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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장에서의 응급 처치 =

은 승 표
정형외과/스포츠의학 전문의
코리아 정형외과 원장
blog.naver.com/kosmed

지난 주말 안타깝게도 전 롯데 자이언츠 야구 선수였던 임수혁 선수가 사망하였다. 선수들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중요성이 다시 한번 떠 오르는 시점. 경기장에서는 선수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여러 가지 상황들이 벌어질 텐데, 여기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자.

# 임수혁 선수는 어떤 부상이었나?

갑자기 심장 근육이 마비되어 뛰지 않는, 심근경색증에 의한 심장 마비였다. 당시 상황을 보면 안타를 치고 2 루에 진루한 후, 서 있다가 갑자기 옆으로 쓰러졌다. 그리고는 깨어나지 못 했다.

심장이 뛰지 않으면 신체 각 부위에 혈액이 돌지 않으니까 산소 공급이 중단된다. 그 상태가 지속되면 세포가 죽는데, 가장 단시간에 영향을 미치는 부위가 뇌세포. 다른 장기는 2-3시간씩도 견디지만, 뇌는 5분 정도만 산소 공급이 안 되면 뇌세포가 죽는다. 결국 생명은 가까스로 건졌지만, 의식이 없는 식물 인간 상태가 되어 10년을 버티다가, 여러 가지 신체 기능이 서서히 떨어지면서 이번에 세상을 떠나게 된 것.

# 운동장에서 이런 사고가 얼마나 발생하는가?

미국의 통계를 보면 학교만 대상으로 보더라도, 매 년 100명 이상의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갑자기 죽는다. 거의 3일 에 한 명씩 학교에서 돌연사 사고가 발생하는 셈이며, 이 중 3/4 이상이 심장마비로 인한 것이다. 운동과 관련된 심장 문제가 이렇게 중요하다. 일반인들도 마찬가지. 마라톤의 경우 5만명 당 1명 꼴로 죽는데, 매 년 마라톤 대회에서만 5-6명 정도 사망 사고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외에도 운동장에서는 여러 가지 사고가 일어난다. 매 년 스키장에서는 스키어가 나무나 장애물에 부딪혀 사망하는 충돌 사고가 벌어진다. 얼마 전 심판이 아이스하키 퍽에 맞아 사망한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는 골프장에서 벼락 맞아 죽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고는 보호 장비를 갖춘다거나 안전 수칙을 지킨다거나 하는 방법으로 예방이 가능하지만, 심장 마비는 전혀 예고 없이, 건강하던 선수에게도 닥칠 수 있다는 것이 문제.

#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 방법은?

의식을 잃은 환자가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빨리 병원으로 환자를 옮기는 것이다. CPR이라고 부르는 응급 조치의 기본 순서가 있지만, 현장에 아무리 숙련된 의사가 있더라도 응급실 같은 의료 장비가 없으면 처치에 한계가 있다.

임수혁 선수의 경우도 문제가 된 것은 심장 마비가 발생한 것 자체보다도, 그 상황에서의 대처가 미숙했다는 점. 비전문가들이 달려들어서 우왕좌왕하고, 대기 중인 앰브란스가 없었기 때문에 병원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임수혁 선수 이후 경기장에 앰브란스를 대기시키는 것이 규칙이 되었는데, 2년 전 권투 선수 최요삼 선수의 경우에도 또 잘못을 반복했다. 최요삼 선수의 경우는 펀치를 계속 맞으면서 발생한 뇌출혈이었는데, 앰브란스는 있었지만 이동 통로가 막혀서 한 동안 움직이지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장면이 발생했다. 또 가까운 병원을 놔두고 먼 곳에 있는 병원으로 이송하는 잘못도 있었다.

5분 내에 뇌에 산소 공급이 안되면 생명을 건지더라도 식물인간이 되기가 쉽다. 따라서 첫 5분 이내에 심장 마사지를 해서 심장이 뛰게 만들던가, 아니면 5분 내에 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경기 현장에 앰브란스와 응급구조사를 대기시키고 환자 발생 시 이동 통로를 확보해야 하는 것. 심지어는 어떤 문으로 나가서 어떤 길로 갈 것인지 까지도 예상해야 하고, 가까운 병원 응급실의 위치를 미리 알고 있어야 한다. 동계 올림픽의 경우 활강 경기가 열리는 스키장은 헬리콥터가 시동 걸고 대기하게 되어있다.

이런 문제에 비교적 잘 대처하는 메이저리그의 예를 보면, 과거 최희섭 선수가 시카고 컵스에서 플라이볼 잡다가 넘어져 뇌진탕을 일으켰을 때, 앰브란스가 바로 운동장으로 진입해 선수를 실어가던 장면을 기억해 볼 필요가 있다.

# 운동 중 돌연사가 일반인에게도 문제가 되는가?

A 매치 같은 주요 경기에는 주치의와 앰브란스가 대기하지만, 심장 마비로 인한 돌연사는 동네 축구, 직장 야유회에서도 똑 같이 발생하는 것이 문제. 또 운동장 아닌 곳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

그래서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지 신속한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는 사회 전체의 응급 시스템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런 면에서 응급구조사 같은 전문 인력 양성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응급처치 교육을 받을 기회를 늘여야 한다. 학교 선생님들처럼 공공 기관에 근무하는 분들은 각자가 모두 응급구조사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어려운 문제 한 가지. 응급처치에서 가장 필요한 기구가 defibrillator라고 부르는 심장 제세동기. 마비된 심장을 전기 충격을 통해 다시 뛰게 만드는 기계. 심장 마사지를 해서 안 되면 바로 이 기계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 기계가 있는 병원까지 도착하면 이미 늦은 경우가 대부분. 따라서 대형 운동장이나, 학교, 심지어는 공항, 역처럼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도 이 기계를 비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대학은 이미 구비. 모든 학교에 이 기계를 의무적으로 갖추게 하려는 법령이 올라가 있는데,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 돌연사 예방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은?

심장 마비 직전에 느낄 수 있는 전구 증상이 있으므로, 운동 중에 이런 증상이 있으면 즉시 운동을 중단해야 한다.

- 가슴에 압박감이나 통증
- 심하게 숨을 헐떡이게 된다.
- 머리가 어지럽거나 메스꺼움
- 근육이 무겁고 잘 움직이지 않는 느낌

이런 상황을 다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심장마비 환자들 중 상당 수가 선천적인 심장 질환을 가지고 있고, 이런 경우 심전도나 초음파 같은 검사로 예측이 가능하다. 그래서 요즘은 메디칼 테스트를 통해 선수의 건강 상태를 미리 점검하는 추세. 미리 검사 해서 한 명이라도 예방할 수 있으면 하는 심정으로 심장 검사를 한다.

일반인들은 관상동맥 질환, 고혈압 등의 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들에게 많이 발생하므로, 평소에 이런 질환에 대한 진단과 치료를 꾸준히 하는 것이 예방에 가장 중요. 특히 새로운 운동을 시작할 때는 병원에 들러서 혈압 재고, 심전도, 초음파 검사 등을 시행해서 심장 상태를 점검해 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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