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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716 좋아요 2 댓글 2

댓글로 쓰려다 글이 길어져 아예 길게 씁니다. ^^

 

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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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키장에서

 

A;  나 요즘 새로운 기술이 나와서 그걸로 타고 있어.
B;  어 그래? 스키 기술의 이론이 진보되었나?
A;  그럼~
B;  타봐~ 어디 보자~
A;  쉭~ 쉭~
B;  그건 Wedge Christie (슈템) 기술이자나~ 그게 뭐가 신기술이야, 작년에 우리 같이 시작한 사람들은 다 패럴랠로 타고 있자나~
A;  모르는 소리 마~ 이게 본 고장에서 Carven Grundstufe 로 불리우는 기술인데, 새로 나온 말이니 완전 진보 기술이지~
B;  야, 기술의 좋고 나쁨이나 성취도의 우열에 관계없이 새로 나온 말이면 다 진보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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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요즘 세상사와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얘기하며~

 

A;  나는 이념적으로 진보야.
B;  그래?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A;  대통령이 옛날 왕처럼 권위주의적인게 싫어.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법에 의한 통치를 해야 하고 그에 벗어나면 하야하고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B;  그거야 당연한(합리적인)거지, 그게 뭐 진보야?
A;  어? 권위주의 정권에 반대하고 민주적 체제를 지지하면 진보 아냐?
B;  ㅋㅋㅋ 야, 지금이 1789년 프랑스 혁명 때 왕정을 뒤집는 얘기 하는거냐?  박정희 군사독재, 전두환 독재 시대 뒤집고 직접 보통 민주 선거 쟁취 투쟁하는 얘기 하냐? 그 때는 그렇게 주장하는 것이 진보였지. 지금은 87체제로 민주화 된지 30년이나 됐잖아. 그런 얘기하면 너무 고리타분하네. 그런 얘기하는 사람이나 냉전 시대논리로 좌우 이념 논쟁에 매몰된 사람들도 이젠 다 옛날에 묻혀서 새로운 세상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으로 보이는데~ 옛날에 매몰된 사람들을 진보라 칭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 모순된 언어네~ ^^
A;  그럼 진보가 뭐야?
B;  진보란 단어는 어떤 이념을 지칭하는 단어가 아냐, 이념을 얘기할 때는 이념용어를 써야지. 스키 탈 때 "나는 요즘 새로운 턴으로 타요" 하면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나 요즘 크로스 쓰루 기술을 연습하고 있어"하면 무슨 얘기인지 금방 알아 듣듯이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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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근대 세계사에서 볼 수 있는 보수-진보의 엎치락 뒤치락

시기와 지역에 따라 진보의 개념은 다르다.

 


1. 수천년간 지속되어 온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왕정을 지키려는 사람들을 왕당파(royalist), 공화정을 하려는 사람들을 공화파(republicans)라고 했죠. 공화파가 이긴 가장 유명한 사건은 프랑스 혁명(1789)이었죠.
--> 프랑스혁명 당시에는  봉건제나 왕정 즉 구체제(앙시앵 레짐, ancien régime)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보수파(保守, conservatives)고, 새로운 체제인 부르주아 공화정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진보(혁명 또는 개혁파)라고 했습니다.  (인간의 자유 ·평등, 국민주권, 법 앞의 평등, 사상의 자유, 과세의 평등, 소유권의 신성)

 

프랑스 혁명이 성공하여 들어선 부르주아/시민 의회의 공화정은 공포정치로 변하며 엄청난 혼란과 살륙을 가져왔습니다. 지배체제가 바뀌었어도 혁명에 환호하던 민중들은 삶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일본에서는 실질적 지배자였던 막부의 쇼군제도를 뒤집어 엎고 왕정을 내세우는 대정봉환(1867)이라는 좀 특이한 개혁(메이지 유신)으로 근대화에 성공하였고, 우리는 조선 말에 수구파(守舊派,  extreme conservatives)와 개혁파(改革派, reformists)의 대결이 있었지만 개혁파의 실패로 끝났습니다.

