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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함께 파주 화석정에 간 지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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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제목 : 추석을 맞아 지연이 곁을 찾았으나... / 박순백 - 2001-10-04 16:10:58  조회 : 2508


[애도의 장] [564/답장] 잘 다녀오셨겠죠? - 다녀왔습니다.


- 생전의 지연이 처럼 수수하고, 꾸밈이 없는 국화꽃으로 장식된 꽃바구니. 토요일에 우리 집을 찾은 손님이 주고 가신 꽃바구니를 이틀간 물을 주어가며 잘 보살폈다. 연이 잠든 곳에 가져다 놓자는 지연 엄마의 얘기를 듣고... 이제는 현근 엄마라고 불러야 한다고 하지만, 오랫동안 큰 아이의 이름 뒤에 그 엄마란 단어가 따라왔었다. 우린 아직도 지연 엄마란 부름에 익숙하지만, 우리들 자신이나 누가 아무 생각없이 그렇게 부르고 나면 우린 흠칫 놀라곤 한다.


- 추석에 비가 왔다. 추석에 비를 맞아본 기억이 없는 걸 보면, 흔치 않은 일이다. 지연이가 떠난 날에도 비가 왔었다. 우산을 쓴 지연 엄마가 지연이가 묻힌 그 자리 앞에 있다. 아마 그 때도 울고 있었을 것이다. 난 이젠 비오는 날이 싫다.


- 현근이의 뒷 모습이 보인다. 이 놈은 그 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나나 그 놈이나 슬픔을 감추고, 태연한 척 했었다. 내 피를 받은 그 놈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는 안 봐도 뻔했다. 난 딸잃은 슬픔을, 그 놈은 누나 잃은 슬픔을... 누구의 슬픔이 더 큰가를 묻는 것은 바보같은 일이다. 하지만 난 집사람의 슬픔이 우리 둘의 것보다 더 큼을 안다.


- 꽃바구니에서 좀 떨어진 곳에 밤이며, 대추며, 송편이 놓여있다. 젯상이 아니라 엄마의 정성이 거기 뿌려져있다. 그것이 놓인 그 땅밑에 지연이가 잠들어있다.


- 생전의 지연이 모습처럼 수수하게...


- 지연 엄마는 추석 전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 밤을 그렇게 많이 까느냐?"는 식구들의 물음에 대하여... 지연 엄마는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아서 나도 그 이유를 몰랐을 줄로 안다. 하지만 그런 물음에 답하지 않는 걸 보고서야 난 그게 누굴 위한 일인지 알 수 있었다.


- [고성애] 한가지 소원을~ 그 소원이 무엇이었겠나? 지연이가 좋은 데로 가길 바라는 것 아니었겠나?


- 작년 추석에 지연이도 여기에 왔었다. 이제 저기 누워있다. 거기 영원히 잠들어 있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을 수 있나? 우리 인간들은 이런 슬픔을 기약하고 태어났던가?


- 작년 추석에 지연인 이런 모습으로 내 앞에 앉아 있지 않았던가?(왼쪽부터 지연 엄마, 현근이, 연이 사촌 동생 찬근이, 지연이)


- 비오는 날이었다. 이번 추석은... '지연이가 떠난 해의 추석날엔 비가 왔었다.' 난 올해의 추석을 그렇게 기억하고 살 거다.


- 올해는 모든 일가가 묘소에 모이지 않았다. 친척 중 아이가 아픈 집도 있는 등, 우환이 있어서 모이지 않기로 했단다. 그게 참 다행이라 생각되었다. 지연인 지연 엄마의 가장 좋은 친구이기도 했었다.

추석을 맞아 지연이 곁을 찾았으나...
우린 그 곁에 오래 머물지 못 했다.
마음이 아파 더 오래 머물 수 없었다.
언제나 추석이면,
우린 부근의 친척집에서
오래 머물다 왔었다.
근데 이젠 그럴 수 없다.
연이 있는 곳 가까이에 있으면,
자꾸 마음이 아파진다.
제 곁에 오래 있지 않는다고
연이가 슬퍼하진 않겠지.
더큰 슬픔을 안은 우리의 마음을
착한 그 애는 잘 이해해 주겠지.

그러잖아도 넌 항상 내 맘속에 있는 걸...
우리 맘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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