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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애의 Naver 블로그 "디카로 그리다", 캐시미어 코리아 블로그, 캐시미어 코리아 쇼핑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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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사이에도 나오지 않는 말이 있다. 말을 하려고 하면 할수록 목소리가 입술 밖으로 나오지 않고 도저히 언어화 되어주지 않는 그런 때가 있는 것이다.

 

벌써 아프리카 여행을 세 번 다녀왔다. 마다가스카르는 세 번 째이고, 에티오피아는 두 번 째 여행이었다. “왜 그런 힘들고, 불편하고, 전기불이 안 들어오고, 물이 나오지 않아 고생하는 그 곳에 자꾸 가는 거지요?” “그 곳에 가면 문명이 그립지 않으세요? 인터넷이 되지 않아 와이파이가 되는 유일한 곳인 로비에 나와서 포스팅 하느라 너무 추웠다면서요.” “저 같으면 새로운 세상, 불편하지 않은 문명 세계로여행을 갈 거 같아요. 가고 싶은 여행지가 좀 많아요?”

 

쏟아지는 질문에 내 대답은 변함이 없다. 내가 한결같이 마다가스카로 향하는 것은 지금같이 변화가 빠른 시대에 고스란히 그대로 살아있는 그 사람들의 순수함이 좋아서이고, 지금 그 자체로 행복함이 가득한 삶을 사는 그들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기쁘기에 그러하다고.

 

언제가는 그들 역시 문명화 되어갈 것이고 지금의 행복이 행복이 아닌 것으로 느껴지는 시기가 도래하겠지만 지금은있는 그대로의 그들을 받아들이고 인정해 주는 것만이 답이라는 생각이 인다. 이제 마다가스카르는 내게 있어 특별함을 넘어 사랑 그 자체가 되었다.

 

DSC02725보정1400.jpg

 

지난 8월 말 9월, 24일간의 마다가스카르와 에티오피아 여행은 예정된 여행이 아니었다. 사실 마다가스카르를 다녀온 지 아직 1년이 채 안 된다. 그런데 다시 마다가스카르로 떠난 것은 물론 가고싶은 마음도 크게 작용했겠지만 세 명의 가기로 한 멤버 중 한 명이 갑작스레 심장 수술을 하는 바람에 여행 자체가 어렵게 되어 갔다. 거기에 내가 합류해 그녀를 대신했고 다시 한 명을 컨택해 네 명이 떠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여행 날짜가 가까워 오자 남편이 말했다. 한 번도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싫은 소리를 한 적이 없이 초지일관 밀어주던 남편이 이번 여행은 너무 길게 가는 거 아니냐고. 그 말은 전에 없이 내내 가슴에 콕 박혔었다. 사실 남편은 밖에 나가 사 먹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대개 밥은 거의 집에서 먹곤한다. 그러니 혼자 24일간 밥을 해 먹기가 쉬운 일은 아닐거다. 게다가 마르티스 두 마리 중 하나는 대소변을 못 가리고 아무데나 볼 일을 보니 그거 치우는 게 일이고 힘든 게 사실이다.

 

며칠 전에 남편에게 신미식 작가님이 나미비아 여행을 가시는데 멤버가 많지 않다고 했다. 작가님 포함 네 명이고 내가 가면 다섯명이라고 운을 띄웠다. 그 후 남편은 거기에 대해 말이 없었다. 아마 내가 가지 않으리라고 생각한 것일게다.

 

며칠 전 캐시미어 샵에서 후배 하나가 말했다. 언제 아프리카에 가느냐고. 남편이 그 자리에 있어서 난 그냥 얼버무리고 말았는데, 캐시미어 디자이너이며 대표이신 차경순 선생이 말했다. “아프리카를 또 간다고?” 캐시미어의 시즌인 겨울이 도래했으니 웹에 캐시미어 사진 찍어 올리고 할 일이 무수히 많은데 무슨 아프리카를 또 가느냐는 소리인 것이다. 어제 후배 하나가 내 페이스북에 댓글을 남겼다. 내가 말 한 건 아니었는데 우연히 알게 된 모양이다. “언니, 나미비아 여행 잘 다녀오세요.” 난 그녀에게 남편이 모르는 일인데 이러다가 말도 못 하고 그냥 떠나버릴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오늘 조선일보미술관 사진전시회 두 번째 날인데 내 작품 석 점 중 두 점이 판매되었다. 그것도 싸지 않은 가격으로. 난 참 운이 좋은가보다. 3년 전, 첫 그룹 전시회에서는 아말피에서 찍은 사진이 비싼 가격으로 제일 먼저 판매되었었다. 사진을 함으로 해서 사람이 귀함을 알았고, 사람과의 따뜻한 마음 나누기가 소중하다는 걸 깨달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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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밤, 말하기 어려운 말을 남편에게 해야만 할 것 같다.

“11월 5일부터 11월 19일까지 2주간 나미비아 갑니다. 제가 존경하는 신미식 작가님과 함께요.”

 

그간 할 수 없었던, 내 맘 속에 품은 말들을 대나무 숲 속에 들어가 남몰래 외친 것처럼, 하도 참아 화병이 나려다가 이제사 속이 풀리는 듯 하며 시원하다.^^*

 

프로이드(S. Freud)는 말했다. “비밀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입술이 가만 있으면 손가락 끝으로 재잘댄다. 폭로는 모든 땀구멍에서 새어 나온다.” 지금의 내게 확 와 닿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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