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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애의 Naver 블로그 "디카로 그리다", 캐시미어 코리아 블로그, 캐시미어 코리아 쇼핑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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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한옥마을은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청계천 북쪽에 있다고 해서 ‘북촌’이라 했다. 조선시대 왕족과 권세있는 사대부들이 살았던 곳이며, 조선 양반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세도가 당당한 벼슬아치들이 살던 곳이다. 명성황후, 맹사성, 성삼문, 박영효, 박규수 등. 

 

일제 강점기 시절의 권문세가들의 대저택은 서서히 사라지고, 거기에 작은 규모의 한옥들이 촘촘히 들어서고 서민들이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북촌은 모두 한옥이었다. 1990년대 후, 한옥이 많이 사라져서 현재는 1000채 정도의 한옥들이 남아있다고 한다.

 

양반들이 모여 살다보니 왕실과 양반들에겐 하나부터 열 가지 필요로 하는 것이 너무도 많았다. 그것은 한 나라에서 최고여야 했고, 그 모든 것이 북촌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대를 이어온 것들도 수두룩하다. 왕실과 양반가에 고급 공예품을 만들어 제공하던 최고의 장인들도 많았다고 하는데 130여가지나 되는 공예품을 만들곤 했다고 한다. 현재도 전통 매듭 장인인 심영미 씨는 아주 유명하고, 전통 공예의 맥을 잇는 장인들의 공방이 무수히 많다.

 

작고 예쁜 카페와 한옥 레스토랑이 옹기종기 들어서고, 한옥 갤러리나 여러 샵에서 다양한 작품들도 마주하고, 그들의 작업하는 것도 구경하고, 아니면 직접 참가해서 체험도 할 수도 있겠다. 복잡한 낮 시간대의 한옥마을보다는 전통 한옥에서 하루 밤 지내며, 북촌의 남다른, 이색적인 밤을 경험해 보는 것도 기억에 남을 일이다.

 

북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며 많은 이들에게 각각 다른 과거의 추억과 기억을 선물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곳에는 조선 역사를 대변하는 무수한 역사 유적과 흔적들이 예외없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북촌은 예술가들이 모여 살고, 오래된 곳인데도 낡은 느낌 대신 오히려 과거와 현재가 공존을 해 나가며 미래를 읽을 수 있게 해 준다.

 

북촌에 가면 외국인들이 많다. 물론 한국인들도 많긴 하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여인네들의 자태가 오래된 한옥과 한데 어우러져 곱고 아름답다. 파란 눈의 아가씨가 한복을 입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 모습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저들은 이 옛스러운 골목길과 한옥의 아름다움을 알고 저렇게 즐거운 얼굴로 골목길을 발 아프게 걷고 있는 걸까?’라고 생각했지만, 이것은 내 주관적인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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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접한 정보에 의하면 중국에서는 “자금성이나 만리장성은 보지 않아도 크게 상관없지만 후퉁을 보지 않으면 베이징을 보았다고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하다고 한다. 13세기 중국 원나라 때 형성된 후퉁은 회색기와와 부서진 담벼락에 잡초가 우거진 지붕에다가 칠이 다 벗겨져 나간 문설주가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현대의 도시 미화를 위해서는 부수고 새로 바꾸어야 마땅할 골목길이건만 후퉁은 현재 자금성보다 더 각광을 받는 베이징 최고의 관광지라고 한다.

 

그들은 남의 나라의 오래된 골목길과 한옥의 품새와 오랜 세월, 몇 수십년이 넘도록 한 자리를 지키며 올곧게 살아온 북촌 마을 사람들에 대해 조그만 예의라도 지킬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골목마다 왁자지껄 하던 목소리가 많이 낮아졌음에 놀랐다. 그들은 목소리를 낮춰 차분히,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것이었다.

 

이곳을 찾는 우리 젊은이들은 물론 파란 눈의 외국인, 중국인, 일본인들이 한복의 아름다움에 반해 더 많이 찾아오면 좋겠다. 거기에 더해 그들이 오순도순 어깨를 맞대고 서 있는 한옥의 담과 기와지붕의 곡선과 같은 아름다움과 그에 어우러지는 한국의 아름다움을 발견해 내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반길 일이다.

 

50년 넘게 사람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마음 써 온 기와집들과 담장들을 따라 구부러진 길 따라 올라가다 보면 우리의 잊혀져가는 한 시대를 살았던 소박한 존재들을 만날 수 있다. 그곳에는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갖가지 변화를 겪으면서도 그 자리를 꿋꿋이 지키며 살아 온 사람들이 있다. 지금도 실생활 공간으로 삼고 있는 생활한옥촌의 사람들인 것이다.

 

북촌이 “거리의 박물관”이라거나 “지붕없는 박물관”이라는 표현에 그치지 말고, 골목골목마다 한옥의 집집마다 오랜 시간 전해 내려 오거나 북촌에 숨겨져 있는 보다 많은 이야기들을 찾아내고 발굴해 내어 북촌에 사는 골목길을 닮은 정겨운 사람들이 자신들이 살아가는 터전인 이곳을 자랑스러워하면 좋겠다.

 

북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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