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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애의 Naver 블로그 "디카로 그리다", 캐시미어 코리아 블로그, 캐시미어 코리아 쇼핑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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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의 숨은 이야기들 - 재미있고도 가슴 아픈 이야기

 

1. 재미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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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복궁에 가 보면 요즈음에는 잔잔한 새로운 물결이 일렁이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예전이라면 경복궁은 중국 자금성의 화장실보다 작다고 하고, 그것은 중국에 사대한 증거라고도 이야기 했었다. 하지만 경복궁은 일제가 파괴하기 전에는 330동이 넘는 건물들이 빼곡한 큰 궁궐이었다. 우리나라의 궁궐이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경복궁이 자금성의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다. 경복궁은 자금성보다 25년 먼저 지어진 건물이다. 크다고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중국과는 달리 자연과의 조화로움을 염두에 두고 궁궐을 조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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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는 여성들이 우리나라의 전통 한복들을 입고 궁궐 나들이를 했는데 요즈음에는 개량 한복들로 바뀌어 길이도 짧고 엄청나게 화려해진 감이 짙다. 중국여성, 일본 여성, 파란 눈의 외국 여성들이 한복들을 입고 회랑을 가득 채우며 걷기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사진을 찍는 모습들이 마치 옛 궁녀들이 나들이 나온 모습을 재현한 것 같기도 했다. 한복을 두 시간 빌리는데 1만원 정도이고, 한복을 입으면 무료 입장이 가능하니 이러한 한복 착용 여성들은 점차 늘어나 궁궐의 아름다움을 더 많이 드러내 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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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을 지나서 흥례문을 통과하면 영제(永濟, 영원히 명당 지역으로 건너가는)교라는 돌다리가 눈에 띈다. 돌다리에는 서수(상서로운 동물)가 여럿 보인다. 이들은 영제교를 지나는 사람들을 눈 부릅뜨고 세심히 살피기도 하고, 물길로 들어오는 사악한 모든 것을 막아내기 위해 험상궂은 얼굴로, 혹은 혀를 빼물고 해학적인 모습으로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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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위의 이 아이는 이름까지 있다. 이 동물은 “천록”이라 불리는 해치를 닮은 서수인데 물길을 타고 들어오는 사악한 기운을 막아준다.

 

근정전 앞쪽으로 돌출되어서 계단과 이어진 편평한 대가 있는데 이를 월대라고 부른다. 월대 양쪽 모서리에는 서수 부부가 아기를 안고 있는 특이한 조각이 눈에 띈다. 이것은 서수 가족이 대대로 궁궐에 침입하는 잡귀와 사악한 기운을 못 들어오게 막아 내 왕권을 지키려는 마음을 담은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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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월대에는 청동으로 만든 향로(정)와 드므가 있다. 기단 좌, 우측에 놓여있는 향로는 청동으로 만든 것으로 근정전에서 큰 행사가 있을 때 향을 피웠던 것이다. 요즘엔 가끔 이것이 쓰레기통인 줄로 착각하고 여러 가지 물건을 버리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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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로가 놓여진 곳에서 한 단 아래쪽에는 큰 독 드므가 있다. 이것 역시 쓰레기통으로 착각한 방문객들이 쓰레기를 버려 지금은 뚜껑을 덮어놓았다. 원래는 궁궐 남쪽, 관악산에 불귀신이 살았는데 어느 날 그 놈이 경복궁에 놀러 와 “근정전이 멋지니 여기다 불을 한 번 놓아볼까?”라고 했단다. 근정전 월대에 올라 불을 지르려는데 문득 드므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았다고 한다. 이 귀신은 한 번도 자기 얼굴을 본 적이 없었는데 흉측한 자기 얼굴을 처음 보고 놀라 뒤로 넘어갔다고. ‘여긴 무서운 놈이 먼저 와 자리를 잡았구나.’ 생각하고는 36계 줄행랑을 쳤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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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슴 아픈 이야기

 

