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21 00:08
[하루 한 컷] #100-66. 아직도 네 눈 속엔 내가 살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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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밖으로 나가서 사진을 찍다가 한무리의 아이들을 만났었지.
내게 사진을 찍어 달라기에 폴라로이드로 사진을 찍어 주게 되었고.
아이들 중에는 덩치가 큰 남자 아이가 있어서 자신과 친한 아이만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하고 나머지는 다 쫓아버리곤 했었어.
너희 세계에도 서열이 있어서 키 작은 아이들은 꼼짝도 못하고
휘두르는 막대기에 행여나 맞을세라 멀리 도망가곤 했었고.
너는 그 무리들 중 혼자 여자였는데 너마저도 사진을 찍지 못하게 했었잖아.
너무도 눈이 맑은 한 아이가 사진은 찍고 싶은데 막대기를 휘두르는 아이가
무서워 저 멀리 한 켠에 서 있기만 하는거야.
난 그 대장에게 가서 담판을 했지.
아이들을 그렇게 쫓아버리지 말고, 너희들 하나씩 모두 사진 찍어줄테니
이 아이도 한 장 찍도록 하자고.
어쩔 수 없이 승낙을 한 대장 덕에 넌 사진을 찍을 수 있었지.
넌 정말 어쩜 그렇게도 해맑고 환한 모습이었니.
비록 스웨터는 낡고, 뒤집어 입기는 했지만
보이는 게 다 가 아닌, 네 천성은 너무도 맑고 밝더구나.
학교에 가야 할 시간인데 너는 그렇게 집 주위를 맴돌며 뭔가를 팔고 있었어.
그래도 기 죽지 말고 지금처럼 맑은 모습을 하고 살면 좋겠구나.
에티오피아에 다시 가는 날 그 숙소 근처에 한 번 가 보고 싶다.
널 만나러.
아직도 네 눈 속엔 내가 살고 있구나.
2017. 11. 5.
에티오피아에서 만난 이름 모를 소녀가 생각나는 밤에
아내가 후원하는 아프리카 여자 어린아이 사진이 일 년에 한 번 정도 편지와 함께
오는데 사진을 보면서 어떤 기준에 의해 이 아이가 선택 되어졌을까?
다행히 이 아이는 후원자가 있어 그나마 상황이 나아 졌는데 그렇지 않은 주변의
아이들의 마음은 어떠할까? 사진이 올 때마다 한 번씩 생각해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