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사러 충주에...^^
잔차 좀 탄다는 분들은 속초에 껌 사러 가곤 하지요.
요즘 잔차 타기 좋은 계절이라서 여기저기에서 속초에 간다는 얘기가 많이 들립니다.
저도 왕년에 껌 사러 갔었지만, 이젠 체력도 안 되고 용기마저 나질 않습니다. 아무리 속초까지의 도로가 직선화 됐다고 해도 말입니다.
그래서 속초 대신, 사과 사러 충주에 다녀왔습니다.
느릿느릿, 놀메놀메...
사진도 찍고, 커피도 마시면서...
아침 6: 30.
놀러 갈 땐 세상 누구보다 더 부지런합니다.^^b
강동대교 못미처의 느티나뭇잎은 물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미사리 야구장 옆의 플라타너스 사이사이로 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습니다.
바닥엔 아침 햇살을 가득 머금은 강아지풀이 지천입니다.
거의 10년 전엔 이런 사진을 찍겠답시고 주말 새벽마다 카메라를 둘러 메고 아침고요수목원 등으로 쏘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카메라 LCD 창으로 보는 꽃과 나무는 세상 어느 누구의 작품보다 멋있었지만, 집의 PC 모니터에 보이는 생소한 이미지는 숱하게 delete 키를 누르게 만들었었지요.^^;;
예봉산 위로 해가 떠오르고, 역시 강아지풀이 지천입니다.
미사리 뚝방길에선 그림자놀이도 해봅니다.^^
팔당대교가 보입니다.
사진엔 잘 안 보이지만, 강가의 돌 위에서 날개를 활짝 편 채로 깃털을 말리고 있는 가마우지 한 마리 있습니다.
가마우지 깃털은 유분이 적어 깃털에 물이 잘 묻는다더군요. 당장 배가 고프다고, 눈 앞에 물고기가 있다고, 깃털을 말리지 않은 채 잠수를 하면 깃털에 묻은 물의 무게 때문에 이륙을 못 해 익사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인간에게 이런 핸디캡이 있다면, 이성과 욕망 사이에서 끝없는 줄다리기를 하게 될 거란 생각이 들더군요.ㅋ
북한강철교에 도착했습니다.
삐걱거리는 나뭇바닥의 감촉이 좋아 오늘은 걸어서 건넜습니다.
양수역전 카페에서 카페라떼를 마십니다.
세상의 여러 스페셜티 커피는 서로 자기가 최고라고 으스대지만, 역시나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는 아침에 마시는 첫커피입니다.
정말, 정말 맛있었습니다.^^b
신원리부녀회에서 운영하는 노점의 초가지붕에는...
나팔꽃이 가득입니다.
곧이어 나오는 터널에는...
수세미가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제가 강릉에 살 던 때엔 마당의 수세미를 말려 설겆이 등에 사용하던 게 생생히 기억납니다. 지금의 인조수세미보다 더 성기고, 연한 베이지색을 띠던... 50년 전의 얘기네요. 후후...
양평에 도착합니다.
조형물의 MTB는 실물인데, 리지드 포크로 다운힐을...ㅋ
양평 시내를 지나면 벚나무길이 나옵니다. 약 2km(?) 이상 이어집니다.
올해 봄에 이 길을 달렸었는데 바람이 휙~하고 불 땐 흩날리는 벚꽃잎과 함께 달리기도 했었지요.
그런데 어제의 태풍의 영향과 중부내륙에 쏟아졌다는 우박 때문인지 잎사귀가 많이 떨어져 있습니다.
후미개 정상에 올랐습니다.
전에는 그렇게나 힘들게 올라왔었지만 이번엔 그럭저럭 올라올 수 있었습니다.
여기 이름을 "구미리고개"로 바꿨나 봅니다. 하긴 "후미개 고개"가 어감이 좋진 않지요.^^;;
이포보를 지나서...
어느 길가 쉼터에서 간식을 꺼냅니다.
바나나, 사과 각각 1개와 자두 2개.
잔차 타는 분들은 파워젤과 음료 등을 들고 다니며 먹던데 저는 아직 먹어보지도 못 했고 먹을 생각도 없습니다. 좀 무겁기는 하지만 이런 과일을 좋아합니다. 충주에 도착할 때까지 라면 한 그릇과 물 1.5리터 그리고 과일로 요기를 했습니다. 아, 초코바 1개도.ㅋ
여주쯤에는 자전거길 공사로 인한 우회안내판이 세워져 있습니다.
저길 잔차를 끌고 올라가야 합니다. 올라 가기 전에 욕부터 나옵니다. 닝기리~
근데 실제로 올라가보니 그 동안 혹사당하던 엉치 근육도 풀리고, 똥꼬의 압박도 덜 수 있었습니다.^^
경강교가 보이고...
충주댐까지 65km 남았습니다. 현재까지 100km를 왔나봅니다.
섬강과 섬강교를 따라 진행합니다.
워낙 설렁설렁 타니 어디 특별히 불편한 덴 없습니다.
충주시 경계의 어느 길가 구멍가게에서 라면을 사먹습니다.
그리고 셀카도 한 장 찍습니다. 힙색엔 바람막이와 초코바 1개가 들어 있습니다.^^
58kg 정도 나가던 몸무게가 67~68kg까지 불었었습니다.
똥빼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완전 땀보가 됐습니다.
3개월 잔차를 탔더니 64~65kg로 감량되었고, 똥배도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습니다.ㅋ
실크로드가 따로 없습니다.
충주댐에서는 조정 선수들이 훈련에 여념이 없습니다.
거친 숨소리를 강변에서도 들을 수 있었는데 호흡법이 우리와는 좀 다른 것 같았습니다.
허...업!
후...웁!
