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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짓(gadget)거리 - 워치 와인더(watch winder)의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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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치 와인더란 건 전자시계와는 관련이 없는 개짓입니다. 전자시계가 등장하기 전에 나온 시계는 수동식으로 용두(龍頭)를 돌려 태엽을 감고, 그 "파워 리저브(power reserve)", 즉 내부의 미세한 스프링으로 태엽을 감아준 힘을 보존하는 장치(원래는 "예비전력"을 의미)에 저장된 힘으로 시계를 작동시켰습니다. 이런 시계는 태엽을 감아주지 않으면 시계가 계속 작동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귀찮아도 하루에 한 번, 혹은 그 이상으로 태엽을 감아줘야 했습니다. 그런 행위를 "밥을 준다."고 표현했지요.

 

수동식 시계의 전성기는 지났지만 그것은 지금도 나옵니다. 전자식 시계의 탄생과 함께 몰락했던 것이 다시 부활한 지는 오랩니다. "감아주는 맛"을 느끼고자하는 아날로그 취향의 감성을 사랑하는 분들이 이런 시계를 사용합니다. 흘러간 시대에 나온 획기적인 발명품 중 하나가 오토매틱 시계입니다. 오토매틱이라면 자동으로 돌아가는 시계라는 의미이겠죠? 전지를 사용하지 않는 자동식 시계는 시계를 찬 손이 움직이면 자동으로 태엽이 감기게 하는 장치를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매일 태엽을 감아주는 수고를 없앴습니다만, 오토매틱 시계도 계속 차주질 않으면 바늘이 동작을 멈추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하여간 수동과 자동시계는 이제 호사가들의 비싼 장난감으로 변했습니다. 

 

요즘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기에 일부러 시계를 따로 차지 않습니다.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이유로 시계를 차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스마트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시계를 찬 것보다 귀찮기 때문에 그리합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남들과 구분되고 싶어서 그리하기도 합니다. 이젠 시계를 찬 사람이 별나 보이는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고가의 시계를 차는 사람들은 그것으로 자신의 신분을 증명하려는 경향도 있습니다. 어쨌든 스마트폰에 비해서 시계는 그 본래 목적인 시간 표시에 있어서 정확도가 떨어집니다. 수동 시계나 그 변종으로서의 자동식 시계는 매우 부정확하다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이 아닙니다. 다행히 전지를 사용하는 전자시계들은 비교적 정확한 시간을 표시해 줍니다. 

 

전지로 작동하는 시계 중에도 아날로그식이 있고, 디지털식이 있습니다. 대개 아날로그 시계라고 할 때 그건 수동이나 오토매틱 방식이 아니고 전지를 사용하는 시계를 말합니다. 전자는 전지를 사용하되 시, 분, 초를 가리키는 바늘을 가지고 있습니다. 후자는 시간을 LCD나 LED에서 숫자로 표시해 줍니다. 이런 시계 중에도 스마트폰처럼 GPS에 시간을 동조시키는 것들이 있고, 이것은 매우 정확한 시각을 표시해 줍니다. 어쨌든 이런 전자식 시계들은 전지를 한 번 넣어주면 1년 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비교적 혹은 매우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니 편합니다.

 

하지만 오래전의 비전지식 시계들은 그렇지 못 했죠. 제법 정확하다는 시계들도 하루에 몇 십초, 혹은 1분이나 그 이상 느리거나 빠른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재미난 것은 당시엔 라디오에서 표준시간을 알리는 시보(時報)가 울리면 거기 자신의 시계를 맞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차고 있기만 하면 태엽을 감아주는 자동식 시계의 편리성이 매우 돋보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 자동식 시계는 시계를 팔목에서 풀어놓으면 파워 리저브의 긴장이 다 풀리지 않는 한 작동됩니다. 하지만 장시간 그걸 방치하면 시계의 바늘이 멈추게 되죠.

