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27 22:18
본명을 잃어버린 문화유산 제 이름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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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1호는 남대문이 아니라 숭례문(崇禮門)이고, 보물 1호는 동대문이 아니라 흥인문(興仁門)이다. 이들 두 성문은 조선시대부터 남대문, 동대문이라 불리기도 했으나 이것은 단순히 방향을 나타내는 이름일 뿐이다. 현판을 보아도 숭례문, 흥인지문이라 써 있지 않은가? 그래서 문화재위원회는 1996년 이 두 이름을 각각 숭례문, 흥인문으로 공식 개정했다.
세계문화유산인 창덕궁의 비원(秘苑)도 잘못된 이름이다. 후원(後苑)이 옳다. 조선시대에는 창덕궁의 뒤뜰이라 해서 후원, 북쪽의 뜰이라 해서 북원, 함부로 출입할 수 없다 해서 금원(禁苑) 등으로 불렀고, 이 중 후원이 가장 일반적인 명칭이었다.
비원이란 이름은 1904년경 일본인들이 붙인 것이다. 당시 그들은 후원을 비밀스럽고 음흉한 공간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격하시키기 위해 秘자를 넣어 비원이라 했다. 창경궁에 벚꽃을 심고 동물원과 식물원을 만들어 이름까지 창경원으로 고쳐가며 한낱 공원으로 전락시킨 것과 같은 맥락이다.
사람 이름, 문화재 이름을 제대로 부르는 것은 중요하다. 문화재의 경우, 이름에 그 의미가 집약적이고 상징적으로 담겨 있어 더욱 그렇다. 별 생각없이 문화재의 명칭을 희화화해 바꿔 부르거나 일제가 왜곡한 것을 그대로 따라 부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원 이름대로 부르는 일, 그것은 문화재에 대한 예의고 문화재를 물려준 선인들에 대한 예의다.
<이광표, 보는 즐거움, 아는 즐거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