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박 2일의 남도 여행 - 백양사
“무박 2일”이라는 생애 처음 도전해 보는 출사라 약간의 중압감은 있었고, 너무 일정이 빡빡해 힘들었다는 지인의 말도 들은 터라 내심 걱정이 앞선 건 사실입니다.
밤 12시에 서울 출발, 새벽 4시에 전라도 함평 밀재에 도착이라니. 일출을 기다리는 두 시간 가량의 차 안에서의 조~용한 숨막히는 시간은 부시럭거리는 소리에 잠은 다 달아나 버리고, 그간 앞만 보고 달려 오느라 바쁘기만 했던 내 삶을 되돌아보는 귀한 시간이 되어주었고요.
그라데이션 ND 필터를 처음으로 구매해 가지고 일출 사진 찍겠다고 벼르고 갔건만 내 맘같이 되어주는 게 하나도 없더군요. 밀재 촬영은 완전 패스해야 했어요. 백양사는 우쓰라 님의 쌍계루 반영 사진에 매료되어 달려갔건만, 단풍이 물이 덜 든 게 아니라, 아직 물이 안 들었더군요.
- 쌍계루의 반영 사진인데 작년과 달리 아직 덜 추운지 초록빛이 완연합니다.
쌍계루는 사찰의 누각이면서 법당 앞마당에 위치하지 않고, 절의 중심 공간과는 상관없이 두 줄기 계곡이 만나는 곳에 서 있습니다. 그 빼어난 경치는 옛 문인들에게 시문을 읊조리게 만들었다 하니. 고려 충절 정몽주는 백양사 절경을 탄식하며 아래와 같이 지었다고 하네요. "노을 빛 아득하니 저무는 산이 붉고 달빛이 배회하니 가을 물이 맑구나! 붓 잡고 생각하니 재주 없음이 부끄럽구나!" 2층 누각에는 검은 목판에 새긴 시문들이 빼곡해 300여수에 이르니 가히 시인묵객들의 절경에 대한 탄성이 들리는 듯 하더군요.
목은집에 보면 쌍계루의 특별한 위치 설정의 이유가 나옵니다.
사찰의 사면을 에워싼 산들이 모두 높고 가파르기만 해서, 찌는 듯이 더운 여름철에도 더위를 피해 시원한 바람을 쐴 곳이 없었기 때문에, 두 물이 합류하는 곳에다 터를 정하고 누각을 세우게 되었는데, 왼쪽 시냇물 위에 걸터앉아서 오른쪽 시냇물을 아래로 굽어보고 있노라면, 누각의 그림자와 물빛이 아래 위에서 서로 비치어 실로 보기 드문 승경(勝景)을 이루고 있다.
— 이색 〈장성현백암사쌍계루기〉 《목은집》 제3권
雙溪樓(쌍계루) - 포은 정몽주
求詩今見白巖僧 把筆沈吟愧不能
淸叟起樓名始重 牧翁作記價還增
烟光縹緲暮山紫 月影徘徊秋水澄
久向人間煩熱惱 拂衣何日共君登
지금 시를 써 달라 청하는 백암승(白岩僧)을 만나니,
붓을 잡고 침음(沈吟)하면서 재주 없음 부끄럽구나.
청수가 누각 세워 이름이 이제 무겁고,
목옹(牧翁 이색)이 기문을 지어 값 더욱 더하네.
노을빛 아득하니 저무는 산이 붉고,
달빛이 배회하니 가을 물이 맑구나.
오랫동안 인간에서 시달렸는데,
어느 날 옷을 떨치고 자네와 함께 올라 볼까
근대의 인물 육당(六堂) 최남선(崔南善 1890~1957)도 쌍계루 앞에 비치는 사람의 모습 쌍계루인영(雙溪樓人影)
이라는 제목의 시로 "물가에 가는 이와 못속에 비치는 이/참 몸은 뉘시어늘 그림자는 또 뉘신고/이윽고 다 아니 됨
은 또 어데로 가신고..."라고 읊고 있습니다.
