷. 이제 보면 이런 옛날 옷들은 다 수공예 자수 작품이랄 수 있을 정도이다. 한 땀 한 땀이 다 정성으로 이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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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토기, 도기 콜렉션과 수천 권의 도서 관련 장서가 있는 Potter's Libr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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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젊은 시절의 동생 사진도 그가 모은 토기들 앞에 예전의 모습 대로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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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콜렉션에 포함된 한 개 한 개의 그릇마다 다 스토리를 담고 있다. 그 중 극히 일부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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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귀여운 작품도 창가에 놓여있고... 이 꽃이 엉겅퀴인 걸 누가 모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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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주, 이천 등지의 도요지에서 나온 파편들이 무쇠로 만든 스탠드에 걸려 이렇게 전시되어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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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예가는 이 걸 "소녀의 얼굴"이라고 했고, 밸런싱 아티스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본넷을 쓴 소녀"라 했다. 죽이 잘 맞는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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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조소과 출신의 아티스트가 흙덩이를 주물러 바로 얼굴을 만들었다며 보여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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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칠뫼 앞 마당의 수많은 옹기 콜렉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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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똥장군을 본 일이 없다는 변 선생에게 동생이 설명을 해 주고 있다.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나도 처음 보는 것인데, 똥장군의 깔대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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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똥장군. 오늘날로 말하면 분뇨 수거 통이다. 그러므로 깔대기는 똥장군에 담긴 똥을 쏟을 때 그걸 제대로 쏟기 위한 부속물인 것이다. 당시에는 똥 오줌이 엄청나게 귀한 비료였기에 그것이 조금이라도 헛되이 흘러 나가지 않게 하려고 이런 깔대기를 쓴 것이라고 한다. 이건 강원도 영월에서 구워진 것이라고...(아주 귀한 토기 자료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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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칠뫼의 뜰에도 가을의 흔적이 역력하구나. 잔디 마당에 날린 나뭇잎을 보니 가을이 반쯤 깊어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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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우리 두 사람은 한 시간의 거칠뫼 방문을 마치고 다시 초당이 있는 오피스텔 앞으로 돌아와 헤어졌다. 변 선생은 6시의 세종문화회관 쪽 스케줄이 있다며 멀어져 갔다.

 

우리 둘, 서로에게 보람있는 하루. 나아가 우리 형제와 변 선생, 세 사람에게도 의미있는 하루. 그들의 공동 협력을 통한 새로운 미술 세계에 대한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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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선생이 두 번째로 초당에 들렀을 때 중심을 잡아놓은 작품은 아직도 초당의 서재 위에 이처럼 건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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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 바다를 바라다보는 모아이(Moai) 석상 같은 느낌의 "그리움." 치마를 입은 여인의 모습 같기도...

 

Comment '3'
  • ?

    아 멋진 시간이엇습니다.
    박사님의 포르쉐 시승도,
    퇴촌 거칠뫼 박순관 선생님의 깊은 작가정신,
    공방의 많은 소장품과 말차, 오디오, 옹기, 그리고 아우른 많은 전통작품들,
    그리고 "지자이"의 중심이 재미있습니다.  제 방식으로 하나 표현해 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행복입니다.

     


     

    페이스북(Facebook)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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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남석

     

    아 멋진 시간이었습니다. 81년에 처음 뵙고 세상 섭섭하고 힘들 때, 또 작은 성과를 자랑하러 가면 언제고 따뜻하게 응원해 주시는 박순백 박사님과 점심 식사를 마치고, 친동생이신 도예가 박순관 선생님의 "거칠뫼" 작업실을 박사님의 애마인 질주본능의 포르쉐로 이동하였습니다.

    노랑이 스포츠카, 차가 아니었습니다. 순발력, 스피드, 회전, 정지, 승차감... 아, 청룡열차 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렇게 얼이 빠지게 달려 온 박순관 선생님의 "거칠뫼" 작업실. 깊은 작가 정신은 정말 대단하셨습니다. 많은 작업, 많은 관련 서적, 많은 전통도자기와 옹기들, 그 오래된 자기를 실제 생활에서 사용하는 여유와 파격. 박사님 못지 않게 다양한 분야의 박식함과 풀어내는 말씀이 따뜻하고 자상하셔서 낯설지가 않은 공간으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공방의 많은 소장품과 녹차의 최고 품인 말차, 3개 오디오 앰프와 3셋트의 스피커, 많은 LP판, 옹기 그리고 아우른 많은 전통작품들.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그리고 "지자이"의 중심 재미있었습니다. 제 방식으로 하나 표현해 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행복입니다.

    http://www.drspark.net/index.php?mid=gallery&document_srl=1765517

     

    — 박순백 님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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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아래는 변남석 달인이 다녀간 다음 날, 동생이 거칠뫼 뒷산에서 가져 온 돌을 작업장 부근, 연못 앞에 세워본 것이라 한다.^^

     

     

    KakaoTalk_20141023_171107279.jpg

  • ?
    밸런싱 2014.11.02 07:45


    바로...
    대단하십니다.
    돌 모양도 아주 재미있습니다.
    초당에 있는 모아이의 석상과 유사합니다.
    추즉으로 걸어가는 동물의 형상입니다.
    보통 돌을 세우시는 분들이 아무 돌이나 올리는데
    맘에 드는 좋은 돌을 세우시는 정성, 긴장됩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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