 

 


2. 계급혁명

좌파 전체주의; 러시아의 예 (유산계급과 무산계급)


19세기 유럽에서는 급격한 산업화/도시화에 따라 생산시설을 소유한 부르주아는 부자가 되었지만 생산시설에 고용되어 일하는 사람들은 최저임금만을 받을 뿐이었습니다 이런 시기에 역사는 왕정 또는 봉건제에서 부르주아 지배의 공화정으로, 그리고 프롤레타리아 혁명에 의한 전제정치로, 그리고 종국에는 전세계의 모든 인민이 평등에 이른다는 역사의 진보이론을 역설한 마르크스의 이론은 민중들의 환호를 사기에 충분했습니다. 러시아혁명(1917)은 해방된 농노와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불만이 폭발한 혁명이라는데 의의가 있습니다. 계급혁명의 상징입니다.
--> 이 시기(1917년)에는 제정을 무너뜨리고 마르크스-레닌의 프롤레타리아 혁명 이론으로 수립된 좌파적 전체주의가 진보(progress)가  되었습니다.

 

 

 

3. 개인이든 민족이든 스스로 강력한 힘을 키우지 않으면 노예가 된다.
우파 전체주의; 독일의 예 (게르만 우월주의가 유대인/천민자본을 말살하려 하다.)


독일에서는 그러한 평등 우선의 좌파적 전체주의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며, 독일 민족 우월주의를 내세우는 우파적 전체주의 이론이 환호를 받았습니다. 독일 노동자 당은 1920년에 나치스(민족사회주의 독일노동자당)로 개칭하고, 지지 기반은 기존 정당과 노조에 불만을 품은 중간층과 실업자였습니다. 선전 활동을 강화하여 선거를 통한 정권의 쟁취를 꾀하여, 1933년에 군부의 지지를 받으며 히틀러 정권을 실현하였죠. 민족 사회주의 , 또는 국가 사회주의이며 국가의 주도 하에 교육 군사 경제 정치 등등 모든 분야의 사회개혁을 통해 국력의 성장을 꾀했습니다.
--> 그럼 1933년의 독일에서는 이젠 우파적 나치스 독재가 진보가 되는군요.

 

 

 

4. 제 3세계에서의 전술적 농민 혁명이론

유교적 전체주의 또는 계몽적 전체주의; 중국의 예


일본 패망 전 중국에서는 아직 이렇다할 산업도 없었고 따라서 혁명을 주도할 만한 프롤레타리아 계층도 없었습니다. 공산당의 지도자인 마오쩌둥이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중국의 현실에 맞게 창조적으로 계승 ·발전시킨 독자적인 혁명사상을 만들었습니다.  후진국 중국사회에 사회주의 및 공산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나온 혁명이론의 체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내용에는 유격전술, 대중조직방법, 토지개혁정책, 민족통일전선의 형성, 신민주주의론, 사상개조운동, 실천론과 모순론, 영구혁명론, 사회제국주의론 등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마오쩌둥사상은 자본주의사회가 전복되고 프롤레타리아트의 독재가 수립된 후에도 계급적 모순과 계급투쟁, 사회주의노선과 자본주의노선 간의 투쟁, 자본주의 복구의 위험성이 존재하는데, 이러한 모순은 혁명을 계속함으로써만이 극복될 수 있다는 이론으로 1966년 문화대혁명으로 유명세를 탑니다.
--> 중국의 이 시기(1945)는 후진국/ 식민상태가 보수고, 노동자 농민 민족자본가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통일전선에 의한 공산주의가 진보세력입니다.

 

1976년 마오쩌둥이 사망하자 문화대혁명에 대한 비판과 함께 4인방이 숙청되면서 마오쩌둥사상의 권위는 격하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마오쩌둥사상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은 중국공산당의 정신적 기반을 파괴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1955년 이후 마오쩌둥의 정책(지속적인 계급투쟁을 내세우며 대약진운동 등의 농업집단화 정책)과 1966년 이후 문화대혁명만을 비판의 대상으로 삼고,  이 사상의 가치는 그대로 보존시켰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오쩌둥사상은 이미 과거의 것이 되어버렸죠.

 

문화대혁명이 끝나고, 정치에 복귀한 덩샤오핑은 1978년 5월경 중국의 주요 인재들을 서유럽 5개국으로 시찰보며, 시장경제를 도입하기 전에 자본주의 경제에 대한 연구를 철저히 하고, 이것을 중국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준비했습니다.

--> 이 시기 중국은 덩샤오핑이 전면에 등장하며 마오이즘(Maoism)은 보수가 되고, 수정주의 실용정책이 진보가 되는군요.

 

 

이북의 3대 세습 독재체제는 왕정복고의 수구꼴통이 되겠군요.

이남의 냉전시대 좌우 개념에 매몰된 자칭 진보들은 아직도 중국의 제 3세계 좌파이론을 따라 외우는 것 같습니다.