1) 근정전 주변에는 벽 없이 기둥만 선 복도인 ‘회랑’이 많이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여기에는 가슴 아픈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회랑을 막아서 창고처럼 쓰는 것을 ‘행각’이라고 한다. 현재는 모두 회랑으로 남아있지만, 근정전 주변의 회랑 안쪽의 기둥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나무를 끼워서 기둥 사이를 연결해 벽을 세운 흔적이 남아있다. 이것은 일제강점기 때 약탈한 유물들의 박람회를 이 행각에서 열며 이곳에 있던 건물들을 모조리 헐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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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경복궁 북쪽으로 한 참 걸어가다 보면 향원정을 지나 1895년 을미사변 당시 명성황후가 시해를 당한 건청(맑은 하늘이라는 의미)궁이 나타난다. 경복궁 전각들 중에 ‘궁’이라는 이름을 가진 곳은 건청궁(乾淸宮)이 유일하다. 건청궁은 고종을 위한 궁궐 안의 궁이었다. 건청궁 안으로 들어가면 맨 끝 방에 옥호루(옥으로 만든 병 속에 있는 얼음조각과 같은 깨끗한 마음을 가지라는 의미)가 나온다. 명성황후는 일본 낭인들에게 이 옥호루에서 살해당하고 건청궁 동쪽 언덕 녹산자락에서 불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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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운이 아무리 기울어졌다고 한들, 궁궐을 지키는 군인이 2,000명 정도였다는데 어찌 한나라의 궁궐이 한 순간에 수십 명의 일본 낭인들에게 점령되어 일국의 국모가 처참한 죽임을 당할 수 있었던 것인지 생각할수록 원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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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은 "명성황후를 그리다."라는 주제를 가지고 옥호루에 미디어 아트 작품으로 표현한 것이다. 붉은 꽃잎은 명성황후를 "떨어진 꽃잎"으로 표현한 것이다.

 

건청궁은 조선 최초의 전구가 주렁주렁 매달린 곳으로 역사는 이야기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발전시설을 만들고, 전구를 달았던 전기발상지인 셈이다. 이 전기시설은 중국이나 일본보다도 2년이나 앞섰다고 한다. 에디슨은 일기에 “내가 발명한 전구가 동양의 신비한 왕궁에서 불을 밝히다니 꿈만 같다.”는 글을 남겼다고 한다.

 

당시 발전기의 소음이 어찌나 컸던지 불만들이 터져 나왔고, 전구의 밝은 불빛으로 인해 궁녀들이 불면증을 호소하기도 했다고. 당시 전구는 제 맘대로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해 ‘건달불’이라고 불리기도 했다고 한다.

 

 

♣  현재 향원정(香遠亭)은 공사 중.

경회루가 외국 사신들과 신하들에게 연회를 베푸는 곳이었다면, 향원정(향기는 멀수록 그윽하다는 의미)은 왕과 왕비가 조용히 휴식을 취하는 곳이었다. 아버지 흥선대원군에게서 왕권을 되찾은 고종은 명성황후와 함께 건청궁에 머물며 향원정으로 다닐 수 있는 다리를 놓아 틈틈이 거닐곤 했다고 한다. 현재의 다리는 건청궁이 복원되기 이전에 새로 만들면서 그 방향이 반대가 되어 버렸다고 한다. 이것을 원래대로 복원시키기 위해 공사 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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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하와 중전의 어원

 

우리가 일반적으로 왕의 호칭으로 알고 있는‘전하(殿下)’는 궁궐의 전각과 관련 있는 말이다. ‘전하’는 전각 아래에서 엎드려 우러러본다는 극존칭의 의미로‘○○전(殿)’에 사는 왕이나 왕비에게 붙이는 것이다. 왕비의 침전은 궁궐 한가운데 있고 궁궐 생활의 중심이 되는 곳이기 때문에 ‘중궁전(中宮殿)’이라 하고, 왕비는‘중전(中殿)마마’라 칭한다. 세자가 거처하는 곳은 내전의 동편에 배치하고 그 지역을 동궁(東宮)이라 불렀다. 이것 역시 우리가 세자를 동궁마마라 부르는 이유이다.

 

 

♣ 품계석(品階石)

조정을 남에서 북으로 가로질러 근정문에서 근정전으로 길이 나 있다. 그 길은 세 구역으로 나뉜 길인 삼도(三道)인데 그 가운데 부분은 양 옆보다 조금 높다. 왕만 다니게 되어 있는 어도(御道)이다. 신분제 사회에서 가장 고귀한 존재인 왕은 다니는 길까지도 이렇게 구별되었다. 삼도의 양옆으로는 자그마한 비석 모양의 돌들이 열두 개씩 구별되었다.