 

이런 오토매틱 시계를 장시간 풀어놓더라도 계속 작동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장치가 바로 워치 와인더입니다. 이것은 작은 모우터를 이용해서 시계를 돌려주는 장치입니다. 전엔 무작정 쉼 없이 돌려주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은 일정 시간을 돌려준 후에 그보다 훨씬 긴 시간 동안 멈춰있게 하고, 다시 돌려주는 과정을 반복하는 식으로 작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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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버님 시대와 저의 시대가 오토매틱 시계의 시대였습니다. 대개 결혼식 예물로 받는 것이 시계였고, 많은 사람들이 스위스 고급 시계의 상징으로 롤렉스(Rolex)와 오메가(Omega)를 선택했습니다. 이런 시계의 생명은 기술적으로 판단할 때 거의 영원불멸이지요. 오버홀(overhaul/분해소지)을 하면서 평생 쓰고, 자손에게 물려줄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시계들도 편한 전자식 시계의 출현으로 한동안은 냉대를 당했습니다. 마치 CD에 음악이 담기면서 LP와 그걸 돌려주는 턴테이블이 사라졌던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둘 다 부활했거나 부활하는 중입니다. 기능적인 편리성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사람들이 알게 되고, 또 감성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면서 나타난 변화입니다.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사용해 볼 만한 것이 아날로그 기기임을 재인식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제 시대에 아버지의 오토매틱 롤렉스를 물려받아 찬 친구들을 보기도 했는데, 요즘엔 할아버지의 것이었다며 롤렉스를 내미는 젊은 친구들도 보게 됩니다. 왠지 그걸 보면서 마음이 찡해집니다. DNA를 물려준 존재에 대한 사랑을 그 시계를 차면서 확인하는 그 모습이 사랑스럽고도 대견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이야 파텍 필립(Patek Philippe)이나 바쉐론 콘스탄틴(Vacheron Constantin) 등 실로 억 소리 나게 비싼, 스위스의 장인들이 만든 시계들이 많다보니 대중적인 고급 시계인 롤렉스나 오메가의 성가가 전에 미치지 못 합니다. 하지만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사용하던 롤렉스의 가치는 파텍에 견주어도 결코 떨어지지 않습니다.

 

워치 와인더는 이런 자동식 아날로그 시계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주는 이기입니다. 오토매틱 시계를 한 개만 쓰는 사람들이 워치 와인더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만, 그걸 전자식 시계와 병용하는 경우엔 워치 와인더를 필요로 합니다. 대개 편한 시계를 한 번 차면 그걸 오래 사용하게 되기에 자동식 시계는 멈추게 되고, 그걸 다시 차려면 잠깐 흔들어 밥을 준 후에 시간을 맞춰야합니다. 그런 불편을 피하기 위해서, 혹은 자주 기계식과 전자식 시계를 번갈아 차기 위해서 워치 와인더를 사용하면 좋습니다. 그리고 오토매틱 시계의 그 아날로그적 매력에 빠져서 그걸 여러 개 사게 되면 워치 와인더는 당연한 선택 품목이 됩니다. 시계도 오래 안 차면 내부의 기름이 굳는 등 자잘한 문제가 생겨서 분해소지가 필요해 지기 때문입니다.(분해소지 가격이 의외로 비쌉니다.)

 

시계를 돌려주는 장치를 따로 산다고 하면 그런 정보에 어두웠던 사람들은 일단 그 가격부터 궁금해 합니다. 물론 그 제품에도 고급이 있고, 일반 제품이 있는데 그 가격차는 상당합니다. 어떤 시계 회사가 무료로 번들해 주는 워치 와인더의 가격은 대략 500만 원 정도합니다.^^ 그 워치 와인더는 독일제로서 이름이 부벤앤줴르백(Buben&Zorweg)이라는 희한한 이름인데, 창업자 두 사람의 이름을 따서 만든 브랜드네임입니다. 물론 본인이 가진 오토매틱 시계의 가격이 500만 원 이하인 사람들이 이런 B&Z 제품을 쓸 리는 만무하죠. 그리고 그렇게 비싼 걸 끼워주는 시계 회사는 롤렉스나 오메가, 혹은 까르띠에(Cartier)는 아니죠. 파텍 필립이 그런 회사입니다. 손흥민 선수가 귀국할 때 찼던 그 회사의 청판 노틸러스(Nautilus) 5740 모델의 가격은 3억 원 정도하는 것이니 얼마 하지 않는(?) B&Z 워치 와인더 하나는 끼워주는 게 당연하지 않나요?^^; 좋은 시계를 샀는데 그게 워치 와인더가 없어서 하루에 한 번만 시간이 맞는 시계로 전락하면 곤란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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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저도 저렴한(?) 오토매틱 시계 두 개(롤렉스, 까르띠에)와 전자시계(까르띠에) 하나를 사용하기 때문에 워치 와인더를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다행히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파는 워치 와인더는 3-4만 원밖에 안 합니다. 물론 그런 싸구려들은 전자식 모우터에 의한 자성 때문에 시계가 자화(magnetized)되어 시간이 틀려질 수 있다는 문제를 지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제가 알리 판매 제품이 아닌 우리나라 오픈 마켓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사용해 왔습니다. 당연히 A/S 때문이죠. 근데 이게 수명이 3-4년이면 다하게 됩니다. 어느 날 서버리는 거죠. 그래서 그걸 고칠 수 있으면 고치기도 하는데 대개는 고치는 게 귀찮기도 하고, 서비스 비용도 많이 드니까 새 걸 사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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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마그네타이저