 

 


5. 제 3의 길  [ The Third Way: The Renewal of Social Democracy ]
앤서니 기든스(Anthony Giddens) 출간연도  1998
서구사회에서 계급구조는 바뀌고 있다. 부르주아와 노동계급의 구분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고 정치는 새롭게 등장하는 중간계급을 포괄하는 틀로 가야한다. 국가나 시장은 이제 서로 상대방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해야 한다. 인류가 나아가야할 새로운 모델로서 "제3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그것은 좌파를 넘어서서, 우파를 넘어서서 실사구시(實事求是)의 관점에서 국가와 경제, 시민사회의 관계를 탄력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우파들은 세계 곳곳에서 경제적 문화적 보호주의를 주장하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개인의 책임을 강조한다. 이것은 개인의 소외를 가져오기 쉽다. 사회주의와 공산주의가 지향했던 가치와 이념은 삶의 본질을 이루는 경제적 사회적 발전의 핵심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제3의 길은 단순히 사회민주주의 전통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이것은 변동하고 있는 세계의 흐름에 부합하는 새로운 사고와 정책의 틀을 제공해야 한다. 그것은 "범세계화"와 같은 우리 시대의 주요한 혁명들 속에서 시민들이 올바른 길을 개척하도록 돕는다.

 

범세계화는 금융 투기자본의 이동에서 보듯 약육강식이라는 정글의 법칙이 작용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세계시민들이 국가경제를 넘어서 협력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그것은 폐쇄적인 민족주의나 인종중심주의를 지나 세계주의적 민족, 내지 시민사회로 가는 "범지구적 민족주의"로 열려 있는 인류의 새로운 도전이자 가능성있는 실험이다.

 

여기에 전자매체에 의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 요구된다. 제3의 길은 이 새로운 국제연대의 가능성을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그렇다고 제3의 길에서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 그는 시장 논리와 사회적 정의, 그리고 시민적 연대를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곳에서 희망찬 대안이 나올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제3의 길 [The Third Way: The Renewal of Social Democracy] (세계의 사상, 2002. 5. 20., 사회문화연구소)에서 발췌

 

-->  마지막 문장에 나왔듯이 [그렇다고 제3의 길에서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 그는 시장 논리와 사회적 정의, 그리고 시민적 연대를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곳에서 희망찬 대안이...] 우리가 앞으로 어던 세상을 만들어 나아가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어떤 완성된 이론이 있고 그것이 절대적이고 그것만을 주장하는 사람이 (좌/우를 떠나) 진짜 근본주의자 진짜 꼴통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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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라는 단어는 시기적으로 그 뜻이 전혀 다르게 쓰여왔다는 얘기를 쓴 것입니다. 진보를 어떤 이념의 정의로 쓰시는 분들은 이제부터라도 이렇게 다양한 뜻을 가지고 있고 애매모호한 단어를 쓰지 마시고, 이제부터라도 각각의 사안에 대해서 가치평가에 우위를 두는 단어들, 즉 자유주의/평등주의, 사유재산/공동재산, 성장주의/분배주의, 세계화/반세계화, 문화개방주의/반문화개방주의, 햇볕정책/상호주의, 급진 개혁/점진 개혁... 등등 가치 판단적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소통을 위해 좋을 듯합니다.

 

 

♥ 이 글을 추천한 회원 ♥
  지혜로운자     우하하  
Comment '2'
  • ?
    최구연 2016.12.19 18:11


    보통 이런 제목의 글들은 상대방을 깔아 뭉개고 저주하는 내용들이고,
    그래서 이 게시물 또한 그런 아류로 생각하고 클릭했는데 대단한 내공에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이 정도로 역사를 꿰차려면 얼마나 걸릴지...ㅠㅠ

     

    아, 사피엔스 재미있게 읽었으니, 책값은 안 물어내셔도 되겠습니다.^^

  • ?
    부장 2016.12.19 22:07

    어찌 그런 19금같은 낯뜨거운 말씀을 스스럼없이 하시는지요... ^^

    안 그래도 책 핑계 대서라도 최선생님은 꼭 한번 뵙고 싶던 참이었습니다. 과감하신 은퇴가 부러워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는지 비결이 있나 조사도 좀 해보고 싶고... ㅎ 바이크도 그렇고... 이 좁은 스키 바닥에 곧 뵙게 될 것 같은 예감입니다~ 뭐 예감이 안 맞으면 메일로 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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