 

근정전 가까운 데서부터 정일품(正一品), 종일품(從一 品), 정이품, 종이품, 정삼품, 종삼품으로 나가다가 사품부터는‘정(正)’만 있고 ‘종(從)’은 없이 구품까지 이어진다. 이 조정에 참여하는 관원들은 각자 자기 관품에 해당하는 위치에 가서 서라는 용도로 만든 품계석(品階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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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도의 동쪽 편에 서는 관원들을 동반(東班)이라고 하고, 서쪽 편에 서는 관원들을 서반(西班)이라고 한다. 동반은 문반(文班)이고, 서반은 무반(武班)이다. 이렇게 조정에 참여하는 동반과 서반, 다시 말하면 문반과 무반을 가리켜 '양반(兩班)'이라고 하는 것이다. 원래 양반이라는 말은 여기서 나왔지만, 그 의미가 점점 넓어져 사회신분을 가리키는 뜻이 되었다가 오늘날에는 신분개념도 아닌 2인칭 또는 3인칭 대명사가 되었다. [출처: 우리 궁궐이야기, 홍순민, 청년사]

 

 

♣ 근정전의 박석(마당에 깔린 돌)

 

멀리 근정전(勤政殿)이 보인다. 근정전의 앞 마당, 즉 조정(朝庭)에 깔려 있는 화강암은 현재는 많이 편평해졌지만 복원되던 초기에는 돌들의 높이가 꽤 높고 생김새도 어울리지 않았었다고 한다. 궁궐의 박석이 이렇게 울퉁불퉁하고 거친 것은 기술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맑은 날 햇빛으로 인한 눈부심을 줄이고, 비오는 날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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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바라보는 근정전은 그 어디에서 보는 것보다 몹시 아름답다. 비오는 날이나, 눈이 오는 날 한 번 꼭 가 봐야 할 것 같다.

 

 

 

 

 

 

 Comment '4'
  • profile
    신호간 2017.06.20 20:18

    고 박사님, 여전히 열심히 즐겁게 사시는 듯합니다. 재밌고도 슬픈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profile
    고성애 2017.06.21 14:34
    어제 새벽에 사진이 안 올라가 고생고생하다가 또 일이 바뻐지니 사진을
    다시 올리지 못했어요. 사진 올리면 보세요. 두 번 씩이나 아침부터 경복
    궁에 달려갔답니다.

    뭐 인생이 긴 것도 아니니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며 살려고 노력합니다.
    여전히 건강하시고 바쁘시지요?
  • profile
    신호간 2017.06.26 12:40
    사진도 잘 봤습니다. 지난 겨울 들렀을 때, 가족과도 갔었죠.
    네. 덕분에 건강히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시간 관리를 잘 못 해서 필요 이상으로 몸을 혹사시키는. 머리가 나빠 몸이 고생하는 중입니다. ^^;;
    이번 여름에 가족과 동부에 다녀오려 했는데, 일이 넘 바빠 대신 고 박사님 다녀오신 재스퍼와 밴프를 다녀오려고 합니다.
    다른데 갈 땐 대개 캠핑으로 많이 갔는데, 이번에 그냥 편하게 호텔과 에어비앤비에서 머물려구요. 연휴 기간에 늦게 예약하니 무지 비싸네요. 그리고, 평창 자봉하려고 회사에 휴가 일정 조절 중입니다. 별일 없이 잘 준비해서 지난 겨울처럼 여러분들 뵈면 좋을텐데. 일단은 하나씩 준비 중입니다.
  • profile
    고성애 2017.06.26 17:23
    재스퍼, 밴프를 여행하신다니 준비 잘 하셔서 가족과 함께 즐겁게 여행하시길 바랍니다.
    이번 시즌에 평창에 오셔서 자봉하시게 되면 정말 또 뵐 수 있겠는데요. 모든 일이 원하
    시는대로 잘 마무리 되고, 행해지길 바랍니다. 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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