- 왼쪽의 디딤돌 다리가 쌍계루를 촬영하기에 딱 좋은 포토 존입니다. 연못 위의 분홍 꽃들이 배롱나무꽃(목백일홍)을 연상케 합니다.
- 트라이포드 8대가 포진 중입니다. 이 디딤돌 다리가 아주 좁고, 자연석이라 울퉁불퉁해 그냥 서서 찍는 것도 위험한데 어느새 저렇게 자리들을 잡고 촬영 중이십니다. 그 열정, 알 것 같습니다.
- 그렇게 수많은 인파 속에서도 아, 이렇게 고요한 순간을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석탑 위로 위용을 자랑하는 "학이 날개를 펴고 있는 모습과 같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백학봉의 학바위입니다.
- 아름다운 나드리 언니가 프로필 사진 촬영 중입니다. 포토그래퍼는 공주 맘 님입니다. 셋이서 붙어서 다니니까 여러 분들이 삼총사라고 부르시네요.^^*
- 반대편 쪽에서도 사진가들의 그 열기가 고스란히 느껴져 찍어 봤어요.
- 아주 아름다운 다리였는데 그 아름다움을 채 살리진 못해 아쉬워요.
- 선운사에서 제일 화려하게 빛나던 단풍입니다.
- ND 필터를 사용해 찍어 보았어요.
- 무보정의 일몰 사진입니다. 원래는 함평 돌머리 해안을 가기로 한 여행이었으나, 너무 늦어지고 차가 막힐 것을 우려해 급히 일정을 바꿔 가게 된 군산 신시도 산 위(월영재)에서의 고군산군도 촬영 사진입니다.
지인이 쓰신 글입니다.
"백암산 상왕봉 등산길이 정말 멋집니다. 시계방향 혹은 반시계방향으로 돌 수 있는데, 반시계방향으로 도시면 백학봉 오르는 계단길이 정말 험할겁니다. 시계방향으로 돌아오시는 등산길 추천입니다."
비주 님께 고마운 마음 가득합니다. 특히 고군산군도 촬영시 올랐던 산이 그렇게 가파르고 험한 건 의외였어요. 그곳을 저희들 길 잃을까봐 깁스 하신 발로 오르신 비주 님, 너무도 고생 많이 하셨어요. 감사드립니다.
제가 좋아하는 나드리 언니와 제 짝꿍인, 고수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공주 맘, 이렇게 삼총사가 함께 한 아주 행복한 출사였습니다.
* 출사 코스
전라도 함평 밀재 - 장성 백양사 - 고창 선운사 - 새만금 신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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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 사진 찍느라 그 험한 자갈 산길을 숨 몰아쉬어 가며 힘들게 올라가던 일이
저 사진을 본 순간 힘든 게 싸악 사라지더군요. 보정도 필요없는 사진이어서 더
좋았어요.
문종현 선생님, 이번 시즌 함께 라이딩 할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사진도 다른 각
도에서 아주 멋지게 잘 찍어주셔서 신선했었구요. 마지막 라이딩을 모두 함께 할
수 없어서 아쉬웠어요. 11월에도 잔차 타려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어머나, 이건
스키장에 가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만큼 추워요. 겨울 옷 빨리 꺼내야 할
텐데 매일 바쁜 일이.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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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번시즌 고박사님과함께 한라이드참석하여 많은분들도 알게되었고, 함께한 라이딩이 너무도 즐겁고 행복한 잔차시즌였습니다. 11월에도 날씨만좋다면 잔차타고 시즌맞이 할려구요, 겨울시즌에도 뵙게될것같습니다 아무쪼록 다가오는 스키시즌도 행복한 시즌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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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번 시즌 스타힐에서 자주 뵐 수 있다니 정말 반갑네요.
저는 이번 주말 비가 온다니 다음 주 중에 한 번 잔차 탈 예정입니다.
쌍계루반영 사진보다 고군산군도 일몰사진이 더 멋집니다.
복잡한 도심을 떠나 어둠을헤치고 남도에가셔서 멋진 가을여행 하고오셨습니다.^^
멋진사진 즐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