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아이들이 외가 방문차 떠난 토요일 오후, 홀로 짜장라면으로 간단한 점심 식사 후 에스프레소를 내리며 신해철을 듣고 있다. 오전에 자전거로 동네 한바퀴에는 Planets / Holst를, 그 후 잔디 다듬으면서는 Trout quintet / Schubert를 틀었는데, 지금 무슨 마음으로 신해철을 줄구리 장창 듣고 있는 걸까.
평생 누군가의 팬이 되어 본 적이 없다. 연예인, 정치인, 그 밖의 유명인 (celebrity)에 열광하는 이들의 심리를 거의 이해하지 못 하는 편이기도 하다. 존경하는 (respect) 대상들은 가끔 있으나,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나의 마음 상태가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그러나 신해철의 죽음은 나에게도 특별했다. 그가 숨을 놓은 날, 처음으로 Youtube에서 한 가수의 노래를 찾아 몇 시간을 들었다. 눈에는 눈물이, 마음에는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답답함이 쌓였다. 왜일까. 전혀 인연 없고, 콘서트라도 한 번 가본 적 없는 연예인 (entertainer)의 때이른 (untimely) 죽음에 내가 흔들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다른 많은 이들처럼 20대의 나는 많이 불안했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불안했고, 미래가 두려웠으며, 모든게 그저 다 알아서 잘 풀리기를 원하는 와중에도 무언가 이루려고 막연히 발버둥치던 그 시절, 생각해 보니 신해철의 음악은 다른 많은 노래들과는 좀 달랐다. 그때는 깨닫지 못했던 것 같지만, 지금 돌아 보니 그의 음악 - 노랫가사를 포함한 - 에는 솔직함이 있다. 그의 노래 가사가 너무 현학적이라고 깎아내린 적도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리고 20대의 나는 그의 노래에 많은 위로를 받은 것 같다. 독백하는 듯한, 불안한 내면을 풀어 놓는 노래는 인간관계에서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는 가식을 힘들어 하던 나에게 비상구나 동반자 같은 느낌을 주었던 게 아닐까.
오늘 만날 친구가 마침 신해철의 사촌이다. 어려서 많이 친했지만 미국과 한국에서 떨어져 자라면서 모두 결혼 후에는 그다지 교류가 없었다는데, 신해철의 이른 죽음은 그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그에게 신해철은 어려서 같은 장난감을 두고 다투었던 사촌으로 남아있고 한국에서 유명한 가수라는 점은 이 친구에게 별 의미가 없기에, 전혀 인연이 없는 내가 그의 사촌의 죽음으로 충격받는 모습은 그에게 어느 정도 인지 부조화를 가져다 주기도 했다. 노래는 별로 못 하지 않았냐고 애써 웃어 넘기는 그의 모습이 안타까왔다.
그의 드라마틱하고, 또 어찌 보면 허무한 죽음에 관계 없이, 신해철의 음악이 내게 힘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지금, 20대 시절과는 조금 다르지만 여전히 그의 노래에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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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앞에서 처음 본 꼬마 아이가 자전거를 아슬아슬하게 타고 놀기에 "너 이사왔구나? 어느 집이니?"하고 물었습니다ㆍ
"이 집이에요ㆍ그런데요ㆍ우리 아빠는요ㆍ 가수 신해철이에요ㆍ아빠가 자전거 타는 거 어제 갈쳐주셨어요ㆍ"
해맑은 얼굴로 아빠가 자랑스럽다는 듯 말하더군요 ㆍ 며칠 후 신해철의 의료사고 소식을 접했고 그 집 주차장에는 누군가가 놓고간 선물박스ㆍ택배박스가 차곡차곡 쌓였고ㆍ
"그런데요ㆍ우리아빠는 절대 화를 안 내요ㆍ"
묻지도 않았지만 자신의 아빠를
자랑스러워 했던 그 꼬마는 소리없이 이사를 갔고 지금 잘 크고 있는지 궁금하네요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