 

이번엔 A/S를 생각해서 중국제보다는 조금 나은 대만제를 구입했습니다. 도토리 키 재기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중국제보다는 나은 게 분명한 제품입니다. 소음도 거의 없고, 자화의 정도가 훨씬 덜한 제품이거든요.(자화된 정도는 나침반으로 측정해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화된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디마그네타이저(demagnetizer/감자기)란 제품이 있어서 거기에 시계를 몇 분 놔두면 자기가 감소내지는 사라집니다.(감자기 역시 가격이 얼마 안 합니다. 3만 원 이하.) 워치 와인더는 사용자가 가진 오토매틱 시계의 숫자가 몇 개인가에 따라 1구, 2구, 4구, 8구 등으로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전 당연히 2구짜리를 사용해 왔기에 이번에도 2구짜리를 주문했는데 그게 1구짜리로 잘못 배송되어 왔습니다. 근데 길쭉한 2구짜리보다 1구짜리가 더 멋져서 그걸 그냥 사용키로 하고, 하날 더 구입할 예정입니다. 대만 워치 와인더로 2구짜리 조이덴 프리미엄 KA015를 구입한 건데 이게 가격이 58,700원입니다. 그런데 배송된 제품은 JBW097 1구짜리이고, 가격이 48,550원인 거죠. 처음부터 제대로 배송이 되었더라면 제가 모양 좋다고 추가금액을 내진 않았을 것이나 뭐 그런 대로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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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 워치 와인더를 사용하는 효과가 어떤 것일까요? 당연히 시간을 다시 맞추는 수고를 않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둘째로는 워치 와인더를 매일 보는 즐거움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게 돌거나 서 있는 걸 보면서 느끼는, 편리함에 대한 보장을 확인하는 즐거움입니다. 집을 방문한 손님들이 그 물건에 대해 물으면 그건 좋은 대화의 주제가 되기도 합니다. 단점은 이미 위에서 지적한 자화의 문제이나 이 문제를 해결한 제품들도 있고(근데 그런 제품은 무지 비싼 편. 가격이 열 배 이상으로 뜁니다.), 자화된다고 그게 큰 문제라곤 생각되지 않습니다. 어떤 분들은 워치 와인더가 시계를 계속 돌려서 태엽을 감고 그로써 동력을 얻으나 그 때문에 시계가 계속 돌게 되니 시계의 수명을 깎아먹는다는 걱정을 합니다. 참 그런 소릴 들으면 앓느니 죽는다는 비유가 생각날 뿐입니다.^^; 어차피 오토매틱 시계를 일부러 차는 사람이면 가끔 용두를 돌려 시간을 맞추거나 적시에 오버홀(분해소지)을 하여 수명을 늘리는 정도의 수고는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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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의 소소한 즐거움을 누려보는 것은 삶에 윤기를 더하는 일 중 하나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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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인딩 타임 조절기와 도는 방향을 바꾸는 셀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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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종이는 4개의 모우드가 가진 기능을 표시한 것으로 사용설명서에 있는 걸 잘라서 워치 와인더 밑바닥 쪽에 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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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탱크의 무한궤도 바퀴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한 까르띠에 탱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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