뭐, 그런 것 같은...ㅋ
지금까지 충주는 사과가 유명한 걸로 알고 있었는데 충주 시내로 가는 내내 복숭아 나무만 보일 뿐 사과나무는 볼 수 없었습니다.
그나마 충주호 거의 끝자락에서 꽃사과를 볼 수 있었고,
그 안쪽에서 조금의 사과나무를 볼 수 있었습니다.
당근, 사과를 살 수도 없었구요.-_-
전깃줄에 앉은 제비를 오랜만에 봅니다.
하도 오랜만에 제비라는 낱말을 쓰니 "재비"인지 "제비"인지 잠시 헷갈려 네이버를 찾아 봤습니다.ㅋ
그리고 충주댐이 13km 남았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합니다.
진짜입니다.
제비가 보이고, 곧이어 13km 이정표가 나왔습니다. 역시 제비는 반가운 소식의 전령사인가 봅니다.^^
끝이 보이니 한결 여유롭습니다.ㅋ
충주 시내로 진입하는 목행교입니다.
다리 아래의 작은 암초에 키낮은 관목이 보입니다.
이 사진은 2013년 봄에 잔차로 수안보에 깔때 찍은 건데 그 때도 저 나무가 있었습니다.
한여름엔 강이 범람하고 물살도 쎌 텐데, 저렇듯 적은 양의 흙에 뿌리를 내리고도 수 년을 버티는 걸 보면 참 기특하단 생각이 듭니다.
목행교 끝에서 우회전하여 5km 정도 가면 충주버스터미널이 나옵니다.
하지만 충주댐은 좌회전해서 8km, 다시 돌아오려면 왕복 16km를 타야 합니다. 4대강수첩에 도장이라도 하나 찍으려고 충주댐으로 가긴 했지만 무지 억울하단 생각이 듭니다. 뭐, 어차피 놀자고 하는 짓인데 충주댐인증은 없애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ㅋ
충주댐에 갔다가 다시 돌아 온 목행교 아래에는 파크골프를 즐기는 분들이 많이 보입니다.
탄금대에 도착하여 남한강길의 마지막 인증도장을 찍습니다.
이게 아무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도장을 꾹 찍을 땐 어떤 성취감을 느끼게 합니다.ㅋ
182km.
아침 6:30에 출발해서 저녁 5:30 경에 도착했습니다. 11시간이 걸렸습니다.
쉬엄쉬엄 달려서인지 아직 다리도 팔팔하고, 안장에 거의 10시간을 앉았었음에도 똥꼬도 아프지 않았습니다.
해만 길면 다음 큰 도시인 수안보까지도 갈 만했습니다.
버스 안에서 내다보이는 노을이 멋집니다.
제가 "나이키구름"이라고 이름지은 멋진 구름도 보이고요.
동서울에 도착하여 잠실철교를 건너고 있습니다.
사과는 못 샀지만, 길가의 꽃사과를 한 개 서리했습니다.^^;;
충주에도 우박이 떨어졌는지 두세 개의 상처가 보입니다. 크기는 여태껏 본 꽃사과 중에 제일 큰 것 같습니다.
예전에 역삼동에 살 때 마당에 열리던 꽃사과는 쪼매났었는데 말입니다.
한 입 베어물었는데...
제법 맛이 들었습니다.
물론, 신맛과 떫은 맛이 대부분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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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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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
헐면 안 되죠.
오두바이로 어느 정도는 단련된 것 같습니다.^^인증수첩은 3~4천 원 주고 샀습니다.
온라인(http://www.riverguide.go.kr/kor/introduceBuyCycleCertificationNote.do?menuIdx=255)에서 살 수 있고, 일부 오프라인 인증센터에서도 살 수 있습니다. 우리 동네에서 제일 가까운 판매처는 능내역 인증센터 옆의 잔차 렌털샵입니다.아래 사이트 참조하시고요.
http://www.riverguide.go.kr/kor/index.do
요즘 바람이 좋아서인지 한강에 서퍼들 많이 보이더군요.
연휴 재밌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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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 울 친구는 아직 한창 때나벼??? 거기가 어디라고 다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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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182km를 하루에...
형님 설렁~ 설렁~ 타세요. 도가니 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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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멀리도 가시면서...
쉬엄쉬엄 가니 그럭저럭 가지더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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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십니다. 저는 요즘은 바이크로도 하루에 200km는 못 달리겠던데... 그나저나 바이크도 사랑해 주세요~~ 최구연선생님 바이크 여행기도 보고잡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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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아침, 저녁 테헤란로를 지나는 할리의 배기음을 들을 땐
주말엔 오두바이를 타야지... 하면서도 요즘 재미를 들인
잔차로 손이 가네요.그나저나 뵌 지 오래됐는데, 한 번 뵈야되는데 말이죠.
이왕이면 바이크 타고...ㅠㅠ -
원 그 먼 길을 혼자서 어케 다녀왔노?
가을에 쓸쓸해서...-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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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풍경이 워낙 좋아, 구경하다 보니 충주에 도착되더군요.^^
올 땐 버스에서 기절하구요.ㅋ
'Famous Blue Raincoat 들으러 한 번 들러야되는데...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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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Nov 2017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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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Nov 2017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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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Nov 2017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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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Nov 2017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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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Nov 2017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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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Oct 2017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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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Oct 2017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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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Oct 2017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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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Oct 2017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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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Oct 2017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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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Oct 2017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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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Sep 2017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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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Sep 2017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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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Aug 2017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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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Aug 2017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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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Jul 2017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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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Jul 2017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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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Jul 2017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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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Jul 2017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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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Jun 201720:56
11시간 자전거를 타고도 똥꼬가 아프지 않다고요? 다 헐었을 것 같은데.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자전거길 인증 수첩은 어디서 주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